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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
2009년 09월 28일 09시 22분  조회:4800  추천:53  작성자: 청이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


려호길

 

 조선족사회가 한국의 조선족 로무자들을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다. 한중수교 전 후에는 한국로무자들이 귀국하면 벌떼처럼 모여들어 주면 게 눈 감추듯, 부으면 밑 빠진 항아리 같았던 사람들이 최근 중국경제의 고성장과 그로부터 두둑해진 월급봉투에 힘입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안하무인격으로 한국의 조선족로무자들을 깔보고 배척하고 있다.

물론 이는 경사스러운 일이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가 성과를 올리고 그것이 혜택으로 두둑한 월급봉투로 돌아오기까지는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한국의 하루 일당도 안 되않는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살아가면서 한국의 조선족 로무자들의 씀씀이가 얼마나 부러웠으며 그로부터 받은 위축감과 정신적 번민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라살림이 좋아지고 가정살림이 꽃피게 되었으니 좀 흥분하고 좀 유달라졌다 하여도 너그러이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국의 조선족로무자들이 소외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개혁개방 이후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로무자들은 고향의 지역경제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하였고 가정에서는 식탁을 윤택하게 했고 자식들의 뒷바라지와 부모공양 등 조선족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기여를 했다. 또 정부가 안고 가야할 일자리문제와 빈곤구제사업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런데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갈수록 험악하다. 초기에는 ‘가짜 한국 놈’, ‘서울깍쟁이’로 통하던 한국의 조선족로무자들이 요즘 들어서는 ‘일하는 사람들’, 한국서 ‘빈민굴’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냉혹한 시선과 언사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인격을 짓밟고 있다.

배운 사람들이 더 하다. 일찍이 소설가 박은 선생이 한국로무 행을 할 때만 해도 ‘노다지판’에 간다고 했지,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중국과 한국의 경제격차가 좁아지면서 최근에 한국로무 행렬에 가담했다가 지난해 작고하신 소설가 류원무 선생은 문인들의 차가운 시선과 손가락질에 엄청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성망 있는 분이 천박한 사람들한테서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가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동정심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로무가 조선족사회생활의 일부분이 된 이상 작가로서 민족의 사명감을 안고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 하긴 그런 연고로 중국에는 할 일없는 작가가 버글버글 돌아가고 한국에는 조선족의 사연이 버글버글 휴지통으로 들어가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학자, 지식인, 작가들은 공개석상에서 스스럼 없이 ‘일하는 사람’들을 폄하하기를 꺼리 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도 ‘일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폼을 잡고 다닌다. 그것은 20여 년 동안 한국경제와 한국인, 한국의 조선족로무자들로부터 위축을 받으면서 살아왔던 콤플렉스이다. 또 지난날 고농(머슴)이 부러웠던 시대에 대한 환멸이며 대대로 일하며 가난했던 사람들이 일에 대한 거부감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매일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과 주방을 오가면서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는 가정주부한테 일하지 않는다고 하면 펄쩍 뛸 것이다. 또 부부의 성생활도 요즘은 ‘밤일’이라고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는 세상이다. 행여 밤일도 일이라고 안 하는 건 아닌가. 그들은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서 볼펜을 까딱대면서 부하직원을 부려먹는 것을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또 “출근해서 할 일 없어 논다.”가 제일 멋스러운 말이다. 놀고먹고 놀고 돈 받는 것이 그들의 희망사항이다.

물론 많은 지식인과 작가들은 해외로무와 로무자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관웅선생은 해외로무자들을 볼 때마다 “해외로 나간 조선족들이 고생했기에 연길에 아파트가 숲을 이룰 수 있었다.”며 감사해 한다. 또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 때에는 “환율이 자꾸 떨어져 한국에 있는 조선족들이 큰 걱정이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영향으로 그의 주변 학자 문인들은 해외로무자들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조선족사회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집단을 꼽으라고 하면 당연 조선족 해외로무자들이다. 그들은 개혁개방을 맞아 선진국에 진출하여 낙후한 조선족사회에 훈훈한 봄바람을 몰고 왔으며 자신들의 청춘과 인생을 바쳐 가족과 민족사회에 공헌한 공신들이다. 하여 그들은 조선족사회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해외로무자를 비하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아파트 그늘 밑으로 다니지 마라. 저녁에 술 취해서 아파트바람벽에 방뇨하지도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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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조글로
날자:2009-09-29 11:20:37
작성자 : 다른 생각 | 날자 : 2009-09-28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다른 각도로 볼 필요도 있다. 조선족은 반도를 떠나 중국으로 건너간 이민자 집단이다. 어떻게 모국을 떠났건 원래 이민자란 이민국가에서 성공을 해서 그 사회에 기여를 하고 떠나온 모국에는 도움을 줄 수있는게 정상적이다. 그런데 실패한 이민집단이 된 듯 대규모로 모국에 다시 돌아와 육체노동을 하며 한국사회의 하급인력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조선족 스스로에게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고 모국의 한국인에게도 민족자긍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이렇게 밖에 못하다니 하는 상심감이 아니 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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