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동백꽃 련정
동백꽃 피고지는 계절이 오면
돌아와 주신다고 맹세하고 떠나셨죠
… … …
이는 한국노래 “소양강처녀”의 제2절 첫 단락이다. 매번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동백꽃을 떠올리게 되고 겨울철에 핀다는 동백꽃이 신비하게만 안겨들었다. 그때마다 겨울철에 어찌 꽃으로 피어날수 있을까고 반신반의 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이번에 남방 절강에 와서 2~3일이 멀다하게 동백꽃을 지켜보면서야 중국 동북이란 북방의 추운 겨울철에 견주어 동백꽃을 떠올린 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는것을 자책하지 않을수 없다. 또, 인젠 동백꽃을 떠날수 없고 겨레의 또 하나의 꽃ㅡ동백꽃 련정에 깊이깊이 매료되고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수도 없다.
지난 9월초에 남방 절강에 와서 월수외국어대학에서 교수를 맡게 되고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되면서 이곳 대자연에 매료된 첫 대상이 겨레의 꽃ㅡ무궁화라 할까. 다음은 훈풍에 하느작이는 갈대와 동백꽃이라 하겠다.
향로봉 산행이 이어지던 10월초순의 어느날 오전, 여느때와 같이 귀가길인데 회계산 풍경구 호수가를 지나며 여기 1년 선배 정현자선생은 가쯘하게 다듬어놓은 길가의 미화용 잔나무무리를 가리키면서 이 나무들이 동백꽃나무라고 알려주었다.
(예? 동백꽃 나무라고요?)
나는 내가 잘못 듣지 않았나 하여 일순 어정쩡해 났지만 현실은 현실이였다. 꽃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정현자선생은 이제 곧 꽃봉오리들이 맺힐것이고 10월에 꽃피기 시작하면 겨울철 내내 피여난다고 동을 달기까지 하는데야.
그때부터 나는 며칠에 한번 꼴로 회계산풍경구 호수가와 강가를 찾아 동백꽃 감상에 열을 올리였는데 10월 중순 이후 콩알보다 커보이는 꽃봉오리들이 수없이 생겨나는것이 그렇게 흥겨울수가 없다. 며칠후에는 열콩알만큼 커지더니 붉은 색으로 부풀기 시작하면서 곧 꽃으로 피어나리라고 예시해주는것만 같았다.
나의 디지털사진기에 활짝 핀 동백꽃 송이가 처음 비껴 든것은 10월 26일, 때는 남방의 무궁화가 한창 만발하던 철이라지만 동백꽃은 그 선구자라 불리울수 있는 약간 송이들이 터져 올랐을 뿐이다. 그나마 결백하리만치 소중한 흰꽃들이 다수고 간혹 붉은 꽃이 섞이여 나를 부르고있었다. 일매지게 다듬어진 호수가 길가의 동백꽃 선구자들이였다.
11월에 잡아들어 동백꽃 송이들이 동백나무를 덮기 시작했고 피어나는 꽃들이 점점 늘어났다. 가물에 콩나듯 드문드문 피어올라 유감이더니 11월 하순에 이르러서는 갈수록 많아졌다. 그래도 만발한 모습만은 아니여 서운함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12월 초이후 호수변 남하의 동백꽃 나무들이 약속이라도 하듯 붉은 꽃들을 일제히 토해냈다. 초순을 넘기면서부터는 동백꽃 한자리가 만발한 양상을 보이여 나의 흥분은 절정에 달하였다. 4~5센치메터 폭의 붉은 동백꽃은 꽃잎이 무려 20여개로 헤아려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주변에는 희디흰 동백꽃도 있고 한국서 희귀로 알려진 연분홍 꽃도 수두룩하다. 헌데 전날비에 꽃잎들이 땅을 덮으리만치 많이도 떨어져 12월 15일의 감상모습은 아쉬움의 동반이다.
더 진한 아쉬움은 그후 며칠간이다. 요즘 며칠 련속 해맑은 날씨더니 12월 16일 토요일 새벽에 교정의 잔디에 첫 서리가 맺히고 이튿날엔 물기 축축한 흙표면에 살얼음이 살짝 건너갔다. 월요일인 12월 18일 오후 급기야 붉은 동백꽃 만발한 호수면 강가를 찾으니 활짝 피어난 꽃들은 거의가 얼어서 누우런 색으로 추욱 늘어져 있어 그야말로 살풍경이다. 그 수를 헤아릴수 없이 맺힌 꽃봉오리들과 금시 피어나기 시작한 꽃들만 그 모습이 여전하여 다행이라 할까.
(겨울철 내내 피어난다던 동백꽃들이 남방의 늦가을 서리와 살얼음 추위도 이겨내지 못하는구나!)
동백꽃 상식에 대한 빗나간 이해는 나를 꺠우쳤다. 한국의 해당 인터넷을 검색하면 동백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활동하지 않는 겨울에 타는듯한 붉은 빛의 꽃을 피운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남방의 현실은 이런 상식에 붉은 등을 켠다고 할까. 다른 식물들이 활동하지 않는것이 아니라 여기 절강만 해도 온 겨울 내내 산야는 푸른 모습 그대로이고 겨우내 피는 꽃들도 동백꽃만이 아니다. 찔레꽃 하나만 보아도 지금껏 내내 왕성한 모습으로 붉은 꽃을 피워올리며 길손들을 반기고 있다. 우리 겨레는 겨울의 상징 꽃으로 흔히 동백꽃을 피여올리지만 이는 따스한 남방 기후를 모르고 하는 얼뜨름한 상식임을 어렵지 않게 보아낼수 있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상록소교목으로 세상에 알려져왔다. 중국어로는 동백( )이고 일명 산다화(山茶花)라고도 한다. 개화기는 12월부터 이듬해 봄사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에 어울리는 지는 몰라도 중국의 남방 지구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12월 중순이후 선구자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무슨말을 해야할가. 또, 문헌상 동백꽃의 뿌리는 조선반도(한반도)라고 하지만 여기 남방에만도 보편적으로 자생하고 있음은 어떻게 해석할까.
그만치 동백나무는 일본으로부터 중국의 남방일대 전역에 걸쳐 자생하는 식물로서 동백류는 약 200종 이상으로 알려지고있다. 그중 약 70종이 동백아속(亚属) 일진대 한국에서는 붉은 동백꽃이 가장 보기좋은 계절을 2월하순~~3월중순 사이로 잡는것 같다. 이것도 한국의 경우에 해당하는 상식이겠지만 절강 소흥만 보아도 12월 초부터 붉은 동백꽃이 활짝 피어나니 동백꽃에 대한 한국의 상식은 현실과 꼬이는 점이 수두룩함을 드러내고있다.
나의 경우도 그러하다. 여기 남방에 오기전까지만 해도 겨울철에 어찌 동백꽃이 피어날수 있으랴고 반신반의 하질 않았던가. 남방에 와서야 사실 여기 겨울은 북방에서 일컫는 겨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따스한 기후라는것, 한 겨울철이라 해도 낮 평균기온이 령상 7~8도 쯤은 유지한다는것ㅡ이런 제 조건으로, 겨울철 가장 짧은 낮 동지기간 일조기도 10시간인 조건으로 이곳 산야는 푸른 숲 그대로 동백꽃 등 겨울철 꽃나무들도 시름놓고 자랄수 있음을 비로소 알았으니 우물안 개구리 시절 우습기만 하다.
어찌하든 남방에 와서 동백꽃을 알고 동백꽃 련정에 빠져들었으니 좋기만 하다. 조선반도(한반도) 남해안과 도서지방에서만 피어나던 동백꽃이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남반부 전역은 물론 서울에까지 피고있다니 더욱 그러한데 충남 서천에 동백꽃 마을이 있어 해마다 꽃피는 황금 계절에 동백 축제를 가진다는 소식, 2월하순과 3월 중순 사이 동백꽃으로 덮히는 여수 오동도 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만치 “바다의 꽃섬”, “동백섬”으로 불리운다는 소식들에 마음은 보다 련정의 파도에 휩싸인다.
언제부터일까, 동백꽃이 질때 꽃봉오리 모두가 뚝뚝 떨어진다고 그에 따르는 애절한 마음, 청춘남녀의 사랑과 리별을 동백꽃에 비유한 시와 노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니 서두에서 쓴 “소양강 처녀”의 노래가사도 이런 실례의 하나가 아니더냐.
동백꽃 련정, 남방에 와서 빠져든 동백꽃 련정은 시간과 더불어 부풀어만 간다. 동백꽃에 대한 감상과 리해가 깊어갈수록 더더욱 그러하니 나의 마음은 제법 동백꽃과 하나로 이어져 굽이치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시간만 있으면 월수외국어대학 가까이 호수와 남하로 동백꽃을 보러가며 동백꽃가를 거닐며 붉은 꽃, 흰꽃, 연분홍꽃 동백꽃 속에 묻혀본다.
(2006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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