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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천지수는요
2014년 10월 03일 07시 51분  조회:1468  추천:0  작성자: suseonjae



내 딸 천지수는요
 
 
 
 
 
 
“엄마, 나 대학 합격했어!”
“뭐? 정말?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했어!”
제 딸 천지수가 요즘 기고만장해져 있습니다.

 
수능시험을 보고 수시에 떨어졌을 때는 코가 석자나 빠져 있더니
정시모집에서 합격하고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골라서 등록을 하니까 기가 좀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좋은 대학은 아니구요,
서울에 있는 대학입니다.
하지만 평상시 공부했던 것에 비하면 감지덕지한 대학입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00여대 아동심리학과.
저는 다른 대학 일본어과를 추천했지만
제 딸은 저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사실, 저는 지수가 대학에 갈 거라는 생각을 지레 접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볼 때만 책을 들여다보았고,
그것도 일주일 벼락치기 공부였으니
성적도 항상 중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20~30점대(저도 수학은 잼뱅이였음, 이런 걸 닮다니^^;;)
외우는 과목은 그래도 상위권,
평균하면 항상 중간이었습니다.

 
저는 지수가 공부하는 데 별로 보탬이 되질 못했습니다.
스스로 학원을 선택했고,
학원이 맘에 안 들어 인터넷 강의 듣겠다고 하면
강의료 내주는 정도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 끝나면 데리러 오라고 했을 때도
몇 번 데리러 다니다가 체력이 따라주기 않아
용돈 조금 올려주고 버스를 타고 오라고 했습니다.
새벽에 나가려면 일찍 자야 하는데
데리러 갔다 오면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혼자 공부하고,
혼자 대학 검색해서 등록하고,
거의 모든 걸 혼자 한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
하늘의 보살핌’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수가 대학에 합격하고 며칠 후,
9년째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던 전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지수를 잘 키워줘서 고맙다.
지수 등록금은 내가 대주겠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전화를 할 거라는 생각도 못했을뿐더러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말을 듣다니요!!!
더더군다나 등록금까지….

 
제가 키웠다기보다는 스스로 컸고,
그다지 잘 키웠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어쨌든 등록금 대 준다는 말에 넘 감사했습니다.
제가 돈에는 좀 약합니다.^^;;

 
하지만 등록금을 꼭 받아야겠다는 마음은 접었습니다.
주면 감사하고, 안 줘도 그만이죠.
그 사람 형편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도 않고,
그 사람 말에 휘둘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있던 중
얼마 후에 00여대 홈페이지를 열어 본 지수가 탄성을 지릅니다.
“엄마! 나 장학금 받아!”
“정말? 넘 잘됐다. 그동안 애쓴 보람이 있구나!”

 
 
남편과 이혼을 할 때 지수는 10살이었습니다.
저는 위자료도 양육비도 필요 없고 그저 이혼만 하기를 원했고,
어린 지수는 아빠랑 같이 살면 안 되냐고 울었습니다.
이혼을 하자 “아빠는 같이 살고 싶어 하는데, 엄마가 이혼을 한 거야.”라며
저를 원망하며 성격이 점점 더 송곳처럼 변해갔습니다.
지수를 통제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수가 미울 때도 너무 많았습니다.
지수의 삐딱한 행동에 울화통이 터질 때도 많았지요.


하지만 지금은요,
지수를 통해 저를 바라봅니다.
제 딸 천지수가 제 삶의 잣대입니다. 
제가 부드러워지는 만큼 지수도 부드러워지고,
지수가 밝아지는 만큼 저도 밝아지고
철이 드는 만큼 저도 철이 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명상을 알지 못했더라면
아마 지금도 울화통을 터트리고 있을 겁니다.^^*
별 볼일 없는 부모 밑에서 큰 탈 없이 잘 자라준 지수.
오늘따라 불쑥 커 보이는 나의 딸.
“지수야,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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