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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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없는' 세대
2016년 05월 12일 09시 40분  조회:2604  추천:7  작성자: 김인섭

설이 박두하니 직원들은 육신만 사무상에 않혀놓고 제정신은 설쇠기에 보내버렸으니  하는 일이란 얼렁뚱땅 오류 투성이다.명절이면 생기는 명절증후군(综合征) 증세의 하나다.딱딱거리는 회사에서 갈망,고민과 방황이 헷갈린 혼돈 속을 헤매며 사고팔고(四苦八苦)의 풍타랑타(风打浪打) 고초를 겪는 생둥이들이다. 풍요로운 시대를 타고나 인간고란 뭔지 모르는 청춘들의 오금이 들뜬 행동거지에서 이것은 피곤한 생계현장을 해탈하여 잠간이나마 마음의 탕개를 풀어보려는 뭇생각의 발로라고 측은하게 생각했다.
 
가고파 생각에 덤벙거리는 한 고향 친구의 의중을 떠볼 료량으로 고향이 가고 싶냐 물었더니 <고향은 무슨 고향이여요, 부모 량친 보러 간다는겨!>이다.부연하여 출생 미구에 부모를 따라 내지에 가 자랐으니 고향이란 자기에게 있어서 이력서 등에 기입하는 원적지일 뿐 그 이상 의미가 없는 그저 출생지란다.아파트촌에서 태어나 금지옥엽으로 자란 외동자인 그에게 형제자매 정이란 있을리 없고 사촌형제란 말도 들어둔 잠꼬대다.말그대로 그에게는 어드메 어느 모체에서 분리되어 탈락했다는 생물학적 고향이 있을 뿐이다.고향을 잃었으나 회향(怀乡)의 향수(乡愁)도, 망향(望乡)의 동경도, 애향(爱乡)의 정감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이 친구 뿐이 아니고 유사한 력사적 원인으로 맘속에 고향이 없는 세 세대가 형성되었다.
 
기성세대의 인식에서는 태어나 자란 고장이 고향인데 그가 내포한 의미는 간난고초와 희노애락의 극인 장면으로 꽉 채워진 일기장이다. 하여 그 시대의 소설,시,극,영화,노래등 문예작품에는 고향에 대한 절절한 정서가 꽉 차있었고 사람들은 울적하면 고향을 읊조리였으며 매체들은 심심하면 내 고향이여!를 들먹이었다. 그 터전을 가꾸는 것이 숙명으로 되었던 우리의 령혼 심처에는 고향이 평생을 두고 고양되고 갈무리되어야 할 귀중한 존재이다. 더구나 경직된 세월을 뒹굴어온 우리에게는 시도때도없이 고향애에 휘말리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나라와 조상이 고집스럽게 건설하던 고향의 이미지는 여지없이 퇴색해 가고 자신의 삶과 고향의 뉴대성에 그냥 덤덤한 고향불감증 세대들이 한 세대를 이루고 있다. 고향! 조상! 민족문화! 같은 화두에 사명감일가 련대성마저 느끼지 못하는 세대, 이들이 민족사회의 계승자 대렬에 들어섰다는 현실이다.현직의 사회 멤버들은 고향의 상실감에 가슴앓이를 하기에 앞서 새 시대의 민족문화를 번영시키는 물결을 일으켜야 할 때이다. 이 후세들의 리상과 념원에 부응되도록 민족의 고향을 재건하여 그들의 새 미래를 열어주는 집단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세찬 흔들림 속에서 영고성쇠(荣枯盛衰)를 거듭하는 고향의 현실을 두고 수많은 지성인들이 공방(攻防) 대안을 제시하고 돌파구를 찾으며  물심량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그러나 기성세대와 가치관과 희망과 의지를 확연히 달리한 후손들이 이 사업에 동참하여야 목적을 이루게 되어있다.개방의 전성시대를 누리며 물질적 도취와 자아실현의 개성을 주창하던 자손들이 다시 집합하여야만 진정한 민족 특색의 사회학적 고향이 존속하게 된다.선제 조건이라면 고향에는 물질과 문화적 흡수력이 있어야 하고  시대화된 공공서비스 환경、경제 환경、삶의 방식、륜리와 규례、관습과 풍습 그리고 선진적 사회시스템이 고착되어야 한다.전망이 어둡고 먹을알이 없다면 오던 사람도 발길을 돌리게 된다.
 
나라의 장구한 전략의 수립과 진부한 호구제도개혁을 표지로 하여 도농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성시와 농촌의 2차원적 관리구조가 력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우리 조상들의 헌근지성과 예지가 돋보이던 마을 문화가 사라지는 것도 언녕 기정 사실로 되었다.민족사회의 이런 재분화와 재조합은 우리 민족이 도시민으로 정착하는 새로운 력사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도시화란 이 시대적 물결 속에서 우리 민족의 지리학적 고향에는 중국 특색의 민족도시가 우뚝 서야 할 것이고 설 것이다.
 
조선족 사회는 현재 역류를 향해 나가야하는 위기와 기회의 림계점에 처하여있다. 역류행주,불진칙퇴(逆流行舟,不进则退)이다.고향민들이 무리 단위로 고향을 탈출하여 공동체는 공동화되고 민족문화는 사막화되어 거칠기 짝이 없고 고향은 쓸쓸하기로 말도 안되는 오늘,고향의 흥망에 감흥을 잃고 무심한 전자게임 세대들에게 기성세대의 이 애절한 부르짖음이 그 고막이나 건드릴가? 맘속의 고향을 <잃은> 사랑하는 후예들이 그 터전을 어떻게 꾸며갈지 좀 궁금하고 수상하다.좀 불안하다.  
(끝)


연변일보 2016-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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