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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별하늘 려행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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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월수대 운동장에 저녁산책을 나온것 같다. 하루 기온이 13~19도라더니만 저녁도 따스한 봄날련상 제격인데 아들애가 동남쪽하늘 희한한 겨울별들을 보며 “야~별들이 환하다!”며 련속 탄성을 지른다. 불빛이 그닥지 않은 드넓은 운동장으로 강남 밤하늘의 총총한 밝은 겨울별들이 쏟아져 내려 그야말로 장관이다.
“ 동남쪽 하늘 저 나란히 서있는 세개 별이 무슨 별인지 알아?”
“삼태성!”
“용케 맞추는구나. 그럼 삼태성이 속한 별자리를 뭐라 했지?”
“뭐드라?”
오랫동안 별하늘을 려행하지 못한 아들애가 머리를 가로 흔든다. 내가 오리온자리라고 하자 아들애는 생각난다며 박수를 쳐댄다. 그런 천진한 모습을 보노라니 아들애와 쌍둥이딸애들을 데리고 밤하늘 별세계를 려행하던 북방 이왕지사들이 물밀듯이 흘러든다.
쌍둥이 아장아장 시절이니 아들애는 열살쯤 되였을 때 봄이라고 기억된다. 내 고향 연길시 서시장 남쪽가에 자리잡고 살던 우리 온가족이 부르하통하와 연집하가 합수하는 강뚝을 따라 저녁산책을 하는데 고느적한 연집하 물에 저 하늘의 달이 어리여 물결친다. 두세살 밖에 안된 쌍둥이들은 엄마 손을 뿌리치더니 달이 강물이 떨어졌다며 건져 올리라고 야단을 떤다. 달이 흐르는 쪼각구름에 가리우자 이번에는 “아야, 달이 제집으로 도망갔다”고, 달이 구름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이번에는 “달이 도망갔다가 돌아왔다”고 퐁퐁 뛰며 짝자꿍을 친다. 그러던 쌍둥이들이 자라 소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저 달이 어째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가?”고 묻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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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교 초급학년 시절 어느날 저녁, 그날도 연집하 강뚝을 따라 부르하통하의 합수목 쪽으로 산책하는데 서남쪽 높은 하늘에 은하수를 사이두고 유난히 밝은 두별이 서로 의좋게 마주하고 있는 하늘모습이 비껴온다.
“아빠, 저 밝은 두별중 어느것이 직녀별이고, 어느것이 견우별입니까?”
“글쎼~~”
쌍둥이 딸애들 뜻밖의 물음에 나는 대답이 궁해지고 말았다. 그때까지도 나는 철모르던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서 북극성이요, 북두칠성이요, 견우요, 직녀요 하는 별들 옛말들을 수없이 들어 북국성과 북두칠성 쯤은 익히 알고 견우와 직녀 두별도 가리킬수가 있었지만 은하수를 사이둔 두별 중 어느것이 어느별인지는 모르고 지나왔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는 애비노릇을 잘하자면 무어나 막힘이 없어야겠다고 자책, 그때부터 밤하늘 별세계 공부에 달라붙었으니 그때가 내나이 40대시절, 1997년인가 1998년이 였을것이다.
일이 되느라고 쌍둥이 초급학년 그 시절, 나한테는 한국서 시시로 부쳐오는 많은 책과 잡지들이 있었는데 그런 중에는 “과학동아”라는 월간잡지가 있었고, 잡지에는 마침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르는 별자리 성도(星圖)와 관련지식을 련재. 처음 접해보는 성도라, 나는 그 성좌도를 갖고 젊은이인양 밤하늘 별세계를 좇아다니기 시작했다. 별밝은 밤이면 밤마다 의례 저녁이나 새벽이나를 가리지 않았으니 나는 완전히 밤하늘 별세계에 취해 버렸다. 그렇게 몇몇밤도 아닌 옹근 두해를 헤둥거렸더니 저 밤하늘의 다양한 달로부터 육안으로 볼수있는 우리 태양계 9대행성중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5대행성에 이르기까지, 별찌—류성으로부터 성운, 성단, 은하, 우주를 거치며 국제천문련맹 규정 88개 별자리, 21개 1등성에 이르기까지 너무나도 익히 알게 되였으니 이쯤이면 아마추어 천문학자 수준은 갖춰가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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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별공부는 아닌것 같다. 별밝은 밤이면 소학교 고급학년에 다니는 쌍둥이와 아들애를 데리고 밤하늘 려행을 자주 다녔더니 쌍둥이도 88개 별자리중 육안으로 가릴수 있는 40~50개 별자리를 환히 꿰뚫어 보았다. 지력장애 아들애도 금성이요, 북두칠성이요, 삼태성이요 쯤은 식은죽먹기로 알았을 때 쌍둥이 천문지식은 동년배 아이들을 훌쩍 뛰여 넘어 우주를 나래치고 있었다. 쌍둥이 딸애들은 별세계지식으로 작문이랑 척척 지어내며 “자연”과 기타 공부에서 월등함을 뽐내고, 중학교와 고중시절에는 천문학자를 꿈꾼다며 극성을 부리기도 하였다.
여기에 이런 이야기도 있다. 글쎼, 나라는 일개 문인출신이 1999년 겨울에 대련가서 한달 공부하고 국제해원자격을 따고 상선하여 한국 동해바다에 가서 두달기간 있으며 남북간 바다를 주름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사왔다는 한국책이 말짱 “밤하늘로 가는 길”,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면 믿을만 할까?! 그쯤이면 몰라도 “밤하늘로 가는 길”의 저자이고, 밤하늘의 별을 찾아 망원경과 씨름하는 별밤지기 김지현씨를 만나기까지 했으니 이런 책과 천문학자의 계시는 나의 사색을 무한한 별세계--우주세계로 이끌어 주고, 쌍둥이 딸애들에게 끝없는 상상세계를 펼치여 주었으니 나는 밤하늘 별들 세계에 헛 빠지지 않았나부다.
그 시절 별세계공부도 이젠 10년, 10여년 전의 얘기, 그런 아버지를 지력장애 아들애도 너무 알고 있어 별밝은 밤이면 저 별은 뭐고, 저별은 언제 지고, 언제 떠오르는 가며 가끔 질문을 던져온다. 그때마다 에누리 없이 대답해주니 오늘 저녁도 그러하다. 동남쪽 하늘에서 오리온자리를 알더니 마차부자리는, 황소자리는, 큰개자리는, 쌍둥이자리는 하고 련속 묻기에 바쁘다. 그만큼 온 하늘서 가장 화려하게 안겨지는 겨울철 별자리들은 동남쪽 하늘에 비스듬히 누운 저 겨울철 대6각형속에 마차부자리, 황소자리,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쌍둥이자리 들로 수두룩하고 육안으로 보이는 온 하늘의 21개 1등성중 겨울철 대6각형속에만 7개 1등성이 빛나고 있으니 아들애가 별들이 많고 환하다고 탄성을 지를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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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 저 하늘—북쪽 하늘에는 북극성을 안은 북쪽 하늘의 별자리--작은 곰 자리와 영어의 W자 모양이기도 하고, 3자 모양이기도 한 카시아페이아 자리가 보이고 서쪽 하늘로는 봄의 대표적인 별자리--사자자리가 밀리여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다가 보는 강남 밤하늘의 별세계가 북방에서 남방에 온 우리 부자에게 그렇게도 매력적으로 안기여 듬은 왜서일까, 북방에서 볼 때 높이 떠서 보이는 북극성이 남방에서는 지평선에서 겨우 25도에 솟아 있고, 북방에서 낮추 보이는 겨울철 대6각형의 제일 아래쪽 큰개자리의 1등성—시리우스(온 하늘의 21개 1등성 중 가장 밝은 별)는 남방하늘에서 근 20도 높이로 허궁 들리여 있으니 신기하고 매력적일 만도 하지.
그래서 맑고 깜깜한 밤하늘은 이 세상 아름다움의 반이라고 하는걸까. 머나먼 우주공간속의 별들이 한줄기 별빛으로 되여 우리 시야에 안기여 들기까지 뭇별들로 총총한 밤하늘의 별들 세계, 실로 대자연이 우리에게 하사하는 신비로운 축복이요, 하느님의 선물일진대 가슴을 울렁이며 들뜨게 하는 그 시각의 설레임과 정겨움과 황홀경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냐, 이 시각도 어린 시절 어머니한테서 북두칠성 등 옛말을 들으며 집앞을 흐르는 물도랑 뚝에 가로 앉아 미지의 별세계를 동경하던 그 시절을 떠올림은----
그래서냐, 40대를 20대 한창나이로 여기며 쌍둥이 딸애들에게 호기심을 심어주며 미래를 심어주며 밤하늘 려행으로 보내던 그 몇몇 춘하추동을 떠올림은----
오늘도 별빛이 내리는 월수대 운동장, 50대 중반을 내닫는 이 시절도 신비로 가득찬 강남의 밤하늘, 나 삶의 일부가 되여버린 별들 세계를 맘껏 려행하노니 별과 운명을 같이하는 하나의 반짝이는 별로 우리 겨레사회에 떠오르고 싶다. 저 하늘의 별들이 깜박깜박 웃어준다.
2010년 1월 19일, 강남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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