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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썼다가 욕을 먹으면
2020년 05월 15일 14시 13분  조회:1471  추천:0  작성자: netizin-1

글을 썼다가 욕을 먹으면

궁금이


     아침에 지하철에서 괜찮은 기사를 읽으면 반드시 댓글을 확인한다. 그리고 댓글을 읽으면서 누리꾼들의 순발력과 지혜와 유머감각 그리고 글을 다루는 실력에 탄복한다. 생각 같아서는 수백개의 댓글을 일일이 다 읽고 싶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서 짧은 댓글만 골라 보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읽지 않은 댓글에도 좋은 내용들이 많을 것 같아서 아쉬움을 남긴 채 포기한다.

 

    그런데 영양가가 가득한 댓글만 있을 수는 없다. 한편 무슨 댓글이 달리든 신매체 글은 실시간 교류가 가능하고 전파 범위가 광범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과 우세를 갖는다. 같은 글도 서로 다른 독자의 관점에 의해 상이하게 읽히고 평가되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온라인에서는 악플이 없는 글이 없다. 설사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저런 평가들이 돌아다니는 게 가상세계이다. 그래서 말인데 어떤 때에는 아는 사람한테서 욕을 한번 먹기보다는 가상세계에서 모르는 사람한테서 악플이 백개 달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상처는 받겠지만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니 지나가면 그만이다. 

 

    현실 세계도 마찬가지다.  얼마전에 북경 제5순환도로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 운전자 사이에 의도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자동차 운전자는 차로 변경을 양보하지 않았다고 경적을 울려댔고 오토바이 운전자는 욕하는 손가락동작을 하면서 보복운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누가 먼저 어떻게 잘못됐든간에 다 도로교통법의 처벌을 받았고 위험운전은 형사구류로 넘어갔다. 사후에는 량쪽이 다 후회했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다. 사실  누구나 도로에서 열받는 일을 당하기 마련이고 이런 상황에서 정규적인 수련을 거친 고승이 아닌 이상 충동하는 것도 정상적이다. 다만 그 충동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판단은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야 느끼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우리나라 류학생이 조국에 대한 안 좋은 글을 발표해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출동되는 사이버수사대가 그 녀학생의 신상털기에 나서면서 부모들에게까지 공격이 이어졌다. 그때 그 녀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사흘을 떠들다 말 거니까 그 사이만 참으면 지나가”

 

    이 말에 누리꾼들은 더 흥분했다. 그 따위 언론을 퍼뜨려 놓고 전혀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2차 공격에 나섰다. 내가 봐도 아주 배은망덕한 말을 했고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저 녀학생의 말처럼 사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나고 시간이 흐르니 사람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게 조용해졌다. 그 당시에는 이번 일만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되고 후속 처리를 지켜볼테니 반드시 추적보도를 해야 한다고 루차 경각성을 귀띔했지만 결과는 이왕의 여느 초점 론쟁과 다를바 없이 흐지부지 지나갔다.

 

    이렇게 온라인상의 사람들의 분노의 유효기는 상당히 짧다. 내가 아는 사람도 아니고 내 리익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닌 이상 지속적인 주목의 여력도 없고 의지력도 제한되여 있다. 그냥 한두마디 통쾌한 욕을 던지고는 며칠후면 깨끗이 잊어버린다.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닌데 이제 그 녀학생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욕이 무서워서 글을 주저하는 생각은 빨리 버릴수록 좋다. 물론 욕을 먹으면서도 악의적인 글을 계속 발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글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에게 귀감이 되는 내용을 전제로 한다. 물론 그렇게 썼더라도 뻔한 소리만 한다든가 세뇌됐다고 욕하겠지만. 

 

    글은 사유가 필요한 작업이고 자신의 정서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과정이 루적되면 자기를 반성하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공부하고 론리적인 사유를 키워가는데서 큰 도움이 되는 작업이다. 이런 소중한 수련과 거대한 성장을 앞에 두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갑 을 병의 비방에 비중을 둘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한때 조선족을 비하한 영상을 올린 한국의 어떤 민간인에 대해 흥분한 적이 있다. 누가 봐도 무지막지한 막말 발언을 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오히려 당시에는 그 사람의 인지도와 개인계정의 데이터만 기하급수적으로 높여줬다. 어쩌면 그 인간도 그런 효과를 노렸을지도 모른다. 어떤 현상은 흥분하기보다는 그냥 처박아두면 제풀에 물러앉는다. 그게 훨씬 효과적이고 혹독한 처벌이다.

 

    이렇게 남을 비방해서 욕을 먹는가 하면 아무런 공격의 성격도 없는 무난한 글일지라도 꼭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에는 공식처럼 적용되는 틀이 있다. 이를테면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가한다느니 세뇌당해서 책임감 없이 어쩐다느니 대개 이런 형태이다. 한마디로 종합하면 불만이 없으면 정의감이 없는 걸로 등호를 쳐서 비틀어 생각한다. 이는 열에서 아홉이 좋아도 나머지 하나를 아홉이상으로 부풀려서 부면적인 쪽으로 흘러가게 만들어야 위안이 되는 잠의식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일상 사유가 이런 쪽으로만 집중되다 보니 대면적의 옥에서도 먼지만한 티만 확대되여 보인다. 티에 확대경을 가져다 댄다고 옥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밝게 보려 노력하면 글도 아름답게 씌여지는 법이다. 

 

    맑은 날보다 우중충한 날씨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날이 흐렸다고 태양을 욕하지는 않는다. 태양은 항상 밝게 있는데 그 사이 구름과 같은 다른 형태에 가려졌을 뿐이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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