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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안 살 거야
2014년 10월 14일 14시 37분  조회:1538  추천:0  작성자: suseonjae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어릴 적부터 난 유난히 어머니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녔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어딜 가시려고 엉덩이만 들썩거리면 먼저 따라나서곤 했다.
번번이 어머니께 혼나면서도 어머니를 쫓아다니곤 했었다.
어머니가 가시는 곳 어디든 따라나서기를 하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는 돌팔매로 날 따라오지 못하게 하신다.

 
어머니가 때론 돌을 던지시며
“따라 오지마라. 빨리 집으로 안 가나!” 하셔도 저만치 가시면 또 따라간다.
그렇게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 하던 아이는
자라면서 어머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머니 자신은 없고 언제나 가족이 먼저이고
특히 아버지를 많이 챙기시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시는 어머니.
아버지는 다정한 말 한마디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도 않으시면서 언제나 핀잔만 주셨다.
그것이 아버지의 사랑의 표현임을 나중엔 알게 되었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위해 곰국을 끓이신다.
어릴 적엔 곰국과 고기는 아버지만 드시는 것으로 알 정도로
우리에게는 한 점의 살코기도 안 주시는 엄마가 야속하고 미웠었다.
우리 육남매는 아버지께서 드시는 곰국도 먹고 싶고 살코기도 먹고 싶어 했었다.

 
"난 크면 엄마처럼 안 살 거야!"
어머니 당신은 없고 아버지만 챙기시는 어머니가 싫어서 곧잘 그렇게 얘기했다. 
"맛난 것 내가 먼저 먹고 남편보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은 옷 입고 그렇게 살 거야!"
"한번 결혼해서 살아봐라.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나?
누구는 좋은 옷 맛있는 음식 먹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많은 식구들 먹이고 입히려면…." 하시면서 말끝을 흐리시곤 하셨다.

 
그땐 몰랐다. 어머니 당신도 좋은 옷, 만난 음식을 좋아하신다는 것을. 
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밤새 끙끙 앓으시고도
아침이면 밥을 지으시고 논으로 밭으로 산으로 일을 나가시는 것이다.
아프면 좀 쉬시면서 조리를 하시면 되는데…. 그것도 못마땅해 했었다.
내가 해 드릴 수 없는 부분이어서 더 그렇게 어머니께 독설을 퍼부었는지 모르겠다.


“난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지!”
큰소리치며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느 날 나의 모습은 어머니와 똑같이 살고 있었다.
내 옷보다 남편의 옷, 아이들의 먹거리를 먼저 장만하고,
밤새 끙끙 앓고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아침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울 속 나의 모습도 어머니를 닮아가고 있음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어머니를 닮지 않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나도
별 수 없이 어머니가 걸으신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세월이 흘러 몸이 많이 아픈 시기가 있었다.
가정을 위해 나의 몸은 돌보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 헛살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처음엔 몸이 아픈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곤 했었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긴 병마와 싸우는 동안
남편은 싫은 내색을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픈 데도 없이 건강하게 잘 사는데
당신은 장모님 닮아서 아픈 곳이 너무 많다면서
구박 아닌 구박을 하는 것이었다.

 
남편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을 찔렸다.
매일 밤 “이리 밀어라, 저리 밀어라, 팔 좀 내려달라, 다리 주물러 달라, 손 좀 주물러 달라…”
이렇게 요구사항이 많으니 어느 사람인들 귀찮지 않을까. 

 
남편을 이해는 한다.
밤이면 깊은 잠에 못 들어 아프다며 눈물 콧물 흘리는 아내를 보는 것도 지겨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어디 아프고 싶어서 아픈가!
아프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아프지 않고 편안히 살고 싶단 말이야.
다 가정을 위해 나를 돌보지 않고 고생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내가 편히 살면서 이렇게 되었나?
야속한 마음에 밤이면 밤마다 눈물로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팔을 다치게 되었다.
다행히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팔이다.
가정 일을 하는 데는 별 문제는 없었으나 단, 설거지가 문제였다.
그때부터 설거지는 남편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 사고 이후로 난 엄살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의 몸을 사랑하기 시작했다고 할까?
몸이 극도로 아파야만 내가 자리보존을 한다는 것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이용하기 시작했었던 것이다.

 
밥하기 싫고 청소하기 싫으면 자리보존하며 누워있다.
그러면 남편은 저 사람이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며
스스로 밥을 짓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이었다.
슬슬 재미가 붙었다.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남편이 주방에서 떨거덕거려도 내다보지 않곤 한다.
그러면 밥을 차려서 밥 먹으라고 한다.
히히히 재미있다.
이렇게 난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던 내 말을 실천하고 있다.
물론 어머니처럼 살아온 세월도 있었지만.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그래 잘 지내나? 이 서방은 뭐하누?" 
 
"히히 지금 설거지 중이예요."
 
"어데 아프나?? 와 이 서방이?"
 
"나중에 엄마처럼 아버지를 60년 동안 수발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챙길 수 있도록 지금 교육 중이지요~"
 
"못 됐다. 그래도 남편은 하늘인디…."
 
"하늘도 땅에게 잘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요즈음은 땅값이 많이 올라서 좀 비싸요.
한 번이 중요한 거예요.
엄마도 아프시면 좀 쉬어가면서 하세요.”
 
"야야~, 나는 누워 있으면 좀이 쑤셔서 몬 누워 있다 아이가."
 
"참 성격도 이상하시지…. 하긴 저도 아프면 못 누워 있긴 하지만….
이것도 엄마 닮았네요."
 
"야가 야가! 안 좋은 거는 다 날 닮았다고 하네…."
 
"엄마, 저 많이 미웠죠? 엄마한테 못 된 딸이었죠?"
 
"아니다. 다 내가 못나 너거들을 잘 가르치지 못하고 고생만 시켜서 미안타."
 
"엄마,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죠?
사실은 하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그랬는데….
엄마 사랑합니다!"
 
"그래 나도 널 마이 사랑한데이."
 
"히히, 한번 하고 나니 괜찮네. 엄마 진짜로 사랑합니다."
 
"야가 야가 자꾸 와 카노? 나도 사랑합니다." 

 
*
팔순노인이 되셔도 이제껏 마음 편히 쉬신 적이 없으셨던 어머니는
다리를 절뚝절뚝 거리며 불편해 하시면서도 아버지 진짓상을 차려주십니다.
몇 년 전 어머니께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
자주 쓰지 않던 말이라 참 어색했지만 한번 하고 나니 괜찮더라구요.
그래서 요즈음은 가끔씩 “사랑합니다.”라고 하면
어머니께서도 “나도 사랑합니다.” 하십니다.
그런 어머니가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합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딸을 많이 보고 싶어 하시고 기다리십니다.
엄마 자주 찾아뵙고 전화 드릴게요.
어머니,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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