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 파괴를 막는 화학물질이 처음 발견됐다. 비록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 같은 뇌질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 의학연구소(MRC)의 독성학연구팀은 신물질로 만든 시험약인 ‘GSK2606414’를 프리온 질환(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쥐에게 투약해 치료에 성공했다고 BBC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온 질환에 걸린 쥐는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심한 기억력 손상과 운동장애를 일으키며 보통 12주 이내에 죽는다. 하지만 이 시험약을 먹은 쥐는 뇌세포 손상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보통 뇌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형 단백질’이 증가하게 되고 우리의 뇌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보호 메커니즘을 가동해 필수 단백질의 생산을 차단한다. 이로 인해 뇌세포가 파괴되면서 기억과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전까지 뇌질환 치료에 대한 연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단백질의 확산을 막거나 제한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연구팀은 필수 단백질 생산을 방해하는 신호를 직접 차단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팀을 이끈 조반나 말루치 박사는 “신물질이 뇌세포 보호 메커니즘을 활성화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PERK 효소(세포외 신호조절 인산화 효소)를 억제한다는 사실이 프리온 질환 모델 쥐 실험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정상 단백질인 프리온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은 인간에게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인간의 신경퇴행성질환의 진행 방식과 유사하다”면서 “인간의 뇌질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신물질은 뇌뿐 아니라 췌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대상 쥐는 당뇨병 증세를 보였고, 체중 감소도 나타났다. 킹스 칼리지 런던(KCL)의 로저 모리스 박사는 “인간 치료에까지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신경퇴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첫 증명”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맹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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