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시키지 마시오"
응급실에 실려 온 노인을 소생시킬 준비를 하던 의사들은 노인의 가슴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의식 없는 환자가 밝힌 '연명치료거부' 의사를 존중한 존엄사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연명치료거부' 뜻을 밝힌 문신을 본 의료진이 환자의 뜻을 존중해 소생술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최근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은 응급실에 실려온 한 노인의 사례를 게재했다.
저널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한 병원에 길거리에서 취한 채 발견된 익명의 한 노인이 실려 들어왔다.
당시 의료진은 환자의 맥박이 서서히 느려지자 급히 심폐소생술을 준비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곧 깊은 고민에 빠지고 말았다.
환자의 가슴 위에 "소생시키지 말라(Do not resuscitate)"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문신 밑에는 환자가 직접 한 것으로 보이는 서명도 있었다. 의료진은 자신을 살리지 말라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문신을 보고 그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당초 문신을 무시하고 노인을 소생시키려던 의료진은 다시 생각을 바꿔 병원의 윤리·법무팀과 긴 상의 끝에 환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물론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현지 의료법상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 본인과 가족의 동의서를 통해서만 인정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 후 노인이 작성한 DNR 동의서(심폐소생술거부)가 보건부에 등록된 것이 확인됐다.
해당 사례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의 뜻을 존중해 내린 선택이지만 이런 결정이 언제나 옳을 것이란 생각은 섣부르다.
다른 사례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의 가슴에 새겨져 있단 DNR 문신을 본 의사가 이에 관해 묻자 환자가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존엄사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그 후에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당시 노인을 담당했던 의사 그렉 홀트(Greg Holt)는 "삶의 끝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어렵다"며 "때때로 의료진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여러 가지 중증의 만성질환 병력을 가지고 있던 노인은 평소 그의 바람대로 편안하게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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