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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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젖소도 알아보는 견학”을 보고
2008년 05월 16일 19시 27분  조회:1921  추천:48  작성자: 허명철

로완퉁 썩궁리 시리즈3

“젖소도 알아보는 견학”을 보고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얼마 전 한국뉴스채널인 YTN에서 “중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배우러 한국에 35만 명을 파견”한다는 뉴스(2006-06-12)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5만 명 연수단, 13억을 웃도는 인구대국으로서는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 연수도 아닌 국외 연수단이라고 할 때 이는 엄청 방대한 대오가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중국정부에서 현재 3농문제(농촌, 농업, 농민)의 철저한 해결을 위한 굳은 의지와 그 대안으로 내놓은 향진도시화방안에 대해서도 긍정하고 싶다. 하지만 굳이 35만 명이란 방대한 대오를 한국으로 연수를 보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은 가셔버릴 수 없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우리들의 농촌건설에 있어서 하나의 모델로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농촌의 지역적 분포, 농촌산업경제구조, 농촌인구의 기본소질과 자원우세 등등의 구체 실정을 고려해 볼 때 새마을운동은 유일한 대안이 아닌 단지 하나의 선택 가능한 성공사례일 뿐인데 과연 이처럼 방대한 연수단을 파견할 필요성 내지 효과성이 있는지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35만 대오에 합류할 연수단 성원은 어떤 기준에 의해서, 어떤 사람들이 선발될지도 걱정스럽다. 80년대 중반 미국에서 열린 천문학방면의 국제학술회의에 중국에서는 10여명의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결국 학자는 고작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시청의 행정 관료들이 학자로 변신해서 국내 한 유명학자가 분노를 터뜨린 적 있었다. 이번 연수단은 비록 농업공무원으로 구성한다고 하지만 국내 위탁 여행사를 통해 순번으로 한국에 나간다고 할 때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또한 비록 같은 동양권에 속한다 하지만 한국은 나름대로의 민족적인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도 못한 연수단성원이 단지 통역에 의해서 7일 연수와 3일 견학이란 짧은 시간 내에 진정 새마을운동의 성공비결을 전체적으로 소화해낼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북경시위 모 영도가 어느 한 대회에서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용인즉 유고슬라비아의 한 젖소농장을 참관방문 갔더니 그 농장 일군들이 하는 이야기가 “농장의 젖소들도 인젠 중국손님들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대표단이 참관방문을 갔었으면 농장의 젖소들마저 중국방문단을 알아본다고 하겠는가?

  물론 타인의 성공경험을 허심히 배우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필요하고 몸소 현지에 가서 성공담을 겸허히 배우는 것도 비난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견학이나 연수를 명목으로 국비관광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젖소마저 알아볼 정도로 방문단은 그칠 새 없었지만 국내 젖소산업에 과연 얼마나 큰 비전을 가져왔는지 그 견학결과에 대한 평가를 한번 묻고 싶다.

  사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라면 견학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초청해 지도를 받을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16차 당대표대회에서도 누차 강조했던 창신의식이며 이러한 창신력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현실에 알맞은 原創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특색을 강조하는 우리가 왜서 구체사업에 있어서는 자기의 특색을 띤 개혁방안과 원창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가? 특색이 단지 우리의 과실을 변명하는 방편으로만 된다면 이는 특색이 아닌 “특색”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중국특색의 새농촌건설을 위해서 우리의 견학문화도 좀 더 실제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한가지 부언한다며 진정 새마을운동을 할려면 禁書로 된 “중국농촌조사”부터 광명을 보게 해야 하며 찬송가가 아닌 진실한 농촌의 어려운 사정을 전국민이 알게 하여야 하며 또한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과연 무엇인가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국민의 주인다운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새마을운동도 성공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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