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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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몽매
2023년 02월 02일 13시 54분  조회:264  추천:0  작성자: 남춘애
   초인종이 왂짜하게 우리더니 친구 영옥이가 불쑥 찾아들었다. 들어서기 바브게 뚱단지같은 소리한다. 점치러 가잔다. 내쪽 반응이 없자 안가겠으면 그만두라는듯 스프링처럼 탱하고 일어선 영옥이.
 
   나도 일전에 할머니 한분이 하루밤새에 신을 업었다는 희기한 소문은 들은적 있다. 환자들의 아픈 곳을 척척 만져주면 병이 다 낫는단다. 그런데 오늘 대하기절에 입당까지 했다는 영옥이에게 끌려갈줄은.

     우리가 점쟁이 집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10여명이나 대기하고 있었다. 눈알을 굴래굴래 굴리는 그들은 마치 암시장에서 가짜표를 도매하는 사람들처럼 모두가 긴장한 표정들이다.
 
    영옥의 첫 감수는 <큰일났구나!>였다. 단번에 손바닥에 장지지듯 짜글짜글한 감각에 잡혔다. 자욱한 김에 습습한 정주 한구석에 놓인 긴 걸상에 걸터앉았다.  안방에서는 아침먹는 수저소리와 함께 띠염띠염 말소리도 섞여나왔다.

<인향이, 고놈의 에미나 인제는 연길 갔다매?>
<제까짓것 별수 있나. 술집아가씨란 돌리는건데 쳇!>
<무슨 지랄을 못해서 음, 퉤!>
<와, 그러다가 한국사장 만나 따라가면 좀 좋아서 허허허...>
 
    말그대로 잡담이였다. 점치는 칸에 들어가니 쉰이 퍽 넘어보이는 녀인이 이를 쑤시고 있었다. 관골이 툭 비여져나온 네모난 얼굴은 좀 퍼랬다. 다섯이 함께 들어갔는데 년세 많은분이 먼저다. 아들 며느리가 만나기만 하면 싸운단다.  늙은 것이 말려도 개방귀만큼도 여기지 않는다며 눈물코물 짠다.
 
  영옥의 차례가 돌아왔다. 생년월일을 말하니  <돼지띠구만요. 잔병의 신수>한다. <남편이 큰 출세는 못해도 돈은 귀치 않게 만지는 수. 미녀를 주의해요.>
 
구름이 끼는 영옥의 얼굴.

<한국 가는 길은 꼬이고 있어요. 6월달이면 풀려요. 귀인이 있어요...>
다시 펴이는 영옥의 얼굴.
그는 점쟁이의 말을 한마디라도 빠칠새라 부지런히 필을 놀려 기록했다.

<보름날 밤에 십자거리에 가서 남편의 이름을 세번 부르고 남편 팬티를 하나 태워요...>
사람들은 신의 가르침에 감동된듯 한결같이 50원짜리 인민페를 수지 버리듯 놓고 나간다. 잠간사이에 인민페는 자그마한 언덕을 이루었다.
 
    신수를 보고 온지도 어언 일주일이 지났다. 일루의 희망을 걸고 공바친 영옥이건만 남편의 무직업은 마찬가지여서 그의 가슴에 재만 앉았다. 그래도 점말만 나오면 80%는 맞다며 우겨대는 영옥이.
    하루아침 영옥이가 금목걸이에 보석을 반짝이며 찾아들었다. 남편이 T셔츠 상사에서 일확천금했단다. 점쟁이의 말 그른데 없단다. 나도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그런데 불과 며칠후에 그의 남편이 도박판에 나들다가 일락천장할줄은.  영옥이는 또 나를 찾아왔다. 첫마디가 신경을 아프게 자극해왔다. 또 점치러 가잔다.
 
   <엊저녁꿈에 거분이 알낳는걸 보았어. 남자면 과거하고 색시면 아들낳고 처녀면 시집가는 꿈이래.>

     나는 도도히 말하는 영옥의 얼굴에서 몽매라는 두 글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발표내역: 료녕조선문조 (1996년 10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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