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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윤덕 선생을 추모하여
김영수(연변대 조선학국학원 원장)
여러분:
2009년 5월 4일 오후 6시 경에 우리 연변대학교의 우수한 교수이며 저명한 문예비평가인 임윤덕 선생이 향년 76세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임윤덕 선생의 서거는 우리 연변대학교와 연변문단의 크나큰 손실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는 연변대학교 조선한국학원 전체 교직공과 학생들을 대표하여 깊은 추모의 마음을 전함과 아울러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선생은 음력으로 1933년 3월 14일 용정 로투구의 산골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출생하였습니다. 선생네 가족은 일제치하의 어수선한 시국을 피해 길림지역에 있는 연통산으로 이사를 갔고 1938년에는 다시 녕안현 황기촌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여기서 선생은 아버지와 형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면서 1945년 소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선생은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열 네 살 때 어머니를 사별하고 무진 고생을 겪으며 자랐으나 남다른 총명과 노력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1947년 9월 신민주주의 청년단에 가입하고 녕안중학교와 목단강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연변변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고급중학교 때부터 문학을 사랑한 선생은 연변대학교 조문학부 시절 고금중외의 문학작품들을 널리 독파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1955년 연변대학교 조교로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선생은 조교시절부터 문학리론을 깊이 공부해 <문학개론>, <모택동문예사상> 등 학과목을 강의하였으며 1963년 전임강사로 되고 1965년 9월부터 1년간 학생들을 인솔해 가지고 안도현 석문공사에 가서 농촌사회주의교양운동에 참가하였고 1966년 5월 영광스럽게 중국공산당에 가입하였습니다. “문화대혁명” 때 많은 고생을 하던 선생은 1970년 1월 부인과 철없는 자식들을 데리고 화룡현 룡수평에 내려가 농사를 지었고 선후로 화룡제3중학교 교원, 룡수평중학교 교장, 두도구중학교 교원 등으로 전전하면서 9년 동안이나 농촌의 우리민족 기초교육을 살리기 위해 그야말로 소 갈 데 말 갈 데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선생은 1979년 봄에야 오매에도 그리던 연변대학교에 복귀해 교단에 설 수 있었고 빼앗긴 시간을 되찾으려고 전국의 문학이론 관련 학술회의에 부지런히 다니셨습니다. 선생은 1982년 9월 상해 복단대학교에 가서 중국의 저명한 미학가 장공양 교수의 문하에서 연수를 하였으며 <문예와 정치의 관계를 논함> 등 우수한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1985년 부교수로, 1993년 정교수로 되었습니다. 1986년부터는 조선문학 석사생들을 지도하였고 1987년부터는 조선문학 박사생들에게 <문예미학방법론> 등 학과목을 강의하였습니다. 1993년 5월 정년 한 후에도 1997년까지 교단을 떠나지 않았으며 특히 2000년 방광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연구와 집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임교수는 어질고 정직한 성품을 지닌 선비입니다. 선생은 동료들의 농담을 잘 받고 주변의 인간들에게 언제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을 쏟았으며 평생 세속의 권세와 이익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일편단심 안빈낙도의 신념으로 교육자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하지만 학계의 원리원칙이나 문단의 시시비비에는 언제나 자기의 소신을 가지고 진리를 견지하고 비정과 비리와 싸우면서 강직불아(剛直不阿)의 인격적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임교수님은 저작등신(著作等身)의 학술성과를 쌓은 분도 아니고 평생 학부장 한 번 해보지 못했지만 학문을 사랑하고 평생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부지런히 글을 쓰셨습니다. 선생은 글재주보다 말재주가 뛰어난 분으로서, 언제나 제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을 지니고 교수에 임하였고 심오한 미학과 문학의 원리들을 언제나 부드럽고 생동하고 조리정연하게 강의해서 제자들의 깊은 신뢰와 존경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정년을 하신 후에는 물론, 병환에 계시는 동안에도 새로운 문예학이론을 널리 수렴하시고 문단의 쟁명에도 분명히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이제 선생은 가셨으나 선생께서 남기신 <문학개론>, <20세기서방문예리론>과 같은 교과서는 의연히 우리 대학교의 교과서로 이용될 것이며 선생의 지고지선(至高至善)의 학문적 열정과 강직불아, 안빈낙도의 선비정신은 영원히 우리 후학들의 귀감이 될 것입니다.
고 임윤덕 선생이여, 고이 잠드시라!
-2009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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