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오전 11시 반 광주 북구 한 은행. 주부 A 씨(42)가 현금지급기에서 40만 원을 인출한 뒤 카드만 챙겨 은행을 나갔다. 이어 돈을 찾으려던 다른 여성이 현금지급기에 든 40만 원을 발견해 챙겨 갔다. 잠시 뒤 A 씨가 은행으로 돌아와 현금지급기를 살펴봤지만 40만 원은 없어진 뒤였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40만 원을 챙겨간 여성이 은행에서 금융거래를 전혀 하지 않아 인적사항을 밝혀낼 수 없었다. 현금지급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지만 화면이 흐릿해 용의자 인상착의 확인도 어려웠다. 대신 용의자가 들고 있던 1회용 종이컵이 일반 종이컵과 다른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종이컵 밑 부분에 0.2㎝ 굵기 검정색 띠가 그려져 있었던 것.
경찰은 검정색 띠가 있는 종이컵을 쓰는 자판기를 찾아다녔다. 10여 곳을 돌아다니던 중 인근 다른 은행의 자판기가 검정색 띠 종이컵을 쓴다는 것을 밝혀냈다. 경찰은 해당 은행 CCTV를 분석해 B 씨(45·여)가 용의자라는 것을 밝혀냈다. B 씨는 해당 은행에서는 현금을 입금해 인적사항이 남겨져있었다. 경찰은 3일 B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견물생심으로 40만 원이 챙긴 순간 겁이 나 서둘러 은행을 나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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