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동렬
http://www.zoglo.net/blog/lidonglie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14 ]

14    [대림칼럼] 전염병에 대처하는 '제3의 관점'을 아시나요 댓글:  조회:654  추천:0  2021-02-02
전염병에 대처하는 '제3의 관점'을 아시나요   리동렬 동북아신문 대표      동북아신문 대표, 재한조선족작가협회장, 도서출판 바다바람 발행인, 중국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저작 다수.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요즘 세계는 마치 2011년에 개봉한 영화 포스터의 태그 라인처럼 살벌한 공포에 휩싸여 돌아가는 것 같다. 신축년, 해가 바뀌였음에도 코로나19 펜데믹(대류행)이 계속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6일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루적 환진자가 1억1만명, 사망자는 214만4천141명으로 집계됐다. 미국만 해도 확진자가 2573만4천명에 사망자가 42만 9천여명이나 된다.    유럽도 초토화가 됐다. 지난해 말 유럽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1월 중순, 영국만 해도 코로나19사망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네덜란드는 인구 1천8백만밖에 안되지만 코로나19 루적확진자가 현재 96만6100명이고 사망자도 1만 7천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조치는 우선 사람 간의 접촉을 막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14억 인구 중국의 경우를 보면 각 성, 시(도시 포함), 현, 향, 촌에 이르기까지 인원 류동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주기적인 핵산검사 실시 등 조치를 통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물론 아직도 산발적으로 이곳저곳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지만 어느 한 곳에서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게 되면 바로 그 지역을 과감하게 봉쇄하고 자세하게 관리를 한다. 또 빠른 시간내에 전 지역 백성들로 하여금 무료로 코로나19 핵산검사를 받도록 해 전염병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대책들이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에 실행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개인들이 자유의 기발을 내세워 거센 반기를 내걸고 있다. 시위 도중 옷을 벗고 춤을 추거나 일부러 입을 맞추며 행진을 하거나, 꺼리낌없이 화려한 파티를 열거나, 심지어 불을 지르고 상점을 략탈하는 등 범죄행위마저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네덜란드에서는 경찰이 병원 한 곳을 공격해서 난동을 부린 300명을 억류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펜데믹이 곧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라고 해도 누구하나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사회적 질서의 붕괴나 대중적 공황상태를 부르는 것은 주가폭락이나 전쟁만이 아니고, 공중보건을 무너뜨리는 바이러스도 원흉"이란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바이러스 전염력은 하루안에 세계 어디로든지 국경을 넘다들 수 있는 비행기 속도만큼 빠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전염력은 "내가 젼혀 모르는 타인을 향한 깊은 불신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내 주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 불신의 빗장을 쉽게 열어버린다"고 충고하고 있다.   예로부터 전염병은 종교의 교리의 맥락과 깊이 닿아, '전염'의 개념이 교회 지도자들로부터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악'으로 기술해왔고, 신이 내린 벌이나 저주, 재앙적 종말의 징조 등으로 각색되여 왔다. 이런 전염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인간으로 하여금 전염병을 바라보는 기형적인 시각을 고정시켜 놓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식을 얻게 하는데 장애를 조성해 왔다.   과학이 발달한 현재도 이런 인식은 잘 개선되지 않았고, 신앙만 있으면 전염병이란 '악'을 반드시 물리칠 수가 있노라고, 적지 않은 종교인들은 자신하고 있다.   그 례로, 한국의 몇차례에 걸친 코로나19 확산의 배경에는 신천지교회, 사랑제일교회 등과 같은 방역을 저애하는 일부 교회들이 등장한다. 코로나19 감염증에 제일 많이 걸리고 타인에게 제일 많이 전파를 하는 사람도 이들 종교인들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기타 코로나19가 창궐하게 류행하는, 개별적인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이런 '무지'의 민낯들이 남김없이 드러나고 있어 자못 개탄스럽다.   이들중 혹은 자신들의 신앙심을 내세워, 혹은 자신들의 정치와 개인 리익을 좇기 위해, 혹은 소위 '자유의 기발'을 치켜들기 위해, 또는 타인을 비방하고 공격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무튼, 이들은 아주 뻔뻔스럽게, 또 주저없이 '무지'로 전염병 확산에 일조를 해오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은 벌써 19세기 프랑스의 미생물학자이며 탄저병, 닭 콜레라, 광견병 백신을 만들어 인류 보건에 크게 이바지한 파스퇴르를 중심으로 큰 변화를 가져왔었다. 백신으로 전염병을 치료하고 이겨낼 수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확립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과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차츰 전염병을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닌,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불행과 공포,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운명을 극단화 하는 게 아닌, 아주 합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전염병을 '악'의 대상으로 증오만 할 게 아니라 이런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을 찾아 대처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오늘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인류가 무엇을 잘못했고, 또 어떻게 이런 재난을 극복해야 하며, 그리고 이런 재난이 없는 사회에서 살 수 있을가를 성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많이 늦기는 했으나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인류는 환경 파괴를 저지하고 기후 변화를 막아야 하며, 야생동물과 가축이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을 예방하고, 부단히 백신을 개발해서 전염병을 퇴치해야 할 것이다. 또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무지와 무관심으로 수없이 반복된 실수"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도록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인식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다준 재난의 한해였다면, 그 재난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인간의 욕심과 무지가 얼마나 무섭게 자신들이 일궈세운 '문명세계'를 무차별하게 파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일 것이다.   한국의 지승학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전염을 통해 그간 덮여있던 인간의 무지와 사회적 은페물들을 폭로할 수 있게 됐고, 근대적 사회체계 속에 공존하고 있었던 어떤 주술적 집단과 인간의 모든 고질적 비리성을 '접촉'을 통해 밝혀내기 시작했다"며 "(전염병을) 긍정·부정을 나누기보다 전염의 순기능에 대해 직시해 보는 것. 즉 사물에 손을 대여(접촉)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폭로) 탐지작업을 '사회를 향한 긍정적인 해석학'이라고 명명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팬데믹(Pandemic), 재앙적 상황에서 건져낼 수 있는 소중한 가치와 교훈이 아닐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를 "긍정과 부정이 아닌 순기능적인 '제3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전염병이 아무리 깡패같이 미워서 '깡패코로나'라고 손가락질 해도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굴절되고 변형이 되면 또 다른 사회적 전염병이 생겨나 '전염'되면서 인간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실제로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전염병'의 팬데믹 현상이다. 그것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퍼뜨리는데 붙는 불에 키질하는 것처럼 무서운 기세로 일조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는 코로나19를 '제3의 관점'으로 바라볼 줄 아는 랭정한 시각을 갖고 그 '순기능'을 가감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인간의 욕심과 무지를 반성하면서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 세상 사람들이 함께 동심협력을 하게 되면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반드시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신문 /흑룡강신문
13    [대림칼럼]사실 보도 ‘블랙홀’의 실체를 알아본다 댓글:  조회:1454  추천:1  2020-02-14
요즘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예방과 중국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사망자 및 확진자에 대한 추이 상황이다. 모 국내 언론에 따르면 “2020년 1월 29일 당시만 해도 중국 내 확진자는 5494명이었는데, 2020년 2월 1일 1만4000여명을 넘어 2월 7일엔 3만명을 돌파했고, 2020년 2월 11일 현재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총 4만171명이다”며 “사망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2020년 1월 29일 131명에서 2월 11일엔 이미 1017명이다”하고 했고, 한국도 “(현재)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존재하는 나라 28곳 중 6번째로 확진자 수가 많은데, 2020년 2월 11일 기준 278명이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는 사실이고 팩트이다. 이런 팩트가 있기에 중국에서는 이미 시진핑주석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인민전쟁”을 선포했고, 중국 전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전국적인 방역시스템을 촘촘히 작동시켰다. 대부분 지역의 버스나 기차, 심지어 비행기 운행마저 정지시켰고 학교, 식당, 오락장소 등을 비롯해 무릇 사람들의 모임 장소라면 모두 영업을 중지시켰다. 심지어 대부분 사업장들로 하여금 자택 근무를 하게 하고 있으며, 주택 단지 출입도 제한을 해서 사람의 이동경로를 최소화하고 있다. 말 그대로 위로부터 아래로 철저한 “인민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박멸하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진실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사실로부터 사실의 진실을 발견하고 진실에서 감명을 받고 그런 진실한 사실의 진행과정에 동참을 하게 된다. 우리는 사실(事實fact))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뜻하는 말이고,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뜻하는 말이란 것을 안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는 사실과 사실보도이다. 그러나 사실 보도가 결코 다는 진실 보도가 아니다. “이미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고 사실일 때 언론보도는 언론사 기자 마다 나름대로의 해석으로 “진실”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진실을 믿고 싶은 것을 믿을 권리”가 있기에 하나의 사실에 나름대로의 여러가지 “진실”을 말할 수가 있다. 그러나 사실을 떠난 “자기의, 또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나 자기 진영의 진실을 위해 의도를 갖고 사실을 뒤흔드는 것은 그야말로 날조이며 죄악이다”고 정통 언론가들은 말한다. 한국 언론은 대부분 사실과 팩트를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진실”을 말한다. 그러나 편파적이고 부정적인 “진실”을 설파하는 언론사도 적지 않다. 구독 수를 늘리고 독자의 시선을 강하게 끌려면 무조건 “남달라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방역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우한시에 대해 일부 한국 언론은 “사람이 없는 썰렁한 거리”에 대한 집요한 보도를 통해 “공포의 도시”로 부각하고 있다. 모 언론사 1월 30일자 뉴스투데이는 “현지 교민의 증언 ‘우한은 지금 유령도시’”라는 제목을 달아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후베이 성 우한시는 유령도시처럼 변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기서 제목을 “유령도시”라고 지칭한 것은 “사람이 살지 않는, 죽은 사람의 혼령이 떠돌아 다니는, 무서움이 극치에 달하는 도시”라는, 시청자들에게 극도로 무서운 자극을 심어주어 어쩜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한번의 보도로 그 언론사를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이 기사의 제목은 너무 강하고 부정적이고 과장이 돼 있다. 물론 이는, 한국 교민이 전한 사실을 인용해서 제목을 뽑은, 그 교민의 시각에서 본 “진실”이기도 하다. 우한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사망자가 무서울 정도로 불어나기 때문이요, 정부의 방역시스템의 작동으로 거리에 사람이나 차량 이동을 볼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진실”만을 말할 때 우리는 다른 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실에 내재되어 있는 “진실”을 외면할 수가 있다. 우한시 시민들이 정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 자기 아파트 내에서 생활의 어려움과 정신적인 무서움을 떨쳐내며 자체 격리를 하고 있다는 점, 전국이 우한의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팩트, 등이 그러하다. 한국 국내 방송에서 내보낸 아파트 내에 자체 격리를 하고 있는 시민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 단지들을 향해 “우한 쨔유(우한 힘내라!”라고 외치는 장면을 언뜻 본 기억이 있다. 1천만이 사는 우한은 “유령”의 도시가 아닌, 스스로 무서움을 감내하는, 극도의 자제력으로 죽음과 맞서 싸우는 “영웅의 도시”이다. 얼마전에 우한은 “중국의 속도”로 10일만에 건설된 병상 1천개 규모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지었고, 환자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또 병상 1천 600개 규모의 레이선산(雷神山) 병원도 8일 사용 허가를 받았다. 현재 중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의료인원들을 우한에 파견해 환자 치료에 돌입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 정월 초이튿날, 연변대학교 부속병원 호흡과 주임의사 왕아암, 감염질병과 부주임의사 진녕, 중증과 주치의 주성걸이 장춘으로 이동해 길림성 호북지원 의료팀에 합류하여 호북성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중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을 떼어놓고 생사 결단의 결전지로 떠난 주성걸 주치의사의 사적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10일 오후 SNS에 공개한 중국 시안의 간호사 20여 명이 우한으로 떠나기 전 전원 삭발한 모습의 영상이 공개돼 감동을 무척 감동을 주었다. 간호사들이 잇따라 머리카락을 자르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철저히 차단하고 옷과 보호 장비 등을 착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해당 동영상을 본 시청자들은 “당신들의 용기를 존경한다”는 등 수많은 응원의 댓글을 올렸다. 이는 진실된 사실 보도의 “나비효과”이다. 따라서 한국언론은 언제나 부정적인 시각만 갖고, 시민들이 봐도 저들만의 '사심'이 내재된 사실보도를 하는 '블랙홀'에 빠져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언론을 의심하게 하고, 또 이 사회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가 있다. 우한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행한 후 일부 한국언론들은 중국인 대한 혐오와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을 뽑아 보도를 했다.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 불량 심각’, △‘우한폐렴’ 비상... 대림동 차이나타운 위생관념 여전히 부족…” 등. 특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등 중국인 밀집 지역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불러 일으켜 대림동상권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림 지역은 중국 국적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것은 팩트이고 진실이다. 한국언론에서 이런 진실 보도를 보기가 쉽지 않다. 2016년 서울시 후원(비영리민간단체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와 동포모니터링단 ‘강강술래’는 한국사회의 중국동포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 “한국의 청년세대(20~35세) 246명에게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 94%가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범죄사건에 대해 조선족을 특정한 일반화, 지나친 부정어의 사용, 강력범죄에 대한 지나친 선정적 보도가 주류를 이루었다”, “사건자체보다 불법체류를 부각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렇게 형성된 중국동포의 이미지는 “범죄자, 하층민으로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 놓여있으며 돈의 노예, 분노조절장애, 배타적 집단으로 각인되고 있다”고 경고를 했다. 일찍 한겨레신문 편집국 기자를 지낸 김훈 소설가는 ‘연필로 쓰기’ 산문집에서 신문보도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모든 기자는, 언론사는 각자의 진실을 생산할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이 권리는 반드시 진실이 진실로서 가치를 가질 때만 성립한다. 그래서 기자의 사명은 기사가 아니다. 사실을 취재하고 그것이 오염되지 않도록 기록해서 보존하는 일에 있다. 작금의 언론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또 “진실이 아닌 사실로 인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할 상처를 입게 된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한국 사람은 물론, 특히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동포들은 한국 언론이 너무 편파적이고 부정적이고, 심지어 어느 진영이나 소속 언론사의 입장을 위해 자기들만의 “진실”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못 믿고 한국 언론도 못 믿는다. 어쩌면 이런 언론사나 소속 기자들의 경향도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있는지 모른다. 아주 오래전부터말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은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등이다. 우리의 언론도 어쩜 이런 예방수칙을 지켜 소속 언론사의 경향이나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 또는 권력관계 등에서 오는 압력 등에 못 이겨 자기들만의 “진실”을 만들어낸 보도를 하지 말았으면 한다. 언론인 본연의 초심을 지켜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를 잘해서 “진실을 보는 안목”을 길러 통찰력이 있는 “진실한 보도”를 생산했으면 좋겠다. 사실은 영어로 fact(팩트)라고 한다. 즉 사실이란 실제 존재했던 일을 말한다. 진실은 영어로 truth라고 한다. 즉 “사물의 상태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그 사물과 일치하고 있는 참(=진리)”을 지칭한다. 이것에 대해서 일치하고 있지 않을 때는 거짓(=오류)이다. 따라서 기자는 “자신의 판단력과 양심에 따라 사실을 토대로 진실을 일깨우고 진실을 보도해야” 이 시대의 진정한 기자라고 할 수가 있다. 이동렬 - 언론인, 소설가. 동북아신문 사장/대표, 재한조선족작가협회 대표.
12    이동렬 프로필 댓글:  조회:1004  추천:0  2019-03-17
이동렬 ▲ 중국 서란시 출생. 소설가, 언론인. 동북아신문 사장/대표, 재한동포문인협회 초대회장/現대표. 중국작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월간잡지 中國新聞 차이나위크(한국어판) 편집주간, 도서출판 바닷바람 발행인. 장편소설집 '고요한도시', '낙화유수' 중단편소설집 '눈꽃서정', '토양대' 등 4부. 연변조선족자치주문학상 등 10여 차 수상. (2019.3.17 업데이트)
11    대림(大林)은 한창 문학 리모델링 중 댓글:  조회:1480  추천:2  2019-03-17
대림(大林)은 한창 문학 리모델링 중 이동렬 동북아신문 사장/대표  서울 대림동은 바야흐로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차이나타운, 중국인의 먹거리 명소. 또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문화 관광교류 명소, 관광단지…언론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속의 작은 중국'이라고 호칭하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대림동 중앙시장 부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중국인(동포 포함) 5~6만 명 이상이 운집을 한다. 식당 가게 반 이상은 중국인이 운영을 한다. 시끌벅적 별천지(別天地)이다.  대림 1,2,3동 등록 거주 중국동포만 해도 2만 5천 명, 실 거주자는 5만 명으로 보기도 한다. 식당 가게의 월세, 전세, 보증금, 권리금 등은 서울 강남 못지 않게 하루가 멀다하게 올리 뛴다. 이제는 아니지만, 타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세가 쌌던 곳. 전철이 가깝고 버스가 많아 이동이 상당히 편리한 곳. 중국 동포들이 많이 모여 살며 상호 소통이 쉽고 네트워크가 잘되어 있는 곳. 그래서 투자 자금들이 왕창 모이고, 상업이 날로 번창해 가고 있는 곳. 사장님이 운전하는 자가용도 으리으리하고, 중국 말 한국말 섞은 중국인들의 목소리 톤도 한결 높아지고 있다. 이곳에는 중국 동포 관련 언론매체도 여러 곳 있고 동포단체들도 많이 있다. 문화예술 공연, 또는 동포 자원봉사, 외국인 자율방범대 등 활동들도 쉬이 눈에 띈다. 중국동포 자율성에 이해 스스로 삶의 터전을 가꾸어 가는 자부심이 한결 높아지고 있는 듯싶다.  그런데 잠깐, 이 모든 것들이 일부 내국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그것은 하나의 우려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가 없다. 가끔 택시를 타다보면 기사들은 이렇게 자문한다. "여기 봐요, 여기. 이 요란한 중국 간판들을 좀 봐요…헛참, 여기가 한국인가 중국인가?", "와, 깜짝이야. 왜 중국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살아요?"…그 말들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약간의 좌절감, 또는 약간의 불안 비슷한 감정들이 깃들어 있는 듯싶다. 이곳에서 중국동포들이 자각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문화공연을 해도, 이들의 눈에는 성차지 않은 뭐가 있어 보이는 모양이다. "한국 와서 이제는 다들 돈을 많이 벌었구먼, 허허…"하고 일부 내국인들이 그렇게 웃는데, 그런 웃음이 참 묘하게 느껴진다.  그렇다.  중국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한국에 왔다. 중국사람들은 이제 돈을 벌었다. "그런데는 뭐, 어떤 데요?…중국 동포라고? 그래도 그냥, 중국 사람일 뿐이지!" 이렇게 빈정대고, 이런 눈빛을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당신들은 우리 내국인이 아닌 중국 사람이라는 것. 차곡차곡 쌓아온 한민족의 지성과 감성은 내국인과 절대 비길 수 없다는 것. 알게 모르게 민족적 정서를 가진 일부 내국인들 마음 속에는 이런 것들이 자리잡고 있는 지 모른다. 절대적인 자본주의, 또는 절대적인 자유민주주의가 되기 이전에 수백 년동안 지배해온 '선비사상' DNA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너희들 돈 벌러 왔잖아, 돈 말고 또 뭘 알아?…" 어쩜 그런 내재한 잠재 의식들이 동포들과의 더 큰 이질감을 만들어내는 듯싶다.  사실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돈 벌러 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한중 수교 이후 지금까지 동포들은 수십 년을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돈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란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근년에 중국동포사회를 휩쓴 사건 한두 가지를 떠올려 보자. 그중 하나가 2012년 4월 1일, 중국동포 오원춘의 토막 살인 사건이다. 그로 해서 한동안 재한조선족을 혐오하는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또 2017년 8월에 대림동 중국 동포들을 깡패로 묘사한 영화 '청년 경찰'이 상영돼, 이에 항의하는 중국 동포 단체들의 대규모 시위도 연달아 터졌었다.  비록 많은 내국인 시민단체들과 언론들에서 중국 동포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애를 써왔지만, 동포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고, 쉽게 지울 수 없는 마음의 흔적으로 남게 됐다. 그 번을 계기로 내국인들의 가슴 속에도 "조선족은, 다 그렇지 뭐"라는 인상이 굳은살처럼 박히게 됐다.  당시의 싸늘해진 인심을 적은, 박동찬이라는 연세대학교 중국동포 유학생이 쓴 "대림, 그리고 朝鮮族-박춘봉 살인사건 그 후"라는 시는 그래서 꽤 유명해졌다. "…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박춘봉은 이곳에 없다/이곳의 모두는 박 아무개가 되었다/불쌍한, 불안한, 그리고 불편한 사람/이곳의 명물-/꽈배기는 마르고 순대는 식었다…사람이 허기진 날에 나는/ 낯선 이 땅을 조용히 밟고 간다." KBS 한민족 방송 에 가서 인터뷰를 할 때 필자가 이 시를 읊자 진행을 맡은 선생님은 "아이고, 아이고…다들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라고 연신 혀를 찼었다. 한수의 시가 얼마나 내국인의 감성을 자극해서 동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 하는 반증이라겠다.  재한 동포사회는 이제 돈도 벌고 지위도 향상됐고, 지역사회와의 화합을 위해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은 보여주었다. 한국 사회의 눈과 귀도 이젠 많이 열렸다. 그럼에도, 아직 마음 깊은 곳에 순화(純化) 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다. 그런 DNA가 있다. '청년 경찰'이 상영될 때 "우리도 우리들의 영화를 한편 찍자"라고 많은 동포들이 외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우리의 동포문학이 더욱 필요한 것 같다. "인간과 세계의 이해를 돕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 정서적 미적으로 바른 삶을 고양하고 이해시키며", "상상력과 감수성을 길러 수준 높은 소통 능력을 함양하며", "다양한 가치 추구를 통해 공동체의 역동성을 증진시키는" 문학이 없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내국인들의 잠재적 DNA를 흔들어 감성 밑바닥부터의 순화를 통해 한민족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동포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런 까닭이라겠다. 지난 2012년 8월, 재한동포문인협회가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발족됐다. 시로, 수필로, 소설로 우리 동포 문인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순화시키며 감성을 자극해 내국인들의 DNA를 흔들고 있다. 올해로 만 7년째, 이미 동포문학 8호를 발행했고, 한중지성인들과 시상식을 함께 해왔으며, '도서출판 바닷바람'이란 자체 출판사를 설립해서 적지 않은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또 동북아신문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에 문학코너를 만들어 육속 문학작품들을 발표시키고 있다. 이들이 창작한 문학작품이 한해에 1천 편이 넘는다는 통계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문학상도 많이 받고, 한국문단에 등단을 하거나 연변작가협회를 비롯한 기타 지역 문인협회에 가입하는 회원들도 늘어나고 있다. "중국동포들도 작품을 써요?"하고 놀라 묻던 내국인들이 "야, 정말 잘쓰네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우리가 같은 피란 것이 느껴져요"라고 감탄을 한다.  이제 만 7년 차를 맞아 재한동포문인협회는 올해 5월말 연길에서 연변대학 교수들과 함께 '재한조선족 문학세미나'를 갖고 그동안의 문학성과를 점검하게 된다. 또 오는 9월 초에는 한중문학포럼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지난 1월 28일에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 동포 석사‧박사‧교수 위주로 '재한동포문학포럼'을 발족해서 장차 '동포문학연구회' 비슷한 단체로 발전시키고자 논의했다. 한국에서 석사, 박사를 했거나 교환 교수로 계시던 조선족 학자분들도 이런 네트워크 속에서 충분히 역할을 함께 할 수가 있다. 일본, 미국 같은 곳에 있는 문학 애호 학자들도 동호인이 될 수 있다. 이러면 '대림'의 '동포문학'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가 되어가며 완전 리모델링이 될 수 있다. '동포문학'은 디아스포라 한민족 문학영역에서 한 송이 예쁜 꽃으로 피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문학 고유 특성상 인간의 심리적, 문화적, 영적 측면에서 순화를 거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바램일 뿐이다. 바램이 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큰 숲 대림(大林)은 대림동만이 아니다. 대림은 우리 중국동포들의 브랜드이자 곧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대림이란 숲에는 돈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과 중국의 선진적인 문화가 점철돼 가고 있고, 이지적인 지성과 풍성한 감성이 교차돼고 있는 문학이 발전되어 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무형 중 점차 유형을 만들어 갈 것이다. 대림은 지금 한창 문학 리모델링 중에 있다.
10    재한조선족 자녀교육의 발전방향 댓글:  조회:3784  추천:0  2014-11-25
원제목: 재한중국동포 자녀교육의 발전방향 한중수교 22주년 시점인 현재, 한국에로의 이주, 또는 체류중인 중국동포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서 70만이란 방대한 재한동포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192만 중국조선족 인구중 1/3이 넘는 숫자이다. 한국에로 대량으로 이주하여 삶의 터전을 닦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보면 생활수준이 아주 크게 향상되었고,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중교류 등 방면에서 적극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허다한 문제점도 유발하고 있는데, 그중 크게 두드러진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자녀교육이다. 자녀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중국동포사회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한중국동포 자녀교육의 발전방향을 잘 설정하고 동포자녀들에 대해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방면에서, 재한중국동포교사협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중국동포 자녀교육 현황과 교육대상의 유동상황 및 특징을 잘 분석하여야 한다. 주지하다 시피, 개혁개방 이후, 특히 한중수교 이후 중국조선족사회가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며 조선족의 학교 교육도 불가피한 변화와 어려움 속에서 요동쳐 왔다. 중국 현지를 살펴보면 학생 수의 감소로 조선족 농촌학교가 대부분 소멸되었고, 시내 조선족학교들도 통폐합의 수순을 밟게 되었으며, 수준이 있는 교사들이 대량 감소되었고, 학교운영에도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많은 조선족학생들이 한족학교로 전학을 했거나 시초부터 한족학교를 선택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들이 노인들에게 자녀를 맡겨두고 장기출국해서 있다 보니 가정교육은 제로인 경우가 보편적이다. 이렇게 중국현지의 민족교육은 생사존망의 아주 위험수위에 처해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러면 재한중국동포사회의 자녀교육은 어떤 상황일까?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장기 체류함에 따라 중국에 자녀를 두고 온 동포 학부형들이 점차 자녀들을 한국에 데려다 공부를 시키고 있는 추세가 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자녀를 제대로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가족, 노인들이나 친척 혹은 지인들에게 맡겼으나 자녀들의 학습 성적이 엉망인 가족, 학교에 잘 다니지 않고 문제가 많은 학생의 가족, 부모들이 애가 자라는 것이 시름이 놓이지 않거나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어 데려오는 가족, 등등 자녀들을 모국으로 데려오는 이유는 제각기이다. 그러나 디아스포라의 물리적 간격을 극복할 수 없는 아픔과, 그로 인해 빚어진 비극들을 사랑으로 극복하려는 노력들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볼 수가 있다.   한국에로 유학을 오고 있는 동포자녀들의 상황도 천차만별이다. 연령별로 보면 유아로부터 초등학교생, 중학생, 고등학교생, 심지어 대학생까지 다 있다. 또 학생 유형과 일반 상황을 분석해보면, 젊은 부모들이 한국에서 자녀를 낳아 기르고도 하고, 한국인과 동포가 국제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 기르기도 하고 있다. 심어지 국제결혼의 피해를 동포 후손들이 직접 보게 돼서 개별적인 종교단체나 다문화 관련 단체에서 데려다 기르며 교육을 시키는 애들도 있다. 예를 들면, (사)지구촌사랑나눔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문화대안학교를 살펴보면 거기서 공부하는 동포자녀들 중에는 중•고등학교생이 있는가 하면, 유아원생도 숫자가 상당하며, 부모 없는 동포자녀들도 더러 있다. 현재, 이 학교에서는 이주청소년(외국인노동자나 중국동포의 자녀), 중도입국자녀(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청소년), 다문화가정 자녀, 저소득 한국인 자녀 등에 대해 교육비용을 전액 무료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상당수의 학생들이 중국에서 한족학교를 다니다가 오게 됐으므로, 한국 말을 몰라 한국어 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이들 동포학생들은 언어의 이질적인 벽을 넘어야 주위환경에 적응을 할 수가 있게 된다.   현재까지 한국에 어느 연령별을 상대하든 간에, 중국동포 상대 전문학교가 없는 줄 알고 있다. 이는 다문화대안학교나, 한국에 있는 화교(華僑)학교를 가지 않는 이상, 한국 국내 학교에 편입을 받거나 입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상황들을 살펴보면, 우리는 재한중국동포 자녀교육 발전방향을 현실에 입각하여 실제 상황에 맞게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또 한국 지역사회에 유입된 학생들의 연령별 분포상황과 유학 상황들을 조사하고 그들이 학교에 정착해서 공부하는 데서의 어려운 점들을 요해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설정할 수가 있다.  중국동포자녀들이 중국에서 살았던지 한국에서 태어났던지 간에, 또는 부모 쌍방이 중국 국적자이든 아니면 부모 일방이 중국국적자이든 간에 ‘중국’이란 이미지와 모종 영향력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부모들한테서 중국말을 듣거나 배우거나,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중국을 가보거나, 또는 생활습관과 태도 등에서 ‘중국’이란 존재와 힘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완전 ‘한국학생’으로 만들어 교육시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재한중국동포의 자녀교육은 글로벌적일수록 좋을 것이다. 한국을 알게 하고 중국을 알게 해야 하며, 한중 양국의 우수한 문화와 전통과 예의 관습 등을 잘 배워주어야 한다. 현재 중국경제의 급부상은 동포자녀들의 심층에 또 다른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생긴 것이다. 억지로 동포자녀, 혹은 다문화자녀라는 신분을 숨기며 공부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다음, 한국에서 생활하며 공부하고 있는 만큼, 현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자면, 한국어로 능숙하게 말할 줄 알아야 하며,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와 전통과 습관과 정서가 몸에 배이도록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학생의 실제학습수준과 능력을 잘 테스트 하여 ‘급보완’을 잘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에로 유학을 오는 부동한 연령별 동포학생들이 이에 포함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현재 중국동포자녀 대부분이 이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말을 잘 할 줄 모르거나 전혀 모르거나, 한국의 정서와 문화와 관습을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거나, 심지어 적응력이 너무 떨어져 한국을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기본적인 심리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으면 교육은 허사이다. 또, 중국 현지에서 생활하고 학습해온 동포학생들의 환경과 발자취를 잘 더듬고 파악하는 것도 학생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는 위의 이런 ‘급보완’을 위해 재한동포교사협회의 ‘어울림주말학교’와 같은 단체들을 많이 출범시켜야 한다.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곳까지 이런 보살핌의, ‘급보완’의 따뜻한 손길이 닫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전직교사들을 많이 찾아내어 헌신과 봉사를 이끌어내야 하며, 서울시교육청이나 재외동포재단, 동북아평와연대와 같은, 지역 정부나 신민단체들의 행정적인 지원과 도움을 받으면서 동포교육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다섯째는 동포학생들의 장점과 주위 환경 여건 우세를 최대한 살려 교육을 해야 한다. 동포학생들은 한국에서 체류하고 학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연고를 두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열려있다. 방학 간에 중국에 가서 중국어공부를 하거나 스스로 역사문화탐방 같은 것도 할 수가 있다. 또 한국 학생들이 가기 어려운 북한 같은 나라에도 갈 수가 있다. 이들을 남북한 통일의 주역으로 키워나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세상에 영원히 닫혀 있는 나라는 없다. 통일은 어느 날 어느 순간에 올지 모른다. 통일이 되면 북한을 잘 아는 동포학생들이 당연히 모든 분야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여섯 번째는 중국현지 학교 및 교사단체, 또는 한국의 학교 및 교사단체들과 수시로 세미나를 열고 교육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설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일곱 번째는 중국동포교사협회를 주축으로, 좀 더 강력한 교육단체가 출범되어 교육의 힘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재외동포재단이나 지역정부 교육관련 부서들에서 전담부서나 담당직원들을 배치하여 행정적으로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교육은 만년대계라고 한다. 현재 중국동포자녀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동포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중국동포들과 내국인들이 힘을 합쳐 이들을 구원하는 투수로 역할을 해야 하며, 동포자녀교육의 발전방향을 잘 설정해서 ‘만년대계’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4년 9월, 동덕여대 세미나에서 동북아신문 2014-11-25  
9    “동포사회의 정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댓글:  조회:2200  추천:1  2014-11-17
[서울=동북아신문]격주 간 동북아신문 종이신문이 이번 호를 계기로 벌써 203호를 발행하게 됐다. 2001년에 창간해서, 종이신문 발행만 200호를 넘겼다는 것은 본지의 입장에서는 너무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신문사 대표를 맡고 있는 본인도 올해로 벌써 10년 째 동북아신문을 끌고 나온 셈이다. 정말 격세지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에 몇 가지 실례를 들어 동북아신문의 특점과 장점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역사가 오래다는 것이다. 동포사회 형성시기에 견주어 볼 때, 본지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인터넷(www.dbanews.com)동북아신문은 2001년 6월에 창간을, 종이신문은 2003년 6월에 창간됐다. 온라인, 오프라인 동북아신문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도 잘 알려져 있거나, 많이 알려져 있다.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정보 획득을 위해 동북아신문 온라인을 찾아보고, 국내에 입국하면 반드시 오프라인 신문을 찾아보고 있는 것도 동포사회의 현실이다.   다음으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다. 10여 년간 동북아신문은 재한중국동포사회를 위해 불합리한 출입국법 개정과, 동포체류자격 및 취업자격 확대실시, 처우개선 등 동포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열심히 뛰어왔다. 더욱이 2003년 노무현 前 대통령이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동북아신문은 동포사회에서 보도의 구심역할을 했다. 또 동포1세들의 국적회복과 방문취업제의 길을 열기 위해 노력했으며, 재외동포비자 자격 취득 등 한국의 제도개혁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따라서 매달 수많은 동포들이 각종 사연을 갖고 본지를 방문하고 있다.   세 번째는 편집진이 비교적 우수하며 필진이 두텁다는 것이다. 본지의 대표, 편집인, 편집국장, 사진부장 등은 맡은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나름대로 동포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또, 필진은 한국과 중국에 있는 교수, 교육전문가, 박사, 전문가, 작가 등 동포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분들로 구성됐다. 따라서 비교적 박식한 지식과 전문성이 있는 견식으로 동포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동포들에게 풍부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넷째로는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동북아신문을 애독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정확하고 빠른 정보제공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동포들은 “동북아신문에 벌써 나왔어!”, “동북아문이 제일 빨라”하는 말을 곧잘 한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 거의 매일 업그레이드되며, 동북아신문은 동포들에게 타 신문보다 빨리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섯째는 재한동포사회로 하여금 한국사회와의 융합을 적극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재한동포사회는 고립적인 사회가 아니다. 동포들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동포들끼리만 모여 생활해서는 안 된다. 본지는 기사게재로부터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동포지성인들로부터 일반 성원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와의 융합을 적극 추진해왔고 재외동포들 간의 연대성도 애써 강조해 왔다.   이벤트 행사로는, 서초구 외교센터 등지에서 2010년, 2011년, 2012년에 대형 송년의 밤을 개최해 정계, 학계, 동포단체 관련 인사들을 대거 초청, 한중 엘리트간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2014년에는 동포문인협회와 함께 이벤트행사도 적극 벌였다.   여섯째는 70만 재한동포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재한동포문인(작가)협회를 구성하여 동포문학 창간호와 2호를 연속 출간하였고, 디아스포라 동포문학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재한동포들의 이미지 개선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5월에는 ‘세계한민족 디아스포라 시선·수필선’과 ‘시화전’ 책도 출간할 예정이다.   일곱째는 격 주간 종이신문의 인쇄부수와 배포지역을 지속적으로 늘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포와 중국인 집거지인 구로구(가리봉 일대 포함), 영등포구(대림 일대 포함), 금천구 등지에는 직접 배포를 하고, 안산시, 건대입구, 광진구 자양동, 안양, 부천, 수원, 광명, 일산, 마포, 인천, 성남, 파주 등 일대와, 대전, 평택, 충북, 충남, 부산, 전주, 광주 등, 무릇 동포집거지역에는 택배나 우편으로 신문을 발송하고 있다.   본지는 앞으로도 위와 같은 장점들을 계속 살려 나가면서, 더 두텁고 전문성이 있는 필진들을 구성, 독자들에게 더욱 빠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재한동포들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며, 타 신문과 차원이 다른 수준 높은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우리 한민족이 있는 곳에 반드시 동북아신문이 있고, 중국조선족들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이 있는 곳에 반드시 동북아신문이 있게 하여 애독자 층을 더 두텁게 넓혀가는 것이 본지의 사명이다.   독자 여러분의 진심어린 충고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8    동포문학 2호 ‘집 떠난 사람들’을 펴내며 댓글:  조회:1125  추천:2  2014-07-08
동포문학 2호의 제목을 이번에는 ‘집 떠난 사람들’이라 달았다. ‘집 떠난 사람들’의 생각과, 애환과, 감수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그래서 지난 해 10월 중순부터 원고모집을 하여 편집을 마무리하기까지 어언 8개 월, 지난 6월 24일이야 마침내 책을 출판하게 됐다. 이번 동포문학 2호에는 재한동포문인들을 위주로, 중국 본토 산재지구 조선족과, 프랑스, 미국, 일본 등지 중국동포문인들의 작품, 그리고 동포문인들과 함께 가기를 바라는 10여 명의 한국 문인들 포함, 약 60여 명의 작품이 수록됐다. 정말 쉽지 않은 편집이었지만, 또 쉽지 않은 창작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재한중국동포 문인들의 작품을 편집할 때는 가슴이 짠, 했다. 노동과 생활의 어려운 고(苦)를 이겨 내며 창작에 열정을 바쳐온 그들의 문학정신에 감복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여가의 시간에 끊임없이 창작에 올인 하는 송미자 시인은 자신의 힘든 인생여정을 통해 ‘집 떠난 사람들’의 의식과 방황, 갈등, 애환을 ‘여행자’란 시에 잘 보여주었다. “발이 대인 곳 몸이 주춤했던 곳, 습관 된 여행에 끌려 다니는 트렁크엔, 정 없는 가벼운 새 웃음들만 싣고…누구의 기억에는 흔적조차 없을, 나의 습관 된 기-인 여행은, 허구한 날같이 맨날 허구프다.”하고 고국 타향에서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 일상의 허무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성의 목소리를 냈었다. 또 동포문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문학에 정신 기탁을 하며 열심히 배우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과거 작품에서 탈피하려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어 즐거웠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바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변창렬 시인이 그러했다. 56세 인생을 맞으며 그는 자신의 모습을 “허공에 걸어 둔 장삼이다, 오솔길 이슬에 젖은, 색바랜 옷이다. 쑤시는 뼈마디 헐어가는, 신경을 넣을 만큼 넣어 둔, 헐렁한 옷장이다”며, 그러나 결론적으로 “실감 좋게 슬쩍 웃어 볼, 오후 다섯 시 육십분 쯤, 바람에 장삼자락 날리면, 노을이 누룽지 맛으로 펄럭인다”라고 농익은 정감을 표현했다. 시인은 “누릉지 맛”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동포문학 2호는 창간호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느낌을 주었다. 에세이, 수필, 평론 등이 그랬다. 모두가 공부를 한 것이 엿보였고,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예리해졌음이 느껴졌다. 이영자씨는 에세이 “남과 북, 애국가에서 나타난 민족의 동질성”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우리 민족 스스로 세태와 정감 세계로부터 민족의 동질성을 찾기 노력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을 진솔하게 이야기 해 주었다. 김정룡은 에세이 ‘두뇌문명과 마음문명에 대한 論考’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서양문화와 동양문화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상호보완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에세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또, 수년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창작과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정인갑 교수도 회고록 ‘핑퐁 사랑의 메신저’를 통해 한중수교에 또 다른 역할을 해온 민간 야사(野史)를 아주 재치 있고 재미있게 다루어, 한중수교 연구자들에게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요즘 매일신문에 두 주일에 한 번씩 수필 연재를 하고 있는 류일복씨는 수필 “길을 내다”에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안동에서 생활하며 ‘안동사람이 되어가는 외국인(중국동포)의 정착 과정’을 아주 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사나 교수로 재직 중인 학계 동포 엘리트들이 동포문학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박사를 졸업하고 모대학교 강사로 재직중인 이미옥씨나, 부산 동서대학 조교수로 있는 류경자씨는 재치 있는 평론을 썼으며, 부경대학교 예동근 교수와 서울대학교 강광문 교수 등은 문학살롱을 통해 “조정래 소설 ‘정글만리’의 眞實과 不實’”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한국인들에게 중국의 현실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키워드들을 제시해 주었다. 한마디로, 문학인은 문학을 해야 천부의 자기 모습을 찾을 수가 있고, 창작에서 오는 희열을 느낄 수가 있다. 실물사회에서 정신적인 지탱 점을 찾아 노력하는 우리 동포문인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디아스포라의 아픔과, 또 그런 아픔을 아물게 하는 지혜를 갖고 있는 우리 동포문인들은 분명 한민족 문학의 귀중한 자산임이 틀림없다. 멀지 않은 장래에 이들의 작품이 우리 시대의, 또 다른 강렬한 향기를 풍기기를 기대해 본다. 재한동포사회에서 동포문학은 이제 첫발자국을 뗀데 불과하다. 얼마 전에 우리는 ‘도서출판 바닷바람’ 등록을 마쳤다. 이 모든 것들이 동포문학의 발전에 자그마한 밑 그름이 됐으면 좋겠다. 고국에서 말뚝 하나를 박았으니 좀 더 큰 말뚝을 박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 동북아신문
7    새누리당,동포관련 공약 지키라 댓글:  조회:2961  추천:2  2013-01-04
원제:除舊布新, 동포사회의 새날이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임진년은 지나가고,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아왔다. 번영과 발전, 풍요를 상징하는 흑뱀 계사년의 기운이 벌써 땅속 깊숙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선 때, 대통령후보들은 재외동포 관련 많은 공약들을 쏟아냈다. 이미 대선에 승리한 새누리당은 이제 “복수국적 허용연령 확대, 재외국민용 주민증 발급, 한국학교 지원”등 ‘공약’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한중국동포(유권자연맹)들도 대통령후보들에게 △중국동포에 입국문호 개방 및 모국자유왕래 F-4(재외동포) 비자 전면실시 △국적회복동포1세에 보금자리주택·LH임대주택 제공 및 경로당 신설 △문화·교육·복지센터(다기능복합회관) 건립 △다문화와 중국동포정책 분리 통해 예산지원 형평성 확보 △동포정책 전담기구, 이민청 신설 △재한동포 2·3세 위한 초·중·고 및 산업기술 직능대학 설립 △생계형 불법체류자 및 신원불일치자 중국동포 긴급사면 등 요구를 강력 제출했다. 이에 새누리당과 민주당 관련 인사들은 동포들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이겠다고 승낙을 했으니, 동포사회는 새누리당의 '공약' 아닌 '승낙'을 꼭 지켜볼 것이다.  물론 ‘중국동포특별법’을 제정해서 펼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지만, 동포사회도 더는 속지만 않을 것이다.   지난 한해, 동포사회도 ‘거세개탁(擧世皆濁)’의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불법체류자와 신원불일치자 대사면” 요구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고, 위명여권 자진 신고한 동포들은 근근히 3,600여명 밖에 안 됐다. 제구포신(除舊布新), 즉 낡은 과거를 제거하지 못하는 한, 완전 새 것을 펼칠 수 없다는 반증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재한동포 사회가 점차 건전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에는 기술자격증 취득의 붐이 크게 일어 청‧중년, 지어 오십대의 동포들마저 기술자격증을 취득해서 이미 수만 명이 재외동포비자(F-4)로 변경을 했다. 또 방문취업 만기자들의 출국과 더불어, 올 12월14일에도 5만5천명의 신규 전산추첨자를 선발하여 동포들의 출국과 입국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재한동포사회 조직 세포도 활발하게 번식해 나가고 있다. 재한동포 유권자연맹이 출범했고, 재한동포총연합회, 귀한동포연합총회, 한마음협회 등 기존 동포단체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연변대학 학우회, 재한동포문인협회, 한중미래재단, 한국다문화영상연합회 등 단체들이 새로 출범하여 동포사회의 지적 이미지 변화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동포사회(재한동포 포함)는 한국 국내외 정세의 변화, 특히 모국의 정책변화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중국동포가 진정 ‘재외동포’로서의 법적지위기를 갖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런 '법적지위' 취득을 위해서는 2013년의 사자성어 제구포신(除舊布新)처럼 “묵은 것을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펼쳐야 할 것”이다. 이제 멀지 않은 장래에 남북 간에 화해모드가 형성되고, 또 “출‧입국자유, 취업자유”를 갈망하는 '동포의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동북아신문 사설  
6    “이래저래 속이 까맣게 탄다” 댓글:  조회:2345  추천:2  2012-06-22
위명여권 사용 구제안 조속히 발표해야! 위명여권 사용동포들에 대한 즉각적인 사면을 요구하는 동포단체들의 집단적인 청원이 여러 도경을 통해 법무부에 제출 된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금 실시할 것 같던 ‘구제안’은 여전히 출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몇 달 전부터 법무부 조사과에서는 재한동포사회 곳곳을 다니며 밀착조사를 했고, 이런저런 의견을 수렴해 갔다. 출입국 관계자는 전번 달에 이미 한국에서 동포 관련 제일 영향력이 있는 시민단체장들과 만나 구제방법과 시기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는 소문이다. 따라서 동포들은 6월 중순이면  ‘구제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런데 이달 중순이 지난 오늘까지 발표가 없는 것을 보면 “오춘원 수원살인사건 때문에 국민정서를 고려해 구제안이 뒤로 무한정 밀리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제안’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 믿고 싶다. 실제로 법무부 관련 부처에서도 뒤에서 차곡차곡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속이 까맣게 타는 것은 당사자들이다. 출국을 했다가 입국거절을 당했거나, 감히 출국을 못하고 비자만기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로 전락되는 아픈 심정을 누가 알아줄 것인가. “누가 과거에 서류조작을 해서 위명으로 들어오라고 했나?”하고 질타하고 빈정거리는 사람도 없지 않을 듯싶다. 옳은 말이다. 분명 개인이 스스로 책임지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가 재한동포사회 안정에 제일 큰 불안요소가 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불안요소’는 빨리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주지하다 시피, ‘위명여권’ 문제는 단순한 동포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한국과 중국 두 나라에 있었던, 잘 정리되지 않은 법적인 문제로 빚어진 과오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은 동포들에게 초청장을 만들어 마음대로 팔아먹었고, 동포들은 돈을 주고 타인의 이름으로 제 마음대로 바꾸어 입국을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연대가 있었다. 이제는 중국도 호구를 엄격히 관리하고 있어 돈을 주고 이름을 고칠 수 없게 됐고, 한국인도 더는 동포들에게 가짜 초청장을 팔아먹을 수 없게 됐을 만큼 제도가 법규화가 되어 있다.    이제는 과거로 인해 유발된 ‘암세포’를 빨리 도려내야 한다. 다른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들 외에 무조건 이들을 모두 사면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벌금을 물리던, 재입국을 시키던, 전제는 ‘인도주의적인 구제안’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구제안’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암세포’를 갖고 있는 동포들이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측을 하는데, 이 문제가 현계단 정말 동포사회의 제일현안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또 하나의 걱정이 있다. 중국도 이제는 전자여권과 전자신분증을 발급하면서 과거 호구를 임의로 고쳤거나 위명여권을 사용한 적이 있는 자들을 색출해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들통이 나면 처벌이 엄격해 진다고 하니 속이 졸릴 뿐이다.  이번 사관과 관련된 동포들은 이래저래 속이 가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법무부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할 따름이다.  
5    2012 임진년 새해에 바란다 댓글:  조회:2782  추천:2  2012-01-02
[동북아신문 사설]  2012년 새해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전란의 하나였던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42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한 역사적 경험 때문에 60갑자에서 흑룡의 해 ‘임진’은 우리 민족에게 썩 달갑지 않은 느낌을 가져다준다. 불행을 예고하듯 지난 12월 17일에는 40년 이상 북한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한반도의 남쪽 대한민국에서는 4월에       ▲ 2012년 더욱 아름다운 해돋이를 기대한다   는 국회의원 선거,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게다가 2012년은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 중 일본을 제외한 미·중·러도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이다. 이처럼 2012년에는 격동의 세월을 예견케 하는 여러 일정과 함께 많은 의미 있는 행사들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바로 2012년이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이고 연변조선족자치주가 건립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길… 한반도의 안정은 모국을 가지고 있는 소수민족의 하나인 중국조선족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된 두 모국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우선,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으로 발생한 북한의 정치적 위기가 빠르게 해소되어 북한 인민의 삶이 개선되어야 하며, 다음은 한국에서 두 차례 실시되는 선거가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야당이 정권을 획득하든 민주적이고 모범적으로 실시되어 전 세계 만방에 한국에 민주주의가 정착됐음을 알렸으면 한다. 또한 북미, 북일 수교가 수립되어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한반도 통일보다 우선되어야 하며 통일로 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한중수교 20년 맞아 성숙한 관계 발전을… 1992년의 한중수교는 200만 중국동포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림을 의미했다. 수교후 한중관계는 2008년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체결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진전이 있었으나 재한 중국동포들에게는 아직도 재외동포법이 적용되지 않아 모국에서의 활동에 많은 제약을 당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바람은 단 하나다. 중국동포들에게도 재외동포법이 적용되어 자유왕래, 자유체류, 자유취업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20012년에는 중국동포들의 이러한 염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건주 60주년이 동북아물류중심지 건설에 활력을… 1952년 건립된 연변조선족 자치주가 2012년 60주년을 맞는다. 우주가 60년을 주기로 반복한다고 보는 동양의 우주관으로 볼 때 60년을 맞는 조선족자치주의 의미는 크다. 한 주기를 완성하고 새로운 주기를 시작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인구 120여 만에 불과한 소수민족에게 자치주를 부여함은 그만큼 중국동포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건설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의미한다. 소위 말하는 항일전쟁 해방전쟁에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인구비례로 가장 많은 수의 전상자를 배출한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이다. 우리 중국동포들은 자치주 건립 이후에도 대학 진학률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표에서 중국의 56개 민족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민족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개혁개방의 시대 연해지역에 40만, 한국에 50만, 미국, 일본, 구라파에 20여만 등 많은 사람들이 동북3성을 떠나 거주하지만 연변 자치주는 200만 중국동포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아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 중국정부의 장‧지‧투 개혁개방의 성과가 연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연변이 동북아지역의 물류중심지로 거듭나도록 전 세계 한민족이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도와주어야 하며, 지지하고 후원해야 한다. ▲재한조선족 사회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중국동포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건설의 일익을 담당해 중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인정받아 중국의 공민으로 살고 있는 것과 마찬 가지로, 재한중국동포들도 대한민국 건설의 동반자이고 대한민국의 주인(귀화동포)이며, 한민족의 일원이다. 일제로부터 민족의 독립을 위해 가장 치열하게 투쟁한 곳이 동북3성의 우리 동포들이다. 현재의 중국동포들은 바로 그들의 후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중국동포들은 많은 기여를 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로 일했고,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땀을 흘렸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현장 책임자로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 300억 달러를 끌어내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선진국 동포들과는 다른 '2등 국민'으로 홀대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가선 안 된다. 중국동포들 자신이 이러한 현실을 깨뜨려 나가는 주체로 서야 한다. 바로 내가 이 땅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타파해 나가야 한다. 재한중국동포 50만은 한민족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으로 하여금 오늘이 있게 한 공로자이며 대한민국의 성원의 한 주체임을 당당히 선언해야 한다. 재외동포로서의 권리를 당연히 되찾고, 대한민국건설의 동반자로서, 또는 주인(귀화동포)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역사란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역사주체들의 적극적 노력에 의해 발전해 가는 것이다. 임진년을 재한중국동포의 역사에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을 것인가 계속된 좌절의 연속으로 이어갈 것인가, 는 전적으로 재한중국동포들의 손에 달려 있다. 2012년 임진년 새해가 200만 중국동포와 모국이 함께 발전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됨으로써 남북한과 해외의 8,000만 한민족이 더 이상 반목하지 않고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50만 재한중국동포들이 모국에서 꿈과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리동렬 동북아신문 사장  
4    세기말의 방황 ( 상 ) - 리동렬 댓글:  조회:2829  추천:3  2011-08-18
중편소설                                           세기말의 방황                                                                                                         리동렬   해비      그는 그녀와 길에 나설적부터 자기가 멋적게 느껴졌다. 그건 불안이 섞인 멋적음이였다. 비줄기가 먼지 가득 낀 아스팔트길우에 내리꼰질적에 그런 느낌은 매캐하게 흩풍기는 흙먼지속에서 더 은은하게 가슴에 맞혀왔다. 불안은 불안이고 멋적음은 멋적음이였지만, 기어코 갈마드는 그런 야릇한 느낌을 어쩔가. 비 그으러 튕겨나가는 행인들의 란잡한 발자국소리들은 삽시에 그와 그녀를 멀리 떨구어놓았고, 둘만의 비길이 되였다. 그러나 둘은 약속없이 우두커니 서있다가 그녀가 먼저 야릇한 소리를 냈다. 고개를 젖히고 비물을 코, 눈, 입 할것없이 얼굴판에다 흠뻑 받아 적시고는, 갈증에 주린 어처구니없는 상이랄가, 하지만 그런 손짓 몸짓이 끈끈하게 그를 감염시켜왔다. 금방 얼굴을 젖히고, 그도 수없이 광한들이 비줄기속에서 어른거리는 황홀을 포착한것이고, 해비, 꽃비가 어떤 챤스처럼 맞띄운것이다. 흠뻑 젖은 그녀의 머리에서 미끄러져내려 동그란 어깨에 자연스럽게 가닿는 그의 손이였고, 몽글거리던 마음귀퉁이가 엿물처럼 촐랑이는 소리이다. 처녀에게 그런 맘을 가지다니? 그것은 다른 맘이라고 그는 변명을 한다. 무엇인가 기탁을 주고싶은것 같은, 사뭇 애련(愛戀)같은것이랄가.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곱게 빤다.   《아이참, 이 손 좀 치워요. 창피하게스리, 쯧쯧.》   《창피--해…? 헛--!》   하고 그는 멋적게 입을 벌리였고, 안해의 얼굴이 피끗 스쳐지나 갔었다. 잔잔하고 보글거리는 아름다움이 깃든 얼굴이다… 해비는 곧 그치였고, 그러나 그런 멋적음은 어디선가 끈끈하게 발효되고 냄새를 풍긴다. 바닥에 이는 신선한 바람, 그리고 둘사이 묘하게 이는 스릴이였다.   《오-- 머, 성나셨어-- ?… 아니 날 웃고있잖아요?》   하고 툭, 어깨를 쳐온다. 깐깐한 직업성적성미가 냄새를 맡은것같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되는 그런 눈길이다. 해비에 촉촉히 젖은 그 얼굴, 그 눈, 그리고 그 코… 그는 한숨을 풀, 했다. 해비 그친 뒤 금방 따온 참외 같은 싱싱한 그 모습.   《난 웃어도 죄요? 명길이라는 이 신임편집실주임은 오른손에 권력이 없고 왼손에 돈이 없는, 명실공히 이 아니고 뭐요? 남이 다 만들어놓은 기사문을 하나의 표준에다 밀박아넣고 가늠을 해서 살리고 죽이든, 이봐요 박기자, 나는 지금 자기를 천평우에 올려놓고 나의 존재가치를 따지고있는셈이요. 그래 웃지 않게 됐소?》   방금전의 일을 두고 역증을 내는것이다. 오-- 음, 하고 혀를 차면서 언제 저렇게 철학가가 되였느냐구, 그녀가 입을 삐쭉한다.   김명길이와 박순금이는, 둘은 M시 TV방송국 기자들이다. 어찌보면 명길이는 십년 기자생활끝에야 자그마한 감투 하나 챙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른일곱을 바라보는 그 나이에는 조금 늦었지만은 부주필자리와 맞먹는 편집실주임이 되였으니말이다. 그런데 그 주임이 얼마나 무맥한지 자기로도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였다.   그러니 소위 사건이 터진것은 그가 부임되여 일주일만에 박기자의 친구 김선월이라는 녀인의 일을 문자작성을 해서 신문프로취급여부를 확정하고저 주필실에 올려보낸데서 기인된것이다. 사느라면 고비가 있고 그 고비에서 재수가 없으면 덫에 치울 경우도 있을수 있는것이 우리의 삶이고, 지금의 김선월의 처지랄가. 열일곱나던 해에 그녀는 부친을 여의였고, 평소에 심장으로 늘 시름시름 앓던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와 그녀의 남동생만 외롭게 남겨두고 보름전에 뜻밖에 세상을 하직하고, 빚더미에서 오누이는 오물늪을 헤매야 했었다. 그녀가 교원을 그만두었다는데서 느닷없이 심장발작을 일으킨 그녀의 모친이다. 그만두었다는것은 하나의 표현이고 실은 제명처분을 받은것이였다. 다방에서 따뜻한 차잔을 잡고 박기자가 자기의 친구를 위해 의분할 때 같이 의분을 느낀 그였다. 살길이 없으니 나이트클럽에 나가 밤아가씨로 노릇했고, 로임을 내주지 않는다고 시정부에 가서《시위》를 하고… 그래서 인민교원의 얼굴에 먹칠했다는것, 그것이 먹칠이라 해도 좋고 뼁끼칠이라도 좋으나 교원도 먹고입고 살아야지 않느냐구, 김선월이의 소위 무모는 무모밖의 동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한 명길이다. 그래서 박기자가 그러루한 론리에 째워넣어 작성한 원고를 모르는척 주필한테 넘긴것이다. 그런데 주필이 어떤 분인데? TV에 그런 신문 낼수 있느냐구, 그런 관례도 모르냐 정신있냐 없느냐구, 생 야단을 맞은것이였다. 물론 그런 관례 모를리 없었고, 알면서도 하는 그런 짓거리에는 그의 어떤 충동이 깔려있었다는것은 더 말할나위 없었다. 측면으로 비쳐오는 그 파릿한 얼굴, 새초롬하게 굳어진 반달눈과 옴씰거리는 얄팍한 입술이 그녀의 기분을 랭빛으로 굳히고 있었다.   《지금 막… 어디를 응?》   《웃기시네… 아무데를 가면요? 술 사겠어요?》   《술… 사…?》   《오-- 머, 기차, 귀엽구!… 끌끌, 따라와요. 술은 제가 사구, 친구 소개해줄게요. 근사한 녀자거든요!…》   《근사한 녀자?… 아, 우리 박기자가 이제 오라버님 생각 제대로 하는 모양일세그려. 잘 부탁합니다, 네…》   머리회전이 되여서 얼씨구를 하니 그제야 그녀도 허리를 잡았고, 그때 무심결에 그녀의 등에 주먹 하나 살짝 안기는 장난질이 있었다. 단단한 손가락들에 싱싱한 살갗이 물큰 닿아오자 가슴에 야릇하니 생기는 맹점 하나-- 땀에 젖어든듯한 그녀의 체취와 살향기… 도대체 이 녀자는 나의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걸려온다. 동사자? 친구? 애인?… 딱히 그중 어느 하나라고 툭 찍을수 없을만큼 아이러니를 만드는 생활이다. 혹 기자들이 아직은 젊었기때문일가? 하고도 생각해보고, 사과즙액처럼 끈적끈적하지는 않아도 커피처럼 진하게 남기는 그런 뒤맛이랄가. 5년전 스무세살의 사범학원졸업생이 편집실문을 떼고 들어설 때부터 그와 그녀 사이에는 어쩔수없이 그런 스릴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었다.   《아니 이처녀, 눈은 두었다 어디에 쓰자고 그러오?》   《네--, 아, 미안, 미안해요… 어쩜 고만한 일에 신경을 내고 그러실가? 간 떨어지겠네, 훗…!》   한아름되는 재료무지를 엄벙덤벙 부딪쳐 떨어뜨리고도 그런 질문까지 깜직하게 하는 녀대생, 그리고 초면이다. 그러나 겪어보니 한가지, 남들이 곁에 있으면 깍듯함이 점차 마음에 들었다. 실은 예쁘고 너무 똑똑하고 바늘틈 들어가지 않을만큼 깐진 처녀이다. 눈이 이마에 가 붙은것이 흠이라면 흠, 스물여덟까지 련애 한번 해보지 않은 녀자라면 누가 믿을가, 그리고 뭐라 할가?…   해비 스친 거리를 박기자와 조금 동안을 두고 걸으면서 그는 다시 재글재글 끓고있는 해빛에 마음이 훝어져갔다. 더위가 이어질 모양, 김선월이라는 녀자생각이 난다. 어떻게 생긴 녀자일가? 박기자와 짝을 맞추어도 흠잡을수 없을만큼 대차고 이쁜?… 저만큼 멈추어서서 박기자가 손짓을 하고있었다. 서시장 가까이, 그녀가 들고있는 세집아빠트에 다가온듯싶다. 고개 들어보니 해가까이 물기 머금은 구름 몇송이가 떠있었고, 해비가 다시 이어질것 같지 않았다… 유혹      줌안에 착 붙은 예쁜 핸드폰을 펼치고 꾹꾹 신호를 넣는 녀자가 있다. 하얀 손톱눈우에 장미빛메뉴쿠어칠을 해서 버튼을 누르는 손끝에서는 앵두꽃잎 날리듯했다. 보드랍고 흰면질의 블라우스가 잔뜩 익어 당금 벌어질듯한 그녀의 앞가슴을 선명한 곡선으로 미끈하게 감싸고있었고, 까만 미니스카트가 우유빛 무릎우 살쩍과 예쁜 반차를 이루고있었다.   커피가 몰그락몰그락하고 은은한 서울가락이 구석구석을 울리고있었다고, 핸드폰을 닫고 흘깃 손목시계에 눈길 던지는 그녀는 은연중 미간을 찌프린다. 서른둘, 나이보다 서넛은 젊어보이는 녀인, 몸건사 하나는 철저하게 하는듯싶었다. 신호는 인차 명길이의 혁띠에서 삑삑 거렸고, 박기자가 심열에 정신이 빠져있는 명길이를 일깨웠다.   《이봐요, 주임님, 삐삐가 울리잖아요.》   《응… 그래?…》   허리춤을 보니, 4223888, 그녀의 전화번호였다. 짐짓 아닌보살을 하나 그래도 그의 손은 참지를 못하고 금방 수화기를 더듬고있었다. 실안의 눈길들이 키득키득, 어떤 흥분점을 포착한듯싶다.   《여보세요, 여긴 TV편집실… 제가 김명길인데 뉘신지?…》   금방 어김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한 비같이 차분하게 귀전에 젖어든다.   《저, 전데요. 저를… 영 잊으신건 아니지요?》   《아, 아니… 실례… 좀 갑작스런 일이라서… 혹 무슨 부탁할 일이라도 있소?…》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래요, 부탁할 일도 있고, 저녁식사나 같이 할가 해서요… 미식성 에서 만나요. 여섯시정각에요…》   《… 그럼… 그럽시다.》    전화를 끓고 가만히 숨을 내쉬는데 곁에 앉았던 윤기자가   《김주임, 오늘저녁 우리사 절목이 있으니 우리 박기자나 같이 모시고 가줍소 네?》하고 대뜸 쑤셔온다. 누가 어떻게 걸어와서 무슨 명목으로 절목 만드는지는 모르나 대방의 말 몇마디만 들어보아도 그아래 어떤 드라마가 전개될것이란것 기딱차게 눈치채는 기자들이다. 박기자는 입을 비죽했고, 그러니 앙금처럼 가라앉았던 감정의 어떤 분말들이 보얗게 피여오르는듯, 그와 그 녀자의 이야기이다…   이윽고 불고기점문을 당기자 가만히 하는 눈빗질에 금시 걸려드는 녀자가 있었다. 손가락 둘을 펴 신호를 보내면서 어떤 기분이 되여 앉아있는 그녀, 따듯한 물처럼 흘러와서 그의 몸뚱아리 부드럽게 감싸는것 같은 그런 눈길이 분명 과거의 어떤 분위기를 끌고오는듯싶다.   《저… 승직하셨다는 얘기 들었거든요. 그래 언제 술 사나 하고 손꼽아 기다렸는데… 결국 제가 사기로 한거예요. 괜찮죠?》   좌석 잡기 바쁘게 그녀가 눈빛을 새물거려온다. 명길이만이 아는 그런 숨결 어울어진 눈빛이다.   《아. 이거 미안, 미안!… 이나저나 이달도 재정이 힘이 든다는 소린 한다고 하는데…》   무엇때문이였을가, 그는 그런 말 꺼내였고, 그녀가 금방 어우러져왔었다.   《으--머, 그렇군요! 벌써 석달? 뭐 반년이 가까와와요? 기차다, 그러구 어떻게 살아요?… 다들 그래 가만 있어요?》   《가만 있잖으문?… 잠시적곤난이 아니요? 로임 내주지 않는다고 그래도 누가 굶어죽었다는 소문은 못들었는데… 이봐요, 다들 그래도 너무 잘먹고 잘마시고 사업열정만 높더구만. 한국같으면 데모가 일어도 열두번 더 나겠는데…》   《후--, 글쎄요… 하긴 초상인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있으니 가불간 해결이 되겠죠뭐. 주기가 좀 길어 그렇겠지만… 아니, 이런 정치는 명길씨가 더 잘 알고있으니 구태여 말말고요. 우리 술이나 마셔요.》   《그러기요, 술이나 하지!…》   당지산《왕중왕》소주 한병 청했고, 컵에 반씩 갈라붓자 그녀가 킥, 했다. 자기의 술량은 명길이가 안다고, 무엇을 위해 들것인가? 여기 습관대로면 제목을 항상 들어 건배를 하는 법이다. 만남을 위해서? 아니면?… 명길이가 입을 뗐다.   《요즈음 나도는 술제목을 알아요?… 세금액을 올려 로임을 타기 위해서라도 을 마시자! 자자, 로임이 없다고 이야 없을소냐… 위하여!…》   《꼴꼴, 위하여!…》   잔과 잔이 열심히 부딪치였고, 불고기가 재글재글 굽혀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명길이는 이상한 감동에 야릇이 젖어들었다. 초련(初戀)의 련인 오경희, 결혼까지 할번했던 그녀이다. 실쭉, 한번 웃고 자기의 동그란 어깨를 왼손으로 내리쓰다듬는 거기에는 어떤 숨결이 있다. 녹지근히 타는 그런 숨결… 둘은 약속이나 한듯 말없이 술대결만 해나갔었고, 그녀와 결혼했더라면? 명길이는 생각한다. 그럴것이다. 지금의 안해처럼 밥상 깔금히 차려놓고 전화를 넣지 않으면 밤 여덟시고 열시고 기다릴 그런 멍청은 없을것이고 식사 끝난녘에는 따뜻한 보리차나 커피 끓여 올리받치고 피곤해하면 머리도 씻어주고 발도 씻어주고… 그런 순(淳)마디들도 보기 드물거고, 그러나 아니,《그러나》가 잘못인지 모른다. 그와 그녀 사이 응당《그러나》가 없어야 했었다. 하지만 그는 두달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찾아주고 만드는 기회와 장소에서 슬금슬금 비정(非情)을 불태워왔었다. 그는 그녀의 그 둥근 엉뎅이와 만월처럼 부푼 젖가슴, 그리고 끈질긴 배설의 유혹을 도무지 밀어낼수 없을것 같았다.   《이봐, 이러면 어쩔 참이요? 애당초… 나와 결혼할것이지그래, 웃기잖아, 지금?…》   《나만 웃기나요. 자기도 그러면서… 그렇게 좋고 좋으면 되잖아요?…》   그렇게 좋고 좋으면?… 명길이는 M시에서도 꽤 유명한 림업목재제품공장과 웨일딩얼음과자공장을 경영하는 윤사장 생각을 했다. 그녀는 자기보다 십년 년상인 윤사장과 성공적인 결혼을 했었다고 봐야 할것이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것인가? 아무튼 윤사장과도 그만큼 정분을 나누고있는 그로서는 그녀와의 관계를 더는 감당하기 어려웠었고 그래서 끓은것이였는데… 누가 남자와 녀자 사이는 칼로 물베기라 했던가? 그런 유혹이 있다면 악마의 유혹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형님은… 그래 잘 보내고있소?》   《잘… 보내는가구요?… 그럼요. 그이사 항상… 요사이 새제품 개발한다 어쩐다 눈코뜰사이 없이 보내는데…》   명길이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입만 벙긋하고말았다. 윤사장이 자기와 손잡고 한번 실체를 꾸려보자 했을 때 선뜻 나서지 못했던 후회, 지금까지 끈끈하니 감질거리는 그 후회를 생각한다. 하긴 명분이 돈이면 그만인 세상에 호주머니가 홀쭉해서, 그것도 로임도 받지 못하고 카메라를 메고 세상앞에 나와 우쭐거려본다?!… 그것이 희생정신이면 또 무슨 희생정신인가고, 자주 자기를 웃었었다.   미식성《부산항구노래방》으로 자리바꿈을 한것은 그로부터 한시간후이다. 물론 그녀네 노래방이였고, 그녀는 노래서비스업으로 불경기인 M시에서도 기적일만큼 호황을 누리고있었다. 장식, 설비, 서비스가 최만이여서 그런것도 아니고, 일종의 거품문화를 잘 료리해갈줄 아는 그녀이기때문이다.   자기 주머니 터는치들은 이십프로도 못되고, KTV를 하는 한족지구에서는 이런 호황을 잡을수 없다는 일가견까지 덧붙이는 그녀이다.   잠간 몸을 빼더니, 그녀가 명길이앞에 눈부시게 나타났다. 소매없는 몸에 착 붙는 원피스를 갈아입어서 흰빛이 린빛에 비치여 눈덩이같이 야했었다. TV는 화면 빤히 펼치고, 어서 선곡해주십오! 하고 전주 은은히 울리고, 그녀와 함께 마이크를 잡을 때 그는 잠간 숨을 들이그었다. 그렇게 길들여지게 되는 하나의 공간과 빛과 절주와 음절과… 그리고 녀인, 인간의 생명의식과 눈화의식이 서로를 갈구하게끔 묘하게 만들어진 곳이 KTV의 리듬이 아닐가. 그녀가 그의 앞으로 미미히 웃으면서 다가오고, 그녀는 천사가 아니다. 어떤 욕정일가?… 금시 살냄새 그윽한 그녀의 입술이 차고 따뜻하게 그의 볼에 와닿았다. 명길이는 무심결에 그녀의 목을 감아 자기의 무릎아래로 그녀의 몸뚱아리를 무너뜨렸다. 깊숙이 패인 계곡아래 꿈틀거리는 욕망이 으스름한 빛에 봉긋이, 아칠한 비명 지르고있었다.   이윽고 둘은 곡만 틀어놓고 점잖히 붙어 돌아갔다. 이러는 자신이 뭔가고, 명길이는 전의 물음을 다시 묻는다. 그녀에게 자신이 선정받았기에? 아니면 자기가 그녀를 무엇으로 선정했기에?…   《이봐, 감각따라 간다는 말이 있지? 꽃이 피면 꽃길로 락엽지면 산길로, 우리가 가는 길에 지금 꽃이 있을가 락엽이 있을가 응?… 그냥 서로들… 이렇게 애인할것인가?…》   《나도… 모르겠어요…》   《글쎄, 그렇겠지?… 이러다 어느날 당신은 또 나의 곁을 떠나고… 그때믄 나는 문이 되는거야! 일정한 과정이 있는 문, 그 문을 나서면 오경희는 지금의 오경희가 아니겠지! 더 풀어지고, 자유로와지고… 그다음은 어떤 녀자가 될지 모르지만… 그러찮아요?》   《제가 문이 되는 날에는요? 쯧, 됐어요. 심각한건 싫으니까, 오늘 오라 하신것은 여러가지로 여쭐 말도 있고 해서… 단위 바꿀 생각 없어요? 공상국이나 세무국 같은데… 세무국의 정과장 알지요?… 네, 네, 생회라면 기딱차게 잘 드시는, 우리 노래방도 그분의 특수배려를 받고있거든요. 불경기라도 일숙(一宿) 천오백, 경기가 좀 괜찮으면 삼사천 올리기에는 문제없어요. 돈과 사람 잘 주물러야 큰 일 해먹는 세월이 아니얘요?…》   말에 야릇한 냄새 풍긴다고 그는 생각했다. 돈이야기는 그렇게 꺼내는것이 아닌데… 그녀의 말이 진정일수도 있잖은가.   《헛, 카메라 들던 사람이 이 나이에 그런데 들어가서 뭘 해요? 선전란이나 책임지고… 헛!》   하면서 명길이는 안해 명언을 생각한다. 종이공장이 부도날것 뻔한데도, 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 우리들은 이 기발을 지키련다! 하고 똥고집을 하며 사업단위 바꿀념을 안한다.《지금같은 M시 상황에서는 말이예요, 그래도 사업단위가 좋아야 해요… 정과장네만 봐도 공상국에 있는 녀자가 한채 정과장이 또 한채, 해서 집을 두채씩 가졌어요. 그리고 어디 아침 빼놓고 부부가 코맞댈 때가 있는줄 알아요, 매일 술이거든요. 하나밖에 없는 애까지 친정에서 기르게 하고있어요. 굶긴다고. 그러고는 주말저녁이면 감정교류한다며 매일 노래방 찾아다녀요… 호, M시에서 살자면 그래 단위가 좋아야지 않겠어요?…》   《글쎄… 생각해보기요, 아직은… 고맙소.》   《본인이 딱 싫으면 방법이 없는거구. 건데 왜 발길 딱 끊어요?… 보고싶어도… 호, 제하고 틀린 일이 있나요? 광고라도 한번 낼가 했는데…》   《틀린 일은 뭘… 하는 일 없이 바쁘다니까 그래요.》   피씩, 웃으면서 그는 손가락끝으로 그녀의 허리 단단히 걸었다. 가득 부푼 숨결이 낚시에 물린 고기처럼 왕창, 육감을 불러왔다.   《오늘저녁… 택시를 내서 Z시로 들어가요. 하루밤… 같이 있고싶어요. 네?》   명길이는 고개를 꺄웃했다. 다음번에요, 하고 무망간에 결단내리고 마음을 굳히였다. 그 서슬에 무던한 얼굴 하나, 어찌봐도 그녀와 잘 어울어질것 같지 않은 윤사장의 네모난 얼굴이 피끗 스친다. 때론 사리 전혀 먹혀들지 않은것 그것이 그녀의 맹점이라 할가?   《아--이참, 집사람때문에?… 나 질투나네요. 매일 저녁 안고 자면서 그렇게 깨가 쏟아져요?… 할수 있나, 그럼 다음번에 꼭… 알았죠?》   하고 다짐 단단히 받는 그녀이다.   돌아갈 때 오경희는 그에게 준비해둔 봉투를, 광고비를 내고 나머지는 사례금삼아 쓰라고 돈봉투를 넘겨주었다. 명목을 만들어 다문 얼마라도 돕자는 그런 맘이였고, 혹 그의 자존심 상할가 저어하는 구김살도 엿보인다. 맹한 녀자는 어쩔수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그는 야릇한 표정으로 그 봉투를 챙겨넣었다.     어떤 한낮    전화를 끊고나니 웬 이상한 눈길이 그의 뒤통수에 구멍을 뚫어놓은것 같은 느낌을 명길이는 받았다. 쟁반에 사과를 깎아 챙겨들고 오던 안해이다. 그건 며칠전부터 생긴 이상이다. 무얼 묻자고, 무얼 이야기 나누자고 아니면 무얼 후딱, 까밝히려 하는것 같은 눈길, 그건 그녀의 눈길이 아니였음에도 그런 눈길이다.   《한실에 있는 박기자한테서 온 전화요… 친구도움 주었다고 그 친구가 술 한잔 사겠다는 모양이요.》   《도움이라니요?…》   《학교에서… 제명당한 교원이 있소. 박기자의 딱친구이지, 그러니 돈을 벌어야 살게 아니요? 대부금을 내주었소. 큰것은 못하고, 상점이라도 자그맣게 하나 꾸리라 했소. 간단한 술상도 차릴수 있고 볶음채도 장만할수 있는, 로처녀가 부모없이 중학교에서 공부하는 남동생까지 데리고있는데… 정상이 너무 불쌍해서…》   《그 녀자… 실험소학교의 김선월이라는 녀자겠군요.》   《당신이 어떻게?…》   《시정부를 들었다놓은 녀자 누구 모른다구요, 유명해졌는데…》   유명해져?… 차탁에 과일쟁반 내려놓고 웃을듯말듯 돌아지더니 그녀는 남편앞에서 스스럼없이 긴치마 내리깠다. 짧은 스카트를 바꾸어입을 작정을 한 모양, 밝은 해빛이 따뜻이 비쳐드는 그 한낮의 졸음을 왕창 깨면서 그녀의 풋풋한 살내음이 실안에 그윽그윽 차오른다. 까닭없이 지치고 찌든 몸이 후끈한것은 일종의 충동이였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토실토실한 그녀의 손목을 훌 나꾸어챘다. 딴딴하고 알맞춤하니 벌어진 그녀의 엉뎅이가 흐늘거리는 그의 허벅에 쿡 박혀왔다. 그런 순간, 밖의 가로수 느티나무들에서 난데없는 매미들의 울음소리 들리고 차들의 경적소리, 길가의 발자국소리, 말소리, 이웃집에서 무엇인가 뚝딱이는 소리들이 찌는듯한 무더위속에서 하얗게 바래지고, 녀자의 불라우스, 치마, 브래지어, 팬티 등속이 이내 꽃잎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그녀는 욕기 하나로 바닥우에 질퍽하게 퍼드러져있고.   《아이 이게 무슨… 누가 오면 어쩔려구 그래요. 대낮에, 문도 잠그지 않고 쯧쯧…》   《오긴 누가 온다고 그래…》   《미쳤어요. 당신… 요사이 참 별일이다싶더니…》   미쳐? 별일이다?… 그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한다. 으흐흐… 했다. 무지는 작아도 살결이 맑고 오골오골한 녀자, 그렇게 그득 안아주면 금시 신음이 터지고마는 녀자, 젖꼭지에 혀를 감아물면 아직도 처녀인가, 몸을 꼬며 부끄러움을 타는 녀자…   《당신 참…》   안해는 긴장을 탁 풀고 후줄근히 퍼드리고있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나이 들었다는 생각이다. 안해나 물고 빨고 보다듬어주고, 세상의 섭리로써 바같세상과 모나지 않게 삶의 스스로움 구사해야겠다는 느낌이 먹혀든다. 그러다 김선월이라는 녀자 우렷이 떠오르고, 그는 고개를 조끔씩 흔든다.   《아이 당신… 뭘 생각하는데요. 참, 뒤뜰에 분꽃 핀것 봤어요? 시골집뜨락같이 얼마 좋은데요!…》   봄에 뒤뜰에 손바닥만한 땅이 나졌기에 목란꽃이나 심으라 했더니… 안해의 맘에 그런 순박이 가꾸어져있는것이 무척이나 푸근해보인다. 그런 느낌은 김선월이, 그녀를 만나서도 마찬가지였었다. 리(理)와 법(法)    간촐한 술상이, 오다가다 호프집에 들리여 호프 한고뿌 하듯이 부담없이 차려졌고, 그래 다가앉으니 넉넉하고 편해지는 마음이다. 말없이 하나의 기분에 차분히 젖어 웃음 느긋이 물고는, 마른 명태, 오징어 서너마리씩 찢어올리고 땅콩, 뉴티질(소힘줄) 네댓봉지씩 올려놓고 손수 한것 같은 김치도 한접시 썰어 선보이고, 맥주 네병을 식탁우에 올리면서 그녀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직업이 직업이여서 그렇고 속에 스트레스 쌓이여 그렇고, 옆구리 동통 재발신호가 가끔 쿡쿡 찌르나 명길이는 새로 사귄 친구를 봐서라도 마셔야 할것 같았다. 그는 맥주를 젖혀놓고 맛들이고 감정까지 푹 들인《왕중왕》을 찾았다. M시 사람들은《왕》이 아니면 아니이다.   《그래요. 저도 소주로 하고싶은데… 다들 로임 못탄다고 아우성치는데, 우리 술은 우리가 아껴야죠. 우리 기자님은 뭘로 할래, 응?》   《허, 얘는… 일주일 장사를 하더니 막 변했어, 응? 하긴 네 말이 옳다. 은 같이 가져야 한다더라. 나도 소주로…》   《조 입, 저걸… 쯧쯧.》   해서 셋은 시원히들 웃고, 이내 잔들이 쟁그랑,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생각밖에 주인은 소주를 잘 마셨다. 박기자는 몇잔 못넘기고 벌써 골골 하는데 그녀는 한본새로 잔을 내고 담담히 웃는다. 두 볼이 더 희여만 갔다. 얘는, 얘는 글은 가르치지 않고 술 마시는 련습만 했느냐고 박기자가 이내 께껴들었고,   《…얘, 우리 주임님 좀 살리거라 응? 고것만 하고 그만둬요. 기분난다면 정신없이 쯧쯧…》해서, 선월이 그녀가 킥킥거렸다. 한실, 상하급 사이좋은 관계이니 보호는 해야지만 너무 그렇게 간섭을 하고 나서니 별나게 보일것이다. 새로 사귄 녀자친구가 은근히 좋아보였고 그래서 술이 더 당긴다.   첫대면에 그렇게 안겨오는 그녀였다. 정지문을 반쯤 열고, 누구니? 하고 눈을 비비는 처녀, 잠옷 그대로 머리 잔뜩 헝클어져서 식곤(?)이기지 못하는 녀자… 혹…, 안겨오는 인상은, 얼굴의 선들은 가늘고 섬세하고, 앞가슴 팔다리가 풍만하지는 못해도 몸매가 잘 빠지였다는것, 그리고 하나의 기질이 엿보이였다. 조용하고 끈진 그런 기질…   시정부를 들었다 놓았다? 피끗 보아서는 모를 소리 같은 녀인이다. 명길이는 깔금하게 거둔 가장집물보다 책궤에 그런대로 촘촘히 박혀있는 책들이 맘에 들었고, 그렇게 훌륭한 필법은 못되나 활달히 갈긴 붓글씨, 두폭의 족자에 시선이 끌리였었다. 사람에게는 무지라는 원쑤밖에 없다― 웃고, 리를 깨뜨리는 법은 있어도 법을 깨뜨리는 리는 없다―? 두번째 족자에다는 무엇때문에 의문부호를 달았는가?… 마침 박기자가 학자네 집 집 같지요? 해서 시무룩이 웃었던 기억, 많이 가르쳐주세요, 하고 주인이 손을 내미는데 희고 갈주름한 그 손을 잡고, 참 아름답고! 하고 감미에 빠지던 순간들이 다시한번 새김질해오는것 같았다.    셋은 술 한병 굽을 다 냈고, 그러다 선월이가 갑자기 길고 예쁜 목을 빼서 상점밖을 두릿거린다.   《명희니? 한시간후에 오너라 응?》하고는 땅콩 하나 입에 넣다가 그녀는 어색하게 흩어지는 명길이의 시선을 잡고 조금 놀라다가 이내 시무룩이 웃는다. 허, 하고 명길이도 이도저도 아닌 소리를 부지중 했다.   《누구세요, 집의 애?…》   《이 량반, 결혼도 안한 처녀가 애는 웬 애라고 그래요?》   하고 박기자가 곁에서 푹, 웃고.   《불쌍한 애예요. 리혼하고 엄마는 서울로 시집을 갔고 아버지는 일본배를 타고 돈벌러 가서 일흔에 가까운 할머니하고 같이 있어요. 본래 제 반 학생인데… 그래 지도를 해주고있어요. 지력이 좀 차하지요.》   《우리 이 친구는 말이얘요, 들었죠? 이렇게 항상 교육자의 따뜻한 성품 지니고 고있지요. 훗훗.》   《얘는… 손을 내밀어 할수 있는 일은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하는것이 살아가는 기본도의가 아니겠니? 참!…》   《오― 머, 봐요. 대단하잖아요!》   명길이는 조용하고 찬찬하고 꼼꼼한 그녀가 여간 조련치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족자말이요. 리를 깨뜨리는 법은 있어도 법을 깨뜨리는 리는 없다―에 왜 의문을 달았어요?》   《오― 머, 기자소주임이 그것도 몰라요? 많은 경우, 리는 있어도 법을 어쩔수 없는게 안얘요? 이를테면 김선월이의 경우, 리(理)는 닫는데 우리가 TV로 선양하는 법은 어쩔수 없었지요. 그것은 리의 비애일가? 그래서 의문으로 비분을 나타낸것이지요. 옳지, 선월이?》     《그런겁니까?》   《얘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구… 처음엔 누구의 말인지 몰라서 달았고, 후에는 생각해보니 리와 법의 리치는 그렇고 그러찮은가 해서 잘 달았다싶기도 하구… 그런거죠 뭐.》   그녀가 참말을 해서 박기자는, 얘가, 얘가… 친구망신을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하고 어이없어했고, 명길이는 곧 파안대소를 했다. 건실한 녀친구를 만나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박기자의 허리춤에서 BP가 삐삐거렸다… 세 녀자      오경희는 수건에다 찬물을 적셔 짜서는 입에다 물었다. 두 녀자도 본을 따고, 세녀자는 수증기가 꽉 들어찬 사우나실문을 뗐다. 쑥내 짙은 실안의 훈기가 금시 벌거벗은 세 녀자의 몸뚱아리를 숨막히게 휩쌌다. 오씨가 걸상 하나를 찾아왔고 두 녀자도 그의 맞은켠 바닥에 퍼드리고 앉는다. 짙은 진짜 쑥탕이다. 셋은 하나 둘, 셈을 하면서 내기를 하고있었다. 오래 견디는 자가 물론 승자, 오씨는 서른둘을 헤고는 숨이 막힐것 같더니 사십을 넘어서는 그런 증상이 차츰 해소되는것 같았다. 오분정도는 무던히 견뎌내는 그녀이다. 쉰을 넘기고보니, 맞은편 키작은 녀자와 키 크고 몸매 잘 빠진 녀자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면서 고통스레 몸을 비틀고있었다. 그만 나가자고, 그러는듯싶다. 몸매는 작으나 어디나 그렇게 통통하니 잘 여문 녀자, 그곳의 다북쑥도 탐스럽다. 배를 감싼 팔뚝우에 비틀려진 목아래 잘 익은 젖통이 석달된 아기 엄마것만치 돼보인다. 야릇한 심기가 서물서물 가슴결에 일고, 다음은 푹푹, 웃음이 나온다. 명길이의 안해, 그녀를 도와준것이 잘된 일인듯싶다. 그녀네 종이공장이 부도가 났었고, 그 일로 명길이가 골이 아파한다는 말을 키 큰 녀자― 박기자한테서 들은것이다. 일은 잘 풀렸었고, 세무국의 정과장이 힘을 써서 식용경화기름공장으로 단위를 옮길수 있었다. 해서 명길이가 술을 샀었고, 그것이 끝나자 곧바로 사우나에 들린것이다.   오경희는 한 남자와 그의 안해, 그리고 자기와 박기자까지 해서 뭔가 배역을 하고있다는 느낌이 불현듯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배역은 무슨 배역이겠는가마는. 아니, 그녀는 생활이 곧 무대란것 잘 알고있었다. 해서 그녀는 처녀시절부터 자기의 각색 찾기엔 골몰했는지 모른다. 살아가느라면 인간은 여러가지 배역을 감당해야 하고 또 잘해내야 한다고 믿는 그녀였고, 그래서 그 시절에는 초련의 꿈허울 벗어던지고 명길이와 등까지 돌릴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각색 모르는 어떤 미묘한 각색에 빠질줄은 몰랐었다. 지금의 명길이와의 관계가 그런것이다. 옛시절의 미련때문만 아닌, 그런것이 있었다. 도적질하는 년이 없어서보다도 도적질하는 재미가 재미여서 그런것처럼, 그러루한 감질 견디지 못해서일가?… 어느 한 계절까지는 그런 지속속에 적라라하게 빠지게 되여있을줄 아는 예감이다.   박기자와 명길의 안해가 먼저 사우나실을 뛰쳐나갔고 오씨는 이백을 더 세고서야 천천히 그곳을 나섰다. 그리고 모공이 활짝 열린 알몸뚱이를 찬물에 훌훌 잠근다. 우, 시원해! 우―, 시원해! 하면서 뭘 그렇게 찧고 까부는가고 둘한테 묻는다. 박기자가 명길이 안해가 다니던 종이공장일을 묻고있는중이라고 했다. 오씨는 이내 혀를 쯧쯧 찼다.   《잘 빠져나왔지비! 중소기업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쩔쩔 매는 판국에, 누군들 좋은 단위 찾아 일찍 자리를 뜨자 하지 않겠소?… 그런데 참, 시정부에선 왜 상부에다 보고는 척척 잘 올린다오, 공업산치는 얼마요. 농업산치는 얼마요, 총산치는 몇억을 돌파했소 하고말이요?》   그녀는 다시 분개를 한다.   《다 목을 따야 해?… 흥, 산치가 오를수록 로임은 더 못내주니 이거야말로 고오판(개판)이 아니고 뭐요!…》   은근히 그렇게 자기를 내비치고싶었는지 모르나, 그녀는 대리석판에 알몸뚱이를 쭉 뻗고 눕는다. 군살 하나 없이 텅텅한 몸매가 처녀같다고 명길이 안해가 혀를 찼다. 그리고 셋은 다시 그 일로 입방아를 찧는다. 박기자의 말에 조리가 있었다.   《그건 시정부에서도 말 못할 고뇌가 있어 그런 모양이예요. 금년에 을 하잖고 뭐얘요. 삼년험순데 금년이 마지막 해인것도 알겠지요? 시정부에서는 장원한 타산을 하고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있어요. 교육이 올라서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그래서 학교도 짓고 시설도 개선하고, 지금 학교들이 어디 그전의 학교 같아요. 반마다 텔레비 다 갖추어놓지 그리고 컴퓨터, 언어실험실… 아무튼 굉장해요. 어떤 학교들에서는 교장선생님이 텔레비앞에 나서서 학부형회의 사회까지 하고있어요. 이번 험수는 정부의 힘으로 반드시 관을 넘겨야 해요. 이번에 이렇게 하는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오년 혹은 십년후이면 더 힘이 든다고, 시민들도 살기 더 애난다고, 단단히들 결심하는것 같아요…》   《저… 그런데 말이예요. 저… 그 험수에 통과하자면 시의 총산치가 얼마 높아요 하고 교원들 로임은 반드시 빚지지 말아야 하고… 뭐, 그런 표준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그러니 거짓말을 하지 않을수 있나요.》   명길이의 안해가 께껴들고, 둘은 조금 덩둘한듯이 한참은 어정쩡해있었다. 살기 올골거리는 허리부위가 부끄러운듯이 조금 탈리고《아니 왜― 그래 봐요?》하고 금방 몸을 옹송거리는 그녀, 수더분한 가정주부형의 인상 순순히 내비치던 그녀한테서 어쩜 그런 말이 나올가 해서였다.   《아아 아니, 내 생각엔… 거짓말을 해서 시민들이 덕 본 일이 없는것 같은데요… 그럼 올해는 이런 일로 거짓보고를 했더면 전에는?… 백성들이 어떻게 살든 관리들은 다 저들의 타산이 있고 그러기에 M시는 간부양성훈련소라잖아요. 주, 성급으로 올라가는 간부들치고 M시에 와서 허울 한번 벗고 도금을 해서 올라가지 않은 간부가 어디 있어요? 경제는 경제대로 발전법칙이 있는데 거짓말만 자꾸 해대니… 그래 악성순환이 생기지 않을수 있어요? 악성순환!…》   《그러게 말이얘요. 모든것 교육에 미는것부터 잘못이고요… 빈곤현시가 되여서도 상급에 잘 보일려고만 하고… 백성들이 어찌 살라고 그러는지… 의견이 없을수 있어요?》   오씨의 말을 명길이의 안해가 받고, 박기자가 두 녀자의 표정 번갈아보다 푹, 웃으면서 곧 손을 내젖는다.   《노, 노… 그만들 해요. 모두들 그저 정치가들이군요. 아마 M시 정치는 우리같은 녀자들이 해야 제꼴이 잡힐런지… 꼴꼴.》   세 녀자는 한바탕 웃고, 비누칠을 열심히들 해나갔다. 로임 못한다 어쩐다 해도 굶지는 않는 세월이니 혁명사업까지 할것은 없고, 박기자가 오경희를 간질군다.   《언니 노래방 가요. 양고기 뀀은 내가 낼게 응?…》   《암, 그야 더 말할나위 있소. 류수같은 세월 노래나 술로나 달래볼가. 오늘저녁 스케줄은 내가 잡을테니 따라만 와요.》   오경희는 찬물을 소랭이로 받아 제 몸에 왈칵 들씌운다. 그리고는 명길의 안해를 돌아보면서 히죽이 웃었다. 그런 밤      그런 말이 그녀에게 억수로 쏟아질적은 언제나 새벽 두시쯤이다. 손님들은 갈것은 가고 거리에도 인적이 끊어지고, 그러나 그런 부류의 손님들도 있다. 이미 깊은 밤, 아니 이튿날 꼭두새벽이지만 그녀는 낮과 밤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밤과 낮 사이에 기인 그런 류의 손님들을 마지막까지 보살펴야 한다. 술에 취한 손님 잠자리 잡아주기, 외로움에 젖은 손님 아가씨 찾아주기, 소힘줄처럼 질긴 손님 스트레스 받아주기… 손님 남김없이 보내고 영업액점검 깨끗이 하고, 그제야 자기의 밤으로 돌아가는 그녀이다. 두시를 넘기면 너무 바쁘다. 낮과 밤 틈사리에 끼인것 같은 사유가 자꾸 삐여져나가고, 때로는 자기가 꿈속을 떠다니고있다는 착각이 일 때도 있다. 한번은 손님도 거의 가고, 프론트에 서서 끄덕거리다 다시한번 자기의 그런 밤으로 빠지고 있었다. 그녀는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고 버튼을 눌러 익숙한 아라비아수자를 찾았고, 신호음은 재빨리 어느 한 공간으로 빠져나가서는 삐르륵삐륵 부산을 떨었었다. 그 남자의 안해가 받았었고, 누군가고 물었었다. 잠기 뚝뚝 떨어지는 소리, 해서 그녀도 누군가고 묻는다. 잠꼬대같은 그런 소리로, 별난 사람 다 봤네. 이 오밤중에 전화질을, 하면서 전화 찰칵 끊는다. 그제야 그 남자의 이름을 번지면서 잠에서 후딱 깨여났었다. 그 녀자가 그 남자의 안해란 의식이 피뜩 살아난것이였을가.   이튿날 오경희는 명길이한테 전화를 해서 그 일을 물었었다. 별난 녀자 다 있다. 이게 어느때인가, 아마 그런 녀자인가보다 하고 구시렁거리더라면서 껄껄거렸었다. 얼마만큼은 무심해진 나날들, 그러나 그런 밤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해서 불편한 심기 걷잡기 어렵기도 했다. 명길이 그 남자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하나의 과정을 겪는것일거고, 명길이란 남자의 문을 넘어서야 무엇인가 명백해질것 같은 막연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그녀는 잠자리에 들면 팬티 하나, 브래지어까지 벗어던지고 몸을 꼬면서 이불안고 자는 버릇이 있다. 흰다리와 엉뎅이, 젖무덤이 그렇게 편한 모양은 너무 적라라한것이고, 가끔은 남편한테 꾸지람을 듣지만 도저히 그 잠버릇 하나는 바로잡지 못하는 그녀이다. 시무룩해서 남편이 툭 하는것처럼 자기는 피가 뜨거운 녀자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튿날 새벽 두세시부터 11시까지, 열두시 반부터 세시까지는 어김없는 그녀의 밤이다. 언제부터인가 오경희는 남편과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았었고, 둘은 말없이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편한 기색 내보이기 시작했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낮시간 쪼개면서 팽이질을 했고 그녀는 그녀대로 밤을 유혹해서 돈을 벌어야 했으니 윤사장은 그녀가 노래방에서 자고오는것을 탓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절대 막 번지는 녀자도 아니고, 그러니 윤사정도 안심이 가는 모양이다.   《이봐요 경희, 윤사장 그 사람 나보다 나은데 뭐 있지 응? 학력, 출신, 가정배경?… 오, 그래, 하나는 나보다 낮지, 그 남자를 따르면 굶을 걱정은 없을거니말이야. 자기보다 십여년씩 년상인 남자… 그 시간이면 나는 뭘 해야 되는걸가?》하고 열을 내던 그날 밤의 남자, 그녀는 지금까지도 그 밤을 후회하지 않는다. 생활에서 그녀는 자신의 배역 찾기에 조금도 감정 흔들리지 않았었다. 주머니에서 맘대로 꺼내 쓰고싶은대로 쓰고, 남보다 화끈하게 살고싶은것이 그녀의 소원인지 모른다. 주머니가 깡깡 말라 한늬 로임으로, 지금같으면 언제 너는 세월에 나올지 모를 코묻은 돈 같은것으로 목을 매고 살수 없는 그녀이다. 노래방을 꾸리고 그 계렬로 다방까지 하면서 그녀는 짧은 시일내에 생각밖의 돈을 벌었고 그래서 남편을 고맙게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느날이던가, 일이 있어 남편의 사무실로 찾아가니 남편과 어디에서 온지 모를 아가씨가 재미있게 나누고있었고, 들어서면서 훅, 안겨오는 냄새는 끈적끈적한것이 있었고 다음은 자기 없이 수없이 보낸 남편의 밤들이 의심스러워나는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의 뒤를 밟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또 어느날이던가, 그렇게 뒤틀리였던 심기가 느슨해진 뒤 남자가 문득 찾아왔었다. 버렸던 남자, 정장에 넥타이 받쳐매고 젊음이 눈부셔가지고 눈앞에 나타났었다. 그녀네 커피점에 노래방에 들리였다 갔었다. 돌아가면서 남자는 웃었고 남모르게 입술을 감빨았었고 피뜩 눈길 하나 던지고 갔었다. 그 입술에는 그 남자만의 스릴이 있었다. 그것은 외로운 불이였고, 그렇지만은 어울어질수 없는 불이였다. 그러니 유혹의 불을 누가 막을수 있을가?   그날도 그런 밤이였다. 아니 벌써 오전 열시가 넘었었고 해빛이 카텐에 너불너불 달아오르고있었다. 핸드폰이 꿈결에 귀뚜라미소리를 내고 그녀는 어김없이 그 소리에 깨여난다.   《여보세요… 제 오경흰데요…》   《응, 나임다. 박순금이, 뭐 아직도 자고있어요? 야― 팔자 하나 좋네.》   《으―응, 순금― 이? 난 또… 우리사 박쥐처럼 밤에만 활동하는게 아니고 뭐니, 그래 무슨 일이지?》   그녀는 벌써 잠을 깨고있었다. 팅팅한 젖가슴을 내놓고 부시시 일어나 앉으면서.   《뭐 손님?… 응. 모셔와요. 팁은 알아서 섭섭하지 않게 해결해줄테니… 기자들도 이런 때 좀 벌어야지!…》   《그럼 약속해요. 한국 부산서 관광단이 온다는데… 말이 관광이지 투자환경고찰 오는 분들이 많이 섞여있는 모양이야요. 배불뚝이 사장님들 잘 모시고 서비스 잘해드리라는 시정부 유관부문의 지시가 있거든… 그리고 중앙교육국에서도 검사단을 조직해서 다음달초순에 올 모양이얘요. 온통 비상에 걸렸어요. 시정부에선, 그때 일 보면서 련락할게, 팁 많이 줘요! 호호호…》   《우― 그러지, 좋을대로! 참, 그런데 가난해빠진 현성에 검사는 무슨 썩어빠진 검사라우 응? 쯧쯧…》   그녀는 핸드폰을 닫고 곧 언더셔츠를 입고 머리정리를 하고, 무언가 깜박 잊은듯이 핸드폰을 다시 펼쳐든다.   《네, 웨이딩얼음과자공장입니다. 전 윤경… 어, 당신이 어쩐 일이지? 일어났소? 아침두 먹구?…》   부형의 손길 같은 따뜻한 온기가 바람처럼 귀에 소르르 젖어오고, 그러나 그런 관습적인 음성에 이마살이 찡그러지는것을 어쩔수 없다.   《저… 한번 왔다가겠어요. 잠간만!…》   《일이 바쁜데 왜 응?…》   《이봐요… 자기 제가 굶고있다는것 알기나 해요?》   젖가슴 만져지며 불쑥 튕겨나온 말이였다. 공연히 성이 왈칵 난다.   《아니 어디 아프오? 굶다니?…》   《아이참 됐어요. 눈치 하나 무디긴!… 당신 얼음과자나 꼬장꼬장 만들도록 하세요!…》오경희는 핸드폰 찰깍 포갠다. 침대로 돌아가 부서지듯 무너지는 그녀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홍건히 고이고있었다. 남편한테 성나기는 처음이였고, 한참은 멍청해있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그런 밤으로 다시 빠져들기 시작한것이다. 그 남자와 그 녀자       네모난 공간속에 침대 둘과 침대우의 두 남자, 그리고 팬티 하나 달랑 입은 두 남자를 타고 앉아있는 두 녀자, 스무나문살쯤 된 아가씨들일가. 단단하고 탐스런 젖무덤이, 팥알같은 젖꼭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소매없는 런닝샤쯔만 입고 미니치마바람으로 두 남자를 가랭이에 끼고 혈을 주무르고있는 안마 아가씨들이다. 혈부위 꼭꼭 눌리우며 아픔끝에 시원히 이어지는 감각들… 어쩔수 없는 기분에 푹 젖어드는 명길이였다. 사우나 끝내고 이렇게 아가씨들에게 눌리우면서 안마를 해보기는 처음이였고, 그 남자와 이어지는 한 녀자의 기분이 이곳에도 서려있는것만 같아 어색했었다. 몸의 신경이 그래서 잘 풀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봐요 아가씨, 손아귀에 힘을 바짝 넣어요. 좀 더, 뼈마디가 쑤셔나게 주물러야 안마가 제대로 될것 아니요… 자, 이쪽 어깨 혈을, 옳소. 이제 제대로구만. 김주임은 어떻소, 그 아가씨 제대로 주무르는가 응?… 그저 위험부위만 빼놓고 싹 해달라 하오 양? 껄껄…》     《네, 이 아가씬 솜씨가 정말 보통이 아닌데요. 어, 그래― 아가씨 묘령이 얼마지?》   하고 명길이는 윤사장의 말을 이렇게 데쳐넘기면서 슬쩍 말머리를 틀었다. 혈이 눌릴 때마다 배살과 갈비뼈에 닿일듯한 엉치와 탄탄한 허벅의 부드러운 장단, 그건 말대로라도 좋다는 신호일가… 하지만 그는 그 남자앞에서는 그러는 자기를 보여주고싶지 않았다. 대범해보이고싶었다.   《아니 이 아저씨 봐! 훗훗, 누가 이런 장소에서 그런것 묻는데요. 열여덟 꽃분이가 아니면 스물하나 이쁜인걸 몰라요?…》   《미안, 미안…》   《괜찮아요, 제가 양보해드릴테니… 아저씬 싱글로 가실수도 있는데… 저 애와 나는 안마배울적부터 짝패가 되여 하길 약속했든요. 방선 허물만은 허물지 않기로… 이상해나나요?》   《아 아니… 꽃바람속에 홍도야, 하더니 훌륭해요 참!…》   《아니 홍도라니? 이 아저씬 말은 이래도 엉큼한 구석이 있는것 같은데… 그죠 윤사장님?》   하고 저쪽 아가씨가 참견하여 넷은 시원히들 웃고, 금방 어색한 분위기들이 가셔졌다. 명길이는 더는 안마아가씨들과 입씨름 않기로 했다. 윤사장이 안마까지 시켜줄 때는 무엇인가 있는것 같은데… 절대 산품광고 낮은 가격에 떨구어준 원인만은 아닌듯싶다. 도적이 발 저린다고 혹시?… 아닐것이다. 애당초 그녀와의 그런 관계를 모를것이고 언제까지나 몰라야 할것이다. 어쩌면 순박한 안해를 두고 그러는 자신이 너무너무 정신나가보인다. 왜, 왜서? 마약같이 박힌 인, 그런 인이 어디서 올가?… 그 남자가 입을 뗐다. 하자고 한 말인듯싶다.   《리사장 알지? 서라벌다방, 그 한국사장말이요… 공안국이나 소방대에 아는 사람이 있겠지 응?》   《아니, 왜요?…》   《그 량반, 허― 이곳에 와서 진짜 인생수업 쌓고있는 모양일세그려. 서라벌다방 문닫은것 아오?》   《네, 피끗 듣기는 했는데… 소방대에서 와서 안전시설이 차하다고 봉했다면서요?…》     《글쎄, 2층은 송목으로 깔았으니 화제발생 위험이 없는것은 아니나… 그럼 왜 처음엔 영업허가를 내주고 지금에 와서는 이래라 저래라 한다오?…》   《그건 그렇게 된 모양이더군요. 공안계통의 친구들 몇이 커피 마시러 갔다 나오면서 주머니에 돈이 없어 외상놀음하자고 신분까지 밝혔더니 마담이 기어코 돈을 내고 가라고 했다면서요?》   《웃기는 노릇 아니고 뭐요. 커피값이 없어 돈을 내지 않겠소? 치사한 일이지, 치사해요! 누가 돈 버는가싶으면 그저 생으로 먹으려고 드니 장사를 어떻게 해요. 외자유치… 항상 그러면서도 투자환경 개선은 못하고 이미 사업하고있는 사람들마저 잡으려 드니… 그러고 외자유치를 어떻게 하지?》   《글쎄요, 한국 사기군들이 많기도 하지만 리사장은 괜찮은 분같은데… 리사장이 하고있는 가죽신제품도 수출판로가 좋은 모양이더군요…》   그때 명길이의 배를 타고앉았던 아가씨가 참견했다.   《듣는 말에 의하면 공안국에 있는 그분이 소방대 대장한테 전화를 한거래요. 안전시설 인정서를 회수해들이라고, 쪽박 차고 두만강 건너 이까지 쫓아와서 이제 요만큼이라도 살만하니 한국 놈들이 또 와서 돈을 긁어가려 해?…, 이러던데요.》   《아니, 아가씬 어떻게 알아?》   《소방대에 있는 량반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저 망나니들만 온다구, 한국에서는 살수 없으니까 이곳에 와서 사기쳐갈라 한다구… 정말 그런 사람도 많잖아요?》   《응? 허허, 많지! 그래도 많은것보다는… 허허.》   그는 애매한 뒤말을 사리고 명길이도 따라서 쓴 웃음을 피씩거렸다. 들어오너라, 들어오너라, 잘해줄게 오너라. 해놓고는 일단 오기만 하면 옷을 홀딱 벗겨 아가씨들처럼 깔고앉아서 꼼짝 못하게 하는것 같은 그런 기분이 되고마는 자기이다. 무엇이든 법으로 되여있지 못하고 법으로 되여있다손쳐도 탈을 잡아 다시 그 법으로 덮어씌우는, 명길이는 선월이네 집의 족자생각이 불현듯 났다. 법을 깨드리는 리는 없다 했으니… 리사장의 리는 어디에 가서 해본단말인가.   《김주임, 김주임은 발도 넓고 하니 한번 어떻게 해보오. 주관시장을 찾아가도 아래가 먹혀들지 않는다구, 참 별난 세상이라고 리사장은 탄식을 하고있소. 그 량반과 앞으로 합자기업을 하나 세울가 생각하고 있는데…》   《네… 한번 힘써보지요. 소방대 대장이 제 친구니… 되겠지요 뭐.》   명길이는 대답 한 시원히 꼭지 떼주었다. 그런 일쯤이라면… 혹, 다른 무엇이 또 있는것이 아닐가? 그만한 일이라면 윤사장의 능력으로도 얼마든지 해결할수 있을것 같은데… 마치 대방이 일부러 자기한테 어떤 기회를 만들어주고있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신경과민일가?   안마를 하고 쏘파에 앉자 보스부인이 손수 커피를 두잔 풀어서 그들앞에 가져왔다. 늘 오경희신세를 진다고 여러번 곱씹었다. 젊고 예쁘고 손님 척척 끌어들이는데는 누구도 감당 못한다고, 조금은 부산스러웠고 그렇게 수다를 떨다 얌전하게 물러가는것이였다.   《이보게, 이렇게 반말한다 나삐 생각말게나. 어째 놀러오지 않지 응?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광고를 잘해서 영업이 잘된다고 곱씹는데…》   《네, 뭐 별일없이 얼마나 바쁜지… 그러찮아도 노래방신세를 자주 지고있는데 뭐…》     《암, 사람사는게 다 그렇고 그런거지, 그래야지!》   윤사장도 고개를 가로젓다 끄덕인다.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번져지지 않으니 고개짓이 잘되지 않은것처럼. 무슨 말을 하자고 그럴가? 광고비랍시고 스무장이나 찔러준 오경희 소행이 생각났었고, 광고비 내고 나머지 열두장을 선월이한테 꾸어준답시고 주던 생각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계속해...  
3    박꽃 (리동렬) 댓글:  조회:2717  추천:1  2011-08-08
박꽃  리동렬     모였던 아낙네들이 하나, 둘 흩어져갔다. 모두 그저 눈물을 흘리고 한숨만 자꾸 쉬며 위로의 말을 하다가 연복이가 애에게 젖을 물리고 벽에 기댄채 눈을 반달같이 내리깔아서야 자리를 뜨기 시작한것이다. 가뜩이나 통이 좁은 초가집안은 올망졸망 싸놓은 보짐들로 하여 더욱 좁아보였다.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어린애 담요가 그녀의 무릎에서 흘러내려 방 반을 덮고있었다. 천정우에서 팥알만한 거미 한마리가 그녀의 머리우에 은실을 드리우고 데롱데롱 그네를 타면서 내리고있었다. 사람들의 발자국에 휘말려오른 흙내가 꽉 들어찬 공칸 한구석에는 복슬강아지가 옹송그리고 누워 잠에 빠졌다가 가담가담 끙끙거린다. 아직은 사람의 땀내와 온기가 가시지 않은 방안이라지만 어딘가 썰렁한데가 있다.   은숙이의 촘촘한 속눈섭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혀있었다. 흰목을 빼서 왼쪽어깨에 살그머니 싣고 까칠까칠해진 입술을 반쯤 벌리고 코소리를 쌔근쌔근 내는 동무 연복이의 처지가 눈물겨웁도록 가긍해보였던것이다. 어쩌면 불행이란 전문 연약하고 마음씨 곱고 착한 녀자들한테만 붙어다니는것만 같았다. 이제 래일이면 그는 삼년을 이웃하고 친자매처럼 아기자기 지내던 연복이와 갈라지게 된다. 그녀는 이제 두돐을 좀 넘긴 애를 데리고 영영 이 집을 떠나고말것이다. 그녀는 새각시 꿈을 신록인양 곱게 키우던 제 보금자리를 털어버리고 떠나게 된다. 그녀는 정녕 그 길을 걸어야 했다. 한번 외곬으로 빠지기 시작한 사내의 고집을 그녀로서는 어쩔수가 없었다.   은숙이는 보따리들을 한곳에 모두기도 하고 옷가지들을 치우기도 하면서 방안거둠질을 하였다. 그리고는 창문을 닫고 창가에 다가섰다.   밖은 눈같이 흰 달빛이 그득그득 부풀고있었다. 사위는 잠나락에 빠져 고요하고 뜨락 어디선가 꽃향기가 물큰물큰 풍겨왔다.   은숙이의 눈길은 등산같이 우중충 막아선, 채마전 건너 새로 지은 벽돌집에 가 멎었다. 두달전만 하여도 저 집의 주인은 그녀의 동무 연복이였다. 낮이면 낮마다 저 벽돌집에는 그녀의 남편 문호가 깎고 맞추고 두드려대는 연장소리로 그칠줄 몰랐고 밤이면 밤마다 록음기에서 흘러나오는 건들진 노래소리속에서 마실군들이 웃고 떠들어대는 소리로 조용할 새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저 집 주인은 왕청같은 남이 되고말았다.   녀인이 녀인을 제일 동정한다는 말이 있다. 사내들이란 마음이 돌같이 차고 굳고 또 돌사태처럼 자신을 걷잡지 못한다. 은숙이는 문호가 얼마나 미운지 몰랐다. 제일처럼 문호한테 미움이 갔다.   연복인 얼마나 착한 각시인가?   …타고장에서 1년 먼저 시집온 그녀는 연복이가 시집올 때 연복의 대반을 섰었다. 버들가지같이 늘씬한 몸매에 연분홍 치마저고리를 부풀게 차려입고 폭포같이 쏟아진 너울을 쓰고 사뿐사뿐 걷는 연복인 하늘의 선녀처럼 아름다왔다.   《아니, 곱기두 해라.》 은숙이가 감탄을 쏟으며 그녀의 섬섬옥수를 살짝 감아쥐며 탄성을 질렀다.   첫날저녁, 오락에 진한 청년들이 하나둘 흩어져 가버리고 은숙이도 일어나려 하자 연복이는 그의 손을 다급히 잡고   《언니 가면 난 어째요?》 하며 두볼이 빨개서 울상을 지었다.   《아니, 안가면 어쩌겠소.》   《제발 절…절 좀더 동무해주세요.》   《아니, 뭐라오?》 은숙이는 웃음보를 터치고야말았다.   《어쩌긴 어쩌겠소? 님 보구 옷고름을 풀어달라 하구 가지런히 누워 사랑을 하문 되지. 호호호…》   《어머―…》 연복이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참으로 순진하고 재미있는 각시였다.   그날 밤, 은숙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연복의 말이 생각나서 저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이튿날새벽, 은숙이는 흰앞치마를 깡똥 두르고 버치에 재를 담아들고 나오는 새각시와 맞다들자 슬쩍 물었다.   《엊저녁 잘 지냈소?》   《아니, 뭐…》   연복이는 부끄러워 쩔쩔 매였다.   그런 연분으로 그들은 친자매처럼 다정히 지내왔다. 연복이는 시집올 때 올망졸망한 바가지들을 많이 가져왔었다. 그것을 이웃과 동네분들에게 하나둘씩 나누어주었다. 꼭 눌러도 손톱눈 하나 들어가지 않고 노르무레 빛갈도 고운 바가지를 받아든 아낙네들은 저저마다 새각시에 대한 칭찬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저녁밥을 먹고 설걷이를 끝내고나면 그들은 늘 한자리에 모여앉아 뜨개질하거나 잡담을 벌리군 하였었다.   《장동무를 어떻게 알았어?》   《우리 마을에 목수질하러 와서…그저 그래 알았지뭐.》   《그저 그런게 어떤거지? 련애담 좀 얘기해보렴.》   《아이, 언니두 참…》   그러면 다다. 새각시는 생글생글 웃으며 좀처럼 속마음을 터놓지 않는다. 그래도 은숙이는 요곳조곳 찔러가며 속내를 알아내자고 바등바등 애를 썼다. 연복이는 그 성화에 끝내 못배기고 입을 연다.   《아 글쎄, 뜨락에서 박꽃에 수정을 하고있는데 그이가 와서 물을 청하지 않겠어요. 그래 물을 바가지에 떠주었더니 마시진 않고 막 노려보겠지요. 아니, 저 사람이 왜 저러나? 하고 부들부들 떨고있는데 그이가 빙긋 웃으면서 이름을 어떻게 부르면 되느냐고 묻겠지요.》   《그래, 그래서?》 은숙은 재미가 나 뜨개질 손을 멈추고 재촉하였다.   《그래 박연복이라구 했더니 오오 하고 감탄을 하면서 왕청같이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한단말이예요. 세살먹은 애들도 이젠 청하지 않는 이야기말이예요. …호호, 내가 다 듣고 그건 선은 선으로, 악은 악으로 간다는, 삼척동자도 아는거라고 했더니 그이는 ‘제비’ 한마리 ‘박’씨 하나 물고 왔으니 그 ‘복’이 뉘한테 떨어질가? 그 ‘박’씨를 나한테 주지 않겠소? 난 꼭 그것을 갖고싶은데, ‘박’―‘연’―‘복’씨! 하하하… 하고 휙 하고 사라져버렸어요, 후에야 나는 그 말의 뜻을 깨닫고 그만 ‘어머나!’ 하고 주저앉고말았지요! 호호호…》   《그다음은 그저 그래 된걸요. 보름동안 우리 마을에 있으면서 그이가 가구를 잘 짜서 소문을 놓구…사람이 대바르고 시원시원하고 일을 맵짜게 해치운다구 사람마다 칭찬이 자자했지요, 그래서…》   그러고보면 연복이와 문호의 결합은 《박씨》와 인연이 깊은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연복이는 제비와 박에 각별한 정을 묻어두고있는듯싶었다.   이듬해 해토무렵의 어느날, 은숙이는 이웃에서 떠드는 소리에 놀라 밖을 뛰쳐나가보았다. 연복이가 손벽을 치며 돌아가고 그녀의 남편 문호가 문설주를 붙들고 허허 웃고있었다.   《제비, 제비가 왔어요! 복제비가 왔어요. 오오―》 그 모양은 열두살잡이 계집애같았다. 봄에 그들은 울바자며 창고나 집주위에 돌아가며 다 박씨를 심었다.   7월이 되니 뜨락은 그윽한 박꽃향기로 차넘쳤고 꿀벌들이 붕붕 소리내며 분주히 오갔다.   은숙이는 가뜬히 앞치마를 두르고 돼지죽을 주느라 늘 바삐 돌아치는 연복이를 볼수 있었다. 욕심많게 돼지를 네마리씩이나 기르는데 탄복이 갔다. 그녀의 남편 문호는 집안에서 가구를 짜느라 쉴새없이 뚝딱거리고있었다. 그들은 포전도 그 뉘집보다 훌륭히 다투고있었다. 그야말로 손이 딱 맞는 부부였다. 그들을 보는 은숙이는 슬그머니 시샘까지 났다.   때론 마실을 가보면 둘은 코를 맞대고 누워서 정답게 소곤소곤 이야기도 했고 또 어떤 땐 문호가 색시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거나 아니면 연복이가 신랑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감정이 섬세한 은숙이는 찰떡같은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부러운지 몰랐다. 밥만 먹으면 엉치를 툭 털고 나가버리는 자기 남편, 잠자리에 들어서야 재미를 좀 볼수 있는 자기네 부부 생활에 비해 그들은 얼마나 달콤한 생활을 영위해나아가고있는가!   《연복인 재간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왜요?》   《범같은 남편을 손아귀에 후려넣고 코 꿴 송아지처럼 고분고분 길들이고있으니말이지.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면 나한테도 좀 못알려주겠어? 호호호…》   《아이, 언니두! 비결은 무슨 비결! 호호…》   《올해 연복이네 그인 얼마나 벌었어? 목수일을 해서?》   《뭐, 천오백원 좀 넘을가요?》   《어머나! 그리도 많이?!》 은숙이는 진심으로 감복이 갔었다.   금빛가을이 되였다. 연복이네 울바자며 헛간지붕우며 살림집지붕우며에 둥근 박들이 주렁주렁 많이도 열렸다. 은숙이의 눈에는 그 박들처럼 속에 금은보화라도 가득 찬것처럼 느껴졌다. 몰래 뚝 따오고싶도록 탐이 나고 샘이 났다.   씻은 금경같은 달이 동녘에 둥실 떠오른 어느날 초저녁이였다. 마실을 떠난 은숙이는 연복이네 집문앞에서 소곤소곤 주고받는 말들이 살갑게 귀속을 파고들었다.   《어디 말해보오. 흥부박이겠소, 놀부박이겠소?》   《예? 음―, 당신 흥부면 흥부박, 당신 놀부면 놀부박!》   《기막힌 대답인데…》   《당신이사 보살님처럼 언제나 착한 일 많이 하시구 흥부처럼 부지런하시니 이 박이야 물을게 있어요. 틀림없는 흥부박이지요!》   《아따 마른 비행기만 잔뜩 태우지 말구 자― 내 박을 켤테니 박타령이나 좀 해보우.》   《박타령을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무렇게나, 흥만 돋구면 되지!》   《그럼 어쩐다? 호호…》 이윽고 딸기물 감도는 타령소리가 살랑살랑 들려왔다.     슬근슬근 톱집이야, 스리살짝 톱질이야   이 박은 무슨 박? 고운 내 님 보물박이로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스리살짝 톱질이야   이 박은 무슨 박? 착한 내 님 쌀박이로세   슬근슬근 톱질이야, 스리살짝 톱질이야   이 박은 무슨 박? 모두모두 흥부박이로세…   주고받는 말도 노래도 다 꿀이였다. 은숙이는 달콤한 그 장면을 깨뜨리고싶잖아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되돌리고말았다.   이듬해 그들은 동자를 보았다. 이름을 일송이라 달았다. 한그루의 굳세고 푸른 소나무라는 뜻이였다. 또 이듬해 벽돌집을 지었다. 돼지를 먹이고 목수일을 하고 남이 넘겨주고 간 농사까지 한헥타르 도맡아 지어 수입을 톡톡히 올렸던것이였다.   인심도 좋은 갑부로 소문이 나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저녁만 되면 그 집으로 모여들었다. 트럼프치기, 화투놀이, 마작놀이, 무도, 개잡이… 그녀네 집은 손님들이 한시도 빌새가 없었다. 문호는 저녁에 하던 목수일을 그만두고 그들과 섭쓸리게 되였다. 은숙이도 연복이도 거기에 휘말려들어 이젠 제법 마작까지 놀줄 알았다. 마음이 헤픈 연복이는 사람들이 한창 번열이 나 옷을 벗어제낄 때면 의례 시원한 물김치나 감주를 해두었다가 양재기에 철철 넘치게 담아 들여갔다. 그러면 예이제없이 사람들의 대환영을 받는다.   《야, 우리 아줌마 제일이다!》   《임마, 네 아줌마니 문호 아줌마지!》   《엉? 핫하하…그래 문호 아줌마가 제일이다. 어― 시원하다. 한사발 좀더 주시오.》   《이젠 없는데요. 조금 남은건 냄새가 모자라서…》   《냄새라니?》   《문호 아줌마냄세말이예요.》   《아하, 그게 무슨 냄세인가요?》   《아이참, 지지콜콜 캐도 묻네. 맥주냄세말이얘요. 호호호…》   《엉?―, 맥주냄세라니? 오―, 핫핫핫…》 그제야 말뜻을 깨달은 사람들도 온 방이 떠나가게 웃음보를 터뜨린다. 그녀는 그만 얼굴을 감싸쥐고 방을 뛰쳐나간다. 어물쩍하게 말반죽을 잘하는데! 사람들은 경탄하여마지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그들에겐 제일 행복한 때였다. 그런듯 서있는 은숙이한테 뜨락의 박꽃향기가 물씬물씬 풍겨왔다. 그 향기가 싫어져 은숙이는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벽에 기대앉아 목을 떨어뜨리고 풋잠이 든 그녀를 바라보노라니 련민의 정이 밀물처럼 쓸어와 가슴을 아프게 저몄다.   은숙이는 그녀의 품에서 애를 떼내여 따로 눕히고 그녀를 안아서 베개에 조심스레 눕혔다. 그녀는 흠칫 몸을 떨며 《흐흑―》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굳어져버린다. 은숙이의 손은 어느덧 그녀의 윤택이 도는 머리에 가 닿았다.   …하루는 연복이가 옷고름을 감아쥐고 달려들어오더니 울음부터 터뜨렸다.   《언니, 난 이제 어쩌면 좋아요? 흑흑…이건 다 내탓이야, 내탓이야! 흑흑…》   은숙이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애기처럼 달렸다. 연복이는 연고를 터놓기 시작했다. 글쎄 문호가 동무의 꾀임에 들어 산삼장사를 떠났다가 돈 7천원이나 몽땅 떼웠다 했다. 그래서 지금 문호는 매일 술로 화를 끄고있다 한다.   《사내대장부라구 모든 일을 다 떠맡겼더니…내가 너무 믿었지요!…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요!?…》 은숙이도 당금은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범같은 사내가 한발자국 잘못 내디뎌 함정에 빠지자 그만 맥을 활 버리고만것이다.   《아이참, 밥은 드시지 않고 숨만 잡수시면 어떡하죠?》   《그렇게 벼락돈 빌려다 좀 봐요. 사람이 너무 욕심 많으면 안돼요, 그저 제 힘에 맞게 착실히 해나가야지요.》   《그잘난 돈 속히웠으면 속히우고 떼웠으면 떼웠지, 사람 있고 돈 있었지, 돈 있고 사람 있었나요? 신체가 중하니 식사를 좀 하시라요. 돈은 또 같이 손 맞잡고 벌면 되잖나요.》   종래없던 연복의 잔소리였다. 하지만 그후에도 은숙이는 문호가 술주정을 하다 망신도 당했다는 소문을 여러번 들었었다.   하루는 은숙이가 연복의 손목을 잡고 무작정 최과부네 집으로 뛰였다. 영문 모르고 끌려간 연복이는 그만 입을 딱 벌리고말았다. 하느님 맙시사! 이게 웬 일인가? 남편이 공안인원들의 압송을 받으면 만사람들이 눈앞에 지켜보는 가운데서 파출소로 끌려가고있지 않는가!   그녀는 그만 앞이 새까매나 그대로 물앉고말았다.   《원래 문호는 친구네 집 생일에 가 술을 잔뜩 먹고는 혼자 집으로 돌아오다가 보도랑을 강물인가 해서 옷을 벗어 꿍쳐 머리우에 이고 건넜다. 그다음 근처의 최과부네 집 창고를 자기네 집으로 오산하고 들어가 북데기속에서 하루밤 강아지와 동무해 잤던것이다. 헌데 공교롭게도 아침에 일어나보니 옷이 없어졌다. 마침 석탄을 가지러 창고에 들어갔던 최과부가 벌거벗은 그의 몰골을 보고는 기겁을 해서 뛰쳐나와 파출소에 알렸던것이였다. 더욱 희극적인것은 문호의 옷을 강아지란놈이 물고 큰길을 나서는것을 소학교 1학년생들이 발견하고 쫓아가서 빼앗아다 선생님한테 바쳤다는 그 사실이다. 공안인원들은 문호가 건달짓을 했으니 구류해야 한다는것이였다.   《네? 건달짓을요? 그런데 하필이면 남 창고에는 왜 들어가요? 차라리 정주간에나 들어갈것이지. 그러다 강아지가 기소나 하면 당신은 입이 열둘이라두 변명을 못해요!》   그 말에 그만 뭇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배를 끌어안고 돌아갔다.   그틈에 그녀는 남편의 손을 잡고 슬쩍 빠져나왔다.   그 이야기는 한동안 린근마을의 일화로 널리 퍼졌다. 그후 은숙이는 문호가 이젠 아예 술을 뗐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번 풍파를 통해 진정 그네들의 생활이 전과 같이 다시 미만해질것을 은근히 바랐다.   그런데 문호는 일을 다시 그르쳤다. 그날은 은숙이의 남편의 생진이여서 사람들은 문호한테 자꾸자꾸 술을 권하였다. 은숙이도 이웃이니 별일없을것이라면서 많이 들라 청을 들었다. 처음엔 문호는 연복의 눈치를 보더니 연복이가 묵인하는것 같자 또 허리띠를 풀어놓고 술을 퍼먹기 시작하였다. 결국 그는 연복이가 잡아끌어도 모를 지경으로 녹초가 돼버렸다. 은숙이와 그의 남편 천수는 문호를 자기네 집에 재우라면서 방미닫이를 닫아놓고 잠자리를 퍼주었다. 한밤중이 되여 갈증이 나 깨여난 문호는 미닫이문을 드르륵 열고 오줌을 솰솰 쏴대며 혼자 중얼거렸다.   《어―, 오늘저녁 안개가 폭 끼였군, 별 하나 없는게…》   마침 자반뒤집기를 하면서 비몽인가 사몽인가 하던 은숙이는 오줌벼락을 맞고 그만 벌떡 일어나 앉으며 불을 탁―켰다. 그바람에 정신이 휘딱 든 문호는 바지춤을 어쩔 사이도 없이 몸을 홱 돌려 꼬리 빳빳이 집으로 내뺐다.   오줌벼락을 맞은 은숙이는 분이 상투밑까지 치밀어올라 그길로 문호네 집으로 쫓아갔다. 마침 등불이 환히 켜져있는 집안에서는 말소리가 도란도란 들려나왔다.   《아아, 이 일 어쩌면 좋아? 창피스러워 어찌 은숙언니 볼가?》   《여보… 이번엔 정말 고의로 그런것 아니였수! 정말이라니까!》   《저두 알아요. 당신은 속이 상하니 자꾸 술을 마셔대지요. 그렇다구 술로만 화풀이할수 있어요? 절제할줄도 알아야지요. 당신은 그저 이 극단에서 저 극단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훌륭한 사내예요.》   《이젠 맹세코 술을 입에 대지 않겠소. 어찌겠소. 한번만 용서해주오. 은숙아주머니한테…》   《호―, 제가 어떻게 말을 떼요?》   《그래도 당신이야 방법이 있지 않소.》   《그럼 빌어볼가요? 그런데 은숙언니가 건달짓을 했다구 기어이 파출소에 보고하겠다면 어쩌나?》   《그, 그럼 난 우물에 뛰, 뛰여들어 죽을길밖에 없구려.》   《그럼 나도 뛰여들래요.》   그다음 내외간은 어쩐지 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그때 은숙이는 문을 떼고 들어서며 고아댔다.   《아니, 누가 용서를 해준대요?》 그리고는 까르르 웃음보를 터쳤다. 올 때 품고왔던 울화가 순식간에 날아가버린것이였다.   그 이튿날부터 은숙이는 연복이네 집에서 다시 울려나오는 연장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움푹 패였던 연복이의 량볼에도 다시 살기가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또다시 흐리흐리한 허리에 흰 앞치마를 깡통 동이고 돼지죽을 준다. 채마전을 다룬다 하며 눈코뜰새없이 돌아왔다. 행복의 교향악은 새로운 악장을 펼친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일이란 가늠하기 어려운것이였다. 지고나면 이를 갈며 이기고싶고 믿지고나면 기어코 봉창을 하고싶고 또 기어이 대방을 꺼꾸러뜨리고싶은것이 실패한 사내들의 자존심이라 할가? 어느때부터인지 누구도 모르게 문호는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한것이다. 이번엔 밑창없는 함정에 빠져들기 시작한것이다. 어느날 빚받이군들이 그녀네 집에 들이닥쳐서야 연복이는 그 일을 알게 되였다. 그들은 새 벽돌집을 내놓아야 했다.   하루저녁은 은숙이가 연복이네 집으로 마실을 갔더니 연복이가 찬물 한그릇을 떠놓고 동쪽을 향해 봉당에 꿇앉아 합장하고있었다. 중얼중얼 념불을 하고있었다.   금방 감은듯 함치르르 윤기도는 파마머리, 정성들여 다려입은 연분홍치마저고리, 늘씬한 코날을 지긋이 내려다보는 두눈, 두볼은 혈색을 싹 잃고 백랍같이 창백한데 분결같은 얼굴에는 눈물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두눈을 지긋이 감고 뭔가 중얼중얼 외우고있었다.   《연복이!》 은숙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허나 그녀는 석고상마냥 그냥 그본새로 꿈적을 않는다.   《얘 연복아, 이게 웬 일이냐, 응?》 은숙이는 가슴이 섬찍해서 좀더 큰소리로 부르며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샘에서 두줄기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그녀는 은숙의 가슴에 얼굴을 와락 파묻고 어깨를 들먹거렸다. 은숙은 그러는 그녀의 등만 자꾸 쓸어주었다.   그날 밤, 은숙이가 돌아간지도 이슥해서 낯모를 두 사내가 그녀네 집의 문을 뚝 떼고 들어섰다. 하나는 키꺽다리 말라꽹이고 다른 하나는 난쟁이 땅딸보였다. 얼굴에 징글맞은 웃음을 띠우고 성냥가치로 여유작작 이를 쑤시며 그녀앞에 버티고 섰다.   《이봐 색시, 색시가 연복씨인가?》 꺽다리가 먼저 말꼭지를 뗐다.   《네, 당신들은?…당신들은?》 연복이는 와들와들 떨며 뒤걸음질쳤다.   《야―고것, 한입에 삼켜도 비린내 안나겠다.》 땅딸보가 헤헤거리며 다가들었다.   《알아두라구, 네 남편이 널 걸구 도박을 했어. 하루저녁 몸값이 5백원이야, 졌으니 넌 오늘저녁 우리를 잘 섬겨야 한다. 그만하면 몸값 비싸기로 춘향이도 울고 가겠다.》 꺽다리의 지껄임이였다.   《어때? 우리 한번 질탕 놀아보자구, 녀자란 사내맛을 고루 봐야 태여난 보람이 있는거야, 그렇잖아? 하하하…》 땅딸보가 배풀무질을 마구 해댔다. 둘은 능청능청 자꾸만 다가든다.   벽까지 물러선 연복이는 절망을 느끼며 땅에 풀썩 꿇앉았다. 이때 눈에 얼핏 띄우는 물건이 있었다. 감자 깎던 칼이였다. 그는 잽싸게 그것을 집어들고 제 목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썩들 물러가요! 한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전 죽고말겠어요.》   두 사내는 무춤했다. 그러자 연복이는 마음이 한결 커졌다. 그는 두 사내를 집어삼킬듯 쏘아보며 말을 내뱉았다.   《알아둬요! 이젠 나와 그 사람은 아무 관계도 없어요! 그래도 계속 덤벼든다면 당신들에게 차례질것은 주검뿐이얘요. 살인범혐의를 안쓰겠거든 얼른 물러가요!》   이렇게 결사적으로 달려들어서 요행 욕을 면한 그녀는 이튿날 남편한테 리혼을 제기했다. 그들은 끝내 이렇게 갈라지게 된것이다…   창밖은 달빛이 그냥 하얗게 부풀어있고 박꽃향기가 마냥 물씬물씬 그윽 차넘치고있었다. 찢어놓은 구름송이 같은 박꽃은 물결치는 달빛속에서 무엇이 마득지 않은지 고개를 푹 숙이고 까닥하지 않는다. 잠든 연복이의 얼굴은 비맞은 박꽃잎처럼 창백하다. 가끔가다 헛소리를 하며 허공에 손짓을 해대던 그녀는 악몽에 가위가 눌리는지 갑자기 숨 넘어가는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앉는다.   《연복이는 자기를 끌어안은것이 은숙인것을 알자 그의 품에 와락 얼굴을 파묻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언니, 언니! 난 어쩌면 좋아요? 난 어쩌문 좋아? 아아…우리 일송이 불쌍도 하지, 에구에구…이 일을 어쩌문 좋아?…》   동무의 넉두리를 듣는 은숙이의 가슴도 칼로 에여내는듯 아팠다.   《연복아, 이 불쌍한것아, 참아야지, 참는게 녀인이란다. 어떤 역경앞에서도 머리 숙이지 않고 참고 견뎌가는것이 녀인이란다. 넌 아직 젊고 아름다우니 전도가 창창하다. 앞날을 믿구 이를 악물고 참고참아 나가야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숙이는 자꾸자꾸 흘러내리는 눈물은 어쩔수 없었다.   이때 웬 거쿨진 사내가 쑥 들어왔다. 은숙이의 남편 천수였다.   《아니, 정말 리혼한 모양이구먼!》   《오늘 리혼장까지 뗀줄 몰라요?》 은숙이의 대답이였다.   《허―그것참, 펀펀한 가정이 그저 쪽박깨지듯 박산났구려.》   《그러게말이예요. 사람이 변하니 그렇게 변할줄이야 참!》   《정신이 쑥 나갔지, 엥이, 집안을 이 꼴로 만들어놓구, 환장을 해두, 참! …오늘저녁도 금철네 집에서 외지서 온 사람들과 붙었다누만!》   《예? 외지사람들과 금철이네 집에서요?…》   갑자기 연복이가 몸을 발딱 일으켰다.   《그이한테 무슨 밑천이 있어요? 이 초가집까지 팔아먹으면 그인 자살하구말거예요.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어쩌면?…》   《넌 그저 ‘어쩌면 좋나?’밖에 모르니? 죽든살든 네 관계가 뭐야? 리혼까지 한 처지에…》 은숙이가 악이 나서 쏘아붙였다.   《아니 그래두 죽는 길로 나아가는걸 보고 어찌 가만놔둬요? 아이참, 이걸, 이걸…》 뱅뱅 맴을 돌며 동동 발을 구르던 연복이는 눈물을 닦을념도 않고 갑자기 부리나케 밖으로 뛰쳐나간다.   《얘, 넌 어디를 가니?》 은숙이가 뒤쫓아가며 물었다. 그러나 연복이는 벌써 저만큼 달아가고있었다.   달이 엷은 비닐구름에 가리우며 사위는 잠옷을 입기 시작하였다. 은숙이는 헐금씨금 쫓아가서야 향파출소문앞에서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연복이를 만날수 있었다.   《얘, 여긴 뭘 하러 왔니?》   《콩밥 먹으면 정신 좀 차릴가 해서요. 함정에 빠져드는걸 보고 어찌 가만두겠어요. 이젠 늦긴 하였지만…》 불빛에 비친 그녀의 눈확엔 이슬기가 번쩍이였다. 은숙이는 그러는 그녀를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어쩌면! …저게 어디 리혼한 녀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가? 은숙이는 그래도 그 말에 동감이 갔다.   《그것참 잘했다. 한 십년도형에 떨어져야 얼이 쑥 나갈게다.》   《어마나, 그리 많이? 도박놀았다구?…》   《그럼! 요사인 도박군들을 엄하게 다스린단데. 모르긴 해도 몇년 콩밥은 잘 먹어야 할게다…》   《아니, 정말?!…》   《정말 아니문? 넌 또 왜 그러니?》   《글쎄요, 나도 모르겠어요…》 연복이는 또 무작정 골목길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은숙이는 그러는 연복이를 얼없이 바라보다가 파출소문이 열리면서 공안인원 네댓이 출동하는것을 보고서야 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공안인원들의 뒤를 따랐다. 공안인원들은 곧추 금철이네 집으로 빠른 걸음을 놀리고있었다. 아직 달은 비늘구름속에서 헤여나오지 못하고 사위는 그냥 어두운 장막에 가리워져있었다.   금철이네 집부근에 다가가자 은숙이는 공안인원들이 달아가며 웨치는 소리를 들었다.   《서라! 움직이면 쏜다!》   은숙이는 저 멀리 큰 길로 두 그림자가 나는듯이 달아나고 거기로 또 두 공안인원이 쫓아가는것을 볼수 있었다. 찰나 귀청을 째는듯한 요란한 총소리가 한방 울렸다.   《에구머니나!》 은숙이는 분명 한 녀인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누굴가? 연복이가?…은숙이는 허둥허둥 달려갔다.   달은 마침내 비늘구름층을 뚫고 나왔다. 박꽃같이 희디흰 달빛은 주위를 삽시간에 환히 밝혀주었다. 은숙이는 먼발치에서도 두 공안인원이 장대처럼 서있고 두사람이 무릎을 꺾고 부둥켜안고있는 장면을 볼수 있었다. 사나이는 무릎을 꺾고 녀인의 품에 골을 묻고있었고 녀인은 사나이의 등허리를 어루쓸며 흑흑 느끼고있었다. 연복이와 장문호가 분명하였다. 은숙이도 두 공안인원과 마찬가지로 그 장면앞에서 화석이 되고말았다.   《어마나! 저 피를…》 은숙이가 먼저 연복이의 왼쪽팔에서 슴배여나오는 벌건 피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총알이 팔을 스치고 지났던 모양이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 연복이를 부추켜 세웠다…   인젠 다 옛말로 된 과거사였다.   이듬해봄이였다. 강남갔다 돌아온 청제비, 구제비가 연복이네 낮다란 처마밑으로 다시 찾아들어 지지배배거렸다. 연복이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흰앞치마를 깡똥 두르고 밖을 뛰쳐나와 손벽을 짱짱 울리며 돌아갔다.   《오오, 제비가 왔어요. 복제비가 왔어요!》   7월이 되자 그녀네 울바자며 헛간지붕이며 살림집지붕이며에 백설같은 흰꽃이 송이송이 피여 하얗게 웃으며 꿀벌을 부르고있었다.   달빛이 말쑥한 가을의 어느 초저녁 은숙이는 연복이네 집으로 놀러 가 집안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말소리에 귀를 강구였다.   《자, 타령을 좀 해보우, 박은 내가 켤테니.》   《아니 그건 ‘놀부학’이 아니얘요? 재화가 쏟아지면 어쩔려구요?》   《올해는 ‘놀부’의 못된 버릇 철저히 떼잖았소? 그러니 금은보화가 막 쏟아지는 ‘흥부박’이 틀림없을거요.》   《그래요? 호호호…그럼 한마디 해야죠.―》   슬근슬근 톱질이야, 스리살짝 톱질이야.   이 박은 무슨 박? 고운 내 님 보물박이로세   ……   예쁜 타령소리는 까딱없이 서있는 은숙이의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어느덧 그녀의 두볼을 타고 맑은것이 흘러내리고있었다.    
2    재한 조선족도 경제위기속에 자성해야 댓글:  조회:1448  추천:41  2009-10-19
  재한 조선족들의 인식전환 시급   노임 적다 \'배부른 타령\' 이젠 그만   한국의 글로벌경제위기가 해소되고 있는 중이라고 하나 재한조선족들의 체감온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게다가 정부의 불법체류‧불법취업 단속이 강화되고 다가오는 12월에는 건설업에서도 취업을 제한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고 친척 초청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재입국조차 1년 이상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재한조선족사회도 흔들리고 불안해지는 모습이 역역하다.   요즘 차이나타운이라 불리는 대림지역이나 가리봉동 시가지 등에는 대낮에도 할일없이 놀거나 술을 마시고 있는 조선족들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매일 2~30여명씩 모여 장기를 두거나, 잡담을 하거나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들이 쉽게 포착된다.   \"왜 저렇게 놀고 있지, 물가 비싼 서울에서?…돈 벌러 와서 저렇게 놀면 어떻게 해? 경제가 나빠지니 일자리가 없나…아무래도 저것은 아닌데?\",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반적 재한조선족들의 의식은 천변만화하는 자본주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회사도 전자회사 같은 환경이 깨끗하고 보너스가 많이 나오는 회사는 OK이다. 문제는 그런 회사가 몇 되냐, 이다. 일자리 소개 받고 가서 며칠 일하지 않고 돌아오는 일도 흔하다. 조금 과장해서 10명 보내면 11명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친구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고것 받고 어떻게 하냐?\", \"그런 사장 밑에 굽신거릴 거냐?\"하고 소리친다고 한다.   요즘 보면 한국 사람들도, 여자들은 65만부터 100만원씩 받고 일을 하고, 남자들도 6~7만원씩 받고 일당을 뛰거나 100만원~130만원씩 받고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돈 벌러 와서 직업만 고르다 세월을 보내니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실 노임이 좀 적더라도 꾸준히 일 하는 것이 노임은 많으나 일감이 여의치 않아 쉬는 날이 많은 것보다 수입이 더 짭짤하고 나을 수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족들은 천만원의 돈을 쓰고 입국하여 콧구멍만한 셋집에서 어렵게 생활하면서, 단속을 피해 불법체류를 하며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도 열심히 돈을 벌어 부를 축적했다. 그런데 근래에 처음 입국하는 조선족들은 거의 돈도 안 들이고 입국하고, 친인척들이 집도 잡아주고 좋은 생활여건도 마련해 주고 있는데도 \'배부른 타령\'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소수는 마작과 게임이나 도박에 빠져들고 있고, 또 일부는 악성 다단계 같은데서 뛰다가 본전까지 말아먹고 허송세월을 하는 동포들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자면 동포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본다. 우선 급변하는 세상의 눈높이에 맞춰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자기 특성과 능력도 고려해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참을성을 갖고 꾸준히 일하다 보면 반드시 보람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참다운 반성과 미래에 대한 계획이 필요할 것이다. 흰머리가 날 때까지 노가다만 뛸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고국에서 이대로 주저앉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앞날을 내다보고 확실한 계획을 갖고 실천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부분 조선족들은 예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하며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의 희생정신은 중국조선족사회와 가정의 안정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한국의 산업발전에도 큰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한 만큼 조선족들의 생각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져야 나름대로 더 보람 찬 인생을 살 수가 있다. 동북아신문 이동렬 편집국장 ldl8387@hanmail.net
1    [단편] 사람찾는 광고 댓글:  조회:2054  추천:52  2009-04-19
김광호가 부친 김병수를 애타게 찾고있습니다. 금년 2월 18일에 집을 나선 뒤 여직 종무소식이니 행방을 아시는분들은 H현조선족제1중학교 고중3학년 1반 학생 김광호에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편집아저씨, 사람찾는 광고를 이렇게 쓰면 되겠어요? 정말, 부친의 년령, 외모, 직업도 쓰고 부친께서 집떠난 원인도 써야겠구만요! 그러나 집안허물밖에 내지 않는다고 어머닌 쓰지 못하게 해요. 아니, 광고조차 내지 못하게 해요. 저도 이러길 죽기보다 싫어요. 보란듯이, 번듯이, 그것도 동네방네 이 세상사람들이 다 알라고 누가 꽹과리를 두드리기 좋아하겠나요? 더구나 전 학생이 아니얘요? 하지만 전 멍든 어혈 빼지 않고 곪은 속 터치지 않고선 도저히 참을수 없어요! 활활 터놓고 속시원히, 기어이 써내고야말겠어요!… 이 밤따라 저주맞을 눈보라는 어쩌라고 사납게만 불어치는지? 승냥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 같기도 하고 여우의 애잡짤한 흐느낌 같기도 한 그 소린 창문쯤으로 비비닥질해 들어와선 저의 가슴을 허비고 신경을 팽팽히 조이고있어요. 해서인지 어느새 연기에 그을고 덞어진 천장이며 거미줄이 매달린 들보는 당금 정수리를 내리뭉갤듯 찌걱찌걱 소리를 내는것 같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북쪽벽은 금시 화당탕 몸을 깔아버릴듯 눈에 아찔아찔해 보여요. 바로 이 헌집에, 《무덤》속에, 찬바람만 썰렁썰렁 쏘다니는 《남극나라》에서 며칠전만 하여도 각혈하시던 어머니께서 몸을 옹송그려뜨리고 눈을 감고있어요. 몸이 불덩이같이 달아오른 녀동생을 꼭 끌어안고 간간히 신음하고있어요… 아, 아버지! 아버진 어디에 가 계시나요? 어찌하여 앓는 어머니를 두시고, 사랑하는 자식들을 버리시고 떠돌아다녀야 하나요? 도대체 그건 무엇때문인가요? 무엇때문에?!…그래서 전 남다른 광고를 내요, 그걸 기어이 밝히려 해요! 편집아저씨, 어쩐지 전 도저히 나무꼬챙이같은 몇마디 말로 이 어린 가슴에 서리고 엉키고 박힌 옹을 다 지울수 없군요! 저의 동년과 부친, 저의 꿈과 부친, 우리 가정과 부친… 그래요, 어제도, 오늘도, 래일도, 웃음도, 울음도, 희망도 어찌 저의 부친을 떠나 상상할수 있겠어요? 하다면 천리를 가도 자식을 못잊는게 부모고 누구에게나 가장 아늑한 곳은 자기 집이라는데 정말 부친께서 영영 집을 떠날수 있단말인가요? 아니! 부친께선 돌아오실거얘요! 이 밤에, 이 눈보라를 타시고 바야흐로 집으로 오시고있을거얘요! 글쎄, 좀 보시라요! 문이 펄쩍 열리고있잖아요? 장대한 체구가 온 문을 떡 막으며 들어서고있잖아요? 아, 민들레꽃! 민들레꽃까지도 한줌 꺾어오셨어요! 들일 하고 돌아오실 때마다 그러하듯 오늘도 잊지 않으셨네요. 보세요, 《애달콩 데달콩》하는 노랗고 탐스런 꽃송이며 거기로 향해 나풀거리는 고사리같은 두손! 그리고 부자간의 재미난 뺑뺑이!… 문득 부친께서는 《오― 하하하…》하고 호탕히 웃으시면서 저를 와락 껴안고 빙글빙글 환락의 원무를 추셔요. 그러자 온집안에는 금시 학이 울고 두루미가 날개치듯 웃음이 파닥이고있어요. 파닥파닥 날고있어요!… 아, 잊을수 없는 동년, 황홀한 채색의 꿈! 달콤한 그제날의 꿈이야기여!… 어찌 그뿐이겠나요?     《자르륵―투닥, 자르륵―투닥…》저는 꿈에서 늘 이렇게 비단을 짜 늘이였어요. 늘이고 또 짜서 집둘레를 감고 또 끝없이 감아나가군 하였어요. 그러다 부시시 일어나 눈뜨고 보면 희뿌연 새벽빛을 안고 가마니틀에 앉아 투닥거리는 부친의 뒤모습이 환영처럼 보이겠지요. 자대와 바디는 《자르륵―투닥! 자르륵― 투닥!…》 손풍구는 《푸루릉, 푸루―릉―…》 아, 그건 과연 얼마나 조화롭고도 미묘한 음악이였던가요? 스르르 눈감고 듣노라면 뭉게뭉게 피는 구름 밟고 예술의 전당을 찾아들어서는듯… 이렇게 신근한 로동으로 시작되고 란만하는 웃음꽃으로 끝을 맺군 하는 우리 집의 하루! 저녁이면 어쩌는줄 아세요? 어머니께서 가마니를 짜시면 저와 부친은 새끼꼬기시합을 하지요. 잘추린 짚을 세몫으로 나눈다음 , 한몫은 제가 꼬고 두몫은 부친께서 꼬되 먼저 다 비빈 사람이 이길내기지요. 부친은 그 솥뚜껑 같아보이는 손을 늘근늘근 비벼대도 짚은 얼마나 잘 없어지는지!…애간장이 탈수록 저의 조막손은 빳빳해나 어디 돌아야 말이죠! 힘있는자 힘으로, 꾀있는자 꾀로 하랬다고 그래 전 부친께서 머리만 돌리시면 얼른 제몫을 좀 쥐여 부친앞으로 슬쩍 밀어놓군 했지요. 그런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요? 그럴 때마다 어느결에 보시는지 부친은 그 두툼한 입술을 쭝긋거리지요. 침묵은 잠시, 다음에 우린 마주보며 집안이 떠나갈듯 웃음소나기를 쏟아놓지요…그때 전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들었댔어요. 헌데 하많은 이야기중 한 이야기만은 들을 때마다 귀동냥갔었는데 근일에 와 곱씹어보노라니 심령의 호심에 자꾸만 의문고리를 던져놓게 되더구만요! 멀고먼 옛날, 금상산 어느 골에 한쌍의 젊은 부부가 감자농사에 입에 풀칠하면서도 아기자기 재미있게 살았대요. 먹는건 감자밥, 입는건 다닥다닥 기운 누데기일지라도 부부사랑 록파에 노니는 원앙같고 부부금슬 달밤에 깃든 백조 같더래요. 온 하루를 웃으며 그렇게 재미있게 살더래요. 이 소식 듣고 하루는 걸인행색의 웬 더벅머리총각이 찾아왔었는데 아니 글쎄, 보물단지를 내놓으며 웃음을 사겠다는게 아니겠어요? 보물단지를 보자 녀인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지만 사나이만은 그 선량한 마음에도 욕심이 굴뚝처럼 솟아 대뜸 응낙했다나요. 《허허허, 보물단지는 내거다! 웃음아, 너 가거라!》하고말입니다. 하긴 웃음을 팔고 산다는것도 황당하니까요! 헌데 그《보물단지》는 놀부박이 아니고  뭐얘요? 이튿날부터 이 집에서 정말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후엔 아예 영영 자취를 감추고말았답니다. 구경 어찌된 감투끈일가요?… 아,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가 계시나요? 아버지께선 그 비밀을 알려주지 않고 여직 신비로운 수수께끼로만 남겨두셨지요…그러나 그걸 풀 필요가 있어요? 우리 집 웃음만은 누가 사갈 사람도 없거니와 날따라 둥글둥글 흥부박처럼 커만 갔으니까요! 편집아저씨, 그래요, 장이 탁 트이고 호도거리를 마음놓고 하게 되자부터 우리 집은 더는 가마니를 짜느라 복닥을 하지 않아도 되였어요. 수집은 어머닌 장사를 배워《김치아주머니》로 소문놓았고 활량인 부친도 땅을 남에게 맡기고 《양계전문가》로 동네방네 자자하게 명성떨쳤지요. 참! 어머니의 장사항목은 많기도 하였어요! 노르무레한 영채김치, 불그레한 양념물이 뚝뚝 떨어지는 배추김치, 참기름 반질반질 도는 검붉은 무우오리무침, 절군 통마늘이며 깨잎… 보기만 해도 군침이 슬슬 돌 지경이였지요. 물론 부친도 어머니께 짝지지 않았어요. 혼자 6백여마리의 닭을 키웠으니까요! 그때 전 부친을 도와 자주 닭알줏기를 하였지요. 참말이지. 횐 광주리에다 《노란 닭알, 흰 닭알》하며 소복소복 담아놓기란 정말 꿀먹기보다 더 달콤하고 상받기보다 더 기쁜 일이였지요. 이렇게 부모들이 손맞잡고 알뜰살뜰 깨끗이 버니 근기있게 일하는자 황금빚고 웃는 집문으로 복이 들어온다고 우리 집에도 차차 단색텔레비죤이며 록음기, 세탁기, 자적걷르이 막 쓸어들어더군요! 거기에다 오는 해에는 벽돌집을 짓자고 돈까지 2천원이나 저금하였어요. 물론 남들이 소문낸것처럼 돈을 그렇게 많이 번건 아니였지만 돈이란 없다 있고 보니 새끼새가 깃 다 자란것처럼 얼마나 기쁘던지요!…하여 낮이면 록음기가 《디스코》곡을 울리고 밤이면 텔레비죤이 웃음망울 터치는 《복된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였지요                     비단에 수놓은 격으로 좋은 꿈엔 항상 웃음이 따르는 법이얘요. 글쎄, 텔레비죤극 보고 이 드러내놓기전에 우리는 늘 《간이극》때문에 배창자를 실컷 꼬게 되니까요! 부친께선 어쩌는줄 아세요? 술을 얼근히 잡수시곤 대자로 온 구들을 차지해누워선 게슴츠레하게 눈을 내리깐채 녀동생 애꼭지를 태우느라 꼭꼭 어머니 무릎을 베지요. 하면 《질투심》많은 녀동생이 가만있자고 하겠어요? 하지만 능청스러운 부친은 녀동생이 바질바질 속을 태우며 눈물을 찔끔찔끔 짤 때에야 어머니를 향해 거적눈을 치뜨며    《네 엄마 보고 아버지 입맞추라고 해라, 그럼 자릴 양보해주마!》하고선 구들장이 들썽들썽 드놀도록 껄껄껄 웃음통을 터뜨리지요. 그러면 부녀간의 다툼질을 일별한채 상글상글 웃고있던 어머니의 얼굴은 삽시에 꽈리처럼 활딱 붉어지고 입에선 단통 《에개개!》가 터져나오지요.     《저리 가요, 저리! 부끄럽지도 않은가베!》그러든말든 부친은 어머니 한쪽무릎을 붙들고 지그시 누르며 그걸 재촉하지요. 하면 어머닌 할수없이 《아가가!》를 노래부르고 노란장판우에는 금시 웃음방울이 데굴데굴 그을게 되지요.     《자, 빨리 맞추라 해라!》     《엄마, 빨리 아버지 입맞춰 응?…》     둘이 어느새 《통일전선》을 이루어 어머니를 들볶는데 그럴수록 어머닌 어머니대로 그 가늘고 흰 목덜미까지 꽃물을 들이면서 고운 반달눈을 약간 치뜨고 마구 손을 내젓다간 부친을 향해 관세음보살을 외우지요. 그래도 안될 때면 아예 부친의 동가슴에다 대고 팡팡 종주먹을 날리지요. 그것이 좋다고 부친과 녀동생이 더욱 열성을 올리면 종당에는 어쩔수 없다는듯이 머리를 살래살래 젓고나선 고개를 살풋이 숙이면서 입맞추는 시늉을 하군 하시는데 이럴 때면 어디 심술궂은 부친께서 가만두자 해야말이죠. 어느결에 벌떡 일앉으며 긴 팔을 늘여 어머니 목을 껴안고 《뽁》하고 볼에다 정말 입자리를 내지요.     《에그, 망측해라!》어머니가 비명을 올리며 비자루를 찾아 꺼꾸로 쥘 사이 부친은 벌써 껄껄껄 웃으시면서 끌신을 들들들 끌고 저만치, 닭장으로 몸을 피하지요. 하면 온집안엔 웃음덩이 꽃덩이가 데구루루 구을면 구을수록 봄날의 눈덩이마냥 커만 갔었지요. 했건만!…     아,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제가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기때문인가요? 아니면?… 복에도 화의 삭이 있다더니 그후, 참말 믿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는 일들이 우리 집에서 그토록 급작스레, 놀랍게 벌어질줄이야 누가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어요?!…     편집아저씨, 그건 음력설후부터였어요. 딱히 어느날부터 어떻게 시작되였는지는 모르나 전 어머니와 부친 사이에 이름못할 심상찮은 일들이 벌어지고있음을 본능적으로 감각하였어요. 마음약한 어머닌 뒤에서 자주 눈물을 훔치고있었어요. 정지간에서 풀풀 한숨을 내쉬는가 하면 닭장에서 멍청하니 넋을 놓기도 하고 동쪽벽모퉁이에서 옷고름으로 눈굽을 찍기도 하며.     (무슨 일이 생긴걸가? 왜 어버지는 식사할때면 골도 못들고 어머니 눈치만 살살 볼가? 그리곤 자릴 툭 털고 아침에 나가면 한밤중에야 들어오지!…이젠 닭먹이도 다 떨어져가는데…)     몸은 비록 학교에 가 앉았으나 (졸업학년인 우리는 초닷새부터 개학을 했던거얘요.)머리속에 팽글팽글 맴도는것은 그저 이런 의문과 걱정들뿐이였어요.     어느날 저녁, 저는 창문에 딱 붙어서서 어머니와 부친 사이에 오가는 말들을 엿듣게 되였어요. 학급동창인 《쏠쏘리》네 집에 공부하러 갔다가 닥친 기회였지요.     가만히 보니 부친께서는 얼굴에 먹장구름을 싣고 벽에 비스듬히 기대여 담배만 풀석풀석 피우고있었고 어머니는 펴다만 이불에 엎디여 쿨쩍쿨쩍 울고있었어요.     《글쎄 주겠소, 안주겠소》갑자기 부친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홱 내던지며 빽 소리를 지르지 않겠어요?     (아니?!…) 와뜰, 한발 물러선 전 사지가 덜덜 떨렸어요. 부친께선 종래로 어머니앞에서 성내본적이 없었으니까요!     《소린 왜 …왜 질러요?》갑자기 어머니도 발딱 일어서더니 이를 앙다물고 대들지 않겠어요? 가뜩이나 놀라 커진 저의 입은 딱 벌어지고말았어요!     《저금통장을 이리 내놔요! 2천원돈을 어디다 써버렸어요?!》어머니가 거품을 물고 대들자 부친은 눈을 화등잔같이 뜨고      《이거, 이거…》하며 속이 걸리는지 말만 먹더군요.     《뭐가 이거, 이거얘요? 흑흑…이 돈은 제가 별을 이고 나가 달을 등지고 들어오며 번거얘요. 겨우내 손발 땅땅 얼구며 번거란말이얘요. 못줘요. 못줘!》하고는 부친의 턱밑으로 바짝바짝 파고들었어요.     《글쎄 내놓겠소, 안내놓겠소?》     《못내놔요, 못내놔!》     《이게 환장을 했나? 정말이야?》     《누가 환장을 했어요? 누가? 정말 아니문?…》     《에익! 빌어먹을!…》그다음은 부친의 손이 번쩍하더니 어머니의 오른뺨에다 《찰싹!》하고 번개를 날렸어요. 순간, 모든것이 얼어붙었어요. 어머니의 울음도, 부친의 손도, 저의 심장도…     《당…당…신이?!…》어머닌 볼을 싸쥔채 피맺힌 입술을 떨며 가까스로 씹어내뱉듯 말했어요.     《내…내가…때렸단말이지?!》부친은 얼빠진 사람처럼 솥뚜껑같이 큰 손바닥을 펴보이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듯이 묻는것이였어요. 그래요, 어찌 믿을수 있겠어요? 저도, 어머니도 그 손에다 대고 눈총을, 불총을 쏘았어요!     아, 장알보석 빛나던 저 근면한 손이여! 언제든지 웃음을 주고 믿음을 주고 행복만을 안겨주던 복손이여! 묻노니 어찌하여 오늘은 그토록 여린 어머니의 뺨에 피자국을 남기는가요? 어린 자식의 가슴에 그토록 피멍을 남기는가요?…     이윽고 문소리가 나는바람에 저는 대뜸 벽에가 딱 붙어섰어요.     《뚜벅, 뚜벅…》부친의 우람진 몸집이 동쪽벽모서리를 꺾어안으며 사라지는 찰나였어요. 그제야 저는 《어머니!…》하며 무작정 집안으로 뛰여들어 어머니를 와락 껴안았어요. 《아니?!… 얘가 왜… 이래?!》든정신 반, 난 정신 반해서 앉아있던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더니 아닌보살하고 저의 손을 슬쩍 쳐버리며 《휴―…마루에 코박이를 했더니…》하며 손등으로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를 닦고는 입가에 애써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피워올리는것이였어요. 허나 여린 뺨에 새겨진 네손가락자국만은 억울하고 분함을 못다 감추겠는지 벌겋게 독을 내고있었어요. 《어머니! 전…전 다 알아요!》마침내 울음의 동뚝을 터치며 저는 한없이 넓고 그지없이 포근한 어머니의 품에 골을 묻었어요… 그날 저녁, 부친은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이튿날, 저는 학교가는 길에 간이식품상점에 들어가 처음으로 《인삼》표담배를 한곽 샀어요. 맵고 쓰고 역한 담배연기속에서 모든것이 흐리멍텅해보였어요. 흐리멍텅한 태양, 달, 선생님과 동학들… 그래요, 전 바로 이런 뼈저린 자극속에서 답안을 찾자는것이였어요. 이를테면 2천원돈은 어디다 썼고 어찌하여 어머니의 푼돈마저 탈탈 앗아내려 땅땅 으르는건가?…그러다 골이 뗑해나면 시간을 보든말든 아예 책상에 엎디여 쿨쿨 잠만 청했어요. 했어도 정신만은 몽유병환자처럼 사면팔방 헤매며 무얼 찾고있었어요… 연분이 있으면 만나기 마련이라고 전 끝내 어느 후미진 골에서 더벅머리총각을 찾아내고야 말았어요. 그는 만사람 부럽잖게 경치좋은 곳에 팔간기와집 덩실하니 지어놓고 꽃같은 색시에게 장가들어 부자같이 살고있었는데 글쎄 저를 보자 버선바람으로 반기는게 아니겠어요? 그통에 전 더위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허덕인다는 격으로 대방이 베푼 친절을 그만 오해하고 평시에 그렇게 묻고싶던 말마저 구중천에 싹 동댕이친채 기겁해서 소리쳤어요. 《아니야, 안! 그걸 가지러 온게 아니야!》… 《하하하…》저는 문득 홍수처럼 쏟아지는 웃음소리속에서 꿈을 깨게 되였어요. 머리를 드니 수학선생님의 《오백도》가 절 무섭게 쏘아보고있잖겠어요?… 편집아저씨, 어느 명인이 생활은 애꿎은 장난꾸러기이도 하다고 했던가요? 참말인가봐요! 그건 사람들이 무얼 애타게 찾으면 찾을수록 란리만난 수전노 보물감추듯 어둡고 구석진 곳만 찾아 숨겨두다간 이젠 대방이 기진맥진하여 그걸 아예 잊자고 하면 그제야 얄밉게 불쑥 내미니까요! 저의 경우가 바로 그런것 같아요. 그날 시간이 끝난 다음 수학선생님께 붙들려 교무실에 갔다 오니 바로 《쏠쏘리》가 우리 집 흉을 보느라 열을 올리지 않겠어요. …《아니문 내 손에 장을 지져라! 직접 본 일이란데두나! 그날 저녁 광홀 바래주고 되돌아서다 다투는 소리가 나기에 뒤창문에 붙어서서 말이야!… 광호 그녀석 몹시 울었지!》 《통나발 불지 말어! 2천원이라구? 2백원이겠지! 아니문 20원이구…》누군가 입을 딱 벌리며 못믿어워하는 소리를 내뱉었어요. 《저런 조막손 봤나? 그것도 노름이라고 해?》 《흥, 제사 큰소린? 그래 단 두판에 2만원은 아니고 2천원이야?!》 《이런 우물안의 개구리라구야! 만원돈 잃게 되자 녀자가 리혼한다고 울며불며 야단하는건?》 《쯧쯧, 여하튼 기 딱 찰노릇이야! 지금 법이 무르긴 참 무르지, 그런걸 가만두니!… 하긴 우리 집도 보니 땅 몇무 안되니까 농사일을 제꺽 해치웠는데 돈벌이구멍은 찾지 못하고. 그러니 노름으로 허송세월할수밖에!…》체육위원 명호의 목소린듯싶었어요. 《그게 바로 작은 벌인 눈거적아래 돌고 큰벌인 눈섭우에 맹랑히 춤춘다는거야! 지금 사람들은 전문 <마술사>가 되여서 그저 나는 돈만 붙잡으려 들거던. 광호 아버지도 괜히 올방자틀고 한몫 보려다 휘―익 날고말았지 뭐야! 하하하…》《쏠쏘리》의 얻어들은 《경험담》에 교실안은 갑자가 웃음으로 꽉 찼어요. 순간, 저는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귀가 윙윙 울려났어요. (뭘?!… 도박에 뽕뺐다구?…2천원을…몽땅?!…아글타글 번걸 저렇게?…) 눈앞에 무수한 반디불이 춤추는듯. 통 리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저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한것만 같아 누구라도 붙들고 한바탕 드잡이를 하고 실컷 울고싶었어요. 헌데 붙는 불에 키질이라고 《쏠소리》는 그냥 지껄이며 동학들을 웃겨대는게 아니겠어요? 밸안의 밥알이 다 곤두서서 어디 참을 《인》자가 막아서야지요! 그래 문을 탕 열어젖히고 불쑥 뛰여들어갔더니 몇십쌍의 눈길이 놀람을 잔뜩 싣고 날아오지 않겠어요? 공부 잘하고 곱살스레 생긴 혜숙의 그 동정과 련민, 이름못할 야릇한 물기를 머금은 눈길도말이얘요. 일순, 끝없는 치욕감이 회오리를 만난 불길처럼 온몸을 확 달구었어요. 《임마, 실컷 지껄여봐!》저는 미친 사람마냥 《쏠쏘리》에게 와닥닥 달려들어 그의 면상에 대고 힘껏 주먹을 내질렀어요. 그리곤 왝 돌따서서 문을 쾅 박차고 나와 발가는대로 무작정 뛰기 시작하였어요. 눈물, 눈물은 그칠새없이 줄줄 흐르는데 울분과 설음은 어쩌라고 달음질칠수록 세차만 가던지요?… 문득, 돌부리를 차며 곤두박질칠듯! 그제야 정신이 펀뜩 든 저는 찰나에 맞닥친 나무에 등을 콱 맡기며 고갤 훌 젖히고 숨을 후―후― 내쉬였어요… 이윽고 입안에 흘러드는 찝질한것을 의식하면서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니 눈망울에 비치는것은 청청한 솔이고요, 뇌리에 스치는것은 어쩌면 너만은 푸르냐는 부러움이였어요. 《아부지, 솔은 왜 겨울에도 푸르나요?》 《그건 마음이 곧고 굳세기때문이란다.》 《나도 솔이 될테야!》 《오―그래! 너도 되고 나도 되자!…》 문득 이런 음성이 옛기억을 걷어안고 귀뿌리를 스쳐지나 저 강변에서 불어치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사라졌어요. 허나 우린 누구도 솔이 되지 못했어요… 편집아저씨, 그날 저녁, 착잡한 생각을 안고 집문에 들어선 전 재다시 놀란 토끼를 가슴에 품게 되였어요. 글쎄 구들에 한 녀인이 누워 있었는데 뺨에는 파리한 기운이 서리서리 감돌고있고 입술에는 왕가물이 바짝바짝 타들고있지 않겠어요? 그 녀인이 바로 우리 어머니였어요. 꼭 감은 속눈섭에 맺힌 방울방울의 서러움과 원망은 바늘끝처럼 얼마나 세차게 저의 심장을 콕콕 찌르던지!… 저는 너무도 억이 막혀 몇분간은 좋이 땅에 다 발뿌리를 내리고 서있었어요. 저의 이런 모양을 보고 병자를 보살피던 이웃집아주머니들도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치는것이 아니겠어요? 이때였어요. 어머니 머리맡에 앉아 눈물코물 쥐여짜던 녀동생이 발딱 일어서며 와―하고 설음을 터뜨리더니 이윽고 울음범벅이 된 말들을 조리없이 해대더군요. 《응응… 오빠 록음기랑, 내 털레비랑 응응… 엄마가 낯선 사람들과… 싸웠다. 응응. 그래 이렇게 넘어져서 응응…》 《…뭐?》된 강타에 몸을 휘청이며 저는 반사적으로 집안을 휘―익 둘러보았어요. 텅 빈, 어수선한 집안정경이 아찔하니 눈에 날아들었어요! 실망! 분노! 원한! 저주!… 딱히 이름못할 정감들이 서리고 엉키더니 주먹이 불끈 쥐이고 이가 달달 맞쪼이였어요. 전 방안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러다 마침 들어오는 웬 사나이의 얼굴에다 대고 《꽝!》하고 눈총을 놓았어요! 해선지 그 사나이는 일순 고개를 푹 꺾으며 가래짝같은 손을 어데다 건사할지 몰라 쩔쩔 매고있었어요. 한발자국, 한발자국… 전 부친앞으로 다가갔어요. 무쇠같이 틀어쥔 주먹은 격분에 떨고있었어요. 앞으로 다가가던 저는 흠칫하며 무춤 서버렸어요. 부친께서 고개를 들었던거얘요. 한데, 혼백이 쑥 빠져달아나버린듯한 눈에도 이슬기가 반짝이고있지 않겠어요? 아, 인간이여, 인간!… 저는 그만 맥을 탁 놓고 망두석처럼 굳어지고말았어요. 제가 꼭 열살 잡아들던 해였어요. 그해 여름에 부친께서는 독성리질로 몹시 앓았어요. 아플 때는 잔등을 잔뜩 꼬부라뜨리고 마구 뒹굴며 소리까지 쳤어요. 그땐 정말, 부친의 고통을 다문 얼마라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것이 어린 나이에도 얼마나 안타깝던지?… 그러던 어느날, 전 길에서 돈 1원을 주어들고 날듯이 기뻐하였어요. 어른들이 리질엔 얼음과자가 묘약이라잖겠어요? 그래 전 개성으로 장달음을 놓았지요. 왕복 6리, 재글재글 끓는 삼복철 땡볕에 후끈후끈 달아오른 모래땅을 밟으며 보온병에다 얼음과자를 꼴딱 사들고 문에 들어섰을 때는 벌써 온몸이 물자루에서 건져낸 깜장강아지가 되였을 때였지요. 했으나 전 얼음과자를 한입도 깨물지 않았어요. 부친께서 눈깜박할사이 절반이나 축내는것을 보고 얼마나 기쁘던지?… 그제야 아픔이 좀 멎는지 부친께선 잠시 손을 멈추고 저를 빤히 쳐다보지 않겠어요? 순간, 저의 가슴은 콩당콩당 쌍방망이질하기 시작하였어요. 같이 먹자고 잡아끌줄로만 알고. 전 절대 먹지 않고 사양하리라 다짐했어요. 헌데 돈이 어디서 생겼느냐는 왕청같은 벼락이 떨어질줄이야?!… 마침내 부친께서는 보온병을 마루바닥에 대고 팍 박산을 내더니 노한 사자와도 같이 고함을 질렀어요. 《에익, 이 덜된놈아! 주은 물건은 임자를 찾아주거나 선생님께 꼭 가져다바치라고 적게 타이르더냐? 사람이란 기개가 있어야 한다, 기개가!…》 아! 그땐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던지? 나무가리뒤에 숨어 섧게 울던 기억이 상금도 생생해나요. 허나 전 또 얼마나 바랐던가요? 그런 질책을! 철든 지금에도말이얘요. 하지만… 저는 픽 돌아서서 팔등으로 줄끊어진 념주처럼 떨어지는 눈물을 쓱쓱 닦았어요. 한들 어찌 가슴속깊이에서 분출하는 활화산을 막을수 있겠어요? 끝끝내 저는 《아버진… 솔이… 아니야!》하고 오열을 터뜨리고말았어요 그래요, 《솔이 아니다》고 손을 홱 내젓고는 밖을 훌 뛰쳐나오고말았어요! 결국, 우린 하루아침에 집도 없는 알거지로 되고말았어요. 까맣게 달려드는 빚받이군들을 막아낼 방책이 있어야죠! 아마 흥할 때는 부처님같이 인심쓰고 망할 때는 수전노같이 일푼 안 곯고 기어이 받아내려는것이 빚받이군들의 성미인가봐요! 부친께선 그래도 《인덕》이 좀 남으셨는지 식구들 몰래 집을 떠나시면서도 쪽지만은 남겨두셨더구만요! 《여보, 일찍 당신 말을 들었던들 초상집개 신세는 면했으련만…아, 이제 무얼 더 변명하며 변명한들 무슨 소용있겠소? …난 떠나오. 어린것들을 데리고 빚더미속에서 어찌 살겠소? 정말 그립소! 고생스러워도 맘 편히 살아온 그때가! 당신 무릎 베고 애들 웃음속에서 복누리던 어제날이… 그러나 남아대장부로서 어찌 좌절에 머리를 숙이고 후회에 손발 얽어매겠소?…강직하게 살아주오. 광호 그녀석 공부도 잘 시키고! 애비 본받지 말게 단속을 잘해주오… 돈벌기전에는 죽어도 집에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요!…》 《위선자!》전 그 쪽지를 갈기갈기 찢어 바닥에 홱 뿌리고 침을 탁 뱉고말았어요 해도 《남아대장부》의 도고한 《기개》만은 퍼렇게 살아 《쇠소리》쟁쟁 나는 글을 보노라니 부아가 욱 치밀어 어디 견디겠어요? 글쎄, 말이면 단가요? 도대체 누가 우리 집을 이 꼴로 만들었나요? 녜?… 목숨이 원쑤라고 울며 겨자먹기로 우린 이사를 해야만 했어요. 마을뒤, 계화네가 집짓고 나가 비워둔 이 헌집으로, 한달에 십원 방세를 물기로 하고말이얘요. 그날따라 삭풍은 얼마나 세차게 불어치던지! 속옷을 물어뜯고 비비닥질하다간 속속들이 파고들어와 무수한 가시끝처럼 살을 콕콕 찌르군 하였어요. 하지만 어머니와 저는 땅땅 언 황토를 곡괭이로 애기주먹만큼 깨서 그걸 다시 설설 끓는 더운 물로 녹여 흙을 이겼어요. 그리곤 쩍쩍 갈라진 벽쯤에 하얗게 붙은 성에를 비자루로 싹싹 쓸어버리고 그걸 마구 게발랐어요. 구들도 새로 싹 손질하고요. 벌겋다못해 푸르죽죽해나는 손은 얼마나 시리고 아리던지… 꼬장꼬장 곱아드는 언손을 입김으로 호호 녹여가며 일을 마무려가는 어머니만 없었다면 전 눈물이라도 쏟을번했어요. 헌데 안되는놈은 앞으로 엎어져도 뒤통수만 깬다더니 구들을 고쳐놓으니 불이 들어야말이죠? 나무를 넣으니 싯누런 연기가 부엌아구리로 구름같이 되쓸어나오며 삽시에 저와 어머니를 삼켜버렸어요. 마침, 마음씨 착한 이웃집 김아바이가 도와나섰으니말이지… 그러나 우린 김아바이께 술 한잔 대접못했어요. 그것이 괴로운듯 어머닌 돌아서서 얼고 갈라터진 불그죽죽한 손으로 얼굴을 싸쥐고 어깨를 떠는것이였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콜록콜록 된기침을 깇기 시작하더니 왝왝 비린것을 내뱉지 않겠어요? 《아! 피!…》전 경황실색해서 당금 쓰러질듯 비칠거리는 어머니를 둘러업고 향병원으로 반달음을 놓았어요… 삼라만상이 곯아떨어진 이슥한 밤! 그로부터 이레가 지난 뒤였어요. 거리의 《춘강술집》에서 나온 저는 집을 향해 갈지자로 온길을 쓸고 있었어요. 찬바람이 얼굴을 휙휙 스칠 때마다 속은 얼마나 울렁울렁해나던지?… 몇번 왝왝 토하고나니 그제야 정신이 한결 맑아지는가싶던것이 이번엔 중뿔나게 관자노리가 지근지근 아파나지 않겠어요? 속상하면 술로 푼다더니만 그것도 빈말인듯!… 전 고독스러웠어요, 괴로왔어요! 저 호젓한 거리! 쓸쓸한 길! 뽀얗게 치달아와 옷자락을 물고뜯으며 어디론가 정처없이 잡아당기는 눈갈기! 그리고 광야에 홀로선 허수아비처럼 눈에 묻힌 외로운 나!… 불쌍한 이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무엇으로도 메울수 없는 공허가 저를 허탈상태에 빠지게 하였어요. 하긴 나이네 비해 너무도 힘부친 일을 급작스레 당해서일가요? 여하튼 전 이레동안 어머니를 속이고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대학시험이고 뭐고간에 어머니병을 치료해드리고 가정을 먹여살리는것이 급선무였으니까요! 어머니는 이미 엄중한 빈혈증에다 6형페결핵이라는 병진단을 받았어요. 너무 아글타글하고 속을 썩일대로 썩여 병이 골수에 미친것이였지요. 쉴 때면 몸을 새우처럼 꼬부라뜨리고 장신음하는데 오이꽃 핀 얼굴엔 땀방울이 빠직빠직 돋고 어혈진 코밑에는 다닥다닥 피딱지가 엉켜붙어 몹시 아픈지 자주 찡그리니 어디 눈물이 나 보기나 하겠어요? 전에는 어머니를 언제나 기둥같이 믿고 온갖 응석을 부려왔었는데 알고보니 어머닌 그렇듯 잔약하고 가냘픈 녀인이였어요! 사랑이 크면 그 귀함을 모른다더니 전 너무나 뒤늦게 발견한 이 모든것을 두고 피터지게 입술을 깨물면서 자신을 얼마나 호되게 질책하였다고요! 한편 전 문득 사나이로 장성한 자신을 놀랍게 발견하고 난생처럼 어깨에 실린 짐의 무게를 가늠해 보게 되였어요. 하여 전 돈꾸러 있는 비위, 없는 비위 다 팔아 동네집 문도리가 불나도록 드나들었어요. 허나 얼마 꾸지 못했어요. 하긴 누가 도박군에 집에 받지 못할 돈을 꿔주려 하겠나요? 어머닌 그 눈치를 챘는지 글쎄 입원한 사흩날에는 제가 없는 틈을 타 아예 퇴원수속까지 밟지 않았겠어요? 가까운 친척 한분 없는 저는 정말 앞길이 막막해났어요. 가난한 사람에겐 신체가 재부란데 늦추어진 병을 이젠 더는 끌수도 없는 일이고… 해도 돈, 돈이 있어야지요! 개도 먹지 않는 돈이라지만 저는 처음으로 돈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꼈어요. 무능한 열여덟살을 꾸짖으로 전 절망으로 몸부림쳤어요. 여북하면 꿈에 더벅머리총각을 만나 그의 소개로 있는 웃음, 없는 웃음 다 팔아 낯선 사람앞에서 《보물단지》를 얻어 안고는 기쁜김에 《디스코》를 췌제꼈겠나요? 그러다 웬놈의 황둥개에게 쫓기다쫓기다가 벼랑가에서 떨어지게 되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 밤에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집까지 왔던지? 갈증에 모대기다 겨우 눈을 떴을 때였어요. 저는 의외의 일에 놀라 벌떡 일어나앉았어요. 눈물 훔치며 돌아서서 나가는 어머니 뒤모습을 보았던거얘요. 얼굴에 찐득한것이 있어 다시 만져보니 저의 눈물 같지 않았어요. 그통에 술기운은 천리만리 달아났어요!…전 귀신경을 잔뜩 도사리였어요. 이윽고 정지문이 가볍게 여닫기더니 눈밟는 소리가 빠드득빠드득 났어요. 웬 일인지 그 소리는 창문가에 와 뚝 하고 한식경이나 멎었어요. 찰나, 저의 심장은 까닭없이 당금 오그라붙는듯싶었어요. 시간은 안타까이 1초, 2초… 흘러만 갔어요! 《빠드득빠드득…》, 눈밟는 소리가 또 났어요. 그 소리는 점점 멀어지는가싶더니 이번에는 한가닥 회오리바람에 창고문이 여닫기는 가벼운 여음을 싣고 불어오지 않겠어요? 참, 예감이란 이상한거얘요! 순간 저는 분명 흑흑 흐느끼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었어요. 불현듯 눈앞에 무서운 환각들이 이는바람에 전 화닥닥 자리를 차고 뛰쳐일어났어요… 어머니는 백랍같은 얼굴이 눈물투성이가 되여 제가 부축하는대로 방으로 고스란히 돌아오셨어요… 저는 어머니를 향해 털썩 꿇앉았어요. 그리고 용서를 빌었어요! 맹세하며, 간절히!… 옛말에 부모마음 절반만 알아주면 효자란데 글쎄, 효성은 못할망정 병환에 계시는 어머니께 시름끼치다니? 그래도 단 한가지 잘못만은 말하지 않았어요. 아니 말할수도 없었어요!… 자식을 대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영원히 부처님속인가봐요! 그래서 나약하기도 한지?…드디여 어머니는 저를 품속으로 와락 끄당겨안으셨어요! 우리 모자는 서로 붙들고 밤새도록 울었어요. 아, 그립고도 미운 아버지!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가 계시나요? 가정의 이 모든 피타는 사연을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전에 그토록 웃고 떠들기 좋아하던 당신의 아들 광호는 이젠 과묵해졌어요! 사색객이 되였어요! 인간생활의 갖은 희로애락을 맛보던 끝에 종내는 그토록 애타게 찾아오던 《옛이야기》의 참뜻을 깨치게 되였어요! 그래요, 그 《보물단지》는 미상불 그들 집안의 웃음을 앗아갈만 하였어요. 답안은 오직 하나― 필경 그들은 선량한 사람들였으니까요! 시초에는 웬 굴러온 떡호박이냐싶어 일시 욕심에 그걸 가질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뉘우침이 따라갔을거얘요! 필경 그들은 또한 량심있는 사람들이였으니까요! 이까지 쓰고나니 벌써 앞뒤집 닭들이 홰를 치누만요! 동창이 훤히 밝아오누만요! 이 시각, 걷잡을수 없는 일희일비의 감구지희가 필끝에서 고패치고있어요! 아저씨, 이제 새날 밝으면 우리 집 력사는 새롭게 시작될거얘요! 놀라지 마세요, 여직 아저씨를 속였다고!― 오늘은 부친께서 집으로 돌아오시는 날이얘요! 참말이얘요! 그저께 현공안국에서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그제야 우린 부친께서 그동안 조양진의 한 친구에게 빌붙어 그 친구가 비법적으로 목재장사를 하는것을 좀 도와주다 붙들린 사연이며 이어 우리 현 공안기관으로 압송되여와서 재심문받은 사실이며 이미 큰 죄가 없음이 기본상 판명되였기에 오늘 나오게 된다는 일들을 알게 되였어요. 부친은 몹시도 뉘우치는 모양이얘요. 해도 전 미덥지 못해요! 안심할수가 없어요! 그래 생각다못해 이 광고를 내요! 부친을 찾는, 아니 이미 《잃어버린 부친》을 찾는 광고를! 그래요, 전 찾고있어요! 인젠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웃는 부친》을! 그전날의 부친께서 돌아오실가요? 꼭 돌아오실수 있을가요? 녜?… 아! 눈물 흘려 될수 있다면 울어울어 한강수에 배띄우련만!… 고개를 돌려보니 새벽빛 안고 쉬는 어머니의 입가에는 어쩐 일인지 바야흐로 수집은 장미꽃이 가냘프게 피여나고있어요! 그러나 어머니, 어머니께선 꿈엔들 생각해보셨나요? 그 꽃 꺾어안고 이 불효자식이 이제 날이 밝으면 자수하러 가리라고말이얘요! 빌어먹어도 공부는 시키겠다던, 그래서 요사인 억지공사로 책가방을 메워 학교에 보내시던, 태산같이 큰 희망을 자식의 앞날에다 전부 기탁해오시던 어머니시여! 이젠 저도 마지막 비밀을 털어놓을 때가 됐나보군요! 어머니! 아니, 아버지! 지금 어머니께서 잡수시는 저 약, 저 영양제, 그리고 제가 술 먹고 담배 사피운 돈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줄 아세요? 칼, 칼을 들고 빼앗은거얘요! 낯모를 두 처녀의 길을 막고 강도처럼 아니, 강도가 되여말이얘요! 두번에 80원을 앗아냈지요, 바로 칼 품고 나서던 그날 저녁에… 물론 동무들에게서 돈을 꿨다고 둘러맞춘 일은 새빨간 거짓이였지요! 허나 이것이 저의 죄인가요? 어머니의 죄인가요?… 이제 몇달 지나면 우리 동학들은 대학마크를 환히 달고 고등학부에서 행복하게들 공부하련만 저만은, 어찌하여 저만은 무거운 쇠고랑을 차고 나라의 죄인이 되여 찬철창 붙들고 통곡을 쳐야 하나요? 도대체 이 모든건 다 무엇때문인가요? 구경 무엇때문에?… 아, 사랑하는 아버지! 제발 빌어요!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리세요! 위로해주세요! 그리고 굳세게 살아가시라 용기를 주세요! 손 내밀어주세요! 이젠 아버지의 부탁을 제가 곱씹는구만요! 그리고 광고를 쓰세요, 자식을 찾는, 티 하나 없이 순결하고 깨끗한 《어제날의 광호》을 찾는 광고를 내세요! 사무치게 그리워나요! 아, 웃음보에 뒹굴어 오던 나의 동년이여!…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