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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알 수 없는 것
2014년 05월 20일 11시 29분  조회:977  추천:0  작성자: suseonjae
 
 
사랑
 
 
아들 녀석이 깜빡 잊고 두고 간 도시락을 들고 
이미 학교에 들어섰을지도 모르는 시간에 
이것저것 재지 않고 냅다 뛰는 어미의 마음을 
아들은 알 리가 없다. 
 
 
내 새끼 배곯을까 백주대로에서 발견한 아들의 뒤통수에 대고 
고래고래 이름을 부르며 도시락을 흔들어 대는 어미의 마음을 
아들은 알 리가 없다.
 
 
동네방네 제 이름이 불린 것에 쪽팔려 하며 
도시락을 가방에 쑤셔 넣기 바쁠 뿐이다. 
 
 
지 새끼 세상에서 제일 예뻐 어쩔 줄 모르는 사랑이 얼굴에 뚝뚝 떨어진다마는 
아들은 얼른 집에 돌아가시라고 툴툴대며 
등을 돌려 학교로 들어가기 바쁘다. 
 
 
쉴 새 없이 뛰어온 탓에, 언제 봐도 예쁜 탓에 
어미 얼굴은 발갛고 
쪽팔림에 아들은 얼굴이 발갛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몇 번을 아들 녀석 바라보느라 뒤를 돌아보는 어미건만 
한 번쯤도 돌아보지 않는 아들은 
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사랑 ∥ 
 
 
 
머리가 굵어 이제 대들기까지 하는 아들은 
아비의 애잔한 사랑을 알리가 없다. 
술 때문에 언제나 얼굴은 발갛고, 
입에선 언제나 바보 멍충이가 연발되는 아비를 
아들은 좋아할 리가 없다. 
누구를 위해 얼굴이 매일 그렇게 달아오르는지 알 리가 없다. 
 
 
아들 녀석 군대면회를 가던 날, 
면회 장소에서 한참 떨어진 PX까지 
음료수를 사기 위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뛰어갔다 오느라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비의 사랑을 
아들은 알리가 없다. 
 
 
원래 사랑한다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등골 휘게 일하는 재주만을 배운 아비의 마음을 
지 혼자 큰 것처럼 착각하는 아들이 알리가 없다. 
 
 
이제 30보다 40이 더 가까운 나이에 
홀로 된 어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마는 
달에 한 번 먼저 전화를 하는 것만으로
입이 귀에 걸리시는 어미의 마음을 
아직도 아들은 알리가 없다. 
 
 
자기를 위해 사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 아비와 어미를 
자기를 위해 사는 법을 배운 아들이 헤아리기엔 
그 사랑이 너무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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