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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춘 서 회 (初春敍懷)
2011년 10월 14일 11시 59분  조회:4505  추천:1  작성자: 김인섭
초 춘 서 회 (初春敍懷)
                                                                                                                김인섭2011-02-19
지겹던 동빙한설의 여한이 폼을 잡고 떨뜨리는데 어느새 대동강이 풀리고 봄바람이 살랑거린다는 우수 절기를 맞았다.
 
오래만에 숲속을 거닐어보니 동한의 잔해는 아직도 서성대며 햇살을 내쏘며 무찔러 오는 봄의 습격에도 무겁하게 버티고 있음을 실감했다. 나무 밑의 적설은 엄한이 방불한 한기를 내뿜으며 스치는 마파람을 가차없이 내쳐버린다.청각과 촉각을 동시에 살려봐야 환절의 파열음은 깜깜무소식이다.전세월이라면 나무숲 사이로 새어내리는 일색(日色)에 산설이 녹아내리는 낌새도 확연하였으련만 가뜩 우줄거리는 동장군의 후예는 주천(周天)을 따라 어김없이 찾아온 봄철을 기탄없이 릉멸하며 만물을 숫제 잠재우려는 거친 강세를 자랑한다.
 
겨울은 열을 올리던 지난날들을 잠재우고 지나온 절기마다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대(四大)※의 새 발진과 새 생명의 수태고지(受胎告知)를 암시하는 호시절이다. 우리 선조들은 겨울을 풍년을 기원하는 시제(時祭)의 한 계절로, 송구영신의 뜻깊은 계절로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대를 이어 내려왔다. 그는 무정하고 잔인한 듯하지만 계계※의 세서천역(歲序遷易)※에서 봄과 언제나 손잡고 돌고도는 친절한 이웃이기도 하다.그런데 이 동삼은 왜 봄에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을까? 흥분으로 맞아야 할 봄의 문턱에 동심(冬心)이 똬리를 틀고 미동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한 기상 이변이다.
 
지난 겨울 사람들의 흉벽은 자연의 지독한 충격에 어룩더룩 얼룩져 있었을 것이다. 남북 반구에서 엇갈아 번져지는 폭설,폭한,폭우,폭서에다 수재,한재,산사태가 엎친 데 덮치는데 터졌다 하면 급살탕 같은 비보였다.수선스러운 재해 보도의 거개는 사상 극치를 갱신했다는 천재지변인데 이것이 바로 인간은 삶의 터전을 잃는 태재태재(殆哉殆哉)※한 나락의 변두리에 이르렀다는 명증이다
 
지구촌의 어디서나 지난 삼동은 세기적 엄동이라 꺽죽거리는데다 어떤 괴짜 무리들은 인류의 종말이라고 비양대며 입을 삐죽거린다. 천칙(天則)을 꿰뚫었다하는 가라성급 거물들도 가지가지 주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기후의 변화로 인간이 생존 극점에 이른다는 다급한 비명만은 한결같다.냉철이 묵상해야 할 적신호임을 명지하게 된다.
 
인간계를 보라면 감은 눈을 뜨기도 송구스럽다.저쪽 동네들에선 오싹하는  테러와 학살이 자행되고 무력 분쟁과 침공으로 피비린 도살이 그치지 않는다.이쪽에서는 탐욕에 찌든 인간들이 서로 더 가지고 남의 위에 군림하여 젠체하기 위하여 전쟁이 방불한 살인적 경쟁을 벌려가는데 거기서 파생하는 추태,요태는 입 하나를 가지고는 말도 못한다.집값의 폭등으로 이게 웬일이냐 구설이 무성하고, 병고로 몸부림 치는 친인을 보며 돈이 없어 가슴피를 흘리는 양민이 욱실거리고, 생필품,식품에다 뭐뭐가 값이 뛰어 만백성이 못살겠다 고함치는데 함량미달의 공직자들이 권세를 빌어 남의 금품을 천만대도 아닌 억대로 꿀꺽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린다.
 
살펴보니 이런 데퉁바리의 작태가 결과적으로 지구를 겁탈하고 온실가스를 내뱉는 경합으로 엎어지어 이 대행성을 인간 불가생존의 열도가니로 만드는 비참한 결과로 이어진다.이 떨떠름한 현실이 바로 현재 진행형이다.
 
허영,허세,허욕을 채우기 위한 인간들이 부정과 비리도 서슴없이 감행하여 천혜의 땅과 공기를 마구 찟고 더럽히고 휘정거려 놓고있다. 겉보기에 말짱한 갑남을녀들은 기탄없이 이 땅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엄청난 페기、페수、페물을 종작없이 토설해내고도 오존층을 뿌시거뿔어※ 놓는다. 바로 그들이 잘살기란 이유를 주워대며<열병>을 부르는<바이러스>를 대기에 살포한 원인으로 인간은 자업자득의 자멸을 불러온다고 세간이 왁자지껄하는 게 오늘이다.양극의 빙하가 용화에 가속이 붙어 바야흐로 칠성판에 오르는데도 자연 섭리의 본궤도로 핸들을 꺽는 사회 동향은 별로 안 보인다. 점령과 점유를 목표로 아득바득하는 다인수들은 유아독존의 근성을 팽개치고 차분한 금시작비(今是昨非)의 자아성찰이 있어야만 연명이나 된다는 현인들의 입찬소리에 귀를 활 열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심드렁한 겨울의 꼬리를 밟고 있어도 춘심(春心)은 나더러 바깥 세상을 여겨보게 한다.
 
내 사는 집 뒤는 정정한 나무들이 우거진 물매 낮은 산인데 그 허리엔 커다란 놀이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양달진 비탈의 밋밋한 자리는 뒷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삼면을 나무숲이 푹 싸놓은, 바다를 향해 탁 트인 명당이다. 거기다 지역은 북온대의 대륙성,계절풍성,해양성이 더불어진 곳이라 눈비만 없으면 첫새벽부터 늦저녁까지 노니는 주민들로 가득차 활기 넘치는 명소기도 하다.
 
오늘도 숲속의 찬기운은 맵짜지만 뭇까치들이 대기속을 설치면서 허둥대는 모습이 유별나게 돋보인다.짝지은 쌍쌍들이 나무가지를 물어나르며 둥지의 신축,개축,보수공사에 전념하는 모습이 실로 앙증스럽다.이 텃새들이 새 생명의 산식(産殖)을 준비하고 있음을 단박 알아차렸다.앙상한 가지에 걸려진 그 까치집은 우리 눈에야 엉성한 수지(樹枝) 뭉치겠지만 그들에게는 사랑하는 후대를 낳아 기를 성전일 것이 분명하다. 자유롭게 날아예는 이 애물들이 적막한 수림속을 약동하는 유원지로 되게 하는 푸근한 봄기운을 영글리어 가고있다.
 
머지 않아 이 산금들이<안거낙업>할 때면 대지의 소생을 알리는 파란 풀싹이 앞다퉈 올라오고 나무들도 선록색을 올리며 새순을 틔울 것이다. 천신지기(天神地祇)※가 창천을 쫘악 펼치면 태양신도 예와 같이 따사한 양광을 내리쏟아 우수가 깃든 서민들의 얼굴에 웃음기를 띄워주고 내일의 꿈을 그리도록 변죽 칠 것이다.도처의 인간 집단들은 봄날의 조건반사로 또 한 차례의 작위, 부작위의 맹세를 내리며 라침판 조절에 북새질을 할 것이다.
 
다만 수런거리는 이 봄을 보며 자기 탯자리에 불지르는 인간의 자학행위가 되풀이 안되는가는 기우같은 수심만을 떨칠 수 없다. 인류는 공존공영의 이념으로 비좁은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울타리에서 뛰쳐나와 글로벌리즘[globalism]의 댐을 쌓고 지구촌을 지켜야만 하는 위급존망지추에 서있다.무한경쟁,적자생존의 괴리만을 떠벌이는 구태의연한 양상이라면 새봄은 인간이 자멸의 화염지옥에 들어서는 초읽기로 될게 아닐가?
 
올해의 봄이 진정 자연과 사회의 조화가 이뤄지는, 지구를 살리는 봄이라면 좋겠다.
 
주석:
1. 태재태재[殆哉殆哉]:명사- 아주 몹시 위태로움.
2. 뿌시거뿔다: 완전히 파괴하다.
3. 천신지기[天神地祇]: 명사-하늘의 신과 땅의 신
4. 세서천역[歲序遷易] : 세월의 차례가 옮겨져 바뀜.
5. 계계[繼繼]: 차례로 이어져 끊이지 않는 모양.
6.금시작비[今是昨非]: 오늘은 옳고 어제는 그르다는 뜻으로, 과거의 잘못을 이제야 비 로소 깨닫게 되었음을 이르는 말.
7.사대[四大]:≪불교≫ 세상 만물을 이루는 땅·물·불·바람의 네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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