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카테고리 : 지구소년
새해의 첫눈 감회속에서
아침에 일어나니 6시반, 습관적으로 아빠트 창문가에 다가가니 저 아래 아빠트 정원의 겨울 푸른나무들은 소복단장을 한듯 흰눈에 덮히여 있다. 녹으며 내린 눈이 벌써 자국눈을 이룬걸 보아 간밤에 조용히 내려앉은 모양이다. 이젠 지난해로 되어 버렸지만 12월 27일 강남 첫눈에 이어 내린 2010년 새해의 첫눈이여서일까, 마음이 동심인양 랑만으로 동동 뜬다.
아침식사를 대충 거르고 나는 일찌감치 아빠트 정원에 내려가 강남의 푸른나무들을 보듬어안은 눈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발길을 동방언어학원 청사를 지켜선 소나무가로 돌리여 설경속 강남 소나무들을 카메라에 잡아 보았다. 이때도 새해인사를 하기라도 하듯 새해 강남 첫눈은 사분사분 내리기만 하는데 푸른 잎들과 가지들에 보송보송한 눈들이 어서오라 나를 부르기만 한다. 오전 강의가 있어 눈속에서 더 보내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이러구러 오전 1~2교시를 마치니 하늘을 덮으며 하늘하늘 춤추던 눈들은 멎어있고 령상권 강남날씨를 이기지 못하여 스름스름 눈녹이를 시작한다. 나는 부랴부랴 집에만 갇혀있는 아들애를 불러 같이 월수대 캠퍼스를 지나 대우릉 백조락원 숲속을 찾았다. 눈이 왔다고, 백조락원에 왔다고 아들애는 기뻐 어쩔줄 모르는데 침엽수 소나무들과 푸른 잎들에 담뿍담뿍 내린 눈송이들이 아들애를 퐁퐁 뛰놀게 한다.
대우릉 산천은 온통 새해 첫눈으로 덮히여 있다. 지구촌 북반구를 강타하는 한파의 남하가 기온을 령하권으로 떨구면서 한창 내리는 강남의 겨울비를 저처럼 희디흰 눈세계로 바꾸어 놓으니 대자연의 힘은 대단도 하다. 어른이 아니면 티없이 흰 저 눈우에서 마구 뒹굴어 보고도 픈데 대우릉 우람진 종이 우릴 부른다. 새해 6일이여서 여섯번, 류류다순(六六大順)이라 하여 여섯번.
부자간이 다시 월수대 남대문 캠퍼스에 들어서매 남대문 가까이서 몇몇 남녀 대학생들이 어울려가며 눈사람 만들기에 분주하다. 년말 새해를 앞두고 내린 지난 12월 27일 겨울 첫눈 때도 오전 수업을 마친 여느 대학생 몇몇이 주위 눈들을 모아 눈사람 만들기에 바쁘더니 눈사람 만드는 강남 대학생들 신나는 모습 보노라니 어린 시절 고향마을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뛰놀던 때가 눈에 삼상하다.
소학교 초급학교시절인 1964년, 4월이라 새봄이 덩실덩실 춤출 때인데 때도 아닌 이달 16일에 폭설이 쏟아져 천지간은 온통 눈으로 덮혀 버렸다. 조무래기 우리들은 저세상이노라고 무리를 지어 눈싸움을 벌리다가 눈사람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3살아래 녀동생과 같이 집뜨락에 눈사람을 만들며 법석을 떨었다. 그때도 저 대학생 애들처럼 만들어 놓은 눈사람에 눈과 코, 입, 귀를 만들고 초모자까지 씌웠고 눈을 쓸라며 비자루까지 걸쳐주고 깔깔 웃어댔다.
일은 묘하게도 그로부터 40년도 넘는 세월이 흐른 2006년 4월 16일부터 련며칠 봄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내 고향 연변대지를 눈세계로 만들어 버렸다. 하늘이 그대로 폭설이 되여 무너져 내린 것이리라. 나는 연변1중에 다니는 쌍둥이 딸애들과 같이 또 눈사람을 만들며 맘껏 동심에 젖어 보았다. 저 남방 대학생 애들도 지금 한창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눈이 내리면 눈사람 만들기, 아마도 동심세계의 장난끼는 인간의 공성 그대로인것 같다.
나는 대학생 애들 눈사람 만들기 신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대학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한국어를 맡아 본 06~6반 애들을 떠올려 보았다. 2006년~2007년 겨울방학 맞아 북방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몇몇 녀대생들은 연변에 가면 겨울의 모습이랑, 눈이랑 사진들을 많이많이 찍어오라고 희망을 내비친다. 겨울눈을 거의 보지 못하며 자라온 그네들한테는 북방 눈이라 하면 신비하고도 동경으로 넘친 세계가 아닐수 없었다.
그러던 남방이 이상기후에 휘말리며 겨울방학에 우리가 연변으로 돌아간 사이 강산같은 폭설로 남방대지를 강타했다. 그해 폭설을 우린 겪어 보지 못했지만 폭설이 가져다 준 피해는 엄청이였다. 그에 비해 자국눈 따위 남방 눈은 우리가 남방에 온 이 몇년래 해마다 내리여 눈을 거의 모르고 자란 오늘날 남방 대학생들에게 성수난 신선한 세계를 펼쳐 주고있다. 눈사람 만들기에 나선 저 대학생들이 그 신선한 세계에서 뛰논다.
새해 벽두의 강남 첫 눈속에 서보는 나 감회가 새롭다. 우리 북방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너무나 자연스런 눈내림이 이곳 남방세계에서는 희한하고도 신선한 세계로 펼쳐지니 폭설이면 즐거움보다 엄청 피해가 따르겠지만 맞춤맞춤 내리는 눈은 이렇듯 동경을 불러 일으키며 하많은 감회를 자아내기도 한다. 나는 인차 그 감회속에서 헤여나오질 못한다.
2010년 1월 6일, 강남땅 두앵원에서
파일 [ 30 ]
전체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