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안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제압한 집주인, 결국, 뇌사 후 병실에서 숨진 도둑.
이른바 강원도 원주 '도둑 뇌사'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집주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 후에도 논란은 뜨겁습니다.
정당방위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과 사적인 폭력 행위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정당방위 어디까지 인정돼야 할까요?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9월 예비 신부를 살해한 군인을 몸싸움 끝에 살해한 이른바 공릉동 살해 사건.
예비 신랑은 정당방위를 인정받았습니다.
살해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상대가 흉기를 빼앗긴 뒤에도 도망가지 않자 방어 행동을 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번 도둑 뇌사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처음 주먹을 휘두르고 잠시 뒤 도망가려는 절도범을 다시 폭행한 건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본 겁니다.
한밤중에 집에 든 도둑,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오미자 / 강원 춘천시 효자동 : 정당방위로 보기에는 너무 지나치지 않았나 싶어요. 쓰러진 사람을 계속, 아무리 도둑이었지만 때렸다는 것은 좀….]
[이영광 / 강원 태백시 황지동 : 자신을 지키기 위한 행동과정 중에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였기 때문에 사망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정당방위라고….]
SNS에도 이번 판결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가진 시민들의 갑론을박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형법은 정당방위를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지침은 더 구체적입니다.
처음 공격한 사람이 더 많이 다쳐서는 안 되고, 반격할 때 흉기를 쓰면 안 되며 위협이 끝나면 반격도 끝나야 정당방위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 사람이 모든 조건을 고려하면서 대응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정당방위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별님 / 변호사 : (경찰도)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좀 폭넓게 완화하는 쪽으로 수사지침을 마련한다고 하니, 법원에서도 정당방위 인정 여부에 대한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경찰은 앞서 정당방위 기준을 완화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판결로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자신의 집에 들어온 도둑을 제압하다 결국 유죄를 선고받은 도둑 뇌사 사건.
정당방위가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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