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중앙포토DB
서울 용산구 보광동 다세대주택 1층의 다섯평짜리 단칸방. 수년째 이 방에서 홀로 살고 있던 일흔아홉 장모 씨는 올해도 새해를 쓸쓸하게 맞아야 했다. 슬하에 둔 자식은 다섯 명. 하지만 수년전 부인이 세상을 뜬 이후 장씨를 찾아온 자식들은 한 명도 없었다.
장씨는 자녀들의 부양 대신 정부에서 매달 지급하는 49만9290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생활비 삼아 근근이 살아왔다. 하루에 한끼를 컵라면으로 때우던 장씨의 몸은 노환이 겹쳐 급격하게 약화되는 중이었다. 결국 지난달 병원에서 폐결핵 판정을 받았고, 수급비 중 30만원을 병원비로 써야했다. 설날을 열흘 남짓 앞둔 지난 7일, 장씨는 단칸방 침대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자택에서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 황모(80ㆍ여)씨가 장씨의 단칸방에 들렀다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에겐 아들 4명과 딸 1명 등 총 5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수년 전부터 장씨와 왕래가 끊겼으며, 형제들끼리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돌봐줄 가족이 곁에 없었던 장씨는 올초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병원비로 수급비를 다 쓰다 보니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1월 말부터 장씨를 담당했던 사회복지사는 “장씨가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해 수차례 새벽에 전화로 ‘지금 와서 컵라면에 물만 부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고 전했다. 시신 발견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장씨의 통장엔 잔고가 단 27원뿐이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순천향대병원에 안치된 장씨를 찾아온 연고자는 아무도 없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발견 당시 시신에 상처가 없고 외부 침입 흔적도 없었다” 며 “병원에서는 장기 노화로 인한 사망이라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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