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인 책과의 만남
오늘은 첫 수업을 받는 날.
며칠 전 도서관에 갔다가 빼곡히 꽂힌 책들 틈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선계에 가고 싶다』라는 제목의...
왠지 그 한마디가 나를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며칠 후 떨리는 손으로
책 뒤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수선재...라는 곳
그리하여 이 학교의 존재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공부해나가는 과정을 일기형식으로 엮은 그 책은
나를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하였다.
아! 이런 세계가 있구나...
어느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한 영적인 공부를 하는 곳.
그렇게 해서 전화로 위치를 안내받고 가게 되었다.
서울에, 그것도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종로 한복판에 이런 학교가 있다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히말라야 같은 오지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문을 여니 방안 가득한 햇살에 눈이 부시다.
순간 ‘아, 이곳은 따뜻한 곳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가슴속이 환한 햇살빛으로 물들어온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린 액자 하나.
재미있는 글씨체에 세로로 쓰여져 있다.
仙 맑 밝 따
人 게 게 뜻
化 하
게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처음인지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있다.
앉아서 호흡을 고르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팔다리를 휘두르며 체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연령도 10대에서 60대로 보이는 분까지 다양하다.
문득 궁금해진다.
다들 어떻게 알고 왔을까?
나처럼 책을 읽고 왔을까?
다음 순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교실 안은 쥐죽은듯이 고요해진다.
인사를 하고 앞에 앉으신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성분이시다.
고운 얼굴에 인자한 웃음이 가득하시다.
어디서 뵈었더라? 아는 분 같은데...
오래 전 꿈속에서 뵌 분 같기도 하고.
이상한 느낌, 그러나 나쁘지 않은 느낌...
어디서인지 드라이아이스 같은 시원한 기운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왠지 가슴 부근이 시원해지며 눈이 아른거린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하지?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 같다.
앗, 무슨 말씀을 하시네. 귀를 쫑긋 세워본다.
호흡은 만물을 있도록 하는 근본이다.
호흡이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바위나 돌조차도 호흡으로 인하여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우주는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이 살아있다 함의 기준이 바로 호흡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 3권에서>
인사, 선생님
처음 뵙습니다.
우리 학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안내자입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오셨을 텐데 저는 사실 드릴 것이 없어요.
우리 학교에서는 무얼 가르쳐드리지 않아요.
오히려 기존의 아는 것, 가진 것들을 다 버리게 합니다.
가득찬 방에는 무얼 더 집어넣을 수가 없어요.
깨끗이 비워지고 물건들이 잘 정돈되어 있는 방, 생각만 해도 기분 좋죠.
금생뿐 아니라 수십 생을 되풀이하는 동안 형성된 것을 바꾸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지요.
하지만 자신이 텅 비워지고 아무 것도 모른다 하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어요.
기운과 호흡을 통하여 자신을 만나고, 우주와 하나되는 공부이지요.
자신과의 만남은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와 있는 동안이라도 다 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의 만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내가 나인데 ‘자신을 만난다’는 건 뭔가요?
또 다른 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어요.
여기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 손들어 보실래요?
...
내가 나죠.
이름이나 직업, 학력 이런 거 말고 정말 자신이 누구인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이라도 솔직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해본 사람 있어요?
...
내 몸은 내 것일가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내 것이라는 것은 내가 창조하고 내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내 마음대로 태어난 것도 아닐 뿐더러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죠.
어떤 섭리에 의해 주어진 거예요.
그러면 내가 부모님의 것이냐?
그 몸을 빌어서 나를 내보내주신 것이지 창조한 건 아니죠.
나는 누구일까요?
숙제를 하나 내드리겠어요.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시고 자신에 대해 글을 써오시기 바랍니다.
“나는 누구인가?”
살아온 기간만큼 할 말이 많을 거예요.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글을 써보면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어요.
자신을 보는 시각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가능하면 객관적으로 써보세요.
살아온 과정에 억울한 일도 많고 한맺혀 있는 일도 있을 수 있는데
감정에 빠지지 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세요.
나를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현재의 나만 볼 수도 있고, 과거의 나, 전생의 나, 전전생의 나까지 볼 수도 있고,
또 평면적으로 볼 수도 있고 입체적으로 볼 수도 있고,
옆에서 볼 수도 있고 위에서 또는 밑에서 볼 수도 있어요.
어떤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는지도 알고자 합니다.
이렇게 한번 써보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굉장히 공부가 될 거예요.
이러한 인식이 없이 자신을 찾아가는 공부를 한다는 건
출발점을 모르고 종착점부터 찾겠다는 것과 같아요.
길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죠.
깨달음은 앎입니다.
자신에 대해 알고 나서야 우주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표정들이 심각하네.(웃음)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걸, 큰일났구나’ 하는 거예요?
아직 여러분은 시작단계입니다.
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상태예요.
유치원생입니다. 유치원생은 유치원에 맞게 지도해 드려야죠.
쭉 공부하시다가 대주천이 되시면 그때는 학교에 가입학하는 거라고 봅니다.
입학은 뭐냐? 견성(見性)을 하는 것이 입학입니다.
견성 이후 다시 수많은 공부가 펼쳐집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먼 길이겠습니까?
이왕 깨달음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하셨으니
끝까지 실족하지 말고 가셨으면 좋겠고
나아가 많은 도반들과 함께 하는 즐거운 여행길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여기, 수선재는 그런 곳입니다.
여럿이 모여 재미있게 길을 갈 수 있는 학교입니다.
저는 이끌어주는 스승을 만나지 못해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는데
여러분은 커리큘럼이 다 나와있고
매월 점수로 현 상태를 정확히 알려드리니 얼마나 좋습니까?
앞으로 공부를 하다보면 알게 되시겠지만
제가 농담을 많이 하고 때론 ‘도선생이 저런 말까지 하다니’ 할 정도로
공개적으로 개인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다 공부로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으로의 첫발을 내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숙제 : 나는 누구인가?>
내가 어디서 왔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밤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친숙해보인다.
저 별 중에 내가 온 별도 있을까?
얼마나 먼 별일까?
...
별 하나가 나에게 윙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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