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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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문학 2호 ‘집 떠난 사람들’을 펴내며
2014년 07월 08일 13시 13분  조회:1131  추천:2  작성자: 리동렬
동포문학 2호의 제목을 이번에는 ‘집 떠난 사람들’이라 달았다. ‘집 떠난 사람들’의 생각과, 애환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그래서 지난 해 10월 중순부터 원고모집을 하여 편집을 마무리하기까지 어언 8개 월, 지난 6월 24일이야 마침내 책을 출판하게 됐다.

이번 동포문학 2호에는 재한동포문인들을 위주로, 중국 본토 산재지구 조선족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지 중국동포문인들의 작품, 그리고 동포문인들과 함께 가기를 바라는 10여 명의 한국 문인들 포함, 약 60여 명의 작품이 수록됐다.

정말 쉽지 않은 편집이었지만, 또 쉽지 않은 창작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재한중국동포 문인들의 작품을 편집할 때는 가슴이 짠, 했다. 노동과 생활의 어려운 고(苦)를 이겨 내며 창작에 열정을 바쳐온 그들의 문학정신에 감복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여가의 시간에 끊임없이 창작에 올인 하는 송미자 시인은 자신의 힘든 인생여정을 통해 ‘집 떠난 사람들’의 의식과 방황, 갈등, 애환을 ‘여행자’란 시에 잘 보여주었다. “발이 대인 곳 몸이 주춤했던 곳, 습관 된 여행에 끌려 다니는 트렁크엔, 정 없는 가벼운 새 웃음들만 싣고…누구의 기억에는 흔적조차 없을, 나의 습관 된 기-인 여행은, 허구한 날같이 맨날 허구프다.”하고 고국 타향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일상의 허무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성의 목소리를 냈었다.

또 동포문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문학에 정신 기탁을 하며 열심히 배우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과거 작품에서 탈피하려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어 즐거웠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바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변창렬 시인이 그러했다. 56세 인생을 맞으며 그는 자신의 모습을 “허공에 걸어 둔 장삼이다, 오솔길 이슬에 젖은, 색바랜 옷이다. 쑤시는 뼈마디 헐어가는, 신경을 넣을 만큼 넣어 둔, 헐렁한 옷장이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실감 좋게 슬쩍 웃어 볼, 오후 다섯 시 육십분 쯤, 바람에 장삼자락 날리면, 노을이 누룽지 맛으로 펄럭인다”라고 농익은 정감을 표현했다. 시인은 “누릉지 맛”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동포문학 2호는 창간호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을 주었다. 에세이, 수필, 평론 등이 그랬다. 모두가 공부를 한 것이 엿보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예리해졌음이 느껴졌다. 이영자씨는 에세이 “남과 북, 애국가에서 나타난 민족의 동질성”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우리 민족 스스로 세태와 정감 세계로부터 민족의 동질성을 찾기 노력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진솔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김정룡은 에세이 ‘두뇌문명과 마음문명에 대한 論考’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상호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에세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또, 수년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창작과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정인갑 교수도 회고록 ‘핑퐁 사랑의 메신저’를 통해 한중수교에 또 다른 역할을 해온 민간 야사(野史)를 아주 재치 있고 재미있게 다루어, 한중수교 연구자들에게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요즘 매일신문에 두 주일에 한 번씩 수필 연재를 하고 있는 류일복씨는 수필 “길을 내다”에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에서 생활하며 ‘안동사람이 되어가는 외국인(중국동포)의 정착 과정’을 아주 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사나 교수로 재직 중인 학계 동포 엘리트들이 동포문학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박사를 졸업하고 모대학교 강사로 재직중인 이미옥씨나, 부산 동서대학 조교수로 있는 류경자씨는 재치 있는 평론을 썼으며, 부경대학교 예동근 교수와 서울대학교 강광문 교수 등은 문학살롱을 통해 “조정래 소설 ‘정글만리’의 眞實과 不實’”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한국인들에게 중국의 현실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키워드들을 제시해 주었다.

한마디로, 문학인은 문학을 해야 천부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가 있고, 창작에서 오는 희열을 느낄 수가 있다. 실물사회에서 정신적인 지탱 점을 찾아 노력하는 우리 동포문인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또 그런 아픔을 아물게 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우리 동포문인들은 분명 한민족 문학의 귀중한 자산임이 틀림없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들의 작품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강렬한 향기를 풍기기를 기대해 본다.

재한동포사회에서 동포문학은 이제 첫발자국을 뗀데 불과하다. 얼마 전에 우리는 ‘도서출판 바닷바람’ 등록을 마쳤다. 이 모든 것들이 동포문학의 발전에 자그마한 밑 그름이 됐으면 좋겠다. 고국에서 말뚝 하나를 박았으니 좀 더 큰 말뚝을 박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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