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길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아시스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이며 희망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오아시스를 일컬어 인생의 위안소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오아시스는 사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생존의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생명에 대한 애착을 키워주기는 하지만 오아시스 자체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안정된 삶의 터전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아시스의 존재와 그 가치를 착각하고 오아시스에 의지하면서 자기의 삶을 영위해 가고자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오아시스와 함께 사막에 묻히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오아시스에 삶을 기탁하고 오아시스만을 지켜 가면 삶이 보장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원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백여 년 동안 우리 민족은 하나 또 하나의 오아시스를 창조하면서 공동체적인 삶의 터전을 가꾸어 왔으며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해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기존의 오아시스에 만족감을 느끼었고 내실없는 통계수치에 도취되어 창조와 개척이 아닌 안일하고 나태한 생활모습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아세아에서 버금가는 만무과원을 자랑하고 있을 때 타지방에서도 사과배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우리 앞서 시장개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과일박람회에서 우리는 만무과원에서 따낸 사과배 대신 산동산 사과배를 맛보아야 했고 남들이 계약을 맺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시장판로가 없는 만무과원은 인젠 자랑 아닌 부담으로 될 수밖에 없다. 어쩌다 발견한 오아시스만 붙들고 살아가려고 했던 안일한 생활자세, 그리고 시장정보에 대한 무지는 우리들로 하여금 치열한 시장경쟁과 적자생존의 논리에서 점차 밀려나게 하였으며 경제적 가난뿐만 아닌 정신적인 빈곤에서 허덕이게 하였던 것이다.
한 개인이나 집단에 있어서 오아시스는 단지 생명의 여정에서 분투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와 힘을 제공해주는 하나의 주유소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희망찬 내일, 아름다운 미래는 오로지 오아시스에 머물지 않고 오아시스를 떠나는 자에게만 속하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개척은 꼭 출국하거나 도시로 진출하는 것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오늘의 삶은 내일의 삶을 개척하는 받침목에 불과한데 그 받침목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거기에 머물게 되면 사막의 오아시스에 의지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발상과 다를바 없으며 따라서 그 결과도 달리되지 않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역적, 혈연적, 정책적 우세를 충분히 활용하여 부단히 새로운 오아시스를 개척해 나가면서 자체의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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