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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스테이크 하우스의 1.0버전을 기억하고 있으리. 그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스테이크 하우스는 언제나 같았고 절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문화의 나머지 것들은 반드시 몇 년마다 변화를 거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온갖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스테이크 하우스만은 돈, 식탐, 습관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유지되고 있다. 스테이크 하우스의 모습은 19세기 후반 첫 번째 그로버 클리블랜드 정부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세상에 그토록 변하지 않은 것이 몇 가지나 있는가?
그러나 이제 전세계 스테이크 하우스가 변화하고 있다. 창이 없는 방, 그을린 숙성 쇠고기, 사이드 메뉴로 대표되는 옛날 스타일의 스테이크 하우스는 더이상 호화로운 육식주의자들의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지 않다. 스테이크 하우스 2.0이 등장했다.
내가 ‘현대식 고기전문점’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스테이크 하우스는 거칠고 사교적인 기존 스테이크 하우스와 같이 원시적 식욕을 충족시키지만, 더 현대적이다. 전통 스테이크 하우스는 소고기를 주로 다루고 바닷가재나 양고기는 여성을 위해 끼워주는 정도다. 반면 현대식 식당에서는 모든 종류의 고기를 제공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송아지 고기, 갖가지 새와 심지어 몇몇 사냥동물에까지 비슷한 정도의 에너지를 쏟는다.
또한 기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의 소고기는 머나먼 곳의 알 수 없는 사육장에서 생산해 최저가에 사들인 대량생산의 산물이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로렐허스트 마켓이나 휴스턴의 언더벨리에서 먹는 고기는 엄선한 목장에서 생산한 것이며, 당연히 호르몬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인도적으로 키운 것이다.
더 중요한 차이는 일반 스테이크 하우스가 스트립 스테이크(채끝), 립아이(꽃등심), 텐더로인(안심) 등 세 가지 메뉴에 집중하는 반면 현대 고기전문점에서는 코에서 꼬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를 사용하고 내장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거다. 스테이크 하우스에는 고기 굽는 브로일러에 스테이크를 던져넣는 사람이 있고 현대식 고기전문점에는 셰프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최고의 옛날식 스테이크 하우스들이 뒤떨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뉴욕의 피터 루거는 언제나 스테이크 하우스의 원형일 것이며 탬파에 있는 번스는 아직도 세계 최고의 정통 스테이크 하우스다. 오마하의 고라츠, 로스앤젤레스의 무소앤프랭크, 시카고의 진앤조제티가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20년 사이 새로운 종류의 손님이 나타났다. 팬들이 밴드를 따라다니는 것처럼 셰프를 따르고, 음식으로 만족을 얻을 뿐만 아니라 음식에 의해 고양되거나 자극되거나 최소한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몬트리올에서 온 젊은 셰프 우거 두푸어와 그의 아내이자 공동소유주인 사라 오브라이티스가 운영하는 뉴욕시의 ‘M. 웰스 스테이크하우스’ 같은 곳에 모여든다. M. 웰스에서는 돼지고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요리나 빵 사이로 기다란 뼈가 과장스럽게 튀어나와있는 버거를 주문할 수 있다. 애틀랜타의 ‘킹+듀크’에서 모험심이 강한 사람은 식당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7m짜리 숯불화로 위에서 풀을 먹인 와규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모습과 미시시피 토끼 요리를 발견할 수 있다.
댈러스의 베테랑 셰프 존 티사에게 여기에서 미래를 본다. “미국에는 프랜차이즈 체인이 소유한 손익에만 집중하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넘쳐난다”며 “이제 젊은 셰프들이 요식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독자적 레스토랑을 만들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티사는 현재 대형 레스토랑 그룹을 위해 스테이크 하우스를 구상하고 있으며 사냥동물, 엄마 소와 함께 방목해서 기른 송아지 고기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육류에 신경쓸 계획이다. 가격대도 그만큼 중요할 것이라고 티사는 덧붙였다. “4명이 1,000달러를 내야 하는 동굴 같은 식당이 아니라 쉽게 접근가능하고 가격도 적절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 되길 원한다. “
소고기 생산국에 심각한 가뭄이 닥치고 사료, 특히 옥수수 값이 오르면서 지난 몇 년간 소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스테이크 하우스는 스테이크 하나당 65달러를 받을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사치품처럼 스테이크 하우스에도 거품이 있다.
맨해튼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테이크 하우스 중 하나인 ‘말로니 앤 포슬리’의 안토니오 모라 수석셰프는 “우리 고객은 CEO, 부사장, 임원”이라며 “이곳은 그들의 모임장소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90년대처럼 접대비를 사용하는 기업 임원들은 가격을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 외 많은 사람들, 특히 요식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젊은 미식가들은 가격을 신경쓴다. 그들은 립아이의 반값으로 볼살, 양지살, 목살 스테이크를 먹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독립 육류 공급업체 팻라프리다는 한때 인기가 없던 부위의 수요가 치솟았다고 말한다. “지금의 소고기 가격은 필요 이상으로 높다. 지난 몇 년 사이 고객들이 모든 부위에서 더 저렴한 고기를 찾고 있다.”
게다가 많은 셰프들은 몇몇 기존 식당들이 당연히 여겼던 낭비를 끔찍이 싫어한다. 크리스 셰퍼드 언더벨리 셰프는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일했을 때 하룻밤에 안심 10상자를 비웠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안심은 소 부위 중에서도 정말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부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옥스’의 ‘페인티드 힐스’ 갈비도 최고의 립아이 스테이크를 제공한다. 가장 원시적이고 강렬한 소고기 맛이다. 그렉 덴튼 옥스 셰프 겸 공동소유주도 이에 동의한다. “나에게 갈비는 소고기 중에서 가장 맛이 좋은 부위다. 갈비 요리에는 손이 조금 더 많이 가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고기전문점의 매력은 음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옛날식 스테이크 하우스의 문제는 독창성이 없다거나 비싸다는 것만이 아니다. 모두 똑같이 생겼고 똑같은 느낌이라는 것이 문제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독일 맥주 홀이나 영국 촙하우스처럼 소유주들은 스테이크 하우스의 손님들을 고기와 술을 쏟아붓는 자루처럼 여겼다. 스테이크 하우스는 압도적으로 남성적인 장소로서 궁지에 몰린 남편들이 여성들의 독재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돼 서로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남자들의 세계다. 고기전문점에는 그런 특징이 없다. 아직은 말이다. M. 웰스처럼 마치 부유층이 된 듯 톡톡 튀는 매력을 지닐 수도 있고 보스턴의 정육점처럼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여성적 혹은 남성적이라고 구분하기도 힘들고 따라야 할 관습도 없다. 로렐허스트 마켓처럼 식당 내에 정육점 카운터가 있을 수도 있다. 현대식 고기전문점은 미래를 향해 진화 중인 반면 스테이크 하우스는 과거의 산물이자 타임캡슐 속 존재다. 그렇다고 해서 이 중 한 가지가 다른 하나를 대체한다는 말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하지만 10년 뒤에 나에게 다시 물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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