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사랑할 만한 사람
자주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클래식 오딧세이’라는 게 있습니다.
엊그제 보니까 ‘일본이 사랑한 마에스트로’라는 제목으로 정명훈이 나왔더군요.
그 한 시간짜리 프로를 보고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목을 보고 반가워서 보기 시작했는데, 참 사랑할 만하더군요.
일본이 사랑할 만해요.
어디 일본뿐이겠습니까?
지구가 사랑할 만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흔치 않은 사람이더군요.
제가 원래 정명훈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피아니스트 할 때부터 좋아했어요.
가끔 인터뷰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이 참 괜찮더군요.
동경 필에 가서 공연을 하는데,
일본에 매니아가 형성이 돼서 이삼천 석 되는 좌석이 발매 몇 시간 만에 매진이 된답니다.
세계적인 지휘자인데도 베토벤을 알려고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악보를 끊임없이 보는데, 매일 아침 일어나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수백 번도 더 본 악보를 책 보듯이 또 봅니다.
그리고 연주자들에게도 될 때까지 요구합니다.
한 가지 음을 내기 위해서 30분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본사람들이 다 우울증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이 가서 불을 지핀 것입니다.
자신들 속의 깊은, 뜨겁고 강렬한 감정을 끄집어내 준다고 하더군요.
심장박동 소리,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요.
열정을 가지고 하니까 다들 좋아하는 겁니다.
파리에서 비행기로 열네 시간을 걸려 와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 길로 리허설을 하러 갔습니다.
연습 도중 땀으로 옷이 다 젖어서 계속 갈아입는데, ‘참 멋있다’ 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사람이 주는 감동보다 멋있는 게 없습니다.
일본의 클래식 팬들에게 그렇게 감동을 주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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