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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하이에나(hyaena)
김 관 웅 연변대학 교수
로신의 산문집 『화개집(華蓋集)』에는 「전사와 파리」라는 유명한 수필이 있다. 아주 짧으니 아래에 옮겨 보기로 하자.
“Schopenhauer는 이런 말을 한적 있다. 사람의 위대함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정신상의 위대함과 체격상의 위대함의 법칙은 완전히 상반된다. 후자의 거리는 멀수록 작아지지만 전자는 오리려 거리가 멀수록 커진다.
바로 가까울수록 작아지기에 거리가 가깝게 되면 결점이나 상처가 자욱이 더욱 분명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므로 그네들도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신도(神道)가 아니고, 요괴가 아니고, 이상한 짐승이 아니다. 그네들도 의연히 사람이다. 다만 이러할 따름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하기에 그네들은 위대한 인간이다.
전사가 전쟁터에서 죽게 되면 파리떼들이 제일 먼저 발견하게 되는 것은 결점과 상처이다. 파리들은 그 결점과 상처를 맴돌고 윙윙거리면서 득의양양해 한다. 마치도 자기네들이 죽은 전사보다 더 영웅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전사들은 이미 죽었기에 달려드는 파리떼들을 쫓아내지 못한다. 이렇게 되니 파리떼들은 더욱 기승스럽게 윙윙거리면서 스스로 자기네들의 소리가 불후하다고 여긴다. 그것은 자기네들은 그 완전함에 있어서는 전사들보다 월등하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구도 파리들한테서 결점과 상처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결점이 있는 전사는 필경은 전사이지만 완미한 파리는 필경은 파리에 불과한 것이다.
가거라, 파리들아! 네놈들은 비록 날개가 달렸고 윙윙거리기도 하지만 절대 전사를 초과하지는 못한다. 이 더러운 버러지들아!”
요즘은 인터텍스튜얼리-호문성(互文性)이 강조되는 시대이니 상기 로신의 수필을 본떠서 아래에 다음과 같은 사족(蛇足)을 붙여보기로 하자.
아프리카 열대초원에는 사자와 하이에나(hyaena)라는 동물이 살고 있다. 사자는 절대 썩은 고기를 나 죽은 시체는 먹지 않지만 개과에 속하는 초원의 청소부로 불리는 하이에나의 거의 대부분의 먹거리가 바로 썩은 고기나 죽은 시체이다.
백수의 왕인 사자가 죽게 되어도 예외 없이 하이에나의 밥이 되여 하이에나 무리들에게 갈기갈기 뜯기게 되는 법이다.
이 정글의 법칙이 인간 세상에도 통하는 법인가 보다.
지난 번 문인들의 한 모임에서 나는 우리문단의 “죽은 사자 한 마리”를 “하이에나 무리”들이 갈기갈기 뜯어먹을 잡도리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러나 죽은 사자가 아무리 산 하이에나 무리들에게 뜯겨도 사자는 사자고 하이에나는 하이에나이다.
하늘에서 날던 수리개가 상처를 입고 땅에 떨어져서 구렁이의 밥이 된다고 해도 수리개는 여전히 수리개이고 구렁이는 여전히 구렁이인 법이다.
나폴레옹이 꺼꾸러지자 구라파의 봉건세력들이 날뛰던 19세기 10년대의 유럽의 정치상황을 지켜보면서 영국의 낭만파시인인 바이런은 『차일드 하럴드의 편력기』라는 장시(長詩)에서 “사자가 꺼꾸러지니 늑대들이 살판을 친다”고 개탄한 적 있다.
그날 나는 바이런 같은 기분이 되었다.
2007년 9월 4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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