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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와 애물단지
2020년 07월 08일 19시 47분  조회:1468  추천:0  작성자: netizin-1
     대학입시와 애물단지

     궁금이


     해마다 맞이하는 대학입시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한달을 지각했지만 지독한 바이러스도 이 신성한 시험을 막지는 못했다. 북경은 어제 아침부터 날씨가 화창해 수험생들의 기분을 한결 상쾌하게 협조했다. 고3학생들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지난 학업에 대한 총결산인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실현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어릴 때 마을에서는 고중졸업생도 대단한 학력이였던 적이 있었다. 어른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졸업한 고중은 지금의 고중이 아니라고 했다. 거의 지금의 대학에 맞먹는 고학력이라는 말이다. 그런 시절에 할아버지에게는 일본 류학으로 대학을 마친 사촌동생 한분이 계셨다. 정말 가문의 영광이였다. 그 할아버지는 풍채도 름름하여 어린 내 눈에는 진짜 거물 같은 존재였다. 지금도 북경에 있는 대학과 북경대학이 헛갈리는 것처럼 그 할아버지도 도꾜대학(도꾜 대학)을 나왔다는데 도꾜 시내에 있는 대학인지 진짜 도꾜대학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고중 학력도 높이 보는 세월에 류학하여 나온 대학이라면 의실할바 없는 초고학력이였다. 
 
     기억속의 대학입시날에는 늘 비가 왔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해볕이 쨍쨍한 날보다는 비오는 날이 서늘하여 시험 능력발휘에 더 좋다고 위안을 해준다. 반대로 어제와 같은 화창한 날씨였더면 시험도 맑은 날의 기분에 따라 발휘가 더 잘 될것이라고 격려해주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내 자식 같은 학생들이 저마다 좋은 성적을 따내기를 바라는 선생님들의 간절한 마음에는 날씨가 문제 아니였다. 지금처럼 과외는 없었지만 그래도 야간자습을 통일적으로 시키면서도 오로지 대학입시만 바라보고 고생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길림신문위챗공식계정에 따르면 길림지역 5개 조선족중학교의 올해 응시생은 총 134명이라고 한다. 평균으로 치면 한개 학교에 30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적을수록 소중한 조선족의 인재 후보들이다. 산재지역에서 어렵사리 꾸려가는 조선족중학교들의 노력이 갈수록 가상하다. 이 대목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인구의 급감과 다른 학교로의 류실을 대서특필하면 꼰대라고 할가봐 깊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학생수가 적으면 적은 대로 뾰족하면 된다. 그리고 끝까지 내 자식은 조선족으로 만들겠다는 부모님들의 노력과 희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주변에도 공부 성적이 어떻게 되든 고향에 보내서라도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애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대도시의 전반적인 환경에서 그게 마음만 먹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였다. 성장기의 언어 혼란이 부모들의 생각처럼 쉽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그런데 조선말을 안다는 건 자연스럽게 한개 외국어를 장악하는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부모는 없다. 타민족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전문 전공으로도 선택 할라니 소중한 언어자본인 것도 틀림없다. 그렇다고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였으니 대도시의 학교와 사회와 가정의 복합적인 여건하에서 우리말을 끝까지 남기려면 할아버지 할머니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애가 집에 오면 걔는 무슨 말을 하든간에 할머니가 끝까지 조선말을 하게 되면 애는 자기가 원하는 소통을 위해서라도 따라가게 된다. 그런데 애를 키워보면 잘 알겠지만 장기간 부모손을 떠나 할아버지 할머니들 손에서 자란 애들에게는 또 다른 페단이 존재한다. 이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모들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고 그 분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초래되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아무튼 대학입시는 그걸 거쳐야만 하는 당사자들의 고비인 동시에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심정 또한 그들 못지 않게 초조하다. 막바지에 부모들은 밖에 나가 한잔하는 것도 눈치보이는 민감한 시기이다. 애의 심기를 건드려서도 안 되고 음식에도 신경써야 되고 공부를 너무 시켜도 문제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강요해서도 안 되고 다른 애들과 비교를 하는 건 더 금물이다. 
 
     또 한개 반을 졸업시키는 선생님들의 심정이라고 평온할 리가 없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발휘만 잘하면 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그래도 학생을 시험장에 들여보내는 선생님들의 심정 또한 형언하기 어렵다. 학생들의 미래가 첫째인 건 의심할 바없지만 다른 한면으로는 그 사이 가르쳐온 교원의 수준을 고험하는 순간이기도 한다. 자기 학생에 대한 책임도 있고 다른 학교와의 경쟁도 현실적인 문제다. 대학교에 간 학생수도 경쟁이고 청화대학과 북경대학에 몇명을 보냈냐도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른바 중점고중으로 인식된 학교라면 그 압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대학교가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빌 게이츠나 스티븐 잡스도 대학 중퇴생이라는 말도 한다. 뜻인즉 붙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고 못 붙는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하나에 목을 맬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말은 쉽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올해 대학 졸업생은 874만명이고 대학 응시생은 1071만명이다. 붙는 것도 경쟁이지만 졸업후 취업 또한 만만치 않다. 20대에 겪게 되는 커다란 고민이고 방황이고 전환점이다. 
 
     다른 곳은 모르겠고 고향에는 또 “진학연”이라는 성대한 의식이 하나 더 추가된다.시험이 끝나고 이제 입학통지서가 나오는 계절이면 저마다 한상 차리고 지인들을 초대해 입학을 축복하는 모임을 성황리에 가진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 연회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학입시는 당사자에게 있어서나 학교에 있어어나 가정에 있어서나 엄연한 대사이다.
 
     애물단지는 대학입시로 마무리되는 게 아니라는 데서 부모님들의 로심초사는 계속된다. 
 
     천하가련부모심이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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