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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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벽
2013년 08월 18일 13시 09분  조회:2922  추천:2  작성자: 리창현
     영수는 요즘 늘 노래방에 묻혀다니느라 눈코뜰새 없다. 마누라가 보내준 회색 양복에 분홍색 넥타이까지 받쳐매고 제법 신사의 틀을 드러내고 있다. 여하튼 친구들이 무슨 모임이 생기면 노래방은 무조건 영수가 나서서 자리를 잡고 술들을 올리군 하였다. 그러니깐 누가 내든 상관없이 노래방의 일은 영수가 도맡아하는 그런 습관적인 일상으로 굳어진것이다. 하지만 영수는 그 일에 대하여 한번도 짜증을 낸적이 없거니와 언제나 그처럼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여서 친구들도 퍼그나 편하였다. 가끔은 일이 있어서 술상에는 함께 참석하지 못하지만 노래방만은 언제 한번 빠뜨린적이 없었다. 더우기 요즘은 한국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만기가 되여 돌아오는 흥성기이다보니 영수가 제일 잘 가는 “백제원”노래방의 아줌마는 언제나 입이 함박만해서 영수만 들어서면 요사한 몸짓을 하면서 아양을 떨군 하였다. 그러면 영수는 그나마 냄새라도 맡을 기회가 생겨서 같이 맞춰주군하였다. 어느새 아줌마가 제일 큰 999호 방의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군 하였다. 이 방은 제일 큰 장소이고 화장실까지 갖추어져서 녀성들에게는 안전의 보장으로 다가서군 하였다. 오줌에 약한 녀자로서는 이 자리가 최고로 다가서고 있다. 그러니까 이젠 영수가 억지로 그쪽으로 끌지 않아도 스스로 발걸음이 그쪽으로 기울군 하였다. 사람의 습관이란 참으로 무섭다는것을 절실히 느낄수있는 그런 순간이기도 하였다.
   마누라가 달마다 잊지않고 생활비를 보내주지만 영수는 돈을 그렇게 흥정망정 쓰지 않았다. 언제 한번 친구들과 시원스레 음식을 사는 모습을 보기가 퍼그나 힘이 들었다. 그것도 친구들이 너무 못살게굴면 어쩌다 한번씩 큰 마음을 먹고 한다는것이 기껏해야 8원씩하는 랭면에 두서너가지 반찬이면 고작이였다. 그래도 친구들은 무던히 잘도 먹어주었다. 영수의 본성을 알아서인지 누구나한 얼굴을 찡그리거나 트집을 잡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한잔술이 거나해지면 누구의 시킴도 없이 스스로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군 하였다. 영수가 밥을 샀으니 이제 노래방은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여직 이렇게 노래방을 많이 다녔지만 영수가 산적은 한번도 없었다. 여하튼 어떤 핑게를 대서라든 발을 빼군 하였다. 그러면 무던한 친구들이 앞다투어 돈을 내밀군 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영수는 한쪽에 서서 저으기 흡족해하군 하였다.
영수는 돈이 아까와서 언제 한번 고급담배를 사서 피우지 않았다. 기껏해야 5원짜리 담배를 사서 피우군 하였다. 그런데 요즘 영수의 호주머니에서 가끔 고급담배들이 머리를 내밀군 하였다.
 “아야, 해가 동쪽에서 뜨겠다. 우리 영수가 언제 이렇게 손이 커졌을가?”하면서 롱담을 하면 영수는 제법 정식이되여 말하군 하였다.
“내가 언제 돈이 있어서 이런 담배를 사피우겠니? 지난번에 처남이 왔다가면서 한통 사준거지.”
“좋은 담배가 다르긴 다르구나. 구수하구 향기롭잖아. 나도 이제 돈이 생기면 이런 담배를 가끔 사피워야겠네.”
 하면서 동필이가 영수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면 영수는 통크게 쭉 뽑아서 주면서 환하게 웃는다. 이러다보니 영수는 친구들속에서 위신도 좀씩 높아가군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해림에서 놀러 온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방으로 가게 되였다. 하지만 해림에서 온 친구 용필이는 속이 안좋다면서 술은 들지 않고 반찬만 좀씩 집었다. 모두들 술이 좀씩 들어가자 흥에 겨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것을 망각하기 시작하였다. 얼핏 보아도 40여병의 맥주가 병을 비운것같았다. 얼마후 영수가 밖으로 나갔다. 주인집 녀인이 기다렸다는듯이 눈치를 핼끔 보더니 고급담배 두통을 영수의 호주머니에 슬쩍 넣어 주었다. 이때 마침 해림에서 온 용필이가 결산을 하려고 나오다가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였다. 별로 생각없이 결산을 하던 용필이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술도 별로 마시지 않은 용필이가 아무리 계산을 해보아도 근 50여원의 돈이 차났다. 몇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아줌마가 돈이 틀리지 않다고 고집을 물고 있었다. 분명한 계산앞에서 헐망하게 노는 아줌마가 얄미워난 용필이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도 몰려 나왔다. 맥주병과 반찬그릇들을 앞에 놓고 하나하나 결산을 때리는 용필이를 바라보던 아줌마가 좀은 황당한 기색을 지니면서 영수를 쳐다보았다. 열번을 때려봐도 그냥 용필이의 계산이 틀림이 없었다. 용필이는 아줌마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내 동생이 이 시내의 세무국에서 국장사업을 하오. 그러니깐 내가 지금 전화를 해서 불러올게. 그때 다시 계산해보기오.” 고 말하면서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영수가 급히 말렸다.
“야, 돈이 얼마나 차나는데? 차나는걸 내가 결산할게.”
하지만 용필이는 거기에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였다. 아줌마의 그 행위를 그대로 둘 예산이 아니였다. 아줌마도 동생이 세무국에서 사업한다는 말을 들은후부터는 그냥 영수만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한참을 망설이던 영수가 호주머니에서 담배 두갑을 아줌마에게 넘겨주고는 친구들을 향해 이상한 미소를 짓더니 도망가듯 급히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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