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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인간체증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 인간체증, 7일 동안 10명 숨져: 지난 1주일 동안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모두 10명이 ‘인간체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로써 사망자수는 지난해 전체 사망자수를 이미 넘어섰다.
눈사태나 눈보라 강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등반객들이 너무 많이 몰려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최근 에베레스트에서는 너무 많은 등반객들이 일시에 몰려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등반객들이 제시간에 하산을 못해 ‘데스 존’에서 숨지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것.
'데스 존'이란 에베레스트 정상 초입으로, 폭이 좁고 위험해 사람이 많을 때는 반나절 이상 진입 또는 진출을 기다려야 한다. 진입 또는 진출을 기다리다 고산병, 탈진으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 상업 등반으로 초보 등반가도 에베레스트 도전: 이같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것은 상업 등반으로 고산 등반의 기초도 갖추지 못한 초심자가 정상을 도전하는 것은 물론 네팔 당국이 돈을 벌기 위해 등반객들에게 정상 등반 허가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산악 전문 여행사들은 두당 7000~8000만원씩을 받고 아마추어 산악인들을 하루에 수십 명씩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데려다 준다.
이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셀피를 찍고 이를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남극 북극에 이어 제3극으로 불리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 정상에서 서로 밀치며 셀카 찍기 경쟁: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최근 에베레스트 정상의 풍경을 소개했다.
탁구대 두개 정도 남짓한 너비의 정상에는 15~20명의 사람이 빽빽이 몰려 있다. 이들은 서로 밀치며 셀카 찍기에 바쁘다.
그 아래는 정상 등반을 기다리는 산악인들의 줄이 300m 넘게 이어진다. 정상에서 셀카족들이 시간을 끄는 사이, 밑에서 대기하던 이들의 산소통은 점점 비어간다. 이에 따라 남의 산소통을 훔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정상에서 1~2시간의 정체는 곧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산악인들은 누군가가 위험에 빠져도 전혀 돕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산소를 많이 쓰다가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어서다.
◇ 네팔 정부 정상 등반 허가 남발: 이에 따라 네팔 정부가 정상 등반 허가를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두라지 기미레 네팔 관광국장은 27일 "에베레스트에 인간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며 "등반허가를 제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은 전반적으로 날씨가 좋지 않아 전 세계로부터 몰려온 등반객이 날씨가 좋은 시간대에 일시에 정상을 공격하면서 병목현상이 벌어져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올해만의 현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에베레스트는 정상 허가증이 네팔 정부의 큰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등반허가를 받으려면 1인당 1만1000달러(1300만원)를 내야 한다.
네팔 당국은 이번 시즌에 모두 381명에게 에베레스트 등반허가증을 발부했다. 셰르파를 비롯한 현지 지원 요원들을 합하면 약 800명이 한꺼번에 정상에 몰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천재가 아닌 인재로 사망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에베레스트는 정복할 수 있지만 인간의 욕심은 정복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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