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둘러싼 갈등이 끝내 살인을 불렀다. 바로 옆집의 차가 내 집 대문을 가렸다는 이유로 이웃에 사는 자매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도 부천원미경찰서는 11일 이웃 주민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김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쯤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가족 명의의 에쿠스 승용차에 앉아 있던 중 옆집에 사는 최모(39·여)씨 자매가 집을 나서는 것을 보게 됐다. 최씨 가족의 모닝 경차는 자신의 집 대문을 살짝 가린 상태였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차에서 나와 언니 최씨의 목과 다리를 6차례 찔렀다. 깜짝 놀라 말리는 동생(38·여)에게도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 자매는 동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김씨는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으로 현장에 머물러 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일정한 직업이 없이 부모와 함께 생활해온 김씨는 평소 주차 문제로 최씨 자매와 자주 다툰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주차 문제로 최씨 자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는 곳은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밀집해 평소에도 주차공간이 부족했다. 별도의 주차선도 없어 주민 대부분이 골목길 양쪽에 차량을 주차해 왔다. 이로 인해 차량 통행로도 좁아지면서 주민들 간에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김씨와 최씨의 갈등이 심했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는 “최씨가 틈만 나면 내 자리에 차를 댄다”며 자주 화를 냈다고 한다. 주차 문제로 김씨와 최씨 자매가 심하게 다투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씨는 며칠 전에도 최씨 자매의 집을 찾아가 “한 번만 더 내 집 앞에 차를 대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최씨 가족들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평소 정신질환을 앓았다는 김씨 가족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실제로 김씨의 진료 기록을 확인한 결과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입원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TV(CCTV)를 통해 김씨의 범행을 확인했으며 보강 수사를 벌인 뒤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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