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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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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보이니(1)
2013년 08월 11일 19시 23분  조회:1297  추천:0  작성자: 김영해
소리가 보이니?
 
김영해
 
1
우웩!
토악질이 날려고 했다. 웬 앙큼한 녀석이 변기밖에 덩치 큰 놈을 보란듯이 싸질러 놓았다. 변기에서 새여나온 물에 적당히 퍼질러져 막 주위로 흩어지고있는 상당히 고약한 상태였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그것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일순 위속으로부터 내용물이 욱하고 올리밀었던것이였다.
에이!
투덜거리며 비자루로 쓸어서  변기에 밀어넣었다. 더럽다고 투덜대며 어물거릴 새가 없었다. 변기청소를 끝내고 변기주위와 바닥의 타일까지 말끔히 닦아내려면 아직도 시간이 어지간히 걸려야 했다. 서둘러 허리를 굽히고 변기의 물을 내렸다.
어어!
변기의 물을 내리는 찰나 나는 풀쩍 뛰며 비자루를 팽개치고 나와버렸다. 변기에서 내리는 물이 쏟아지는 힘을 못이기며 우로 튕겼고 그 서슬에 미처 변기로 빠져나가지 못한 오물들이 물방울과 함께 가차없이 내 얼굴에 튕겼던것이다.
화장실밖 위생실에 걸린 거울에서 누런 똥물이 튕긴 얼굴을 확인하는 찰나 나는 발을 탕탕 구르며 씩씩거렸다. 어디선가부터 밀려오는 화를 어디로 분출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릴 때 였다.
자그마한 손이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신경질적으로 손을 탁 털며 머리를 홱 돌려보니 아들애였다.
왜?
나는 아들애의 입을 빤히 쳐다보았다.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들애의 얼굴빛이 빠르게 어두워지고있었다. 나는 가슴이 철렁 했다. 아니나다를가 아들애는 대답도 않은채 눈을 내리깔고 쌩 나가버렸다.
현이야~
이름을 부르며 쫓아나갔지만 아들애는 어느새 저만치서 머리도 돌리지 않은채 잰걸음을 치고있었다. 나는 그자리에 굳어진채 아들애의 자그마한 등이 달싹이며 멀어지는 모습을 이윽토록 지켜보고서있었다……
 
2
물통을 엎지르기도 하고 비자루를 떨어뜨리기도 하면서 평소보다 곱절이나 되는 시간을 거쳐 겨우 청소를 끝내고 접수실로 오니 아무도 없었다.
늘 그랬다. 접수실에서 우편물을 받아서 분류하여 각 교연실의 우체통에 넣어주는 일이 고작인 박선생은 자기의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법이 별로 없었다. 나이가 쉰둘인 박선생은 요추간탈출로 신체가 안좋다며3년째 교수일선에서 물러나 이제나 저제나 하고 퇴직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다. 우편물이 오는 시간은 늘 일정했다. 택배나 잡지는 점심 12시쯤이면 도착했고 신문은 오후 2시쯤이면 도착했다. 하여 박선생은 그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늘쌍 다른 사무실들을 들락거리며 시간을 때우기가 일쑤였고 그러지 않는 시간이면 티비를 켜놓고 한국드라마에만 매달려있었다. 보매 내 눈에는 전교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 박선생이였다. 공부하는 학생들보다도 더 편해보였다. 하지만 그건 내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였고 그가 뭘하든 내게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우리는 동료도 아니였고 그저 한 공간을 같이 리용하는 딱히 무슨 사이라고 찍어 말할수도 없고 또 아무사이도 아니라고 해서 각자 살아가는데 티끌만치도 영향주지도 않는 그런 사이였다. 내가 여기서 청소부일을 하는지도 꼬박 2년째이지만 우리 둘사이에는 서로 이렇다할 마찰이 없었다. 마찰이 없다는것은 느끼기에 따라서 사이가 좋거나 아니면 사이가 소원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서로가 접수실에 있든 없든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상대방이 없어도 일이 있어서 나갔으려니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출근할 적에 어쩌다 책상에 마주앉아 돋보기를 걸고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더니 또 다른 사무실에 놀러 간 모양이였다. 안그래도 혼자 있고싶었는데 잘 됐다싶어하며 나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연히 심호흡을 하며 책상에 엎드렸다.
갑자기 울고싶어졌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느닷없이 머리속에 커다란 의문부호가 떠올랐다. 헌데 그 의문부호에 마침표를 찍어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애땜에? 남편땜에?......그냥 먹고 살기 위해서?
답안 대신 공연히 의문부호가 줄줄이 떠오르며 머리속이 번잡해지고있었다. 막 머리가 아파지려 했다. 뭔가 복잡한것을 생각하기가 딱 질색이였다. 나는 급기야 허리를 펴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생각을 털어버리고싶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꾹꾹 눌렀다.
-영미야, 나 기분이 안 좋아.
-왜?  무슨 일 있나보구나.
-재수없게 청소하다가 얼굴에 똥물이 튕겼어. 지랄맞게.
-저런~ 기분 더러웠겠다.
-그때문만이 아니야. 그 모습을 우리 현이가 봤지 뭐니.
-아이 참, 어쩌다가?
-마침 화장실에 있었나봐. 난 그 애가 있는줄을 몰랐었고. 화장실에 칸에 그렇게 많은데 면바로 걔가 그 시간대에 거기 있을줄을 내가 어떻게 알았겠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잔뜩 토라져서 불렀는데도 대답도 안하고 가더라. 등을 보이면서.
-쪼꼬만 녀석이 왜 그런대? 가만히 보니 현이는 나이에 안 어울리게 심각한 구석이 있더라.
-몰라. 애가 이제 날 싫어하겠지? 날 부끄럽게 생각할지도 몰라. 난 그게 걱정이다. 자식이 부끄러워하는 부모—너무 한심하지 않니?
-안그럴거야. 아직 어려서 뭔가 리해되지 않는것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언젠가는 널 리해할거다.
-글쎄 그랬으면 좋으련만……
영미와의 대화를 끝내고도 내 마음은 개운하지가 않았다. 내 눈앞에서는 자꾸 아들애의 자그마한 등이 달싹이며 멀어져가고있었다. 나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한창 수업중일 시간이였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들애가 걱정되여서 그대로 앉아있을수가 없었다.
아들애의 교실앞에 이른 나는 슬금슬금 교실뒤문으로 다가갔다. 발뒤꿈치를 들고 뒤문유리로 교실안을 들여다보았다. 애들이 한창 뭔가를 쓰고있었다. 똑같은 교복들을 입고있었지만 나는 한눈에 아들애의 조그마한 잔등을 알아보았다. 아들애도 똑바로 앉아 뭔가를 열심히 쓰고있었다. 멍해 창밖만 바라보고앉았을가봐 걱정했던 아들애의 모습이 아니여서 안도의 숨이 나왔다. 아무래도 열한살은 기분전환이 빠른 나이인가보다. 다시 발걸음을 가볍게 옮겨놓으며 접수실에 돌아와보니 박선생이 어느새 돌아와 티비를 보고있었다. 박선생은 문을 떼고 들어서는 나를 보자 예나다름없이 사람좋게 벌씬 웃어주었다.
“청소 끝났나보네.”
“네.”
나도 히죽 웃어주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나는 책상밑에 세워놓은 종이가방에서 십자수천과 색실 한뭉테기를 꺼냈다. 전면청소는 끝냈으니 이제 휴식시간마다 가끔 어지러워지는대로 밀걸레로 닦아내면 되였기에 한숨 돌리면서 수놓이를 할수가 있었다. 청소하는 여가에 내가 짬짬이 할수 있는 소일거리치고는 십자수가 제격이였다. 아무때든 쉽게 손에 쥐고 놓을수가 있었고 갖가지 색실을 꿴 바늘로 천을 찔러 도안을 수놓아가는 동안이면 오로지 눈과 손끝에만 정신이 몰두되면서 온갖 잡다한 근심거리들이 잊혀져있어 좋았고 십자수가 한점씩 완성될 때마다 그것을 팔아 돈을 벌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더 좋았다. 아무래도 아침청소때의 기분나쁜 일을 빨리 잊으려면 오늘도 십자수에 매달려있는게 상책일것 같았다.
 
3
선생님은 야단치지 말고 잘 타일러보라며 안스러운 눈길로 아들애를 한번 더 바라보고는 수업하러 가버렸다.
내 앞에 버티고 선 아들애는 눈을 내리깐채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손으로 아들애의 두 어깨를 잡고 아들애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왜 싸웠는데?”
나는 조심조심 물었다. 아들애는 입을 쀼죽 내밀고 고개를 옆으로 탈았다. 대화를 거부하는 상태였다.
“말을 해야 수업하러 들어갈게 아니니?”
아들애의 작은 입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꼭 닫겨져있었다.
“네가 싸우면 엄마가 속상해. 알지?”
아들애는 고개를 탄 채로 눈을 들어 나를 피끗 쳐다보았다. 갑자기 아들애는 급히 수화를 해댔다.
--엄마, 말하지 마. 엄마 뒤에서 박선생님이 웃어.
나는 몸을 돌렸다. 박선생이 급히 입으로 손을 가리고 허둥거리는 눈길을 티비쪽에 돌리고있었다.
--엄마가 말하면 발음이 이상해. 그래서 남들이 웃어.
아들애는 여전히 수화를 하고있었다.
--엄만 이제 말을 하지 말아. 엄만 벙어리잖아.
벙어리?
갑자기 된방망이에 얻어맞은듯 머리가 뗑해났다. 번연한 장애인호칭을 아들애한테서 들은것인데 일순 당황스럽다니?
--엄마가 벙어리인걸 남들이 다 아는데 왜 꼭 말을 해야 해? 것두 이상한 소릴 내면서. 수화를 해. 엄만 그거 잘하잖아. 나도 할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엄마가 수화를 하면 못알아듣잖아. 엄마는 다른 사람들이 엄마 말을 알아들으라고 말을 하는거야. 발음이 이상한건 어쩔수 없어. 엄마가 들을수 없으니까 어떻게 틀렸는지 알수가 없는거잖아. 엄만 그냥 느낌으로, 입모양으로 말하니까 그럴수밖에 없어.
나도 수화를 했다. 우리 모자의 대화를 굳이 박선생이 듣게 하고싶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지 마. 난 엄마 말소리가 듣기 싫어.
아들애의 코가 세차게 발름거리고있었다. 녀석이 몹시 화났을 때의 표정이였다.
--오늘도 엄마땜에 싸웠어. 친구들이 놀리잖아. “니네 엄마 벙어리 맞니? 말을 하는데 왜 벙어리니? 혹시 우리 학교에서 일하려고 일부러 벙어리인척 하는거지? 근데 발음이 그런걸 봐선 혀가 짧은건 아니니?” 애들이 이러면서 놀렸단 말이야. 나보고 막 혀를 내밀어보래. 혀가 짧은지 긴지 본다구. 그래서 내가 확 때려줬어.
--그래도 친구를 때리면 안되잖아. 사이좋게  지내야 착한 학생이지. 우리 현이가 얼마나 착한데.
--평소에도 엄마가 지나가면 뒤에서 놀리던 애들이였어. 내가 엄마 대신 때려준거야. 엄만 못듣잖아. 누구라도 엄마와 등 돌리고 서있으면 욕을 해도 못듣잖아.
등을 돌리면 못들어?
나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아들애가 내가 등짝만 바라보고있으면 온전한 벙어리가 된다는것을 알고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현이야, 엄마는 그래도 괜찮아. 그러니까 엄마땜에 싸우지 말아. 엄마는……
“엄만 엄마 맘대로만 해! 나도 내 맘대로 할거야!”
아들애는 힘을 주어 또박또박 내뱉고는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나는 쫓아나갈것을 잊은채 한참이나 아들애가 나간 문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어느새 박선생이 다가와서 내 팔을 끄당겨 의자에 앉혀주었다.
“애들이 어릴 땐 싸우기도 하고 그런거지 뭐. 좀 지나면 금방 다시 친해서 웃고 떠들거니까 넘 걱정하지 마.”
박선생이 어수선하게 손짓 발짓을 하며 날 바라봤다. 잡티가 얄포롬하게 깔려있고 잔주름이 지기 시작한 마른 얼굴에 근심 한올 실려있지 않고 덤덤했다.
“네.”
난 억지로 입귀를 들어올려 웃어보였다.
 
4
집에 돌아와서도 아들애의 표정은 어두웠다. 미간은 살짝 찌프려져있었고 고집스럽게 꼭 다문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아들애는 나와 눈길을 마주칠려고 하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되니 주방쪽을 힐끔거리다가 밥상이 차려지자 내가 부르기도전에 저절로 들어와서 밥을 먹었고 숟가락을 놓기 바쁘게 자기 방에 들어박혀 숙제공부를 하였다. 집에만 들어오면 티비앞에 죽치고 앉아 무엇을 하든 내가 두세번씩 독촉을 해서야 마지못해 움직이던 아들애가 아니였다. 아들애는 내게 조그마한 등짝을 보이며 내가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을 보란듯이 완전히 해소해버리고 있었다. 열한살내기가 거부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제법이였다. 활동그림처럼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아들애를 보며 내 마음은 무엇인가에 아작아작 귀퉁이가 먹혀져나가며 은근한 아픔이 몸 전체에 서서히 퍼지고있었다. 나때문에 아들애가 상처를 입는다고 생각하니 내가 아들애의 엄마로 된것이 옳은 일이였던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어쩜 한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정상인처럼 살고싶었던 내 욕심이 아들애의 행복을 희생으로 하지 않는가 싶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장애인부모를 가진 아들애는 자기에게 쏟아지는 색다른 눈빛들을 지금이나 앞으로나 견디기 힘들것이 아닌가?
그러고보니 어쩜 영미의 선택이 명지한것이였던것 같기도 했다. 영미는 롱아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였다. 어릴 때 뇌막염을 앓고 청력을 잃은 나와는 달리 영미는 선천적으로 와우가 없어 전혀 소리란 뭔지를 몰랐다. 영미는 자기의 청각장애가 유전될지도 모르고 설사 유전이 되지 않더라도 장애인부모는 자식의 짐이 될지도 모른다며 아예 독신을 고집했다. 그런 영미가 아들애가 나보고 말을 하지 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가싶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꾹꾹 눌렀다.
-나 아무래도 온전한 벙어리가 되여야 할것 같아.
-갑자기 무슨 소리니?
-울 현이가 나보고 말을 하지 말래.
-걔는 왜 그런다니? 듣지 못한다고 말까지 하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내 발음이 이상해서 친구들이 웃는단다. 오늘 그것때문에 자기 반의 애를 때렸어. 애들이 평소에도 내가 지나가면 뒤에서 놀린다잖아.
-세상에~ 혹 그 녀석이 평소에 자기 엄마가 벙어리라는것때문에 상처 받은건 아니라니?
-받았을거야. 안그러면 그렇게 애들과 싸울 애가 아닌걸 너도 알잖아. 현이는 워낙 자길 건드리지 않으면 먼저 남을 골탕먹이는 일이 없는 애야.
-그야 나도 알지. 어려도 얼마나 똑 부러진 앤데. 근데 그럼 넌 어쩌니? 말을 안하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 주위에 같이 수화를 할 사람이 있는것도 아닌데. 정말 말을 안할거야?
-모르겠어. 현이의 의사를 무시할수도 없고.
-너두 참 세상 살기 힘들다~  현이가 금방 입학했을 때는 네가 현이때문에 수화를 안하고 살았잖냐. 담임선생님이 현이가 습관이 돼서 친구들과도 수화를 할려고 해서 애들이 놀린다고. 현이때문에 손에 익은 수화를 안하고 듣지도 못하면서 힘들게 말을 한건데말이다. 발음을 좀더 정확하게 할려고 네가 거울을 보며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했는지 내가 아는데……
-후~ 어쩌겠니? 듣지 못하니까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발음은 늘 어눌하고. 좀만 대충 하면 남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눈만 껌벅이고. 에이~ 그따위로 하는 말 안한다고 뭐 서운할것도 없지. 금쪽같은 현이에 비하면.
-난 그래도 네가 부러웠어. 소리를 전혀 들은적이 없어 말을 배울 엄두도 못내는 나에 비하면 넌 얼마나 대단하니? 넌 그래도 남들의 입모양을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가 있고 어눌한 발음으로라도 말을 하니까 정상인들과의 소통이 조금은 되지만 난 전혀 아니잖아.
-그게 뭐 소용있니? 현이 말처럼 그들이 등만 돌리면 난 여전히 벙어린데.
-어머~ 현이가 그래? 등돌리면 못듣는다구? 야참, 현이가 정말 나이또래보다 훨씬 조숙하나 봐..
-아무래도 가난한 집 애들이 일찍 철이 드는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가 봐. 넌 좋겠다. 혼자니까 나같은 고민은 없을거니까.
-그야 그렇지만 각자 행복은 따로 있는거야. 네가 현이때문에 힘들고 현이도 너때문에 상처받지만 나중엔 그래도 서로 보듬어줄수 있는 가족이 있어 서로 위로가 될거야. 난 지금은 홀가분하지만 아마 나중엔 쓸쓸할걸. 그러니까 니가 장애인부모라고 너무 자책하지 마. 아들애의 엄마가 된것도 후회하거나 미안해하지 말아. 알았지?
-그렇지만……
영미와의 대화를 끝냈을 무렵 손가락마디가 뻐근해났다. 버튼을 눌러 메시지를 쓰는것도 쉽지만은 않다는것을 매번 긴 대화가 끝날 적마다 느끼는 일이였다. 하지만 핸드폰이 내게 필요한 리유는 그뿐이였고 또 난 그때문에 눈앞에 있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것에 한없이 감사할 따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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