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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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언어의 업그레이드
2016년 03월 07일 11시 08분  조회:2883  추천:2  작성자: 김인섭
고고성을 울리며 인류의 대렬에 가담한 순간부터 이날이직까지 조선어를 주요 언어로 듣고 배우고 활용하여왔다. 이 언어는 내가 세상 사물을 인식하고 사고하는 도구였고 사회생활을 받쳐준 버팀목이였으며 외부 세계와 호류(互流)하는 징검다리로 되어왔다. 비록 세월의 변천으로 그의 교육, 보급과 응용이 곡저에서 밑돌며 변화의 혼돈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지만 그에대한 애착과 집착만은 만고상청(万古常青)으로 한결같다.

최근 회사 직원이 한 한국 거래업체의 중한 서류 번역의 부탁을 받고 역문을 건네주었는데 그는 조선어식이어서 리해가 어렵다며 재수정을 요청하였다. 하여 중국 생활의 오랜 경험자인 한국인에게 감수를 간청하였더니 그는 별문제 없다며 약간 수정하고 다시 넘겨 주었다. 그 어른은 보는척하더니 만족이라며 함지박 입이 되더란다. 우리를 낮추보는 선입견이 속가슴에 깔린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한참 웃어주고말았다. 멸시하는것쯤은 그런대로 재롱으로 보는데 자체 문화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무지한 배타적 관행의 발로인지라 뒷맛이 씁쓸하였다. 이 시들한 언동은 동민족 언어에 족쇄를 물리는 소행이 틀림없으나 조선어가 아직 저급수준인 현실이므로 상한 기분은 접어두고 용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 매체에서 자주 들먹이는 동의어인 <동사무소, 주민센터, 커뮤니티센터> 등 명사가 무슨 뜻이냐고 한국인들께 물은 적이 있었는데 몇사람 모두가 그런그런 의미일것이라고 얼버무리며 명답을 내지 못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서울에서 선별없는 외래어가 분탕질하여 토착민마저도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라던 현지인들의 불만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순수성과 교류성이 탁월한 자기말들을 소외하고 외국어로 우리말을 죽이는 행태에 시효정지를 붙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관행이 지역 언어사이의 이질성을 부추기고 호상간의 격의를 심화시켰다는 교훈은 명기해야 할바이다. 비록 지금은 문화격돌의 시기를 뛰어넘어 서로간의 리해도 심화되고 있지만 한국 자체의 외래어 범람이 조선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어의 한국어화 경향은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조선족이 중국의 발전과 더불어 세계로 향하는 조류속에서 민족어의 이러한 언어문화의 변화는 대세의 흐름이 틀림없다. 그러나 다채로운 중국문화에 파묻힌 생활에서 조선어가 어떻게 고급화로 변신하던지 자신만의 개성을 띨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므로 전체 한민족은 언어의 지역적 차이성을 인정하고 서로간의 교류를 넓혀가는것이 력사적 숙명이고 문화발전의 큰길이란 절대적 진리를 명기해야 할것이다. 내가 주류 언어이니 네것은 전부 없애라는 편협한 관념을 포기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이란 대동 차원에서 서로 배우고 보완하며 친화적인 발전을 시도해야 한다.

남들이 낮추보며 경멸한다고 대들며 반발해도 우리 언어생활의 현실을 보면 그야말로 어깨가 축 처진다. 요즘 이 동네에서 조선어 인재를 뽑는다는 정보가 무시로 전해오는데 적격자들이 실로 드물다. 지난 시기의 인구의 격감, 인구의 대이동, 조선어의 홀대, 공동체의 공동화, 민족의 리산 등등 민족 <탈수현상>은 오늘의 인재의 단층으로 적라라하게 로출되고 있다. 인구수가 적고 수준이 내려간데다 언어규범이 혼란한 상황도 조선어 응용의 심각한 방해요인이 된다. 언어교육의 수준을 제고해야 할 절박성이 박절히 제기되는 동시에 지역언어들 사이의 가름막을 해소하는 표준 확립도 긴급사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조선족은 이중언어교육의 국가적인 노력에 적극적으로 합류하면서 민족언어규범을 재분석하고 그 차원을 승화시켜야 한다.

조선어는 민족문화의 캐리어(载体)이고 민족사회의 존재와 발전의 기본적 인프라이다. 우리는 중국 문화와의 공존속에서 우리말을 주류 언어의 규범이 구현되고 향토색이 짙은 민족어로 업그레이드시켜 그의 사회적 작용을 부단히 극대화해야만 무한경쟁 시대의 시류에 동승할수 있다. 첩첩한 장벽과 겹겹한 형극이 가로막더라도 우리가 주동자로 되어 민족정책을 슬기롭게 락실하면서 지구적인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사회가 조석으로 변하는 오늘은 언어생활과 언어문화에 교차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들에 대하여 종합검진을 진행하고 집단행동을 단행해야 할 시기이다. 정확한 정책과 과학적 규범이 치차같이 맞물려야 할 이 세기적 문화창업을 누군가 주축이 되고 어느 주역이 떠메고 가겠지만 그래도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냐!>는 기우(杞忧)가 뒤따른다.

연변일보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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