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30대 초반의 미국인 남성이 40대 후반의 영국 베테랑 육군 장교와 경쟁을 벌여 세계 최초로 남극을 단독 횡단하는 기록을 세웠다고 영국 B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들이 27일 보도했다.
운동선수 출신의 콜린 오브래디라는 33세의 이 미국인 남성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대륙인 남극의 론 빙붕(氷棚)에서 지난 11월 3일 출발, 혼자 53일간에 걸친 사투 끝에 1천482km에 달하는 극한의 장정을 마쳤다.
그는 텐트 등 각종 짐을 실은 170kg 무게의 썰매를 하루 12∼13시간씩 끌면서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생긴 거대한 눈의 융기부들을 넘고 눈보라 속을 헤쳐나갔다.
여정을 마친 뒤 오브래디는 체중이 많이 빠져 손목시계가 흘러내리는가 하면 몸은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사진으로 여정의 기록을 남겼다.
오브래디는 횡단 47일째 되는 날 눈보라 속에서 텐트를 치고 위성 전화로 "완전히 지치고 힘이 빠졌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오브래디는 2008년 태국 여행을 가서 사고로 몸의 25%에 화상을 입어 다시는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등정하고 철인 3종 경기에도 출전했다.
또 남극과 북극에서 스키를 타는가 하면 미국 각 주(州)의 최고봉에 오르는 등 도전을 이어나갔다.
오브래디는 이번 모험을 하기 며칠 전 칠레의 한 바(bar)에서 루이스 루드라는 이름의 영국 육군 장교를 만나 서로 단독 횡단을 계획하는 사실을 알고 경쟁을 벌여 결국 루드를 이겼다.
33년간 군에 복무한 루드는 지난 2016년 1월 남극 단독 횡단에 나섰다가 목표점인 로스 빙붕(氷棚) 도달을 불과 48km 남기고 탈진해 안타깝게 숨진 탐험가 헨리 워슬리의 군대 동료이자 친구로 밝혀졌다.
워슬리의 용기에 영감을 받아 그를 추모하기 위해 이번 도전에 나선 루드는 성탄절 전날 목표점 도달에 앞서 "워슬리가 탐험 내내 가지고 다녔던 깃발을 지금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여행을 끝까지 마치게 될 것"이라는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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