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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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마음이 노예가 된 인간들
2006년 01월 23일 00시 00분  조회:3778  추천:46  작성자: 김관웅
☆신작우화☆

마음이 노예가 된 인간들

김 관 웅


100년에 있으나 마나한 큰 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600여 호 되는 한 마을에는 집 한 채도 쌀 한 톨도 남김 없이 몽땅 큰물에 씩쓸이를 당했다.

국제적십자 기구에서는 텐트, 식량, 의료기구와 약품 등 극히 제한된 구호물자를 공수(空輸)를 통해 이 마을에 무상으로 지원해 주었다.

이 마을의 촌장과 몇몇 촌민위원회의 간부들이 이 구호물자들을 골고루 분배해준다는 명분으로 몽땅 차지하였다. 물론 소학교의 복학(復學) 위해 텐트 몇 개를 내놓기는 했다.

이러구러 여름,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닥쳐 왔지만 촌장 주위의 몇몇 간부들만 텐트 안에서 밥을 끓여 먹고 감기가 걸리면 감기약을 먹으면서 편안하게 지냈다. 국제적십자기구에서는 자기들이 보내준 구호물자들을 어떻게 분배했는가 찾아와서 실사를 하는 것도 아니니 뒤가 쫄리지도 않았다.

600여 호의 촌민들은 여전히 추운 한지(寒地)에서 거적을 치고 살면서 초근목피로 연명하였지만 누구하나 왜 구호물자들은 우리들한테 분배를 해주지 않고 너희들만 텐트 안에서 구호식량을 먹고 구호약품을 쓰면서 편안하게 지내느냐고 따지고 드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일부 굶주린 촌민들 중 개별적인 약삭빠른 이들은 텐트 안을 기웃거리다가 그안에서 풍겨 나오는 구수한 밥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여 기신기신 텐트 안에 들어가서 촌장한테 아첨하면서 턱찌끼나 얻어먹곤 했다. 그러고는 촌장의 지지와 옹호자들이 되여 뒤구석에서 투덜거리는 일부 불평객을 무마하는 선무(宣撫)공작대원으로 탈바꿈하곤 하였다.

이런 선무공작대원으로 된 인간들은 달갑게 노복으로 되려하는 인간 쓰레기들이고 불평이 있어도 감히 불평을 부리지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파금 옹의 말을 빈다면 마음이 노예가 된 인간들이다. 이른바 <마음이 노예로 된 사람>이란 몸은 노예로부터 풀려난지 오래지만 심리적으로는 여전히 노예근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일컬은 말이다.


21세기의 오늘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시골의 무지렁이 사회만이 아니라 시대의 량심과 지혜들이 운집해있다는 지성인 사회에도 이런 <마음이 노예가 된 인간들>이 가득하다.

오호라, 노예사회가 지나 간지도 몇 천 년이 지났건만 노예근성은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깊이깊이 뿌리를 내렸구나!!!

2006년 1월 23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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