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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잡아먹는 조개가 있다고 한다면 대개의 사람들은 주먹 크기만한 조개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어울려 살고 있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가끔 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에서 관찰한 대왕조개이다. 패각을 최대한 벌리고 있다가(왼쪽사진) 다이버가 다가가자 패각을 순간적으로 다물고 있다. 이때 패각 사이에 몸의 일부가 끼이게 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일본과 대만의 중간 수역, 수면에서 200m에 이르는 광범위한 수심에 성체의 길이가 1.5m 무게가 200kg에 이르는 대왕조개(학명 / Tridacna gigas)가 살고 있다. 이들은 다른 조개와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입을 벌리고 먹잇감을 찾다가 위기를 느끼면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어 버린다. 만약 별다른 장비 없이 자맥질을 하는 사람이 부주의로 조개 입에 신체 일부가 물리게 되면 그 사람은 수면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물속에서 최후를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에게 식인조개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마나도와 필리핀 아닐라오 해역 등에서 대왕조개를 관찰한 바에 의하면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할 정도의 힘은 아니었지만 사전 지식 없이 건드렸다가 물속에서 신체의 일부가 물리면 굉장히 당황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왕조개의 외투막은 껍질을 다 닫지 못할 정도로 두껍게 발달되어 있는데 패각 밖으로 늘어지는 외투막에는 주산텔래(Zooxanthellae)라고 부르는 공생 조류가 살고 있다. 외투막의 색이 녹색, 파란색, 갈색 등을 띠는 것은 공생조류로 인해 나타나는 색이다. 대왕조개들은 공생조류들이 광합성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낮 시간동안에는 패각을 최대한 열고 있다. 공생조류들은 광합성을 통해 대왕조개에게 탄수화물 등의 영양분을 공급한다.
대왕조개 외투막의 색이 녹색, 파란색, 갈색 등을 띠는 것은 공생조류로 인해 나타나는 색이다.
대왕조개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 된다. 원주민들은 한 번의 자맥질로 대왕조개를 뒤에서 안고 통째로 건져 올린 다음 뒷부분의 딱딱한 껍데기 사이를 칼로 찌르면 조개 몸속에 있는 물이 빠지면서 조개 입이 벌어진다. 이때 칼을 가지고 하얀 조갯살을 발라내는데 회를 좋아하지 않는 원주민들도 대왕조개 살은 즐겨 먹는다. 살을 다 발라내고 남은 껍데기는 세면대와 같은 다양한 생활용품이 된다. 이들 껍데기는 수집을 좋아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약간의 가공을 거쳐 장식품으로 판매된다. 대왕조개 원형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왕조개의 부산물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바로 1990년대 중반부터 진주의 대중화에 이바지한 핵진주의 핵의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대왕조개의 핵과 껍데기 가루이다.
부산해양자연사 박물관에 전시중인 대왕조개의 패각이다. 살을 발라낸 대왕조개 패각은 장식물 등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식용, 장식용, 공업용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재 대왕조개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되어 있다. CITES(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상업적인 국제거래를 규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된 협약이다. 1973년 3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채택되었기에 워싱턴 협약이라고도 한다. 1996년을 기준으로 134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3년 7월 가입했다.
CITES 에 의해 규제되고 있는 동식물은 약 3만 7,000종이며, 이들은 보존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부속서 Ⅰ, Ⅱ, Ⅲ으로 분류되고 있다. 부속서 Ⅰ은 멸종 위험의 정도가 가장 높은 종을, Ⅱ는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그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종을, Ⅲ는 거래의 통제를 위하여 다른 회원국의 협력이 필요한 종을 열거해 두고 있다.
패각을 벌리고 있는 대왕조개(왼쪽사진)와 패각을 다물고 있는 대왕조개의 모습을 비교해봤다.
방휼지세(蚌鷸之勢)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말로 도요새가 조갯살을 파먹기 위해 긴 부리를 조개 입 사이에 넣었다가 조개가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도요새와 조개 모두 꼼짝 못하고 있는 형세를 말한다. 이때 지나가는 어부가 버둥거리는 조개와 도요새를 별다른 노력 없이 잡았다는데서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대왕조개를 이야기 하며 방휼지세의 고사를 끄집어 낸 것은 조개가 도요새의 부리를 물어 버리듯 대왕조개의 입에 사람의 신체 일부가 끼이게 되면 사람이 조개 입에 물린 도요새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쿠버 장비 없이 손목에 작살을 단단히 묶은 채 물고기 사냥을 하다가 물고기를 겨냥하고 쏘았던 작살이 바위틈에 꽉 끼이는 바람에 작살을 빼내지도 손목에 묶은 결속을 풀지도 못한 채 물속에서 혼쭐이 난 적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 몸이 물속 어딘가에 끼여 있다면 그 만큼 공포스러운 일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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