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의 歸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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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동행 6] 뜰힘
2015년 11월 04일 16시 09분  조회:2262  추천:0  작성자: 단비





뜰힘

-이현호(1983~)



새를 날게 하는 건
날개의 몸일까 새라는 이름일까
구름을 띄우는 게
구름이라는 이름의 부력이라면
나는 입술이 닳도록
네 이름을 하늘에 풀어놓겠지
여기서 가장 먼 별의 이름을
잠든 너의 귓속에 속삭이겠지
(…)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실체(몸)인가, 이름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사회적 소통에는 이름(기표·記標)이 끼어든다. 이름은 껍데기 같지만 존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굴절시킨다. 우리가 모든 이름을 ‘허명(虛名)’이라 내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라는 기표는 짖지 않지만, 언어체계 안에서 개를 존재하게 만드는 유일한 매개이다. 그리하여 새는 새의 이름으로 날고, 구름은 구름이라는 이름으로 공중에 뜬다. 사랑이라는 실체도 언어의 외피를 입을 때 비로소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하여 우리는 “입술이 닳도록” 당신의 “이름”을 당신의 “귓속에 속삭”이는 것이다. 이현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수록. <오민석 시인·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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