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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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남의 집 잔치에 가서는
2006년 02월 13일 00시 00분  조회:3564  추천:61  작성자: 김관웅
☆단상☆

남의 집 잔치에 가서는····

김 관 웅


남의 집 잔치에 가서는 조용히 구경이나 하다가 떡이나 먹고 오면 된다. 그런데 자기가 손님임을 망각하고 남의 집 잔치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한다면 그건 싱거운 짓이다. 자칫하다가는 떡도 못 얻어먹고 빈축만 사게 된다.

개의 직분은 집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직분까지도 맡아서 쥐잡이까지 하다가는 자칫 장독이나 쌀독을 깨여 주인의 부지깽이에 얻어맞을 수도 있다. 고생을 하고도 고맙다는 소리커녕 물매만 맞아대기 십상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천하를 자기의 소임으로 여기라(天下爲己任)》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또 《그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 정치를 도모하지 않는다(不在其位, 不謀其政)》는 고훈(古訓)도 있다. 정치에 참여하더라도 자기 분수에 맞게 정치참여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임금이 할 말이 있고, 정승이 할 말이 있고, 대신이 할 말이 있고, 민초들이 할 말이 각 각 따로 있는 법이다. 정승이 임금의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대신이 정승이 할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민초들이 대신이 할 말을 해서도 안 되는 법이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횡설수설 입방아를 찧다가는 기필코 그 《입덕》을 입어 경하면 정배를 가고 중하면 목을 잘릴 수도 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는 자기 분수를 모르고 설쳐대는 친구들이 심심찮게 눈에 뜨인다. 자기 집 일도 코 막고 답답한데 남의 집 대(大) 정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면서 남의 집 정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남의 집 대 정치 때문에 저희들끼리 밀고, 공격 등 각가지 비루한 작태를 다 보이면서 물고 뜯는 니전투구의 혼전을 벌리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짓거리이다.

병술 년부터는 다들 자기 집 앞의 일이나 착실히 해가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술년부터는 다들 남의 집 잔치에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망발들은 좀 작작 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술년부터는 다들 쥐잡이 나선 개처럼 싱거운 짓거리들을 좀 작작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술년 2월 10일 자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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