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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44·여) 부부는 사실혼 관계였다. 이들은 2014년쯤 결혼을 약속하고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 B씨(46)의 욕설과 폭력 등의 문제로 다투는 일이 많았다. 관계가 소원해지자 2017년 7월 A씨는 충남에 있는 친오빠 집으로 떠났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수차례 전화해서 자신이 두고 온 옷과 가구 등 짐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씨는 이를 거부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화가 난 A씨는 2017년 8월 4일 오후 10시쯤 “B씨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B씨의 아파트로 찾아갔다. 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뀐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웃집에서 술을 마시며 B씨를 기다렸다. 다음날 오전 2시40분쯤 다시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B씨는 A씨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그렇게 시작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B씨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
B씨가 쓰러지자 A씨는 “부부싸움 중에 남편이 흉기에 찔렸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남편과 헤어지는 문제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던 중 집에 있던 흉기를 꺼낸 것은 맞지만, 남편이 과실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말다툼 중 남편이 먼저 흉기를 꺼내 내(A씨) 종아리를 찌른 뒤 칼을 떨어뜨렸다”면서 “남편이 다시 흉기를 꺼내 들었다가 내가 바닥에 흘린 피에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현관 벽에 부닥치면서 흉기로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게 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에 대한 1차 부검결과에서 과실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이 나오기도 했다.
현장감식 6차례, 법 심리 검사도 진행
경찰은 현장감식을 6차례 이상 실시하는 등 수사를 이어갔다. A씨가 새끼손가락에 입은 부상 상태와 숨진 B씨의 손에 있는 상처, B씨가 흉기에 찔린 위치, 찔린 각도 등을 분석했다. 법의학 교수의 자문을 얻어 법 심리 검사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밀 부검 결과 “B씨가 입은 상처가 제3자가 힘을 들여 흉기로 찌르고 빼지 않으면 나기 힘든 것”이란 의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2년간의 수사 끝에 A씨가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흉기를 꺼내자 B씨는 이에 맞서기 위해 집에 있던 다른 흉기를 꺼내 들었다. 이어 A씨의 오른쪽 종아리를 한 차례 찌른 뒤 흉기를 떨어뜨렸다. 서로 가지고 있던 흉기를 떨어뜨린 A씨와 B씨가 몸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A씨가 떨어진 흉기를 다시 들어 B씨를 찔렀다. 흉기에 찔린 B씨는 한 바퀴 정도를 구른 뒤 현관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뒤 사망했다. A씨는 구속됐고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가 과실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워”
인천지방법원 전경. 심석용 기자
인천지방법원 형사15부(표극창 재판장)는 지난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흉기에 찔린 부위나 위치, 각도 등을 봤을 때 B씨가 자신의 과실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가 자신을 찔렀다면 상처의 위치를 볼 때 칼날을 엄지 쪽으로 해서 왼손으로 칼을 쥐어야 하고 손이 몸의 겉면으로부터 12.5cm이상 떨어져 있었어야 했다.
재판부는 당시 만취 상태였고 오른손잡이인 것으로 보이는 B씨가 찔리기 직전 이러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B씨가 흉기를 잡고 쓰러졌음에도 왼손에 별다른 상처가 없는 것 등으로 볼 때 B씨가 쓰러진 후에 A씨가 남편의 손에 흉기를 쥐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표극창 재판장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A씨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가족에게 용서받지 못했으나, 범행 후 뒤늦게나마 119에 신고하고 구조하려고 했던 점 등에 비춰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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