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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인의 철학(1)― 무한경쟁시대의 『손자병법』
2011년 04월 27일 14시 45분  조회:1630  추천:48  작성자: 김호웅

한 기업인의 철학(1)― 무한경쟁시대의 『손자병법』

 

김호웅

      

 


    몇 해 전 한국 근대화의 주역들인 정주영, 김우중 회장의 자서전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재욱 회장의  에세이『NOKIA와 영혼을 바꾸다』는 더욱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정주영 회장의『실패는 있어도 시련은 없다』와 김우중 회장의『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혈전 만리를 달려온 노장군의 무용담이라고 한다면 이재욱 회장의 『NOKIA와 영혼을 바꾸다』는 춘추전국시대를 제패한 명재상이 지은 진귀한 병서(兵書)라고 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전자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요, 후자는『손자병법(孫子兵法)』이라 하겠다. 

   『손자병법』에서는 남을 알고 자기를 알면 백전백승한다고 했다. 이재욱 회장은 예리한 국제적 감각과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진 전문경영인 대표이사이다. 그는 세계정세의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나서 오늘의 세계는 무한경쟁시대이며 한국이 나아갈 길에는 위기와 기회가 병존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동북아(東北亞)만 보더라도 일본,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한국을 조여 오고 있다. 특히 연 10% 이상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13억 중국이 커다란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찌 보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궁지에 빠질 형국이다. 하기에 이재욱 회장은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아니 된다”고 경고한다. 그는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기회로 전환시키는 길은 “원래 총명하고 영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신바람을 불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신바람을 불러내는 것”, 그것은 이재욱 회장의 독창적인 신바람의 경영학이다. 그는 구미 선진국의 경영철학을 맹신하지 않는다. 그는 흥과 힘이 절로 나는 사물놀이에서, 전 국민이 일심동체를 이룬 붉은 악마의 열띤 응원에서, IMF가 터졌을 때 집안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금붙이들을 들고 나와 줄을 섰던 국민들의 얼굴에서 신바람의 원형을 발견한다. 말하자면 한국인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하더라도 분명한 목표와 동기부여만 주어진다면 힘이 솟구치는 민족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는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재욱 회장은 신바람을 이끌어내자면 국민에게 확고한 비전과 충분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지도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을 가진 지도자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바꾸어 말하면 신바람 나는 일을 만들고 그것을 신바람 나게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경영자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최고 경영자이다. 그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최고의 CEO의 사표로 내세우면서 회사 구성원들 간의 믿음과 신뢰, 솔직한 대화와 합리적 분배, 부부처럼 친밀한 노사관계의 확립 등으로 회사원의 신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다.

   이재욱 회장은 신바람의 경영학을 내놓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바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꼬집으면서 그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그것들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남성과 대등하게 보장함으로써 그녀들의 사회참여의 폭을 넓힐 문제, 사교육의 팽창 등 현행 교육 제도와 내용을 혁신할 문제, 민족의 장래를 위해 서로 양보하고 힘을 보태 하나로 뭉쳐나갈 문제, 소모적인 저녁식사와 술문화를 바꿀 문제, 위인(偉人)을 많이 만들어 그들의 좋은 점을 본 받을 문제, 정부 측의 강압적인 경제제도를 갱신할 문제 등이다. 일례로 사교육과 입시전쟁은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고 서울과 지역의 격차를 조장하며 서민의 위화감을 증대함으로써 국민의 신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재욱 회장의 에세이는 그의 심오한 경영철학과 함께 한국사회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으되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풍부한 지식, 소박하면서도 기발한 격언과 생동한 비유를 구사해 읽는 이들에게 잔잔한 미소와 함께 큰 깨달음을 선물한다. 이를테면「노사관계는 부부처럼」, 「일을 놀이처럼 하라」, 「일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와 같은 제목은 얼마나 간명하면서도 유머러스한가? 그리고 “마라톤에는 결승점이 있지만 국가 간의 경쟁은 종착역이 없다.” 라는 문장은 무한경쟁시대의 특징을 격언 식으로 쉽게 표현하고 있으며, 경영자는 신뢰와 믿음으로 아래 사람들의 책임감과 창의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도리를 자전거를 타는 일을 가지고 풀이한다― 일단 “자전거가 탄력을 받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달려 나가면 핸들을 그리 꽉 잡지 않아도 된다. 너무 꽉 잡으면 작은 장애물에도 자칫 자전거가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참으로 위트와 유머가 넘쳐 그야말로 읽을수록 신바람 나는 글이다. 

   이재욱 회장의 에세이를 읽노라면 자연 육곡 이이(1953~1584)의 근엄한 눈빛과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율곡 이이가 임진왜란을 앞두고 십만양병(十萬養兵)을 주청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재욱 회장도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진맥하고 전화위복의 지혜로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창출할 수 있는 철학과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니 우리 어찌 옷깃을 여미고 경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애국, 애족의 충정과 행동하는 지성의 슬기와 지혜가 깃들어는 이재욱 회장의 “병서(兵書)”를 깊이 깨치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실천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이 무한경쟁시대에서도 영원히 불패의 기반(基盤)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한국 독자들의 일독(一讀)을 권유함과 아울러 이 귀중한 에세이집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중국, 일본, 러시아에 살고 있는 해외동포들이 민족적 정체성을 되찾고 민족적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계기로, 한국을 둘러싸고 있는 동북아 3국이 한국인의 무궁무진한 저력을 알 수 있는 계기로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04년 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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