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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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찾아 떠나기
2012년 12월 04일 19시 09분  조회:3188  추천:3  작성자: 리창현
    나는 나의 아름다운 인생의 려정으로 나의 신발 찾아 떠났다. 모든 부담 다 털어버리고 홀가분한 몸을 맨발 하나에 의지했다. 이르는 곳마다에는 아름다운 신발들이 나를 향해 손짓했다. 하지만 세척된 마음의 그릇은 나 자신을 접어버렸다.
  나는 얄미운 눈길을 던지는 요란한 신발들을 등에 두고 내처 걸었다. 알맞은 두께에 보기 좋은 양식, 그리고 맞춤한 깊이에 또 적당한 밑바닥, 그다음 뒤축은 전혀 없는 그런 허심하고도 조용한 신발을 찾아 사방을 살펴보았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에 신발이지만 마음엔 그냥 텅 빈 그릇만 댕그라니 남았다.
  빗물에 젖어 후줄근히 늘어진 신발들이 있는가 하면, 주책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먼지투성이인 신발도 보이고, 저 소담한 진달래나무아래에는 멀겋게 매달린 국방색 신발도 어설프게 내 시야에 다가섰다. 신발  찾기가 이토록 어려운 줄을 오늘 이 순간에야 절감했다. 내 신발은 구경 어디에 있을까?!
  신으면 편하고, 벗으면 시원하고, 걸으면 가볍고, 디디면 믿음직하고, 뛰면 솟구치는 감정에 날 것 같은 그런 싱그러움에 젖는 그런 신발을 열심히 찾는 나그네의 속 구멍은 점점 밝아만 갔다. 쏟아지는 소나기도 두렵지 않고, 불어치는 폭풍우도 무섭지 않으며, 눈비가 함께 들이닥쳐도 꿈쩍 않는 그런 자세로 하늘을 향해 질문하고, 땅을 향해 가르침을 받으면서 나의 신발을 찾아 오늘도 나그네는 정처 없이 떠나간다.
  별로 가볍지도 않은 둔덕에 어설프게 서있는 굽은 나무아래에 몸을 풀고 땀을 들이면서 무한한 가르침의 여운 속에서 뭔가 이상하게 다가서는 순간이다. 풀잎 물고 뱅그르르 다가서는 이슬에 귀도 기울여보고 아물아물 피여오르는 아지랑이의 귀속말에도 마음을  풀어주고 강남 갔던 제비의 그리움이 진한 이야기에도 가슴을 열어둔다. 저기 서쪽하늘에 곱게 비낀 무지개아가씨의 깨끗한 권고에 령혼을 묻어도 본다.
  그대의 신발은 그대의 발밑에 있다는 땅속 깊이에서 울려오는 어느 샘물의 가르침에 마음을 싣는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번쩍 열어젖히고 코와 입 그리고 목까지 모두 총동원하여 신발을 찾는 나그네의 모습은 그토록 멋지기만 하였다. 수많은 선녀들의 눈길고 마다하고 열심히 떠나는 모습에는 자랑도 엄청 크다.
“신발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까?!”
나는 혼자말로 중얼거리면서 힘을 불어넣었고 신심을 재우고 믿음을 부린다. 가벼워지는 마음을 처녀가 동이를 이듯이 하며 길을 찾아 열심히 떠난다.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걸음을 맞추고 시내물의 노래소리에 몸을 둔다. 날 것 같은 자세에는 어느덧 빛이 내리고 자랑이 쏟아지고 부러움이 튕긴다. 믿음이 폭발하기도 한다. 출렁이는 물결 따라 내 신발은 나를 따르고 있었다.
 유혹에는 린색하고 오직 먹은 마음 하나만을 초지일관 지켜가는 자세이다. 엄마의 숨소리를 가장 좋은 덕으로 삼고 아버지의 걸음소리를 가장 멋진 시행으로 비석에 새기면서 여기저기 맑은 눈길 던져본다. 돌인들 어쩔쏘냐? 흙인들 어쩔쏘냐?
가는 걸음마다에는 갈채의 박수소리만 정겨운 음악처럼 들려온다. 순간 모든 자연의 율동이 시작된다. 꼭 마치 약속이나 한것같이 그처럼 눈부신 율동이고 만물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인간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그런 신성한 율동이다. 착한 마음주머니를 만들고 바른 소행의 무늬를 새기면서 고운 언어로 들메끈을 만들어 열심히 포개간다. 믿음이 진작 신바닥으로 다가섰고 효가 어느새 신등을 만든다…
  문득 가슴을 터치며 다가서는 놀라움! 나그네가 걸어가는 그 걸음마다에는 진작 신발이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된 아픔의 맨 끝에서 신발은 나그네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발 찾아 떠나는 모든 나그네들의 모습은 눈부시게 황홀한 야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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