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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프세요?
2014년 11월 03일 08시 01분  조회:1675  추천:1  작성자: suseonjae




어디 아프세요?
 
 
 
 
 
 
"할머니! 무릎이 울퉁불퉁한 것을 보니 고생을 많이 하셨겠어요."
그 말을 들은 할머니는 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울컥’ 한다고 하신다.
지금은 그 의미를 조금은 알 수 있다.
그 한마디가 그간의 세월을 회상시켰다는 것을….
내가 그분들과 대화를 할 수 있기까지 많은 세월이 필요했다.


한 손에는 다양한 해부 생리학적 지식을,
다른 한 손에는 나만의 철학을 들고 매일 매일 환자와의 전면전을 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어김없이 돌아오는 것은,
"어제 보다 더 아파!" 였다. 


 
이쯤 되고 보니 내 길이 아닌가 싶어 직종을 바꾸기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세월은 다시 나를 같은 곳으로 돌려놓았다.
결국 다시 이 길로 돌아오게 되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나름 책도 많이 보고 정성껏 치료도 하는데
환자는 왜 나날이 줄어드는 것이지….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10년이란 세월 동안 물리치료사로서의
나의 위치는 변치 않은 채 예전 그대로였다.
줄어드는 환자도 스트레스이지만
낫지 않으면서도 계속 오는 환자는 더욱 스트레스가 되었다.


낫지 않으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갈 것이지
매일 똑같다고 하면서 더 자주 온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해가면서 점점 환자가 아닌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름 책임의식이 있고 성실하지만
편하지 않고 내가 나를 봐도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내 자신에게 너그럽지 않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 인식이 생기면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보았다.


‘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려고 하였다. 
아픈 곳이 어딘지 묻는 것 대신에
식사는 하셨는지,
치료 끝나고 어디 가시는지,
할머니, 할아버지는 살아 계신지…,
누구하고 사시는지,
고향은 어딘지,
젊은 시절은 어떻게 보내셨는지….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묻다보면
왜 아프게 되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치료는 일상을 묻는 대화를 통해서도 할 수 있고,
등 한번 토닥이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음을 열어야 몸이 치료에 반응을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비록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지난날을 고스란히 저장한다는 것을 알아가게 되었다.


몸속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매일 매일 많은 분들이 그분들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오신다.
난 이제 그 이야기들을 들어보려고 한다.

 
수많은 환자분들이 무심한 나의 손을 스치며 지나가는 동안 한 가지 알게 된 것은,
정말 중요한 치료법은 책에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틀에 한 번씩 치료 받으러 오시는 할머니는
한 겨울에도 내복을 입지 않고 다니신다.
따뜻하게 해놓은 치료용 베드를
늘 뜨겁다고 꺼 달라고 하신다.

 
"난 아파 죽겠는데 원장은 다 나았다고 오지 말래!" 하시면서
매일 같은 투정을 하신다.
그래서 그 할머니가 오시는 날
온도를 꺼놓고 그 자리를 권해드리니
감기 걸려 죽겠는데 차갑게 해 놓았다고 또 투덜거리신다.
가끔 그 분의 무릎이 진짜 아픈지 궁금하다.
만져보면 괜찮은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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