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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도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였기를
2021년 02월 04일 10시 08분  조회:533  추천:0  작성자: 로년세계
그대도 누군가에게 한줄기 빛이였기를

주련화


요즘 나는 15년째 이어오고 있던 직장생활을 접고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90여평방메터 되는 1층짜리 집을 임대하여 각종 생활용품과 식품들을 팔고 있는데 쉽게 말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매점이다.
가게는 내가 사는 곳과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해있는데 그 거리를 나는 매일이다싶이 유모차에 두살배기 둘째를 앉히고 걸어다닌다. 먼거리도 아닌데 굳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리유를 짚으라면 자주 안아달라고 보채는 딸애를 달랠 수 있을뿐더러 유모차바구니에 도매해온 물건들을 싣고 다닐 수가 있어서이다.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원인은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속도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이니 출근 때보다 훨씬 자유로울 거라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지만 매상은 꼭 쏟아붓는 정력과 정비례된다는 걸 가게를 경영하면서 알게 되였다. 
8시에 문을 열어서 저녁 11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꼼짝없이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게 이 업종의 룰이다. 다른 가게들을 보면 보통 12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아직은 어린 둘째 때문에 너무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할 수가 없어서 11시로 시간을 정하게 되였다. 
막로동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일이라고 여긴다면 그건 오산이다. 수요에 따라 음료수를 박스 채로 옮기고 배달하는 일이 비일비재인가 하면 10전을 가지고 흥정하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과 입씨름을 하고 나면 온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까짓 몇십전을 안 받는다고 병이 나느냐 라며 비꼬는 분들도 있겠지만 소매점 경영이 워낙에 티끌 모아 태산이 되는 벌이라 나 역시 한발작도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 돈에서 첫째 학원비에 둘째 간식비까지 나오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도매시장에 가야 할 때면 자리를 비운 사이 고객들이 가게에 들렸다 그냥 가는 게 두려워 유모차를 밀고 20분 되는 거리를 신나게 질주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다. 아마 그 길을 자주 드나드는 분들이라면 한 중년의 녀자가 유모차를 끌고 머리칼을 날리면서 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들 알다싶이 소매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남녀로소 불문하고 마음 놓고 소비할 수 있는 곳이거니와 갑질도 가능한 곳이다. 가끔은 내가 햇내기인 줄 알고 그 구멍을 노려 가짜 돈을 쓰러 오는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데서 산 물건을 들고 와서 다짜고짜 물려달라고 어거지를 쓰는 어르신들도 있다.
인간관계가 사람을 이렇게 지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손님들도 있어 그 온정에 눈시울이 뜨거워난 적도 있었다.
이제 그 이야기들을 공유하려 한다.
 
첫번째 이야기
필요할 때마다 나는 가끔씩 20분 거리에 있는 시장에 가서 물건을 도매해온다. 가게에 나 혼자뿐인지라 유모차에 딸애를 앉히고 차바구니에 물건을 싣는 경우가 대부분이였다. 
그 날도 시장에서 찐빵과 국수를 도매해서 유모차 바구니에 실었다. 다른 때 같으면 쉼없이 쫑알거렸을 딸애가 그 날 따라 웬지 너무 조용했다. 제대로 자지 못해서인지 딸애는 혼곤히 잠이 들어있었다.
유모차 덮개를 내리고 옷을 벗어서 배를 가려주다 어망결에 뒤에 멈춰서있는 검은 승용차 한대를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길은 좁고 그 시간이였으면 출근길일 수도 있는데 승용차 운전사는 그대로 멈춰선 채 유모차를 끌고 가던 생면부지의 한 녀성을 위해 자신의 보귀한 시간을 할애해주었던 것이다.  
낯선 사람의 작은 배려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였다. 고개를 살짝 내려 고마움을 전하고 나서 나는 갈길을 재촉했다. 그 날 따라 해빛이 유난히 따스했던 거로 기억된다.
 
두번째 이야기
몇년전, 워이신이 보급되면서 나는 틈만 나면 모멘트를 훑는 습관이 생겼다. 모멘트에 내 일상을 공유함과 아울러 지인들의 일상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이제 갓 두살을 넘긴 딸애는 아직도 새벽이면 한번씩 깨여나군 했는데 그 날도 이른새벽에 딸애를 달래서 자리에 눕히고 나니 잠이 말끔히 사라졌다. 뒤척거리다가 하는수없이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약간 이른 시간대였음에도 모멘트에는 새로운 내용이 떠있었다. 어딘가 낯선 프로필 사진이여서 클릭해보았더니 며칠전에 친구로 추가된 우유배달원이였다. 
박스에 가득 담긴 생우유를 배경으로 손가락으로 ‘v’자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자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있었다. 얼굴이 크게 나온 걸로 보아 셀카임이 분명했다. 사진과 함께 “래일을 위해 분투하자!”라는 문구도 함께 적혀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창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시간에 주소 대로 우유를 한병씩 배달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리라. 엘레베터가 있는 아빠트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얼마나 많은 계단들을 오르내려야 할가?
무심코 그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해보았다. 돌이 갓 지나보이는 작은 꼬마와 환하게 웃는 부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였다. 한눈에도 무척 행복해보였다.
딸애가 곤히 잠든 시간에 기상해서 딸애의 뺨에 뽀뽀를 해주고 우유박스를 들고 아빠트단지 사이를 누비면서 우유를 배달하고 있을 남자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날씨가 춥든 덥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견지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사진 속의 저 귀여운 꼬마 때문이였겠지?
딸애가 바스락 소리를 내면서 자세를 바꿔 누웠다. 배까지 내려온 이불을 꼼꼼히 여며주느라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진다. 말도 잘 번지지 못하지만 언제나 힘이 되여주고 날개가 되여주는 딸애의 존재로 또 활기찬 하루를 열어갈 힘이 생긴다. 
그래 분투, 바로 그거야. 머리 속에 우유배달원의 모멘트 내용을 되새기면서 다시 잠을 청했다. 면목을 잘 모르는 사이지만 누군가로부터 기운을 받는 이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세번째 이야기
그 날도 거의 11시가 되는 시간에 가게일을 마감하고 나서 가로등 불빛을 온몸에 받으며 귀가하는 중이였다.
유모차에 앉은 딸애는 마냥 신나서 〈세상에서 엄마가 좋아〉라는 노래를 요청해왔다. 차량과 행인들이 한적해진 거리에서 발자국소리와 노래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면서 울려퍼져나갔다. 엄마가 되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더니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거리에서 고성방가를 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을 언제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문득 부패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기에 고개를 들었더니 쓰레기회수가 한창이였다. 한 중년남자가 아빠트단지 생활쓰레기 박스를 한곳에 모아놓고 쓰레기차에 싣고 있는 중이였다. 아마도 역한 냄새 때문에 이 늦은 시간대를 선택한 모양이다.
바로 그 때, 철 없는 딸애가 쫑알거렸다.
“엄마, 냄새가 너무 고약해.”
다섯개나 되는 아빠트단지의 생활쓰레기를 한곳에 모아놓았으니 그 냄새가 코를 싸쥐게 하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 에돌아가려고 유모차바퀴를 돌리는데 중년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상통화요청이였다. 
줄느런하게 널려져있는 쓰레기통들이 화면에 잡히는 게 두려웠던지 남자는 내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야밤에 낯선 이의 통화내용을 엿듣고저 했던 건 아니고 다만 거리가 한산해서 본의 아니게 그 통화내용이 내 귀에 전해졌던 것뿐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아빠, 언제 와요?”
애된 목소리로 보아 아마 딸애랑 비슷한 나이로 추정되는 어린아이였다. 
“아빠 인차 갈게. 일이 거의 마무리되거든.”
“올 때 잊지 말고 막대사탕 사와요.”
“그럼, 꼭 사갈게.”
이어 중년녀자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일찍 들어와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알았어, 인차 갈게.”
“아직도 안 끝난겨?”
이어 석쉼한 로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끝나니 어머님 먼저 쉬세요.”
중년남자는 일부러 톤을 높여 명랑하게 대답했다. 수백개가 되는 쓰레기통을 보면서 한숨을 짓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문외한인 내가 어림짐작해도 한시간은 더 이어져야 할 작업량이였다. 통화를 끝내고 쓰레기통을 나르는 중년남자의 손놀림이 분명 빨라지고 있었다. 
갑자기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한테 보이기 싫은 쓰레기더미가 나에게도 분명히 있을 터였다. 다만 지켜야 할 사람이 있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기에 아닌 척을 하면서 모지름을 쓰고 있었을 뿐이였다. 곰곰히 사고하고 나서 나나 그 중년남자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중의 일원이라는 결론을 정리해냈다.
‘힘내세요.’
나는 속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에게 하는 속삭임이기도 했다.
문득 이 시간대에 유모차를 끌고 나타난 생면부지의 중년녀인이 그 남자의 눈에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쳤을가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 이 시각에 왜 유모차를 끌고 그 자리에 나타났는지 그 남자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남자가 이것 하나만은 알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족을 위해 자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음을… 사람은 때론 나를 닮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받게 되니까.
사랑이라고 쓰기에는 버겁고 관심이라고 쓰기에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마냥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것들, 나는 그것들을 위로라고 부르고 싶다.  
이 세상에는 태양처럼 이글거리지도, 열렬하지도 않지만 조용히 한줄기 빛으로 다가와 우리들을 따스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위로가 되여주는 것들이 있어서 참 고마운 세상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텅텅 비여있는 가슴을 채우려면 얼마 만큼의 사랑이 필요한가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조금이면 돼, 그게 정녕 위로라는 이름으로 다가갈 수만 있다면…”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한줄기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빛이 넘치는 따스한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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