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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란강>> 제5부 <<그 길로 갈수 없다>>를 읽고
/ 우상렬, 김호웅, 김관웅
<<그 길로 갈수 없다>>(<그 길>로 약함)는 우리에게 신선한 감을 줍니다. 우리 조선족 농촌에서 합작화로 나간 역사적 과정을 우리 조선족문학사에서는 처음으로 대하소설이라는 큰 스케일로 다루고자 하였기 때문입니다. 노익장의 기개로 민족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이 재제에 임한 점, 충분히 긍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래와 같은 점은 별로 신선한 감을 주지 않았습니다. 黨적 인물, 高, 大, 全식의 김철산과 그를 비롯한 선진인물 대 적대인물, 그리고 이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중간인물로 짜여진 인물구도 및 관계설정은 1950년대 중국문단에서 柳靑의 <<創業史>>를 비롯한 농업합작화를 다룬 소설의 고루한 기본 패턴을 번복하고 있습니다. 李準의 단편 <<不能走那條路>>과는 제목도 꼭 같습니다.
<<그 길>>은 초창기 조선족 농민들의 합작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합작화=사회주의, 개인영농=자본주의, 물론 당시 시대에서는 官과 民이 모두 그렇게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중국이라는 콘텍스트 속에서 합작화는 역사의 진실입니다. 그런데 <<그 길>>에서는 오늘의 시점에서도 개인영농의 “그 길로 갈수 없”고 합작화의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시점에서 합작사운동을 다시 돌이켜 보면, 이 운동은 수천 년 간 사유제도 형태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의 관습과 토지개혁을 통해 새롭게 토지를 획득했고 그것에 커다란 집착과 가능성을 가졌던 농민대중의 보편적 욕구를 무시함으로써 급진성, 맹목성을 띠게 되었으며 그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야기했습니다.
이러한 운동은 자본주의에 대한 커다란 콤플렉스를 가졌던 소련, 중국, 북한 지도자의 조급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등소평시대에 인민공사제도를 해체하고 다시 개인영농으로 돌아간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합작사운동은 그 아름다운 동기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고급합작사-인민공사로 “발전”하면서 지도층의 주관맹동성에 의해 비극을 잉태합니다. 1958년 “대약진” 및 잇따라 발생한 “3년자연재해”는 이 점을 여실히 말해줍니다. 그래서 우리 당에서도 實事求是의 정신으로 그 점을 착오적이고 부정적인 역사의 한 폐지로 모 박고 있습니다. 그럴진대 <<그 길>>은 “정극(正劇)”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농업합작화의 전반 면모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희극이나 비극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박선석의 “농업합작화” 관련 작품이 긍정을 받는 것은 바로 그 희비극성에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문단의 浩然의 <<艶陽天>>이나 <<金光大道>>가 비판을 받는 것은 역사의 진실을 예술의 진실로 보여주지 못한데 있습니다.
그리고 부대적으로 말씀드리면 <<그 길>>에서는 호조조에도 가장 열성, 합작사에도 가장 열성, 더 나아가 농업대학(그 후의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건설에도 선참으로 나선 우리 조선족의 특성 및 그렇게 될 수 있은 민족적 전통 및 기질 같은 것을 잘 보여주어야 중국 문단의 동류 제재소설과 적어도 변별성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생활모습이나 풍속 및 디테일에 있어서도 아직 민족적 색채가 짙지 못한 감을 줍니다. 한마디로 말하여 “조선족 합작화”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였으면 합니다.
고급합작화 단계에 와서 이 운동의 한계가 드러나고 주인공 김철산이 고뇌와 갈등을 가지게 된다고 하는데 이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상 저희들의 소감을 말씀드렸습니다.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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