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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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의 손자 <사랑>
2010년 11월 30일 20시 57분  조회:3614  추천:8  작성자: 김인섭

         

조부의 손자 <사랑>

                                                        김인섭       2010-11-05

먹고살다 보면 식체가 올 때 산패액을 토설해 버려야 속이 시원하듯 자기 일이 아니면서도 불만이 쌓인 경우에 타인에게 실토하면 사뿐하던 감을 누구도 한두 번 쯤은 경험했음 직하다.본인도 가슴에 얹힌 지난 실사를 하나 되끄집어다 뭇사람들 앞에 까놓아 신물을 쏟아내는 듯한 쾌감을 맛보려 시도한다.

 

늘 죽이 맞아 길사액사연중행사는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빠짐없는 정보교환과 서로돕기를 꼬박꼬박 해오는 현재 진행형의 지기지우(知己之友)이다.

 

어느 때였던가 오래간만인데 소회도 풀겸 한잔 하자는 유력한 주문이 건너왔다.보고프던 차라 일을 내치고 달려가 마주앉아 대작에 붙어 통음(痛飮)하니 그야말로 감지감미 그 자체였다.사회 생활상에 대한 견해부터 세상살이의 천자만태, 고담준론,한담설화로 도도한 맞장구를 치면서 좌석을 아울러나갔다.주흥에 맞춰 아들, 며느리 순번에 뒤이어 5살 손자도 조부의 어명대로 신통방통한 자세로 술을 따른다.조부의 희열이 극점에 이르는 모양이다.살아오다 아들이 아니고 손자를 본게 젤 큰 기쁨이고 무상의 행복이며 눈에 집어 넣어도 아프지 않게 이뻐서 기사지경[幾死之境]이란다.하늘이 맺어 준 천륜지정을 틀림없었다.
 

뒤따라 말발을 세우며 손자의 격찬을 주워섬긴다.총명이 절세가인이다부터 자랑 아이템을 쭉 나열하고 요놈이 증손자를 내놓을 때까지 살겠다며 자답으로는 요것을 조선족 학교에 절대 안 보낸다는 결론으로 찬미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었다.낌새가 이상하여 <! 임마,그래도 민족어는 알아야 할 거 아냐? 얼마나 쓸모있고 조건두 좋은데 말이야.>하니 즉답이 야,중국에서 살문 한어면 되지 뭐 ××같은 조선어야.조선족 학교엔 안 보낸다!는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한다. ,이놈이 취중에 정신없는 소리를 하네.추문하려다 흐리터분한지라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졌다.

 

후일이다.함께 주말을 보내며 그날의 설화를 끄집어내며 아들은 어른답고 며느리는 숙녀답고 아이도 똑똑하다 등등 발라맞추며 손자를 유치원부터 한족 학교에 보낸다는 진위를 변죽치기로 의중 타진을 해 보았다.옌장,취중에 한 말들을  글자하나 틀림없이 되풀며  중국이니 한어면 충분하다는 벽설을 집요하게 고집한다.
 

네는 조선족이기에 국유기업의 당위서기도 했고 아들은 조선족이기에 한국 거래처와 장사를 해 집을 사고 차도 사고 남하는 흉내는 다 하며 살잖아? 며느리도 그 덕에 한국 기업에서 웬만한 월급을 받는데 말이야. 중국에서 살길래 조선어를 더 잘 배워야 될거 아냐? 그 언어 값이 얼만데 그리도 조련하게 포기하느냐?고 간단한 등가교환 원리를 달아가며 당위성을 소상하게 설명하였으나 재차 바람이 휙 날리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는 결론을 재반복하는 것이다.부언이라면 거기다 영어를 잘 하면 그만이야!내 손자일은 내가 하는 탓이다!며 결연히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주권 존중>의 요구를 선언해 온다.

구변머리 불량인지라 주억대면서 대간사충(大奸似忠)의 계교를 부려 장면을 의뭉스럽게 눙쳐버렸다.가락산 중미합작소의 형구들을 전부 빌어다 고문을 들이대도 강철같은 의지는 구푸릴 수 없겠는데 더 말해도 <고깔 뒤의 군 헝겊>이 되겠다고 생각되어 재언급을 접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심중 매듭을 짓고 말았다. 내가 다 뭔데, 하물며 조부의 가감없는 진정한 사랑인데야….

 

그후 만남에서는 이 논제에 완벽하게 불언불어의 원칙을 붙혀 놓았다.그래도 민족에 대한 도를 넘는 경시와  후대 거취에 대한 거친 결론이 왜서 급기야 문화 이탈과 이어지는가? 가슴이 알알하여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우금(至于今)※도 아지못게라!※ 이 친구가 왜 자기 고유문화에 반기를 번쩍 치켜드는가? 조선족인 이유로 감탕을 톡톡히 들이마시면서도 말이다.타민족이라면 감지덕지하며 민족 우수성에 고음파 홍보를 걸쭉하게도 해댈텐데…, 머리를 광자로켓 속도로 굴려봐도 이해가 안 갔다.혹시 조선족에 무슨 서리서리 맺힌 한이 있을가 싶으면 이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애의 골수에 박힌 문화를 내뽑아버리고 생다른 문화에 포복전진을 시키며, 원조(元祖)의 터전과 전생의 연을 달리시키는 결행인데 철없는 아해에게 문화 편식을 시킨다면 어느때엔가 필히 <영양불량>이 생길게 아닌가!.적어도 천연물 <녹색영양>을 섭취하는 천부자격을 박탈하는 애석한 처분이다는 생각이 갈마들었다.그것도 자의가 아니고 선배에 의해 철모르는 시절에 말이다.자유선택이 아닌 이 짐짝은 손자가 조부에게 떠밀리어 떠메고 만리 여로를 내걸어야 한다.어느땐가 물정이 들어 인생 선택의 대실패라 뼈아프게 통탄하면 어떡할 작정인고! 명쾌한 해답은 후일이겠지만…

 

대련의 모 조선족 교수는 5개 언어를 무기로 과학연구,해외교류,교학지도 등 다방면에서 중견으로 학교와 사회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한다.현재 나의 사업중 중국어를 제외하면 한민족 문화가 제일 값진 행세를 하는데 주요하게 전세계의 한민족 학자들과의 협력에서 문턱 없는 문화가 뒷바침되기 때문이다.오늘의 민족 교육의 실태를 보고 세계화 추세를 보면 약 10년 후부터 조선족 인재들이 대량 수요될 텐데 바로 지금부터 미래 지향적 민족 인재의 육성이 시급하다.교수가 역설하는 견해이다.
 

대련의 조선족 경제인들,급속도로 발전하는 강대국인 중국 소수민족으로서의 조선족에게는 한민족 전지구적 네트와의 긴밀한 연계, 한반도의 미래 변화에 부응할수 있는 주동적인 태세를 갖추며 해 나가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사적 과업이고 중임이며 역시 조선족만에 차려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절감하며 공감대를 이룬지 오래다. 민족 문화를 지양하고 발전시켜야 자체 발전과 더불어 나라에의 공헌을 극대화시키고 자기 위상도 배가로 제고할 수 있다고들 설파한다.내 친구의 논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심중소회들인데 이런 타입의 언설이 구년친구에게는 씨도 먹히지 않아 막무가내이니 걱정도 팔자인 골샌님은 싱거운 걱정뿐이다.

 

순결하고 희맑은 손자의 심령에 막잡이로 락서를 감행하는 조부이다.선조란 신성한 권리로 손주의 방향타를 갈팡질팡 휘둘러대는 선배, 이는 <직무유기죄>로 번지지 않을가도 고심이다.진짜 편협하고 일그러진 가치관의 횡포가 아닌가? 의심스러워도 별수없는 자신이 우스꽝스러워 난감하기도 하다.
 

사랑이라는 윤리적 무기로 손자의 <민족문화원> 출입 권리를 원천봉쇄하고 깔끔히 차단하려는 할아버지,정말 사랑일가? 진짜 가해일가? 숙시숙비(孰是孰非)※의 해답자는 미래의 이 옥동이다.어쩌면 이 귀동자가 동량지재로 자라는 그날까지 생명의 연장선을 그어가고 싶어진다.
                                                                                                  

 

※주

 

1.              아지못게라:  <감탄사> <옛말> ‘알 수 없다’의 감탄조

2.       지우금 [至于今]:  예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3.  숙시숙비[熟是熟非]: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분명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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