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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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의미를 되새기며
2012년 02월 16일 15시 42분  조회:2492  추천:13  작성자: 김명록
외지에 있는 아들이 이번 음력설에 일이 바빠 집에는 못온다며 메일로 인사말과 함게 올 설을 계기로 꼭 술을 적게 마시라는  부탁을 해왔다. 

나는 원래 술재간이 없었다. 어찌다 술을 마시면 토하가 일쑤다. 오죽하면 내가 술마시고 집에 돌아오면 서너살 된 아들이"아버지 세수대야를 가져오랍니까?"고 물어보았을까.

내가 술을 마시게 된것은 방송국 기자부에서 광고부로 건너간 후부터이다. 술 한두잔에 광고수입이 몇천원 지어 몇만원이 드나들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화장실에 가서 토할지언정 또 술을 마시군 했다. 반면 담배는 멀리했다. 대학다니는 아들한테 금연하라고 하니 아들은"아버지가 술을 끊으면 담배를 끊겠다."는 조건부를 내걸었다. 아들의 말에 고깝고 괘씸했지만 서로간 끊을수 없는 처지여서 처음으로 한 아들과의 약속이 무산되고말았다.

  실상 연변에서 완전 금주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생일,환갑,결혼식이 매일이다싶이 있고 명절이 끼이고 장례식에도 참가하다보면 술상과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이 어제인가 싶었는데 벌써 손자의 첫돌생일에 참가해"빛을 내달라"고 청첩이 날아오니...나무는 고요히 서있으려 하나 바람이 잦질 않는다.
 
이번 설에 아들의 부탁을 받고 많이 생각해보았다. 아들이 전번처럼 술을 근절하라는 부탁이 아니고 신체를 고려해서 적게 마시라는것이다. 아들의 이 간절한 부탁을 들어줄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술 마시는 차수를 줄이고 술량을 줄이는것이다. 술차수를 줄이려면  피할수 있는 술장소를 될수록 피해버리고 생일상을 줄이는것이다. 내 생일에 50명이 왔다면 나도 그들의 생일에 한달 네번 정도는 참가해야 한다. 모든 일이 단지 술장소에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기에 메일,전화 등 통신기구를 많이 사용하면 될것이다. 

이번 음력설에 나는 아들의 부탁대로 술을 적게 마시려고 노력했다. 아들의 부탁을 선선히 들어주는데는 물론 내 신체를 고려하는 점도 있지만 아들한테 미안한 점도 많기 때문이다. 한낱 젊어서 저녁늦게까지 술마시고 귀가하면 아들은 잠이 들었고 이튿날 아침 내가 깨여나면 아들은 학교로 갔었다. 이처럼 아들의 얼굴을 못 보고 아들과 대화 한마디 못하고 지난 시간이 너무 많았다. 훌륭한 아버지커녕 아버지 자격조차 잃을 정도였다. 훌륭한 아버지라면 애들의 선생님으로,친구로 되여야 한다. 자기가 알고있는 모든것을 아들한테 차근차근 알려주고 또한 자연공간을 느끼게 하는것으로 부모와 자식간의 새 장을 만들고 정이 오가게 하고 함께 하는시간을 채워야 한다.

 아들이 유치원 때만 해도 우격다짐으로 눌러놓았지만 소학생이 되여서는 아버지와 시비를 캐려 들었고 우주에 대해서도 자연현상에 대해서도 파고드는것이였다. 아들한테 좀 알려주다가  권태를 느끼고"모르면 래일 학교가서 선생님께 물어봐라." 하니 새침해 하던 아들의 그 모습이 지금도 가슴에 걸린다.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나는 좋은 음식이나 물건을 사주고 소비돈을 푼푼히 주는것으로 보상하려 했지만 그건 오직 한부분에 속할 뿐이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곁에 있어주고 웃으면서 옛말도 듣고 공원놀이도 하면서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간절히 바랐고 많은것을 아버지한테서 터득하려고 했다. 그러므로 아버지라면 자식의 특성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 개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노릇이 절대 돈으로만 할수 있는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돈으로보다 마음으로 시간으로 진정으로 하는 아버지노릇이 더 우월함을 느끼게 된다.

 아들은 자기자신의 생명의 연장체이다. 그러므로 아들과의 약속도 약속이다. 피줄로 이어지는 약속이기에 절대 태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이번 설에 북경에서 온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번 조카가 세살난 딸애를 데리고 장마당에 갔다가 기어이 새끼오리를 사라해서 한마리 사가지고 집으로 왔단다. 조카의 시어머니가 어찌나 잘 먹였는지 오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갔다. 오리가 컸고"꽈ㅡ꽉"하는 울음소리가 싫었던지 조카의 딸애도 오리를 처리하는데는 동의하지만 죽이지는 못한다는것이였다. 하는수 없이 오리몸에 표시를 해서 의화원 호수에 놔주었다. 조카 딸애는 일요일이면 엄마손을 끌고 의화원에 가서 오리를 보고 온단다. 당시 나였다면 그 오리를 잡아먹고 시장에서 사온거라 거짓말 할지도 모른다.교원사업을 하는 조카는 어린애들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되고 어린 심령에 상처를 주지 말며 자그만한 일이라도 등한시 하지 말고 절대 약속을 저버려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부자간이든 모녀지간이든 서로간의 약속을 지켜주는것이야말로 서로 믿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실제 표현이다. 이런 리치를 늦게나마 깨달았고 또 아들과의 어릴적 만나는 시간을 보상해 줄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약속을 굳건히 지키는것으로  다소 위안을 얻으려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고 아들과의 약속을 명기하고 올 음력설부터 술차수를 줄이고 술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요만한 약속도 어긴다면 장차 중대한 약속을 어찌 실행할수 있겠는가?!

 전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장 김진길은 어느 한번 눈치기 동원대회에서"눈치는 이런 작은 일조차 못하고 어찌 큰 일을 해낼수 있겠는가?"고 말한적이 있다.

  작은 일은 하기 싫고 큰 일은 해내지 못한다면 무슨 일을 할수 있겠는가? 서로간의 약속을 지키는데는 마음과 결심이 우선이다.무슨일인들 해야 한다는 의지가 송곳 같으면 아무리 단단한 나무라도 뚫고 들어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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