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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현지 원음' 표기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6가지 이유(김봉술)
2017년 08월 10일 20시 49분  조회:1401  추천:0  작성자: netizin-1

      (흑룡강신문=하얼빈)한자로 된 지명, 인명에 대하여 '한국어'로 표기할 것이냐, 아니면 중국어 '현지 원어'로 표기할 것이냐를 놓고 우리는 최근 1년이 넘도록 옥신각신하였으나 지금껏 시원한 답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전문번역인들이 한국 모 출판사의 청탁으로 총 15권이나 되는 총서(시리즈)를 번역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이 중국의 상고시대 신화로부터 신해혁명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분량으로서 거기에 나오는 고대, 현대 지명과 인명이 아마 수천 개는 넘는다는 데서였다.

  우리는 재래의 한글로 새겨야 한다는 원칙 하에서 그대로 번역하였더니 한국 측에서 신해혁명 후의 현대, 당대의 것은 '중국말 원음'대로 새기라고 원고를 되돌려 보낸 것이었다. 한국 '국립국어원'의 '성지'가 없는데다 설사 있다 해도 그 많은 인명, 지명을 우리로선 '현지 원음으로 창작'해낼 '수준'이 없었다.

  그리하여 항변하였더니 한국 출판사 측에서는 '원칙'이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현지 원음'을 '창작'해내기는 하였지만 '현지 원음'에 비교적 숙달하다고 할 수 있는 우리로선 흡사 개구리를 삼킨 듯 꺼림직함을 금할 수 없었다.

  첫 번째는 방대한 역사책이다 보니 5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인명, 지명이 혼잡해 있다는 것이었다. 한 페이지 안에도 고대와 현대가 뒤섞여 있었다.예를 들면 같은 지명 '南京'을 한 페이지에서 '남경'과 '난징' 두 가지로 표기해야 하니 전문번역인이 진땀을 빼는 것은 물론 독자들도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두 번째는'원칙'대로라면 신해혁명을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누어 각기 다른 표기 기준을 적용하라는 것. 그런데 난감한 것은 많은 등장인물이 신해혁명 전과 후에 거쳐 생존했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신해혁명을 직접 이끈 손무(孫武)는 무창봉기(武昌起義: 신해혁명)를 직접 지도하고 그 후에도 생존하였는데 그렇다고 같은 사람인데 그 이름을 봉기 전에는 '손무'라 하고 봉기 승리 후에는 '쑨우'라 해야 한단 말인가? 또 예를 들어'毛澤東(모택동)'은 1893년에 태어났으니 1911년까지는 '모택동'으로 표기하고 그 후부터는 '마오쩌둥'으로 표기해야 하는가? 난감한 일이다.

  세 번째는 중국어 병음 'R, F, SH...' 등 발음이 들어가는 글자 '融,飛,上'의 표기이다. 이런 글자의 발음에 꼭 들어맞는 '현지 원음'표기를 찾을 수 없어 우리는 쩔쩔매야 했다. '국립국어원'의 '박사' 들도 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그건 우리 한글 발음에 이런 음이 존재하지 않으니깐. 이런 음과 비슷한 음에다 어떤 기호를 붙이고 유치원 시기부터 익히게 하든지 아니면 문장 한가운데에 '국제음성기호'를 박아 넣든지 등의 방법을 쓰는 것 외에는…

  또 예를 들어 '원칙'대로라면 '北京BEIJING'을 '베이징'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는데 기실 한어에서의 'B'는 영어에서와 달리 'ㅃ'에 해당함으로 '현지 원음'으로 하면 '뻬이징'이 더 가깝다.

  번역 과정에서 우리는 어디서 이런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 듯'한 '현지 원음' 원칙이 나타나 사람을 괴롭히는지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권위 '국립국어원'에서 제정한 것이라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어찌하여 한자를 이용하기 시작하여서부터 2, 3천년 이상은 실히 되고 <훈민정음>이 1453년에 출범되어서도 600년에 가깝게 고정된 한자 '한글법'을 헌신짝 버리듯 던지고 이런 '사불상(四不象)'의 '원칙'을 재창조하였는지? 그 '한글법'이 중국과의 교류에 무슨 지장을 끼치는지? 중국어를 배우는데 유리한지 불리한지? 정말 모를 일이다.

  남과 북을 망라한 조선반도는 우리 한글(중국에서는 조선글이라 함)의 모체로서 거기에서 우리말에 맞는 새로운 단어들이 창출되지 않고 '사용원칙'이 확고하지 못해 이리저리 뒤흔들리면 아름답고 과학적인 우리말이 정체되고 갈팡질팡하고 말 것이다.

  중국의 조선족 언어 상황을 놓고 보더라도 한자 '현지 원음'의 영향으로 심지어 신문지상과 출판물에서까지 이런 거북한 '현지 원음 단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 '현지 원음'에 익숙한 '현지 사람'마저 곤혹에 빠뜨린다. 중국어에 능숙지 못한 농촌에 가면 신문을 들고 '칭다오, 다롄, 원자바오…' 처럼 익숙한 지명이나 인명도 알아볼 수 없다고 물어보는 이가 많다.

  개탄할 일이 아닌가! 거기에 한자어의 '사성(四聲)' 마저 어수룩하면 당신이 아무리 진땀을 빼며 '현지어'를 구사해도 '현지 원어'에 능숙한 한족은 물론 웬만한 '현지어'와 '한글어'를 장악한 우리 조선족일지라도 멍청해지고 말 것이다. 지금은 외래어표기법을 수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하는 따위를 쟁론할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이런 법을 과감히 팽개쳐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천박한 소견으로도 모아 보면 한자 '현지원음원칙'은 아래와 같은 치명적인 폐단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수천 년 생산과 생활 가운데서 우리 민족이 한자를 자기의 언어습관에 알맞도록 받아들이기 위해 고명하게 창조하고 고정시킨 우리말 한자 '한글법'을 송두리채 뽑아 버렸다. 우리 민족은 우리글인 '훈민정음'이 창제되기 썩 전부터 '이두', '향찰' 등 형식으로 한자를 우리 언어습관에 맞게 이용하여 왔다. 그때도 비록 우리 문자는 없었지만 읽을 때 "孔子曰,孟子曰…"을 결코 '쿵즈웨, 멍즈웨…'가 아닌 '공자 왈, 맹자 왈…'로 읽었음을 나는 확신한다.

  그런데 오늘날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를 명백히 지적한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도 약 600년 되고 '하늘 천, 따 지'를 가르친 '천자문'도 일찍 그 새김을 우리말로 고정시켜 거침없이 쓰이고 있은지도 오랜데 어찌하여 새삼스레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려 하는지 그 심사를 알 바 없다.

  두 번째는 조상님께서 만드신 '옥편(玉篇)'을 들춰보시라. 우리 현명한 조상들은 수천수만 개에 달하는, 그처럼 어렵고 낙후한 한자를 우리말에 맞도록 한 글자도 빠짐없이 새겨 후손들에게 넘겨준 데서 한자를 우리말로 들여오는데 지름길을 개척하여 주었다. 그 '옥편' 대로 한자를 우리말로 옮긴 '한자어'는 떳떳한 우리말이지만 '현지원음법'에서의 새김은 우리말을 되돌려 '외국어'로 퇴화시키는 반역이다.

  조사에 의하면 우리말에 한자어가 70% 이상을 점한다고 하는데 '현지원음원칙'이라면 그것들도 한어원음대로 새겨야 하지 않겠는가? 지명, 인명만, 그것도 '신해혁명' 이후의 것만 그렇게 새긴다고 하는데 이건 무슨 '원칙'을 근거로 한 '원칙'인가? 다른 지명들은 '현지원어'로 새겨야 한다면서 유독 가장 돌출한 지명인 국명 '중국'만은 또 외따로 빼놓고 '현지원음'으로 표기하지 않는 '원칙'은 또 무엇인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원칙'이다.

  세 번째는 간단한 지명 따위를 '현지원어'로 몇 개 외워도 별 쓸모가 없다는 점이다. 옛적의 지명은 그래도 둬 글자씩 간단하였지만, 지금은 시대의 발전에 따라 지역이 넓어지고 사회가 세분화되고 고층건물들이 즐비하게 일떠서면서 상세한 지명은 너무 길어졌다.

  원음대로의 '베이징, 샹하이'와 같은 지명은 얼버무려도 그런대로 비행기 등 교통수단이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릴 것이다. 문제는 도착한 후 어떻게 지점을 찾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경에 내려서 한 고장을 찾는데 **구, 구역, 청사, 번지 등 상세한 것을 '원칙'에 따라 '현지 원음'으로 구사하면 듣는 사람은 중이 염불하냐고 할 것이다.

  '원칙'에 따라 배운 대로 구사하느라 애를 먹지 말고 종이조각에 주소를 적어가지고 다니다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장편의 지명을 책에 싣는다면 보는 사람은 '천서'를 읽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네 번째는 중국도 외국인데 지명이나 성명을 '현지 원음'으로 부르는 것이 원칙이 아닌가 하고 반론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미국의 '워싱턴'이나 영국의 '런던'을 '현지 원음'에 가깝도록 표기해야 함은 에누리없는 '원칙'이다. 다른 방법으로 표기할 수 없으니깐.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중국에서 통용하는 한자와 우리 민족의 고유 언어인 한글 사이에는 다른 언어와는 있을 수 없는 '혈연' 관계가 있어 한글의 한자어로 중국 지명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표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구태여 이미 기성된 우리말 한자어를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으로 퇴화시킬 하등의 필요성도 없다. 그리고 중국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을 '쭝궈'라고 부르지 않아도 전혀 문제 될 것 없지 않은가!

  다섯 번째는 현대적 수단인 컴퓨터 사용에 막대한 어려움을 안겨준다. 예를 들어 '북경'을 베이징'으로 표기고 한자 '北京'을 찾을 수가 없다. 반대로 북경을 한자로 써놓고 음독을 찾으려면 베이징이 나올 리 만무하지 않은가? '컴퓨터를 통틀어 다시 새기면 되지 그것이 무슨 대수냐' 하고 반문할 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기어코 호박 쓰고 돼지 굴로 들어가겠다'는 그 발상부터가 안쓰럽다. 또한 범민족의 견지에서 보면 남한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원칙'을 쓰지 않으니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민족언어의 통일에 해가 되지 않겠는가?

  한자 한글새김은 예로부터 써온 완벽한 '법칙'으로 이미 우리 민족의 언어습관에 깊이 파고들었기에 생뚱 같은 한자 '현지 원어' 법을 철폐하여도 혼란이 생길 걱정이 없으며 설사 얼마간 생기더라도 장래의 '혼전'에 비하면 치러야할 대가가 훨씬 적을 것이다.

  많은 견해를 종합하여 시비를 가림으로써 한자 현지원어법이 하루속히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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