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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인의 철학(2)
― 우리의 부끄러운 술문화, 이젠 바꿀 때가 되었다
김호웅
NOKIA tmc 이재욱 회장은 20년 간 기업을 100배 성장시키는 경영신화를 창조한 한국의 근대화의 주역이다. 그는 우리 민족의 새로운 비전과 도약을 위해 산업현장에서 갈고 닦은 자신의 독창적인 경영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함과 아울러 우리 문화의 여러 가지 병폐를 두고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특히 그는 한국 술문화의 폐단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술문화를 창출하기 위한 국민운동을 벌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참으로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요즘의 한국은 말 그대로 술 권하는 사회다. 최근 발간된『한국 사람들』이란 책을 보면 1995년 한국의 성인 남자는 한 달에 평균 열두 번, 여자는 여섯 번 정도로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 국세청 조사에 의하면 1997년도 한 해 동안 음주 인구 1인당 소주 120병, 맥주 204병, 위스키 1병, 막걸리 12통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지지 않는 음주량이다.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더 있다. 모 그룹에서 최근에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달 술값과 책값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한 달 술값이 책값의 열 배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고, 술자리를 1차로 끝내는 사람은 1/3 정도에 그쳤고 나머지는 2~3차까지 간다고 답했다.
음주 차수가 많고 양이 많은 것만큼 한국인의 음주 문화 또한 독특하다. 한번 마시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폭음문화, 상대방과 보조를 같이하면서 술을 마셔야만 예의로 인정되는 대작문화, 그 외에도 비위생적인 “술잔 돌리기”와 야만적인 “폭탄주” 개발 등으로 한국인은 지구상 유례없는 독특한 술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술문화는 대학 캠퍼스까지 침투되어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3월에는 이른바 신고식이라는 명분으로 술맛도 모르는 새파란 생도들에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하여 그들을 무리로 쓰러뜨리는 참극을 빚어내기도 한다.
이러한 한국의 술문화는 중국의 조선족사회에도 전파되어 악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지적해야 하겠다. 중국동포는 경제적 여건이 나빴던 관계도 있었지만 보통 술을 명절에나 마시는 줄로 알았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인, 관광객들이 연변에 들어오고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에 드나들면서 연변을 비롯한 조선족 사회에도 1차는 술집에서, 2차는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에서, 3차는 양고기뀀집이나 사우나에서 코가 비뚤어지게 술을 마시는 문화가 정착했다. 요즘 연변에서도 흥이 나면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풍조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재욱 회장은 NOKIA tmc를 키우기 위해 18년간 1,000회 이상 비행기를 타고 300만 마일 이상 출장을 다니면서 쌓은 귀중한 외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접대문화의 병폐를 더욱 깊이 있게 파헤친다. “한국인들은 중요한 비즈니스를 처리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한 후 좋은 요정이나 룸살롱 등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이 보통이다. 문제는 술을 고주망태가 될 정도로 많이 마시는 데 있고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술을 술맛이나 그 술의 풍토문화도 잘 모르면서 과음하는 데 있다.” 이어서 이재욱 회장은 “국력도 그리 강하지 않고 어려움도 많이 예상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의 술문화는 망국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참으로 언중유골의 충언이 아닐 수 없다. 자고로 과음을 해서 일신을 망치고 주색잡기로 나라마저 망친 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한국인들은 피와 땀으로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재욱 회장의 말대로 아직 “샴페인을 터뜨려서는 안 된다.” 한국은 아직도 분단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포위 속에 있다. 특히 한국의 옆에서 잠자던 사자와 같던 거대국가 중국이 급성장해 13억 중국인들이 몰려오는 이 마당에 취생몽사, 술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이재욱 회장이 지적한 대로 “오천년 우리 역사에서 사실 제대로 먹고 좀 풍요롭게 산 것이 고작 한 이십여 년 남짓한 데 이대로 가다가는 아주 낙관적으로 봐서 10여 년, 나쁘게 보면 한 5년 안에 다시 옛날과 같이 중국에 의지하는 어려웠던 시절로 돌아갈지 모른다. 베짱이와 개미의 얘기가 우리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지적이며 적절한 비유인가?
물론 이재욱 회장도 술을 완전히 끊으라고 권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저녁식사와 함께 적당하게 즐기는 음주는 직장인들, 친구들, 관련기관의 사람들 사이에 마음을 터놓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설적이며 재충전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술을 섬멸해야 할 적군 정도로 생각하고 폭음이나 과음을 하는 습성은 분명 버려야 할 우리의 나뿐 습관”이라고 꼬집어 지적한다.
이는 애국, 애족의 불같은 마음을 가지고 한평생 한국의 근대화를 위해 뛰어온 걸출한 경영인 충언이니, 이제 우리 모두 술문화 바꾸기 운동에 동참해서 술은 드물게, 적게 마시고 1차로 끝냄과 아울러 술자리를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즐겁고 우아한 장소로 만들어가자. 그리고 즐겁고 품위 있는 술자리에서 충전한 열과 빛을 내일의 사업에 쏟아 붓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우리 사회를 밝아지게 하고 한국의 총체적인 국력을 늘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연변일보』, 2004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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