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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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 질의
2011년 09월 10일 20시 34분  조회:7411  추천:10  작성자: 정인갑
한국에는 ‘신토불이(身土不異)’라는 특이한 말이 있다. 인간은 그가 나서 자란 고장의 수토에 맞으며 그 고장에서 살고, 그 고장에서 자란 농축산물을 먹어야 가장 좋다는 뜻이다. 필자는 신토불이가 정확하지 않다고 본다.

1. 필자에게는 K라는 친구 한분이 있다. 고향이 흑룡강성 목단강이고 20대 초까지 고향에서 자랐는데 뚜렷한 병은 없지만 자꾸 잔병으로 앓으며 몸이 시들시들 안 좋았다. 그 후 연길, 심양에서 각각 몇 년간 살았지만 역시 매한가지이었다. 그러나 북경에 온 후부터는 몸이 아주 좋아졌다. K에게는 그가 나서 자란 고향보다 북경의 수토가 더 맞다. K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런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2. 중국의 예로 구기자(枸杞子)는 영하(寧夏), 패모(貝母)는 사천(四川), 영지(靈芝)는 귀주(貴州) 산이 가장 좋다. 당지 사람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중국 어느 지역 사람에게도 다 좋다. 아마 한국인에게도 한국산보다 좋을 것이다. 농작물종은 다 원산지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원산지의 농작물종이 가장 좋거나 적어도 대단히 좋다. 배추의 원산지는 중국 산동반도이다. 한국의 농작물종은 거의 다 예로부터 타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한국의 대부분 농산물종은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아마 세계 어느 곳에 있으리라 추측된다. 축산물은 보통 알칼리성 토질(이를테면 사막-초원)의 풀을 먹고 자란 고기가 더 좋고 맛있다. 사막-초원에서 키운 세계 많은 나라의 축산물이 한국산보다 더 좋고 맛있으리라 본다.

3. 한국의 모 재벌그룹이 지금 유전자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인종은 알타이산맥 동쪽, 중국대륙, 동남 해양의 섬 등에서 모여들었는데 기원별 유전자가 다르며 같지 않은 농축산물에 대한 적응 여부가 다르다고 한다. 같은 한국산 농축산물도 어떤 한국인에게는 좋거나 아주 좋고 어떤 한국인에게는 나쁘거나 그리 좋지 않다. 후자에게 좋거나 아주 놓은 농축산물은 아마 외국산에서 찾아야 됨 즉 하다.

4. 보통 농작물은 자리를 옮겨야(즉 수토를 바꾸어야) 잘 자란다. 그러므로 몇 년에 한 번 씩 타지방의 종자를 들여온다. 같은 고장에 그냥 심으면 퇴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자가 가장 전형적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의 예로 인구 유동이 심한 북부, 동부 사람이 키도 크고 인물도 멀쑥하며 머리도 좋다. 그렇지 않은 서남지역과 홍콩 사람들은 키도 작고, 가무잡잡하며 볼 멋없다. 홍콩은 생활 여건이 가장 좋은 부유한 도시인데도 아마 100년간 갇혀 살았으며 유동이 거의 없었기 때문인 듯하다.

5. 중국의 인구는 한초(漢初)부터 명말(明末)까지 5~7천만에서 맴돌았고 한국은 조선시대에 350만 좌우에서 맴돌았다. 인구가 많아지면 기아로 봉기와 전쟁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17세기 전후 아메리카로부터 옥수수, 고구마, 감자가 들어와 먹을거리가 넉넉해져 청초에 억을 넘었고 18세기에는 4억을 초과하였으며 한국도 18세기 이후 800만, 천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만약 신토불이를 고집하며 옥수수, 고구마, 감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생명유지도 문제였을 것이다.

이래도 신토불이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중국에서 자란 필자의 입에 한국산 쇠고기가 미국산, 호주산보다 더 맛있어 보이지 않다. 한국인들의 ‘더 맛있다’는 대개 한국인의 주관적인 입맛이지 객관적인 맛이 아니다.

‘신토불이’는 한국의 농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좋은 슬로건이었다. 이 면에서 반세기 동안 공헌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토불이’ 말 자체가 맞다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오류적인 말을 믿어도 이익을 보는 수가 있는 전형적인 예이겠다. 그러나 ‘신토불이’도 이젠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글로벌시대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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