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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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몰랐네
2013년 11월 02일 07시 31분  조회:2460  추천:1  작성자: 리창현
아름답던 우리네 약속이 람루한 옷차림으로
제자리를 잃고 방황에 서성거릴 때
지남침은 자성을 잃은채 북두성에 걸렸건만
나는 그것이 아픔인줄 미처 몰랐네
흔들리는 나무에 미련을 묶어보려고
마음의 우물에 돌멩이를 많이 던졌네.
울려오는 메아리는 슬픔의 하소연만
아프게 아프게 오래오래 전하네.
밀리는 이 몸도 자리를 잃었건만
가로등의 불빛에 희망을 걸어두었네
내리는 비줄기에 고드름이 열리면
마음의 벌판에는 거미줄이 드리우네
아, 약속은 령혼의 책가방이였네.
 
황홀하던 우리네 약속에 어둠이 내리면
옷깃은 구멍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네
하얗게 드리운 사색의 목수건에는
이름못할 얼룩들이 질서없이 잡혔네
추억의 쪽문은 문짝마저 잃었건만
누우런 미련은 하픔에 세월을 쪼아먹네
각이 없던 우리네 약속의 우물에는
두려움의 쪼각들이 명주실에 걸렸네
한줄금의 달빛이 이불깃을 당기건만
썰렁한 집안엔 불빛만저 도망갔네
령혼의 옷깃은 앞뒤가 탈리였고
세월의 자물쇠는 속마저 잃어버렸네.
아, 약속은 령혼의 오솔길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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