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과 광해군
광해군이 참 멋진 임금이었더군요.
홍길동전의 허균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었는데,
거기 보니까 광해군이 허균을 그렇게 사랑했었을 수가 없었습니다.
십몇 년을 신하이자 스승으로 가까이 지냈고,
다른 사람이 없어도 너만 끝까지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까지 했습니다.
사람이 워낙 똑똑하니까 마음을 주었던 것입니다.
그 허균이 나중에 역모를 꾀해서 광해군한테 반기를 들었는데 마지막 회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광해군이 허균을 만나서 ‘이제라도 마음을 돌릴 수 없겠는가,
네가 잘못했다고 하고 나를 보필해 주면 너의 죄를 안 묻겠다’ 고 합니다.
그러는데도 허균은 동지들을 배반할 수 없으므로 자기 길을 가겠다고 그러더군요.
광해군이 애통해하면서, 자네를 믿었는데 마음을 못 얻었으니
자기는 헛살았다고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걸 보면서, 왕으로서 저렇게까지 할까 했습니다.
작가가 그리기도 잘 그렸더군요.
나중에 광해군이 왕위를 물러나서 제주도로 유배를 갔지 않습니까.
초가집에 방이 아래위로 딱 두 개 있었는데 감시하는 사람이 아랫방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반말하고 부려먹고 그랬는데, 광해군이 그렇게 여여했다더군요.
다른 사람 같으면 울화통 터져서 못 살았을 텐데,
불도 안 들어오는 냉골에서 그런 모욕을 당하면서
18년을 유유자적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 사실만 가지고도 ‘아, 이분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야 됩니다.
왕일 때 왕이고 유배당했으면 유배당한 거지,
자꾸 옛날 그리워하면 뭐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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