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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송 스님 출가하던 시절
2015년 03월 21일 08시 38분  조회:2059  추천:0  작성자: suseonjae





일송 스님 출가하던 시절
 
 
아는 분의 누나가 일송 스님이라고 일엽 스님 밑에 계시던 분인데, 
그분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엽 스님이 병중에 계실 때 업어서 모시고 산에 다니신 분입니다. 
 
 
그분이 고등학교 3학년인가 되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출가를 했대요. 
집에서는 그런 낌새를 전혀 안 보여서 
자기 누나가 그렇게 집을 나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나 봐요. 
 
 
아주 모범생이었는데 편지 한 통 써놓고 떠나서 
수덕사로 일엽스님을 찾아간 거예요. 
아마 책을 보고 간 모양입니다. 
 
 
집에서는 너무 놀라서 절마다 다 뒤져서 
어떻게 수덕사에 있는 것을 알아내어 거기를 찾아갔답니다. 
연로하신 부모님이 찾아와서 만류하면서 집에 가자고 며칠을 그러고 있으니까 
이분이 대뜸 산으로 올라가더랍니다. 
그러니까 부모님도 기를 쓰고 따라 올라갔대요. 
 
 
산꼭대기까지 쉬지 않고 올라가니까 부모님께서 늙으셔서 힘들잖아요. 
그래도 막 헐떡이면서 따라가는데, 아무리 따라오지 말라고 해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렇게 못한다면서 계속 올라오더래요.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죠. 
딸이 출가한다는 것은 부모님 입장에서 보면 죽는 것보다 더 못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죽자 사자 기를 쓰고 따라오니까 
더 이상 오지 말라고 그러면서 바위 앞에 딱 서더랍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올라오시면 바위를 굴리겠다고 하더래요. 
 
 
그런 마음입니다. 
그분이 진짜 부모님을 향해 바위를 굴리겠습니까? 
살인을 하겠느냐고요. 
하지만 구도하는 사람들은 그런 칼 같은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내 앞길을 막는 사람은, 아무리 나를 사랑해서 그런다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막는 사람은 
보모님일지라도 바위를 굴릴 수 있다는 자세, 
그것이 구도심입니다. 
구도심에 한번 불이 붙으면 그럴 수 있습니다. 
 
 
아직 그렇지 않은 상태이고 사회에 미련이 많을 때는 
누가 조금만 유혹해도 같이 어울리고 싶어져요. 
그러나 일단 때가 되어 구도심에 불이 붙으면 그런 정도로 됩니다. 
 
 
저도 수련할 때 친구고 누구고 하여튼 악착같이 전화 오고 
집 앞까지 따라오고 그랬는데, 
그 때는 얼마나 칼같이 잘랐는지 몰라요. 
당시는 욕하고 그러더니 나중에 공부 끝나고 나니까 다시 좋아하게 되더군요. 
 
 
“그러느라고 그랬구나”하고 이해해요. 
그 당시에는 온갖 말고 해도 안 되더군요.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또 전화하고 또 찾아오고 그래요. 
 
 
사람이 그렇습니다. 
자기하고 생각이 다르니까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왜 저러는가? 미쳤는가?” 그렇게 생각해요. 
도대체 이해를 못 하니까 그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더군요. 
 
 
아주 칼같이 자르고 무안까지 주고 그랬습니다. 
너무너무 무안을 줘서 다시는 전화를 안 할 정도로 해야 
인간관계가 잘라지더군요. 
 
 
저도 그렇게 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사회생활 다하고 소외되지 않았잖아요. 
제가 스스로 소외되고 싶어서 소외된 것이지 
따돌림을 당해서 소외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 이상한 것이 사람들이 수련을 안 해도 기운이 맑고 좋은 것을 아나 봐요. 
자꾸 무슨 일이 있으면 찾고 하소연하고 상담하고 계속 그러더군요. 
제가 따라다니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들이 그렇게 따라다녀요. 
 
 
아무리 끊으려고 해도 기운의 향기를 다 맡아서 결사적으로 달라붙어요. 
구도자가 아닌 수도자, 즉 도를 구하는 단계가 아니라 
도를 닦겠다는 수도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그렇게 다 옵니다. 
그러니까 소외 당할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지금도 그 사람들이 계속 전화하고 찾아오곤 합니다. 
남들이 안 가지고 있는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러워하지 소외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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